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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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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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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6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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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DUMMY

아침 일찍 에스지 카페 2호점 문을 여는 이수연이다.


어제 늦게 소희 사장에게 입사하게 해주십사 전화를 드렸었고, 승락을 받아냈다.

휴대폰으로 들려오는 떨떠름한 목소리에 놀랐지만 사전에 후배들에게 들은 정보가 있어서 당황하지 않았다.


미운털이 박혔다.


내가 비웃은 것이 아니었는데, 소희 사장이 카페 3호점을 준비하면서도 정작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나도 모르게 실소가 터져나온 것 뿐인데.


소희가 신입은 2호점에 일찍 출근해서 포장작업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해야겠지.


옷차림도 정장치마를 치워버리고 면바지에 라운드넥 티셔츠를 걸쳤다.

내가 좋아하는 베이지색과 하늘색으로.

오늘 엄청 굴릴 것 같은데, 내게 치마는 사치지.


나보고 오라는 대기업이 많았어도 가지 않은 건 기계 부품이 되고 싶지 않아서 였다.

기업이 크면 클수록 소속 직원들에게 업무를 쪼개서 시킨다.

다른 말로 전문화라고 미화시키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던 업무 외 다른 일은 못하는 반쪽 인생을 살게 된다.

천운이 닿아서 초고속 승진해서 별을 달면 다른 얘기지만.

그런 기회는 미리 지정된 자에게 주어진다.


지정된 자, 결정권자의 눈 안에 든 자.


물론 에스지도 결정권자 눈 안에 들어야 내가 원하는 보직을 따낼 수 있다.

하지만 경쟁해야 할 대상이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2년 학교 후배인 유리나 은지라면.

식품가공업 공장을 셋업하는 경력단절자 한지예 이모라면.


아, 맵다.


벌크 포장된 닭발을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잡는 기분이 생경하고, 코를 찌르고 들어오는 매콤함이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


눈물이 난다.

내가 울어 본 적이 언제던가.

공부에서 1등을 놓쳐본 적이 었었던 나다.

경쟁이라면 자신 있다.

그런데, 출근 첫 날에 다른 이유로 눈물을 흘리다니 입맛이 좀 쓰네.


소희 사장은 카페로 출근해서 커피부터 한 잔 내려서 테이블에 올려놓고 향을 카페 내에 향수뿌리듯 번지게 하고 있다.


인사도 없이, 나보고 마셔보라는 빈말도 없이.


내가 작업중이니까, 인사는 패스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말 한마디 먼저 걸어주면 얼마나 좋아.

나는 눈을 맞추고 눈인사에 고개까지 숙였는데.


커피 맛도 모르고, 즐기지도 않는 소희 사장이 카페 사업을 벌였다.

그 얘기는 사업을 시작한 것일 뿐이지, 커피 마니아여서 취미가 사업으로 전이된 케이스가 아니란 것.

사업성 하나로 아이템을 선정했다는 말이다.


사업 확대 가능성.


소희 사장은 사업성 높은 아이템을 발굴하게 되면 일을 벌이고 볼 스타일로 보인다.

이틀 째 보는 것이지만 사람을 오래 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막말로 내가 결혼할 상대를 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심성이 곱고, 사람이 올바르고, 경제력 있고, 나에게 잘해줄 것 같은 사람을 고르는 게 아닌 것이다.

그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줄 사장 고르기다.


어, 내게 왜 다가오는데..


"느려요. 은지 언니한테 못 전해 들었어요? 카페 오픈 시간이 9시, 10분 전에 소분작업을 마쳐야 해요. 그래야 카페 영업을 시작할 수 있어요."


소희 사장이 손에 비닐 장잡을 끼고 소분작업을 돕는다.


8시 40분.


내가 밀키트 포장해 놓은 갯수는 40개, 10개 만 더 하면 되는데, 시간이 조금 타이트하긴 하네.


소희 사장이 작업하는 걸 보니 숙달된 조교 포스는 아니다.

나 보다 조금 나은 정도.


