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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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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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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7,038

작성
24.06.1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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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DUMMY

관문 사거리, 지금은 회전교차로가 설치되어 있는 곳, 5층 짜리 신축건물 1층 가게안에서 유리가 줄자를 가지고 거리를 재고 있다.


220평.


최씨 할아버지와의 협상에서 얻어낸 카페 평수다.


소희가 230평에서 요지부동으로 버텨서, 최씨 할아버지가 어르고 달래서 10평을 양보받았다.


해장국집 면적을 10평이라도 늘려보겠다고 노력하시는 할아버지가 안쓰러워 보였다.

나 같으면 다른 세입자를 구하고 말텐데, 굳이 나에게 가게를 맡기려는 의도는 아직 모르겠다.

덕분에 에스지 3호점이 생겼다.


3호점은 혜영이 몫.


전화해 줬더니, 혜영이가 어찌나 소리를 질러대는지.

가수해도 될 것 같은 청아한 목소리가 하늘을 뜷어버렸다.


586평 중에서 카페로 이용할 최적의 공간을 떼어내야 한다.

회전교차로가 설치되어 있기에,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눈에 잘 띄는 사거리 쪽에 면하면서 직사각형 타입의 공간을 분할 중이다.


길거리에 면한 쪽으로 4/5 정도를 카페로 쓰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최씨 할아버지의 화난 얼굴이 떠올라서 1/2 만 쓰기로 했다.

가게 안쪽으로 복도같이 남는 자투리 공간에 주방을 배치하기로 했다.


인테리어 비용이 올라가면 한우해장국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어서, 테이블 만 빙 둘러서 놓는 식으로 중앙에 대형 무쇠솥을 놓기로 했다.

유리 언니에게 해장국집을, 은지 언니에게 카페 인테리어를 맡겼다.


비용을 최소화하는 디자인과 견적을 뽑아달라고 말해뒀다.


아저씨가 해장국집의 개략적인 그림을 보시더니 한 곳을 가리키셨다.


대형무쇠솥.


엄청 비싸다고 하셨다.


거기다 가게 중앙에 놓으면 환기문제도 있고, 화재 위험이 크다고 말해 주셨다.

그리고, 가게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솥에서 끓여지는 내용물이 보여지면 마케팅 효과를 겸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그림이 다시 그려졌다.


머리아픈 일.


'그런 일은 머리 좋은 사람이 해야지'하는 생각에 두 언니에게 맡기고 지켜볼 생각이다.


"할아버지는 하루에 몇 그릇이 나갈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지?"


"엄청나게 크게 잡으신 거야. 중간에 복도를 두고 6개로 분할해서 세를 놓으면 가게 당 100만원 정도는 월세로 받을 수 있어."


"그러면 하루 몇 그릇을 팔아야 그 돈이 나오는 거야?"


"1,500그릇이예요."


그림을 다시 그리고 있던 유리 언니가 툭하고 답해줬다.


"에이, 그게 되나? 많이 팔아봐야 300그릇 정도일 것 같은데, 할아버지가 계산 실수를 하셨네."


아저씨는 밖으로 나가서 가게를 올려다 보셨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나는 이 해장국집을 누구에게 맡겨야 하나 하는 생각에 잠겼다.


분식집을 때려치고 아저씨가 맡으면 딱 좋은데, 그러시지 않으실 거다.

다음 후보로 소영이 이모가 떠오르지만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에스지를 위해 장날 하루를 장사하셨을 뿐인 분이다.

잇속도 많이 챙기셨고.


110만원을 인건비로 드렸는데, 5명 알바만 구하셨으니 60만원을 꿀꺽하셨다는 얘기다.

알바 이모들에게 일당으로 10만원을 드렸을까 하고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닐 것 같다.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4시 조금 넘어서 장사가 끝났다.

8시간.


그렇다고 알바 이모님들을 잘 통솔해서 장사를 주도한 것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소영이 이모는 내가 보기에 수다떨면서 노셨다.


그렇다면, 이모가 없어도 되는 사람이었나 하고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니다.

이해관계자들인 이장협의회, 부녀회, 상인회 분들에게 할 일들을 지정해 주고 소통을 하셨다.

개군축산에 연락해서 내장과 스지, 선지를 추가주문하시기도 하셨고.

그런데, 열심히 일하시지는 않았단 말이지.


열심히 하신 건 한지예, 김수지 이모시다.

손님들에게 퍼주려고 하는 나쁜 기질이 있으시지만 할일은 똑부러지게 하셨다.


생각같아서는 지예 이모에게 점장을 맡기면 좋을 것 같기도.

그렇게 하면 소영이 이모가 엄청 삐치실 거란 말이지.


아, 머리 아프다.


내가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겨 있는데, 내 앞에 사람이 서 있다.


은지, 유리 언니다.


"왜, 왜요?"


"사람을 더 쓰셔야 하지 않으실까 해서요."


"그렇긴 한데요. 생각 중이에요."


"제가 학교 졸업하고 놀고 있는 언니 한 명을 알고 있는데요. 사장님을 보면 바로 미쳐서 빠질 것 같아서요. 데려와 볼까요?"


