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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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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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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1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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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난 신입이니까

DUMMY

이수연이 손님이 카페문을 열고 들어오면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있다.

카운터 앞에 서서 밝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소희 사장이 에스지 본점에 나를 안내해주고 가고 나서, 나는 혜영 사장에게 일장연설을 들어야 했다.


서비스업의 기본은 방문하신 손님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에 있으며 재방문율을 끌어올리는 것 만이 경쟁이 치열한 카페사업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물론 나는 반문을 하고 싶었다.


커피맛.

가격.

인테리어.

쿠폰행사.

사이드 메뉴.


카페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혜영 사장은 에스지 서열 넘버 투다.

소희 사장과 에스지 창업을 같이 했다고 들었다.

내 기준에서 보면 잘 모셔야 하는 분이다.

넘버 쓰리 민지 사장까지.


연설을 듣고 나서 첫 지시를 받은 것이 카페 오시는 분들께 인사하기다.


나는 카페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손님이 보이면 자동적으로 허리를 숙이는 인사로봇이 되어 있다.

입꼬리를 볼 쪽으로 올리고 눈웃음도 치고 있다.

얼마나 웃는 얼굴을 했는지, 얼굴 근육이 당겨서 아파올 정도다.


아까 소개 받은 이지 언니가 나를 안쓰럽게 보는데, 나를 구원해 줄 언니는 아닌가 보다.

언니가 혜영 사장 보다 나이는 많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지시를 받는 같은 입장.


"수고 많아요."


수더분해 보이시는 이모님이 오셔서 내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내가 불쌍해 보였던 모양이었다.


나, 이수연이.


대기업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에 가면 직무관련 여러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여기 에스지 기업 신입사원이야.

에스지는 얼마 지나지 않으면 대기업이 될 거니까.


"커피 내리는 거 익숙하지 않는 분들이 보이면 옆에 붙어서 알려드려야 해요."


혜영 사장은 중간에 한 번씩 이렇게 한마디 씩 하고 간다.


"언니, 지금 얼굴 표정이 어떤지 알아요. 말도 못 걸 정도로 차가워요. 손님들한테 무서워 보이면 되겠어요?"


"두 손을 공손히 배꼽 아래에 모으세요."


"어어, 오른손이 위로, 왼손이 아래로요."


알겠다고요.

한다고요.


잠시라도 한눈 파는 꼴을 못보는 혜영 사장이다.

소희 사장도 이런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 손님이 들어 오신다.


"안녕하세요~"


***


"너는 왜 변두리 창고 얘기를 꺼내서 분란을 만들어?"


"너야 말로 왜 상가건물에서 식품가공업 얘기를 왜 꺼내들었어?"


두 분이 일어나서 대화하고 계셨다.

지예 이모와 정희 이모가.


다른 이모들은 별 관심을 두지 않으셨다.


소영이 이모는 휴대폰을 잡고 통화를 하고 계셨고, 해리 이모는 유리 언니와 작업공간 사이즈를 조율하고 계셨다.

수지 이모는 길거리를 지나가는 아기들을 보며 헤벌쭉 웃고 계셨고.


나는 수지 이모 옆으로 가 앉았다.


"얘기는 다 하신 거예요?"


"응? 견적이 딱 나오는데, 뭔 얘기를 더 할 게 있어. 그냥 친목도모하는 거지."


"두 분은 싸우고 계신데요?"


"오랜만에 붙으니까, 동심으로 돌아간 거야. 걱정하지마, 다들 즐거워 하고 있으니까."


수지 이모 말을 믿고 싶지만 두 분 이모 언성이 더 높아지셨다.


"너 저번에 돈 빌려간 건 왜 안갚아."


"무슨, 내가 너한테 돈을 왜 빌려?"


이건 또 무슨 소리냐.

두 분의 사적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소희야, 가마솥으로 밥을 할까?"


소영이 이모가 통화를 마치셨는지 내 옆으로 오셨다.


"국 끓이는 솥 두 개를 다루기도 힘드실텐데, 하나를 더요?"


