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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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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9,698
추천수 :
214
글자수 :
343,310

작성
24.05.23 08:10
조회
49
추천
3
글자
7쪽

얄밉게 나오네

DUMMY

유리 언니가 설겆이를 하고 있다.


소희는 그 옆에서 라면을 끓이고 있고, 아저씨는 김밥을 말고 계신다.


소희가 업무분담을 그렇게 하자고, 아저씨에게 밀어붙였다.

불 앞에서 하는 일은 아저씨 담당이었는데.


설겆이를 하는 중간에 손님이 오시면 물과 컵을 내드리고, 주문을 받아오고, 음식이 나오면 손님들께 내드리는게 유리 언니 역할이다.


소희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고, 유리하고는 업무 관련한 말을 할 뿐이지, 사적인 얘기를 나누지 않았다.


분식집 안 공기가 냉랭하다.


그럼에도 유리는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사장님! 라면 하나 떡라면 하나요. 아저씨 김밥 2줄 있어요!"


소희가 라면을 내놓으며, 다시 라면 끓일 물을 들여놓고 있다.


아이고 허리야. 왜 손님이 끝도 없이 밀려오는 거야.

내가 이런데, 유리 언니는 멀쩡하네.

어제는 느릿느릿거리더니 오늘은 동작도 빨라졌고.


"어서 오세요~"


분식집 안으로 또 다시 대학생인 듯한 젊은 남자들 7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테이블이 하나만 남아 있었기에 3명은 밖에서 웨이팅을 해야 하는데, 분식집 안으로 들어와서 벽에 붙어 서 있다.


남자들 시선은 유리 언니가 움직이는 대로 왔다 갔다.

탁구경기에서 사람들이 공을 쫓듯이, 테니스장에서 랠리하는 공을 따라가듯이.


언니는 오늘 미니스커트에 가슴이 파인 블라우스를 입고 출근했다.


테이블에 음식을 서빙하며 허리를 숙일 때 마다 언니가 조심한다며 자체 슬로우를 걸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어서 시선이 특히 몰리고 있다.


"맛있게 드세요~"


거기다 웃는 낯으로 손님들을 대하니 인기가 좋을 수 밖에.


내가 어제 살짝 눈치를 주었는데, 보란 듯이 시선이 끌릴 수 밖에 없는 옷을 입고 오다니, 겉으로는 웃으며 속으로는 나하고 한 번 해보자 이건가.


"소희야 이제 점심 백반 메뉴를 준비해야 하니까, 자리 바꾸자."


아저씨가 순두부찌개를 하신다며 소금물에 해감시켜 놓은 백합조개를 바닥에 앉아서 씻고 계시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유리 언니가 아저씨 맞은편에 쪼그리고 앉았다.


저 밉상.

혜영이가 하는 짓보다 더 심하네.


그러고 앉기도 쉽지 않을텐데, 내가 보기에도 참 아슬아슬하다.


지나가다 누가 살짝 툭하고 건드리면 뒤로 벌렁 나동그라질 것 같은 자세로 용케 백합조개를 건져내고 있다.


안되겠다.

차라리 혜영이가 낫겠다.


"유리 언니 식사 하고 카페로 가세요."


"전 안먹어도 되는데요. 지금 그냥 가면 안되요?"


"안돼요!"


유리 언니를 위한 밥상이 차려졌다.


순두부찌개에 두부 한모를 썰어 담은 접시 옆으로 볶은 김치가 담겼다.


홀에 남은 테이블이 없어서 주방 테이블 위에 밥상을 차려 놓고 먹었는데, 손님들은 언니를 보고 입 벌리고 계시다.


사람 밥 먹는 데 그렇게 보고 계시다니.

언니는 신경 안쓰고 잘 만 먹네.

하긴 이런 일은 나에게도 흔한 일이긴 하지.

그래도 정도가 심한 것 같네.


"아저씨! 저도 백반 주세요."


라면에 김밥으로 식사를 한 테이블에서 백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도대체 자리를 뜨려하질 않네.

남자들이란 도대체.


아, 그렇지.

유리 언니가 에스지 카페로 가면 이 손님들이 따라갈 수도 있겠다.


