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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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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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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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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06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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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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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DUMMY

남한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밤새 내린 비로 자전거길 가로수 버찌나무가 초록빛을 더하고 있다.


자전거길을 따라서 소희가 시내쪽으로 달리고 있다.


상쾌한 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밤새 나뭇잎 위에서 쉬고 있었던 물방울이 얼굴 위로 떨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술이 몸속에 들어가면 남자나 여자나 이성을 얼마쯤 놓는 현장을 어제 목격했다.


내 앞에서 스킨십을 그렇게 해대다니.

은지 언니는 뭐야.


***


오늘은 5일장날.

소고기 해장국 1,500인분 팔아야 하는 날,


아저씨는 새벽에 나가셨다.

조용히 나가시지, 꼭 나를 건드려 놓고 나가시는 심보는 뭔지.

5시가 안된 시간에 나를 깨운 아저씨 덕분에 내 컨디션이 상당히 좋지 못하다.


오전 8시.


시장통 중앙광장에 큰 천막이 세 개 쳐져 있다.

무쇠 가마솥에서는 김이 펄펄 오르고 있고, 소영이 이모와 동네 이모들이 장사 준비를 하고 계신다.

천막을 쳤을 것으로 보이는 시장 상인회 아저씨들이 의자를 배치하고 일을 돕고 계셨다.


"안녕하세요~"


"소희 왔구나. 너 국물 좀 먹어봐라."


국물을 먹어보니 끓인 우유 맛이 살짝 나면서 매콤함이 코를 찔러온다.


"달고 매워요."


"매울 정도는 아닐텐데.."


맛은 왜 보라고 하신 건지, 내 의견은 1도 반영시키지 않으셨다.


벌써 개시가 된 모양이다.

천막 아래 일곱 분이 해장국을 드시고 계신다.

분식집 단골분들이시다.


장날에 해장국을 팔지 않았으면 분식집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식사하셨을 분들.


"맛은 어떠세요?"


"부드럽게 넘어간다. 선지가 보드라운 게 살살 녹는다."


"조금 더 갖다 드릴게요."


선지가 적당히 삶아진 게 선홍빛을 내면서 탱글탱글해 보인다.


이모님들 중에 삶아내는 노하우를 알고 계신 분이 있는 듯.

눈을 돌려보니 한 분이 딱.


"어머, 안녕하세요."


"응, 소희야."


다해 이모가 해장국을 끓여낸 메인 쉐프시다.

누가 말해 주지 않아도 대장은 바로 보이는 법.

소영이 이모가 주도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다.


"중개사 사무실은 오늘 안여시는 거예요?"


"그럴 수 있나. 전화를 걸어달라고 메모해 놨으니까. 조금 맵다고?"


맛을 보라고 하신 소영이 이모는 내 의견을 싹 무시하셨는데, 다해 이모는 내가 하는 말을 흘려 듣지 않으셨다.

다해 이모가 들고 있는 주방 뜰채에는 청양고추 한 무더기가 담겨 있었다.


"잘못 들어간거야. 양념통에 담겨 손님상에 나가야 하는 것을 저, 저.."


말을 잇진 않으셨으나 범인이 누군지 눈으로 정확히 짚어 주셨다.

해장국을 드시는 손님들과 수다 한바탕 떨고 계시는 마당발 이모, 소영이 이모.


덜렁덜렁.


워낙 나에게 엄격하셔서 빈틈이 없으신 줄 알았는데 같이 일하다 보니 밑천이 드러나고 계시다.

이모들 사이에서는 성향 파악이 이미 서로 끝나셨는지 뭐라 간섭이나 시비를 가리고 하는 게 없으시다.


해장국을 그릇에 담아 내주시는 분, 해장국을 손님께 내드리는 이모, 설겆이를 맡으신 분, 테이블 빈그릇을 수거해 오시는 분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말 한마디 던져가면서 소통을 강화하시는 소영이 이모.

이모들 간 업무분담이 칼같이 이뤄지고 있다.


"저 선지 좀 담아주세요. 단골 분들 드리게요. 맛있다시네요."


다해 이모가 손님들께 내드릴 선지를 준비해 주시고, 나한테도 먹어보라고 대접에 담아주셨다.


"아침은 먹고 나왔니?"


이모는 내 사정을 어떻게 아시는 걸까.

아저씨가 잠을 깨워 놓고 일찍 집에서 나가시는 바람에 아침을 거르고 나왔다.