나는 유리 언니를 골똘히 쳐다봤다.


S대 들어갈 정도면 머리도 좋고 공부를 많이 했을 텐데, 예절공부가 안됐단 말이지.

내가 최종학력이 고졸이라서 나를 무시하나.

미치고 빠진다니.


S대 다니는 언니들이 더 들어오면 세력이 만들어지고 입김이 커질텐데, 민지와 혜영이, 이지 언니하고 어울릴 수 있을까.


내가 대답을 안해주고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나 보다.


앞에 선 유리 언니가 오만상을 하고 있다.

입도 달싹거렸지만 몸을 배배 꼬며 간신히 참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유리언니를 보며 생각했다.


교육의 효과다.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하는 거야.

내가 주제파악 좀 하라고 몇 번 얘기해 줬더니 참고 견디고 있어.

얼굴 표정이 마음에 안들기는 하지만.


은지 언니는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징그러운 눈빛을 나에게 쏴대고 있다.

남자 친구에게 보낼 듯한 그런 눈빛을.


하아, 머리 좋은 사람들이 예의도 바르면 얼마나 좋을까.

그건 욕심인 걸까.

뭔가 잘하면, 뭔가를 못하는 그런 게 있는 걸까.


"데려 오세요. 내키지는 않는데, 언니가 추천하니까, 얼굴이나 보죠 뭐."


"S대 디자인학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오라는 대기업이 줄 서 있는 인재예요. 사장님께 큰 도움이 될 언니예요."


"그렇게 대단한 언니가 왜, 내 밑에서 일하려 하겠어요? 유리 언니가 또 고질병이 도지셨나 보네요."


"고질병요?"


"유리가 병이 있어요? 얘가 운동을 많이 해서 병치레도 하지 않는 건강체질인데요."


유리 언니는 내가 말하는 고질병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아는 눈치다.

고개를 돌리고 화를 삭히는 모습이 빤히 보인다.


사장이 고거 얘기했다고 화가 난다며 면전에서 그대로 드러내는 패기라니.

얼마나 나를 무시하고 있으면 이런 건방진 행동이 나올까.

유리 언니를 고쳐서 쓸 수 있을까.


***


퇴근하는 길.

물소리길을 아저씨와 함께 걸어가고 있다.


하루가 참 길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게 피곤한 것 같다.


아저씨는 생각이 많은지 아까 가게에서 부터 조용하시다.


"아저씨, 뭐 생각하고 있는지 털어놔 봐. 내가 들어줄 테니까."


"이제 그럴 시간이 나는 거야?"


"하루종일 같이 붙어 있었는데, 별소리를 다 하시네."


아저씨가 내 손을 잡아오셨다.


메마른 손.


아저씨 손은 물집이 자주 잡혔다 터졌다를 반복해서 인지 무척 말라있다.

내 손은 뽀송뽀송한데.


"일이 커지고 있어. 시샘하는 사람들이 늘어날거고, 특혜시비에 휘말릴 수도 있어. 소희 네가 다칠 수 있어."


"미리 걱정을 하는거야? 그렇게 따지면 우리나라 대기업 회장님들은 뭔데? 그분들에게 이 정도 일은 우습지도 않으실거야."


아저씨는 간이 참 작으시다.

분식집이라는 작은 세계에 만족하며 살아가시는 분.


그렇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재미가 없잖아.

신입들 가르쳐서, 고쳐가며, 쓰는 재미가 쏠쏠한 거 같아.

S대 다니는 언니들, 나를 보러 온다는 수석으로 졸업하고 놀고 있다는 언니.

이 나라 인재들이 모두 나에게 몰려오는 구나.

물론 내가 가르쳐야 할 것들이 많겠지만.


"아저씨, 힘 있어?"


"왜 묻는데? 힘 하면 나, 강기찬이지."


"나 다리에 힘 빠진다. 업어줄 수 있어?"


"그럼! 당연하지."


아저씨 표정이 밝아지셨다.

나를 업으면 힘들기 만 할텐데 뭐가 그렇게 즐거우실까.


나는 아저씨 등에 업혀서 흘러가는 강물을 쳐다봤다.


내 엉덩이를 잡고 있는 아저씨의 메마른 손에서 땀이 샘솟는다.

아, 끈적이네.

힘들어서 그런 모양인데, 기분은 좋으신가 봐.


그나저나 해장국집은 누구한테 맡겨야 하나.

내가 겸해야 하나.


"생각에 방해된다. 손가락 꼼지락거리지 좀 말아!"


"그건 안된다. 내 손길을 받아들여야 해. 네가 내 여자로서 마땅히 견뎌내야 할 일이야."


"칫, 나에게 맞춰줄 생각은 없고?"


"나는 항상 너에게 맞춰주고 있어. 너도 한가지 쯤은 나에게 맞춰주는 게 있어야지."


업혀서 얌전히 있는 것 한가지라?


그거라면 조금 간지러워도 참아 드릴수 있지.

소희는 관대한 여자니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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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6 0 8쪽
»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2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5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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