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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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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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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7,038

작성
24.06.07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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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DUMMY

소희가 에스지 카페 2호점에서 잠시 있다가, 본점 들렀다가 시장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오늘은 장날, 소고기 해장국 1,500그릇 장사가 제일 중요해서 카페를 돌아도 머리속에서 '해장국'이 떠나질 않는다.

카페에 있을 게 아니라 시장에 직접 가 있자 생각하고 나선 길인데.


이게 무슨 줄이야.


시장 초입에 들어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줄을 만들어 길게 늘어서 있다.


설마 해장국 줄인 건가.


이래도 되는 건가.


소희가 중앙광장 쪽으로 가지 않고, 메인 장이 열리는 주차장 쪽 푸드천막으로 발길을 잡았다.


역시나 한산하다.


장날이면 관광객들이 식사로 6,000원 짜리 비빔밥을 드시고, 장터국밥, 빈대떡, 족발, 양념닭발에 막걸리 한 잔 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던 푸드 천막 안에 빈자리가 많이 보인다.


소희가 아는 분들께 인사드리며 지나가다 밀키트 공급해 주시는 양념닭발 사장님께 인사드렸더니.


"소희가 큰 건 했다며? 기대가 크다."


"예?"


이곳 사장님도 천막 안에 손님보다 빈자리가 더 많은 상황이어서, 미안해서 어쩌나 하는 마음에 돌아서 갈까도 생각했었는데, 엉뚱한 말씀을 해 주신다.


"어깨 펴고 다녀. 네가 큰 일 한거야."


"예. 수고 하세요."


닭발집 옆에는 빈대떡 가게가 있고 오른쪽으로는 국밥집이 있다.

그 집들 사장님들은 나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으시다.


5일에 한 번 장사하러 오시는 꾼들이시고 준비해온 음식재료가 평상시 수준에 맞춰져 있는 상태라 일기예보가 안맞아서 비라도 쏟아지는 날에는 엄청난 손해를 입기도 하신다는 걸 알고 있다.


오늘도 5,000원 짜리 소고기 해장국 판매 여파로 손해볼 걱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직격탄을 맞으신 분은 비빔밥에 국밥을 파시는 밥장사하시는 사장님들이다.


비빔밥은 냉면볼에 밥을 담고, 몇 가지 채소를 올려서 손님께 내드리면 바 타입 테이블에 놓여 있는 고추장으로 비벼먹는 스타일의 장사이신데, 퀄리티에 비해 가격이 급격히 오른 감이 있어서 안그래도 손님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는데, 5,000원 해장국에 손님을 다 뺏겨 버리게 생겼다.

국밥집도 마찬가지다.


시장 입구 네 군데 모두 소고기 해장국을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장 상인회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어서 상인들이 불만이 있어도 쉬쉬하고 있는 판국인데, 장이 끝나고 손해가 가시화되면 별말들이 다 나올 것이다.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쳐다본다는 말이 실감나네.

오늘 만 장사하고 끝내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시장분들 손해가 만만치 않을 거 같아.


중앙광장 소고기 해장국 구역에 들어서자 오전에 쳐 있던 천막 세 개에, 두 개가 더 쳐져 있고, 시장회 관계자 분들이 쟁반들고 일을 돕고 계셨다.


소영이 이모가 알바를 5명 만 쓰셨다.

인건비 110만원을 드리면서 모두 책임지시라 말씀드렸어서 적어도 7명은 쓰실 줄 알았는데.


"별이도 왔네."


"응, 예상은 했지만 더 대단해."


소희가 쟁반들고 빈그릇을 치우며 상황을 파악해 보니 해장국을 드시는 분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다.


"이 정도면 10,000원은 줘야 해."


"여기 지역 한우를 쓰면서 이 가격이 어떻게 나오지?"


"홍보를 상인회에서 해. 설마 거짓말 하겠어?"


화구가 하나 더 나와 있고 가마솥이 하나 더 걸려 있다.

소희가 가서 보니 밥을 짓고 있다.


"이모, 밥이 부족한 거예요? 분식집에서 대형밥솥 두 대를 풀로 돌릴텐데요."


"부족하지 않은데, 지역 이장 연합회에서 쌀 후원이 들어왔어. 이 지역 쌀을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그러고 보니 어깨에 띠를 두르고 전단지를 돌리는 어르신들이 많이 보인다.

가마솥 밥을 하시는 분들은 마을 부녀회에서 나오셨고.


"해장국 양은요? 1,500인분 나갈 수 있지요?"


"양은 부족하지 않아. 아까 회장님이 지나가듯 얘기한 게 있는데, 다음 장날에는 두 배로 늘리자고 하셔."