평소라면 아저씨가 아침상을 준비해놓고 나를 깨웠는데, 오늘은 아저씨도 늦잠을 자셨다.

아저씨가 급하게 소고기뭇국을 끓여 놓고 나가셨는데, 혼자 먹기 뭐해서 그냥 나온 참이다.


나 깨워서 귀찮게 할 시간에 아침식사나 준비하시지.

어제, 오늘 신뢰도가 바닥을 치고 계시다.


"정말 맛나요. 어떻게 선지가 퍽퍽하지 않고, 몽글몽글한 게 연두부 식감이 나요."


"육수 온도를 올려놓고 살짝 넣었다 빼야 돼. 건져 놓았다가 손님상에 나갈 때 마지막에 한 번 더 토렴하면 이렇게 돼."


중개사 하시기 전에 하셨을 전직이 궁금한 다해 이모다.


"4그릇 주세요."


은지 언니가 쟁반을 들고 와서 다해 이모에게 말하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어주며 입모양으로 인사해 왔는데, 징그러워 보인다.

나는 정말 섬칫 놀랐다.


여우같은 언니.

아저씨를 넘보다니, 유리 언니 보다 요주의 인물이었어.


아저씨가 분식집 벽에 종이를 붙여 놓고 해장국을 팔고 계셨다.

주문이 들어오면 은지 언니가 딜리버리 중이었다.


나는 분식집에 계신 아저씨를 보지 않고 카페 2호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아저씨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말을 나누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제 욕심 만 차리는 나쁜 아저씨.

내가 화를 안내서, 뭇 여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정을 주시는 것 같다.

그러고 말면 될텐데, 술마신 김에 건드리기 까지.

아저씨가 고도의 스킬을 구사하고 계시다.

기술을 거는 족족 여자들을 낚아 올리시고.



2호점에 들어가 보니 툴툴거렸던 혜영이가 유리 언니와 함께 양념닭발 소분 작업 중이었다.


"오늘은 9시 전에 끝낼 수 있겠죠?"


유리 언니가 어제의 시행착오를 경험삼아 팔토시까지 하고 작업을 하고 있다.

그걸 모르는 혜영이는 팔뚝에 빨간 양념이 묻어 있고.


이기적인 유리 언니.

팔토시를 하나 더 준비할 생각은 없었던 거야.


나는 포장이 끝난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고 냉장고에 넣어 진열하는 것을 도왔다.


닭발 50개, 나머지 15개 제품 10개 씩이 하루에 소화해야 할 양이다.

어제 200개 제품이오후 3시 전에 매진됐었다.


어제는 첫 날이고 해서 마진을 제품 당 1,000원씩 만 매겼는데, 오늘은 정상적으로 3,000원을 남긴다.

모든 제품의 가격이 9,800원이고, 마진이 3,000원인 상황.


물론 커피장사에 미치지 못하는 매출이지만 미끼상품으로 훌룡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제품을 공급해 주시는 가게 사장님들이 많으시고, 그분들 지인들에게도 카페 홍보가 이뤄지고 있어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유리 언니가 9시 소분작업 끝나면 분식집으로 가서 교대하세요. 내일은 은지 언니 보고 하라고 할게요. 학교 안나가는 주말은 은지 언니가 하는 걸로요."


"정말 탁월한 결정이세요. 어려운 일은 나눠해야 불만이 생기지 않아요."


"소희야, 나는?"


"혜영이 너는 중심을 잡고 있어야지. 넌 에스지 2대 주주니까."


혜영이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나 이제 아저씨 곁에 얼씬도 안하고 있어. 그거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만들어진 길이 없어지지 않잖아. 언제든 쌩쌩 달릴 수 있는 뻥 뚫린 고속도로를 몇 일 이용하지 않았다고 그게 몇 일 만에 없어지니?"


"소희야, 고속도로 아니야. 네가 뭔가 큰 오해를 하고 있는 거 같다. 아저씨와 나는 그냥 험한 산의 오솔길이었을 뿐이야. 비가 와서 잡풀이 무성해지면 금방 없어지는 길 말이야."


혜영이가 슬픈 눈을 연기하며 나를 보고 있다.


그렇게 말한다고 내가 믿을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고속도로나 오솔길이나 똑같은 길이라고.

이년이 스스로 인정하고 있네.

아저씨에게 길을 내 주고 있다고.


나쁜 년, 도대체 길이 어디까지 뚫려 있는 거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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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6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2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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