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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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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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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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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번지수를 잘못 찾아

DUMMY

대학교 강의가 없는 일요일을 맞이하여 은지 언니가 밀키트 소분작업을 하는 날이다.


못미덥다기 보다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8시에 맞춰 2호점으로 출근한 소희다.

덩달아 일찍 출근한 아저씨는 분식집을 열었다.


"일찍 나오셨네요."


은지 언니가 벌써 소분 작업을 10여 개 해놓고 있다.

화장을 안했는지 멀끔한 얼굴에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작업 어려운 거 없죠?"


"매운 냄새가 나네요. 눈물이 나요."


눈물날 정도로 매운 건 아닌데 오버하시네.


나는 카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커피부터 내렸다.

가게 안에 그윽한 향이 퍼져나갔다.


커피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오늘 할일을 생각해 봤다.


1명 면접에 2명 영입 작업을 해야 하는 날이다.


해장국집 366평이면 종업원을 몇 명을 두고 해야 하는지, 몇 인분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하는지, 가격은 얼마로 할 것인지 모두 물음표다.


머리가 아파.


카페와 다른 사업.

커피는 음식물 찌꺼기가 나오지 않는 사업이다.

설겆이도 별로 어려운 게 없다.


해장국집?


장날에 보니까, 쏟아져 들어오는 설겆이거리에 음식물쓰레기에 혀를 내둘렀었다.

위생에 신경쓴다고 했지만 실수로 고춧가루가 묻은 공깃밥이 손님상에 나갈 뻔도 했었다.

다행히 어느 이모님이 중간에 매와 같은 눈으로 잡아내셔서 다행이었다.


어느 이모님이셨지?


설겆이를 세 분이 하셨는데, 마지막에 매서운 눈으로 검수까지 마치셨던 분.

몇 번 그분께 불량 설겆이 그릇이 발견되고는 마지막을 맡아 하셨던 분.


내가 이름을 알지 못하네.

얼굴이 작았고, 몸도 작으셨던, 아담한 사이즈에 몸이 재시던데, 여자치고는 과묵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내가 생각에 잠겨 있자, 은지 언니가 커피 한 잔을 들고 내 앞에 앉았다.

소분작업은 끝난 것 같다.

내가 오래 앉아 있었던 모양이다.


은지 언니가 내 얼굴을 조용히 보고 있다.

유리 언니라면 재잘거리며 물어왔을 텐데, 은지 언니는 그렇지는 않은데, 내 몸속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랄까.

마치 내 몸을 탐낸다고 할까.

여자가 아니라면 음심 가득한 남자 쯤.

정말 언니가 여자가 맞나 싶어서 바디 체크까지 했었다.


나를 탐구하는 듯한 저 고요한 눈빛.

아저씨가 날이 어두어지기 만 하면 변하는 눈빛 비슷한.


"언니도 오늘 면접보러 온다는 그 언니 알아요?"


"모르면 간첩이지요. 포스가 넘쳐요. 보시면 사장님이 주눅드실지도 몰라요."


날 잘 모르니까 그런 말을 하지.

내가 좀 약해보이는 모양이네.


"9시에 맞춰올 건 없는데.."


10분 전인데, 밖을 내다 보고 있던 소희 눈에 유리와 한 여자가 나란히 걸어오는 게 보인다.

하얀색 블라우스에 상하의 블랙 치마 정장을 입은 스마트해 보이는 여자다.

갸름한 얼굴에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을 것 같은 두꺼운 여우 탈을 쓰고 있다고 할까.


대기업 면접갈 때 입을 만한 옷을 입고 오다니, 우리는 아직 구멍가게인데 말이지.


카페로 들어와서 내가 있는 테이블 앞으로 왔을 때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오늘 면접보기로 한 이수연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비행기 스튜어디스가 하듯이 인사해왔다.


"안녕하세요. 앉으세요. 두 언니는 자리를 피해 주시고, 커피 드릴까요?"


"예. 감사합니다."


1:1 면접.


소희는 수연이라는 언니를 가만히 쳐다봤다.

이수연은 내 얼굴을 빤히 보지 않고 고개를 약간 내려서 내 코 아니, 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내 눈을 못 쳐다보는 건가.

입을 꽉 다물고 있고.

인사할 때는 스마일 미소를 잘도 짓더니.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들어보고 싶어요."


입사 지원 동기를 물어본 것이었는데, 언니가 잠시 내 눈을 보고 다시 내렸다.