"시골 장터 컨셉으로 가자는 거지. 따로 가게 안 인테리어를 하는 게 아니니까, 그러면 성의 없어 보이니까."


"그거 좋겠다. 정희가 촌에 살았어서 가마솥으로 밥을 많이 해봤어."


"촌 얘기가 왜 나와. 그러는 너는 뭐 도심에서 살았어? 단월 휴양림 근처에 살았으면서."


이런저런 얘기 끝에 가마솥을 하나 더 들이기로 했다.


"쌀은 강상마을에서 받기로 했어. 장날에 쌀을 후원해주니까. 팔아 줘야지."


"잘 하셨어요."


"내일 오후에 해장국을 끓여 보자."


아기를 좋아하시는 수지 이모가 말씀하셨다.


"장사 시작하기 전에 손발을 맞춰보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


"그러면 해장국을 만들어서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 거로 하자. 동네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기도 하고."


"따로 개업식할 거 없이 돼지머리도 삶아서 돌리자."


"떡 돌리는 대신 그거로 가도 되지."


"그 전에 소희가 절을 해."


대화의 흐름을 따라가기 바쁘지만, 결국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일이 되는 쪽 방향.


나보고 죽어서 삶아진 돼지한테 절하라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유리 언니는 메모하기 바쁘다.

대화에 끼어들지는 못하고 있다.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봐요."


나는 유리 언니가 메모한 걸 들여다 봤다.

누가 공부한 사람 아니랄까봐 노트에 이모들이 말하신 세세한 얘기까지 다 적혀 있다.


"복잡하다."


"정리해서 문자로 드릴게요."


"왜, 이렇게 다 적어요? 필요한 거 만 적으면 안되나요?"


"제가 몰라서요. 어떤게 필요한지, 안필요한지 아직 모르겠어서요."


유리 언니가 이래서 공부를 잘하는 건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하네.

몰라도 아는 척 하지 않고.

나는 그런 적 많은데..


"은지 언니는 오늘 늦네요."


"특강이 갑자기 잡힌 게 있다고 하네요. 곧 올거예요."


학업과 병행하기 어렵겠지.

그렇다면 수연이 언니가 3호점을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긴 한데..

그러면 서열이 꼬일 수 있단 말이지.


내가 고민에 빠져 있자 유리 언니가 눈을 빛내고 있다.

입도 달싹거리고 있는 폼이 할말이 있는 모양인데, 참고 있는 것 같다.


"할말 있으면 하세요."


"또, 주제파악 이런 얘기 하시려는 거 아니시죠?"


"그냥 관둬요."


나는 이해를 못하겠다.

나는 말장난하자는 게 아닌데, 유리 언니는 틈 만 나면 딴 소리를 한다.


유리 언니가 삐진 얼굴을 하고 있다.

나보다 2살 많은 언니가 잘하는 짓이다.


"언니, 해장국집에서 손 떼시고 카페 마무리를 은지 언니하고 하세요. 내일 공사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세요."


"공사 발주 넣어요?"


"아, 2호점 준비할 때와 다르구나. 내일 오후에 이모들 시간 나실테니까 같이 하세요. 이모들~"


나는 이모들께 내일 오전에 칸막이 공사 끝나고 나서 카페 인테리어를 같이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소희가 우리 쉬는 꼴을 못보는 구나."


"지독하다. 너 이러기 있어?"


"이모들 모두 에스지 소속이세요. 마땅히 하셔야 할 일이라고요."


나는 자리를 떴다.

내가 있으면 나한테 매달리신다.


뒤로, 이모들이 유리 언니에게 소나기 질문을 하고 계시다.

유리 언니는 버벅거리고 있고.

은지 언니가 맡았던 일이니까.


"안녕하세요~"


지각한 은지 언니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예. 어서 들어 가세요."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파워풀한 이모들 상대하는 게 상당히 버겁다.


아저씨라면 잘하실 것 같긴 한데, 맡겨 드릴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머리가 아프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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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19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6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2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2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5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5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5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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