"뭐라고요? 푸드 천막 가보셨어요? 거기가 타격을 입어서 오늘 장 끝나고 상인회에 항의가 들어갈 게 뻔해요. 그분들은 자릿세를 내고 장사하시는 건데, 상인회 주도로 손님을 뺏어가는 상황이 빚어졌으니까요. 그분들은 특혜라고 생각할 거예요."


굴러간다.


작은 눈덩이를 언덕 위에서 굴리면 스스로 몸집을 불리듯이 사람이 부족하면 채워져서 장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해 관계자가 많아지면 곤란하다.

시장 상인회에 이장협의회, 부녀회까지 나선 참이다.


장사가 끝나면.


이익 분배 얘기가 나오게 된다.

무료봉사가 아닌 돈 받고 해장국 장사를 하고 있는 장사치에게, 이렇듯 지역단체에서 후원이 들어오고 몸으로 뛰며 일을 도와줄 일이 아니다.


"어? 유리 언니도 나와요?"


분식집에서 이쪽으로 와서는 해장국 서빙일을 돕고 있는 언니다.


"분식집이 한가해요. 아저씨가 사장님께 가보라고 하셨어요."


"언니는 무거운 거 들지 마세요."


"저를 못믿으세요?"


"지금 묻지 마시고 가마솥에서 밥 만 푸세요."


일손이 많이 딸리는 쪽은 음식을 손님들께 내어 드리는 일이다.

안그래도 소영이 이모가 잘 관리하고 계시다.


자원봉사하시는 상인회와 부녀회 분들에게 설겆이와 빈그릇을 거둬오고 테이블 위 새 비닐로 까는 일을 시키셨다.

음식을 내갈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해장국 나왔습니다."


소희가 해장국을 담은 쟁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자 성미가 급한 분들이 손으로 반찬 그릇이며 밥 공기를 테이블 위로 직접 가져 가시고 있다.

일을 돕겠다고 그러시는 것인데, 사고 나기 십상인 환경이다.


뜨거운 뚝배기에 담긴 해장국을 내어드릴 때 조심해야 할 것은 어수선하지 않는 상태에서 드려야 한다는 점이다.

동선이 겹치면 사람 간 접촉이 일어날 수 있고 사고가 날 수 있다.


"뜨겁습니다. 살짝 뒤로 물러나 주세요."


말해 드리면 손님들이 테이블 뒤로 몸을 빼신다.

음식을 빨리 내 드린다고 잘하는 일이 아니다.

빠르게는 서빙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뒤에 가서 결국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모님은 잠시 쉬세요."


부산하게 움직이시는 분께 말씀을 드렸다.

그럴 일이 아니다.


"천천히 내드리세요. 뚝배기가 뜨거우니까 내드릴 때 손님들과 아이 컨택 먼저 하시고요. 해장국이 앞에 놓인다는 것을 알 수 있게요."


소희가 음식 서빙하시는 이모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돌아다녔다.


"밥 부족하실 것 같으면 주문하실 때 말씀하세요. 추가 주문으로 하시면 한 공기에 2,000원을 받을 겁니다."


테이블에서 주문하시는 손님분들께 먼저 말씀드렸다.


"해장국 세 개하고 공기밥 하나 더 주세요."


"추가 공깃밥은 공짜로 드리는 거니까 부담갖지 마세요."


어차피 쌀 후원이 들어왔으니 밥 인심을 후하게 드렸다.

이장분들이 원하는 그림일 테니까.

해장국 장사하는 사람이 돈 많이 벌라고 후원하는 게 아닌, 물 맑은 양평 쌀의 홍보에 주 목적이 있으니까.

인심좋은 양평 마을 이미지가 들어가면 홍보에 더 도움이 될테니까.


내가 주문할 때 공깃밥 추가하면 공짜라는 말이 줄을 서신 손님들께 퍼지면서 호응도 좋아져 갔고, 이장협의회 분들하고 마을 부녀회 이모분들의 얼굴이 밝아지셨다.


"사장님, 잠시 쉬세요."


유리 언니가 내 허리를 감아 당기며 한 말이다.


어제 은지 언니도 그렇고, 오늘 유리 언니도 내 몸을 쓸쩍슬쩍 건드리네.

내가 직원들을 너무 착하게 대한 건가.


"또, 그러신다. 언니는 항상 이런 게 문제예요."


"엥, 제가 무슨 문제요?"


"주제 파악요."


유리 언니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저는 선의로 드린 말씀인데요."


"지금도 그래요. 전쟁터에서 지휘관에게 아랫사람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안되는 거예요. 상명하복이 있을 뿐이라고요."


유리 언니 입이 떡 벌어졌다.


주기적으로 한마디씩 해줘야 말을 듣는다니까.

왜, 나를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거야.


나는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고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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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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