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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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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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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26
추천수 :
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2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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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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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정말 괜찮은 거야?

DUMMY

나는 분식집이 가까워지면서 보이는 웨이팅 줄에 놀랐다.


왜, 줄을 서?


서둘러 분식집에 들어가서 상황을 살펴보니, 컵밥컵에 밥을 담고 두루치기 한 국자 얹어 주는 포장을 해가겠다는 줄이었다.


"이게 뭐야?" 컵밥 하는 거야?"



단골 손님 중 한 분이 식사하고 계산하시다가 물어보셨단다.


"사장님, 포장되면 가져가서 애들 먹이고 싶은데요."


"포장이 어렵습니다. 국물이 있어서 도시락 용기에 담기도 어렵고 해서요. 그리고, 포장해 드릴 사람도 없어요."


아저씨의 말을 듣더니 단골손님이 천원샵에 가서 컵밥컵 10개 들이를 사오셔서 담아 달라고 하셨단다.

그래서 아저씨가 컵에 밥과 돼지 두루치기를 담아 드리면서 3,000원만 달라고 하셨고.

가게 안에서 드시지도 않고 컵에 담아 가시니까, 포장도 편하니까.

단골이시고 남은 컵밥컵 9개를 놓고 가신다고 하셔서.


분식집 안에서 먹으면 5,000원인 한 끼 식사가 3,000원이 되면서, 가게 안에서 식사하시던 손님들이 너도나도 포장해 달라고 하셨단다.

준비해 놓은 돼지 두루치기가 소진되었는 데도 손님들이 기다리셨고.


"왜 그러세요. 돼지고기가 다 떨어졌어요."


"사장님은 금방 하시잖아요."


아저씨가 그 말을 한 단골손님을 노려보셨단다.

근처 법무사 사무실에서 일하는 지호 엄마셨다.

그랬더니 그 단골분 곁으로 한 분, 두 분 옆에 서셨다고 한다.


그 대치하고 있는 광경이 재밌었는지 가세하는 분들이 늘어나셨고.


"엄마, 배고파."


대치 상황을 깬 건 유치원을 다니는 사내애의 말이었단다.


부랴부랴 밥을 안치고, 돼지 앞다리 살을 사다가 양념하는 동안에 웨이팅 줄이 생겼고, 이제 막 컵에 담아 드리는 중이라고 하신다.



나는 서둘러 컵에 밥을 푸고, 아저씨가 한국자 얹어 내 드리는 분업체계를 갖추었다.


"아저씨, 이렇게 팔면 남아?"


"내가 알겠니?"


둘이 나누는 대화에 줄을 선 손님 중 한 분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제가 40분 째 줄서고 있어요. 이 장사 계속 하시면 복받으실 겁니다."


"그러지 마세요. 저 와이프한테 맞아 죽어요. 돈 안남는다고요."


아저씨가 그말을 하면서 나를 쳐다보셨다.

나는 한숨만 나왔다.


해장국 장사도 아저씨가 5,000원 가격을 고집하면서 일이 커진 것이고, 오늘 컵밥도 3,000원 이라는 가격이 사람들을 줄세운 것이다.

그런데, 이 장사가 돈이 남겠느냐고?



"아저씨는 왜 그렇게 일을 만들어?"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손님들이 강요한거지."


나는 아저씨에게서 영수증을 받아서 계산을 하는 중이었다.

돼지고기 앞다리살에 양파, 마늘, 생강, 파, 당근, 고춧가루 가격을 보고 있는데, 머리가 아파온다.


"하지마."


나는 계산하다 말고 영수증을 아저씨에게 건네 드렸다.


"계산은 해봤고?"


"당연히 해봤지. 하지마."


안그래도 내일부터 할일이 태산같이 쌓여 있는데, 컵밥이 웬말인가.

거기에 사람이 한 명 붙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머리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어차피 헤어져야 할 사람.

그 시기를 앞당기는 데, 컵밥 장사가 맞춤이란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아, 하자. 해요."


나는 휴대폰을 들었다.


"수연 언니, 내일은 분식집으로 8시 까지 출근하세요."


- 예. 알겠어요.


언니가 군말없이 대답하네.

아직 시회 무서운 줄 모르겠는 모양이야.