"죄송하지만 아직 입사하겠다는 결정을 못내린 상태입니다. 사장님이 회사 소개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나보고 소개를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건.

공부가 부족하다는 얘기겠네.

그냥 놀러온 건가 봐.

물 맑고 공기좋은 남한강의 뷰로 유명한 양평이니까, 바람을 쐬러 온 거 같다.

그렇다면 잘 둘러보시고 잘 놀다 가시라고 하는 게 맞겠네.


회사 소개라.


에스지를 모르고 오지는 않았을테고, 밀키트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도 재잘거리기 좋아하는 유리 언니가 말 안해줬을리 만무하고, 어제 5일장에 해장국 장사한 것도 알테고, 586평 인테리어 그림을 그리다가 이 여자 얘기가 나왔단 말이지.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걸까.


나는 이수연을 머리끝에서 테이블 위로 보이는 배 어림까지 흝어내렸다.

노골적으로, 남자가 그렇게 봤으면 상당히 기분나쁠 정도로 집요하게, 은지 언니가 나를 보는 시선을 많이 참조해서 봤다.

내가 별걸 다 따라하고 있다.


이렇게 샅샅히 흝어보면 소름은 아니더라도 이유에 대해 궁금함이 일어야 정상아닐까.

그런데, 얼굴색을 유지하고 있어.

이런 시선 쯤은 경험을 많이 해봤다는 건가.


오히려 이쪽을 쳐다보고 있는 두 언니 반응이 더 드라마틱하게 나오고 있다.

어쩔줄 모르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니.


"나는 이수연씨를 고용하는 입장이예요. 면접올 때 공부가 부족하신 모양이네요. 나는 이수연씨를 알지 못해요. 어떤 일을 잘하는지, 나를 위해 무슨 일을 해줄수 있는지도요. 소개라? 겉으로 보이는 게 다예요. 카페, 밀키트, 해장국 장사를 하고 있을 뿐이지요."


"한가지 여쭤봐도 될런지요."


"물어 보세요."


"사업의 끝을 정해 놓으셨는지요?"


이건 또, 뭔 뚱딴지같은 소리야.

끝이라.

이 여자 상당히 피곤한 사람이네.

두 언니와 결이 달라.


"에이, 그런 거 없어요. 앉은 자세도 그게 뭐예요. 편히 앉으세요. 벌 받는 거 같이 보이잖아요. 사업이랄 것도 없어요. 이게 뭐 대수라고요."


수연이 언니 분위기에 휩싸여 딱딱하게 대화하다 보니까, 피곤하고 답답해서 내가 먼저 편하게 다가서기로 했다.

어차피 나와 맞지 않아 보이는 언니 같기도 하고.


두 언니가 좋아하는 언니라니까, 어찌 보면 내가 접대해서 좋은 인상을 심어드려야 하는 게 맞는 거겠지.

기분 좋게 돌아가시라고.


무거운 질문을 던져 놓았는데, 나의 답이 단답형으로 나와서 의외였던 걸까.

드디어 수연이 언니 표정이 나왔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래, 이제 본색이 드러나는구나.

여우는 내가 많이 겪어봤지.

참신한 무엇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제가 입사하게 되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아실텐데요. 오늘 아침에 은지 언니가 했고, 어제는 유리 언니가 했던 닭발 소분작업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카페 카운터 일 보고, 분식집에 일손이 부족하면 돕고, 장날 해장국 장사를 도와야 하고, 이번에 해장국집 여니까 거기 일도 봐야겠죠.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야 해요."


수연이 언니 얼굴이 실망감으로 물들었다.

양쪽 볼에 약간 붉은 기가 어리고 있다.

화장솔로 볼터치한 것 처럼.


"커피 드세요. 우리 에스지가 자랑하는 수제 드립 커피랍니다."


나는 내 앞에 놓아둔 커피를 한모금 아니, 입술에 살짝 적셨다.


써.

커피는 언제 맛을 봐도 쓰기 만 하고 맛이 없단 말이지.


내 얼굴이 찌그러졌다.

커피 쓴 맛에 내 표정을 방어해 내지 못했다.


나를 보던 수연이 언니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사람은 웃으면 예쁘다니까.


그래, 어이가 없겠지.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거 맞아요.


에스지는 카페사업 만 하는 설렁설렁 일하기 좋은 기업이 아니랍니다.

다 먹어 버릴거라고요.

이 세상 돈 실컷 먹어서 배 터지는 걸 보려고 한다고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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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2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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