언니가 분식집을 떠날 때 내가 살짝 말했다.


"언니, 에스지 카페 가서 혜영이 바로 보내 주세요. 그리고, 에스지에서 바로 퇴근하세요."


"예. 사장님. 그럴게요."


방법이 안 보이네.

갑질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네.

더이상 어떻게 일을 더 시킬 수 있지?


어떻게 짜증을 내거나 일을 힘들어 하거나 하는 게 없어.

혜영이는 싫은 내색을 하곤 했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자 식사를 마치신 손님들이 에스지 카페 위치를 물어오셨다.

식후 커피 한 잔이 루틴이라나 뭐라나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꺼내시며.


나는 상세하게 설명드렸다.

분식집에서 우측 시장길을 따라서 쭉 가시다보면 시장 초입 삼거리 코너에 예전 아이스크림 가게 있었던 자리라고, 맞은편에 별이네 가게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바로 카페로 길을 잡으셨고, 테이블에 앉아 계시던 분들도 카페 찾아가는 길을 숙지하시는 모습이시다.

입모양으로 '시장삼거리 아이스크림'을 되뇌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내일부터 혜영이를 분식집으로 빼야겠다.

직원이 더 필요한데, 유리 언니가 말하라고 했는데, 비중이 커지면 곤란한데, 갈등을 빚어서 나갈 때 같이 나가면 휘청일 수 있단 말이지.


직원이 많아지니까, 아니 여자가 한 명 더 느니까, 생각할 게 많아지는 구나.


손님이 들어오고 나가는 데도 멍하니 시장거리를 보고 있는 소희를 보고도 뭐라 안하는 아저씨다.


소희가 손을 놓고 있는 덕분에 아저씨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혜영이가 분식집으로 들어오고 나서야 소희가 분식집을 둘러보고 깜짝 놀라고 있다.


"아저씨는 왜 말을 안해."


"사장님은 원래 생각이 많으신 법이야. 분식집에서 일할 직원을 빨리 구해야 할텐데."


나는 분식집에서 일을 돕다가 손님 주문을 거의 소화하고 나서 카페로 발길을 옮겼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혜영이가 분식집 일을 맡으라고 하면 싫은 표정을 안짓는다는 거다.


내가 이것저것 참견했을 때 짜증을 내지, 그 외에는 표정이 밝은 게 분식집 일이 체질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카페에 가보니 기대했던 대로 분식집에 계셨던 손님들 6명 정도가 테이블에 앉아 계셨다.


유리 언니는 뭔 장사를 해도 돈 많이 벌겠다.


"민지야, 내일부터 2호점 잘 부탁한다."


"응, 고마워. 혜영이한테 미안하네."


내일 주말을 맞아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한다.


점주인 민지가 2호점을 맡아야 해서 내일부터는 나와 이지 언니 둘이서 1호점을 봐야 한다.


"직원 더 필요하지 않으세요?"


좀 얄밉게 나오네.

타이밍이 참 적절하다.


"그럼요. 일단 1명은 급구해야 돼요. 언니 친구 있으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큰 사장님 뜻은 어떠세요?"


"후우, 유리 언니 직속 상사는 민지예요. 아실텐데요. 민지가 얼마나 무안하겠어요. 말하기 전에 생각을 먼저 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 작은 사장님, 죄송해요."


"아니, 뭐 그렇게까지.."


"참, 민지하고 이지 언니는 식사하고 와."


또, 유리 언니랑 둘이 남았다.


내가 가만히 유리 언니 옆모습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고개를 돌려 나를 보며 말을 던졌다.


"어제 많이 아팠죠? 살살 쳐야 하는데, 제가 힘조절을 잘 못한 거 같아요."


"괜찮아요. 솜주먹이던데요."


"언제 한 번 더 붙어요? 이번에는 조금 더 세게 때려드릴까요?"


"시간이 나면요."


진짜 때려줄까 보다.

정말 얄밉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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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나이든 사슴이지만 NEW 14시간 전 9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24.06.29 12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17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31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7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9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0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1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7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1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9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2 0 7쪽
82 도와줘 24.06.17 27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9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9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1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4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6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4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6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8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9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4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4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3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8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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