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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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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9,306
추천수 :
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01 07:35
조회
45
추천
2
글자
7쪽

왜 그러는 거야

DUMMY

소희가 아랫입술을 앙다물고 아저씨를 노려보고 있다.


"내 말이 안들려?"


"미안, 못 들었어."


소희가 비틀거리며 별채 부엌 아궁이 앞에서 일어났다.


"아야야, 아팠단 말이야."


"고기 더 먹어라. 궈 줄게."


"지금 먹을 기분이 나? 분명히 시작하기 전에 내가 배 고프다고 말했는데, 못 먹게 하는 법이 어딨어?"


"나도 배 고프긴 마찬가진데, 나 슬퍼지려고 한다. 너무 몰아세우지 마."


"아저씨는 내가 인형같이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어? 도대체 소통이 돼야 말이지. 왜 이렇게 힘으로 만 누르려고 해? 나보다 힘도 약하면서."


"그게.. 저.. 그러면, 네가.."


소희가 배가 고픈지 아궁이 안에서 풍겨 오는 고구마 껍질이 타는 냄새에,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꼬챙이로 숯불 속을 뒤적거리고 있다.


"아, 목말라."


소희가 까맣게 탄 군고구마 껍질을 까서 노란 속살을 한 입 깨물어 먹더니 물을 찾고 있다.

아저씨가 벌떡 일어났다.


***


오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소희가 에스지 2호점 문을 열고 들어섰다.


안에서는 유리 언니가 벌크로 담겨있는 양념 닭발을 200그램 씩 소분해서 진공포장하고 있다.


"잘하시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밀키트 냉장고를 열어보니 절반이 들어차 있다.


소희는 먼저 커피를 내려서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향을 맡았다.


"출근하자 마자 이렇게 커피향을 내세요. 우리 가게는 카페니까요."


"제가 그렇게 여유롭지 않거든요?"


"웃는 얼굴로 하세요. 입 내밀지 마시고요. 내일 부터는 내가 안와봐도 되겠네요. 이따 또 올게요."


나는 언니에게 말해 주고 카페 문을 나섰다.


등 뒤로 싸늘하게 쏘아보는 눈초리가 느껴지지만, 그쯤은 내가 사업하면서 감당해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하고 생까버렸다.


직원이 투정부리고 힘들어 한다고 대표가 앉아서 소분작업을 같이 하는 건 모양이 안살지 않나.


그러길래 왜 나한테 까부냐고.



분식집에 가까이 다가가자 구수한 냄새가 맡아졌다.


아저씨가 출근하자마자 어제 사온 우족을 들통에 넣고 우리고 계시다.

욕실 의자에 앉아 넋놓고 앉아 있는 모습이 궁상맞아 보인다.


"아저씨 그 의자에 앉지마라. 보기 안좋다."


"난 편하고 좋은데 왜 그러니."


"또, 내 말을 못알아듣는 것 같네?"


내 말을 들은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욕실 의자를 옆으로 던져버렸다.


타닥 꾸르르.


의자가 가게 옆 벽에 부딪쳐 떼구루루 굴렀다.


내가 구르고 있는 의자를 보고 있자 아저씨가 잽싸게 따라가서 잡았다.


"난 옆으로 치워 놓으려고 한 것 뿐이야. 이게 왜 멀리 날아간거지?"


아저씨가 혼잣말을 하셨다.


"설렁탕 언제부터 팔수 있어?"


"3시간은 우려야 해. 11시는 되어야."


"곰탕은 아니지 않나?"


"응, 그렇지."


소희가 들통을 들여다 보고는 아저씨를 쳐다봤다.


"뼈다귀 만 들어있는데 살고기는 벌써 발라낸거야?"


"그래야 해. 안그러면 고기가 퍽퍽해지니까."


"15만원 뽑아내야 하니까, 오늘도 200그릇 팔아야 되겠다."


"소희야, 소영이 소고기 한 근 주고, 어제 저녁에 네가 구워먹었은 걸 따지면 10만원 어치라고 봐야 해."