오늘도 힘들었을 텐데..


"수연이 하고 같이 장사하라는 거야?"


"컵밥을 아예 맡겨버려요."


"그게 돼? 집에서 손에 물도 안묻히게 하고 곱게 키운 것 같은데."


나는 아저씨 표정이 마음에 안들었다.

수연이 언니 생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마음씨 때문에 여자들이 아저씨에게 마음을 준다.


"내일 아저씨가 수연이 언니 일 도와주거나,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되지 않고 차질이 생기면 알아서 해요."


"그러지 마라."


"뭘요?"


"수연이도 착해 보이는데, 왜 그렇게 괴롭혀서 쫓아내려고 그러니."


아저씨가 수연이 언니보고 착하다고 하셨어.

몇 번 봤다고?

여자 심성을 파악했다고?


"지금 편드는 거야?"


"그게 아니라 네가 사업하는데 도움이 될 사람같아서 하는 말이야."


나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시는 아저씨를 노려봐 주고 마당으로 나갔다.


오늘은 별채 아궁이에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자려고 한다.

혼자서.


"소희야, 왜 나가니?"


아저씨가 따라 나오지만 나는 신경안쓰고 아궁이로 향했다.


오랜만에 불장난하고 자야겠다.


***


분식집 앞이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30분 더 일찍 나와서 돼지 두루치기 100인분을 준비하고 있다.

8시에 출근하는 수연이 언니가 준비하면 하세월일 것 이기에 내가 일찍 가게 나오자고 했다.


내 몸이 고달퍼지네.

원래 생각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내가 힘들다니.


아저씨는 밥을 안치고 돼지고기 양념을 하고 계시고, 나는 채소를 썰어드리고 있다.

양파와 당근을.


일찍 가게를 여니까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물어보신다.

준비하는 메뉴가 뭔지 궁금해 하셨다.


돼지 두루치기 컵밥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준비되는 시간을 물어보셨고, 10분이면 된다고 하니 바로 줄을 서셨다.


우리나라 사람들 줄 서는 거 참 좋아하는 것 같다.

한, 두 분이 줄을 서기 시작하자 무언의 압력이 몸으로 전해진다.


빨리 빨리.


손님들이 기다리고 계시니 빨리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다.


수연이 언니가 오면서 컵밥장사가 시작됐다.

들통에 돼지두루치기가 담아주고, 밥을 넓은 볼에 준비해주면, 언니가 손님께 담아 내드리는 방식이다.


원래는 여기까지 준비해주고 나는 빠질 요량이었는데, 몸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아저씨는 계속 돼지 두루치기를 하셔야 했고, 수연이 언니는 쉴 새 없이 컵밥을 포장해서 드려야하니까, 손님들 카드 계산해 드리고, 단골손님들 분식집에 오시면 라면 끓여 내드려야 했다.

수시로 김밥도 말아야 했고.


이게 아닌데.

이상하게 흘러가는 거 같다.

내가 더 힘들어.


이 조그만 동네에 컵밥 수요가 이렇게나 많았나.

오전 장사로 100인분이면 될 줄 알았는데, 웨이팅 줄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수연이 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 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손님들께 잘드시라고,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있다.


안힘든거야?

이 언니가 왜 그러지?

불평이 나올 때도 됐고, 앞치마 벗어 던지면서 '나 안할거야' 하고 손을 드는 그림이 나와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안보인다.


"밥이 떨어져가요. 준비해 주시고, 양파가 제대로 안썰렸어요. 뭉쳐 다니고 있어요."


내가 양파 상태를 확인해보니 언니 말 대로다.


"알겠어요. 준비해 드릴게요."


나는 다시 밥을 안치고 채소썰기에 들어갔다.

아저씨는 전화를 걸어서 돼지고기를 더 갖다달라고 주문을 하셨고.

내가 분식집에 잡혀버렸다.


오늘 칸막이 공사하는 신축건물에 가봐야 하고, 이모들이 친목도모 만 하시고 일을 등한시 할 수 있어서 봐 드려야 하는데.


그런데, 수연이 언니는 정말 괜찮은 거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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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9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9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1 0 7쪽
82 도와줘 24.06.17 26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3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1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40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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