"안녕~"


민지 사장이 출근하고 있다.

뒤이어서 유리도 들어오고.


소희 사장은 장갑을 벗고 홀연히 매장을 떴다.


나에게 작업 다 끝나면 분식집으로 오라는 말을 던지고서다.


나에게 설겆이를 시킬 모양이다.


내가 한 선택이 잘 한 선택이어야 할텐데, 출근 첫 날 일이 벌써 고된 것 같다.


몸이 힘든 게 아니라 소희 사장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 쌀쌀해서 그게 나를 힘들게 한다.


***


느림보네.


일하는 게 왜 이렇게 느려.

일 못하는 유리 언니도 10분 전에는 일을 마쳤었는데, 내가 손을 거들지 않았으면 9시 5분은 되야 일을 마칠 수 있는 페이스였어.


나는 분식집은 그냥 지나치고 카페 본점으로 가는 길이다.


아저씨가 그렇게 뻔뻔할 줄 몰랐다.

애가 안생겼으니 별일이 아닌 거라고 표현하다니.

그래, 그러면 아저씨 말로 하면 나도 애를 안가졌으니 나 하고도 별 관계가 아니란 거네.


"안녕하세요~"


본점에 들어가자 이지 언니가 인사해 온다.


기분좋은 커피 향이 나를 반긴다.


맛도 향도 다 싫어했는데, 맛은 아직도 그렇지만 향 만큼은 맡고 또 맡다보니 익숙해진건지 모르겠지만 커피 향을 안 맡으면 웬지 좀 허전한 마음이 들곤 한다.


"혜영아, 얘기 좀 하자."


나는 카페 중앙 테이블에 앉아서 혜영이를 불렀다.

얄밉지만 일하는 건 나무랄 데 없이 잘하는 혜영이.

근무태만을 몇 일 했지만 그 정도는 넘어가 줘야지.


"너, 3호점 맡으면 안되겠다."


혜영이의 안색이 차갑게 변했다.


"왜 그래? 준다고 했다가 뺏는 거 아니다."


"대신 여기 본점 맡아라. 어때?"


"어? 여기를?"


혜영이 표정이 돌아왔다.

아저씨를 꼬셨던 그 해맑은 표정으로.

이 얼굴을 하고 아저씨에게 안기고 입을 맞추고 또..


"그래. 에스지 3호점 옆으로 해장국집과 식품가공업을 영위하는 공장이 차려질 예정이라서 내가 거기 있어야 할까 봐. 여기 맡는 거 불만 없지?"


"나는 좋아. 여기 매출이 잘 나오고 있으니까."


"그래서 그런데, 네가 본점 매출 기여도가 낮으니까, 사장 페이를 조금 조정하자."


또, 혜영이 표정이 바뀌었다.


너 연극하냐.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볼만하네.

그 표정 가지고 아저씨 애를 타게 만들었겠지.

에이, 페이를 확 깍아버릴까.


이지 언니는 혜영이 뒤에 서서 내 얼굴을 보고 있었는데, 언니가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모르겠다.

카페가 한가하니까, 옆에 앉아도 되는데.


"민지 수준으로 하자. 민지는 2호점을 처음부터 맡아서 매출기여도가 너보다 훨씬 높긴 하지만."


혜영이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알겠어."


"그리고, 네가 신입 맡아."


"신입이라면?"


"수연이 언니를 맡아서 가르쳐. 아무것도 모르는 신참이니까, 너 잘짓는 얼굴 표정을 장착시켜 주라고. 속마음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겉으로는 웃는 얼굴을 하는 게 서비스업의 기본이니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신참이 분식집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보러 가야 한다.


오겠다는 사람을 막지는 않지만 함께 오래하지 못할 사람은 빨리 떨쳐내는 게 서로 좋은 일이다.


버티고 견뎌내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면 되는 거고.


그런데, 수연이 언니는 1주일을 못 버틸거야.

사회의 쓴맛을 한 번 봐 보시라고.


면접보는 자리에서 입사하고자 하는 기업의 사장을 비웃다니,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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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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