소희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그렇긴 하네. 그래도 5만원을 빼는 건 아니지. 내가 몇 점 못 먹었는데, 그러니까 13만원 어치라 치고, 180그릇 파는 걸 목표로 삼으면 되겠다."


"소희야, 계산을 그렇게 하면.."


"나 어제 소고기 먹지도 못했어."


"소희야, 너 어제 반 근은 먹은 것 같은데.."


"나 어제 배고팠단 말이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


아저씨가 나의 완벽한 논리에 못 당하겠는 모양이다.

아저씨가 깊은 생각에 빠지신 모습이다.


궁지로 몰리면 참신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아저씨다.


"왕만두 한 개을 넣어 드리자. 만두 곰탕과 설렁탕 두 개 메뉴로 180그릇 팔아보자고."


아저씨가 화구를 하나 더 가게 밖에 내놓고 발라 놓았던 소고기를 챙기시고 계신다.

아저씨가 이제 제 정신이 돌아오신 모양이다.


나는 이제 에스지 카페 본점에 가야 할 시간.


내가 참견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열심히 팔았는데 손에 쥐는 건 1만원 뿐인 날이 있었다.

그때 마다 아저씨는 허허 웃으셨고, 나는 복장이 터져 죽는 줄 알았다.


내가 수학을 못해서 셈에 약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셈을 해보려고 하는 편인데, 아저씨는 셈하는 자체를 싫어하신다.

그런데, 내가 잔소리하면 또 잘하신다.


그래서 내가 잔소리가 늘어만 간다.

나라고 아저씨께 싫은 소리 하고 싶어서 하겠나.

다 아저씨하고 같이 잘먹고 잘살자고 하는 짓이지.


내가 이마를 두드리며 분식집에서 멀어져서 뒤를 돌아보니까, 아저씨가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아저씨는 왜 내가 옆에 있으면 멍하게 계시는지 모르겠다.

빠릿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이다.

그런데, 내가 자리를 비우면 엄청 스마트해지신다.


아저씨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에스지 본점에 가까이 가자 커피향이 진하게 풍기고 있다.


이지 언니는 카페로 출근하자 마자 카페 문을 열어놓고 커피부터 내린다.

내가 누누히 강조하는 바다.


9시가 조금 넘었는데, 카페 안에는 세 개 테이블에 손님이 와 계신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손님이 오시는 걸 이상하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지금도 군복을 입은 상병 아저씨와 부모님으로 보이는 분들 세 명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계시고, 밤을 새운 것 같이 보이는 대학생 언니와 오빠가 있는 테이블이 있고, 한 테이블에는 초등생 저학년 아이를 등교시킨 엄마로 보이는 이모 두 분이 앉아 계신다.


카페안에 있다 보면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로 손님들 간 관계가 어떠한 지와 사적인 사정을 듣게 된다.


들려도 못 들은척, 보고도 못 본척하는게 일상이 돼 버렸다.


"언니 식사했어요? 가서 곰탕 드시고 오세요."


"배 안고픈데요."


"딱 봐도 안드셨는데, 가서 드시고 오세요."


나는 이지 언니 손을 잡아서 카페 밖으로 내보냈다.


이지 언니가 분식집에 가면 못먹은 아침 식사도 하고, 분식집에 손님이 많아서 손이 부족하면 돕기도 할거니까, 서로 좋은 일이다.


전에 아저씨한테 잡혀서 2시간이나 잡혀 일했던 적이 있고 나서 잘 안가려고 한다.

아저씨가 잡은 게 아니라 언니가 자발적으로 일을 도왔으면서.


아저씨는 강제로 누구를 잡고 일을 시킬 위인이 못 되신다.

그러면 내가 걱정을 안하지.


내가 분식집에 남아 일을 돕고 싶은 생각은 있는데, 아저씨가 흐릿해지시는 것 같아서 이러고 있다.


그러고 보니 혜영이는 이제 제멋대로네.

9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출근을 안했어.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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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19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6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2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2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5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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