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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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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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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16
추천수 :
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5.3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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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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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8쪽

아프게 하지마

DUMMY

소희가 머리를 싸매고 아파하고 있다.

축산 아저씨가 한우 우족 덩어리살을 kg에 18,000원에 주시겠단다.


소영이 이모도 모르긴 마찬가지.


발골과 정육을 하지 않은 한우 앞다리 8.5kg 짜리 우족을 150,000원에 주시겠단다.

그러면서 6족 줄까, 7족 줄까 물어보신다.


이게 도대체 뭔 말이야.


뼈다귀는 kg에 5,000원 쯤 하고, 한 족에 뼈 무게가 얼마인지도 모르겠고, 살 덩어리가 kg에 40,000원 쯤 하나, 그러면 싸게 준다는 거야, 바가지를 씌우겠다는 거야.


축산 아저씨는 답답하신지 가슴을 쳐대고 계시다.


"발골하고, 앞다리 살을 발라서 뼈는 kg당 5,000원, 살은 35,000원으로 드릴까요?"


"우족 한 덩어리에서 뼈는 몇 kg이나 차지하는데요?"


"4kg 쯤 되요."


소희가 도대체 감이 안잡혀서 옆에 은지 언니를 쳐다봤다.


"7족 받아가면 될 것 같아요. 삶아서 살을 발라내면 될거니까요."


"해장국 1인분에 고기를 몇 그램 넣는 거죠?"


"20그램 정도요. 1kg에 50인분 나와요. 30kg이 필요하고요."


"7족이면 얼만데요."


"105만원요."


소희가 이마에 손을 얹고 생각에 빠져 들었다.


도대체 계산이 안된단 말이야.

뭐 이렇게 복잡한 걸까.


축산 아저씨가 답답한지 말씀하셨다.


"5만원 빼줄게. 100만원에 7족 어때?"


은지 언니가 나서서 아저씨와 딜하고 있다.


"총 중량을 60kg 맞춰 주셔야 하고, 살고기는 34kg 돼야 합니다."


"알았어요. 더 주면 더 줬지, 적게 주지 않을게."


소영이 이모도 골치가 아프신 모양이다.


"껍질 채 준다는 거죠?"


"그러니까 싸게 주는 거죠."


"껍질 무게도 장난이 아닐텐데요."


"그냥 발골해서 정육해 드릴까요? 해장밥 싸게 파신다고 해서 가격을 낮춰 드리려고 하는 건데요."


"알겠어요. 주세요. 모레 아침에 소내장도 30kg 같이요. 양, 천엽 15kg씩요. kg에 7000원에 주세요."


"아니, 8,000원은 받아야 하는데요."


"아저씨가 쩨쩨한 면이 있네. 고거 더 받으려고 하다니요."


축산 아저씨가 쩨쩨라는 단어에 열을 받으셨던 모양이다.

잠시 소영이 이모를 노려보셨다.


이게 뭔 난리냐.

난 아직도 감이 안잡히네.

은지 언니가 없었으면 딜 자체를 못했을 것 같다.



축산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자 소영이 이모가 짜증을 내셨다.


"살 발라내는 것도 일이겠다. 닭고기 살이나 발라 봤지. 소족은 어떨지 감이 안잡히네."


"제가 도울게요."


"시늉 만 하고 말겠지."


"이모는 참, 저를 못 믿으세요?"


"내가 너를 모를까? 키운 게 몇 년인데, 괜히 한다고 했어."


투덜거리시는 소영이 이모를 뒤로 하고, 2호점 공사를 둘러보기로 했다.

뒤에서 나를 욕하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있다.


내가 딸이라시면서 욕하기 있어요?



"언니는 정말 알고 말한 거예요?"


"저는 곱하기와 나누기한 것 밖에 없어요. 실물이 어떨지는 저도 봐야 하고요."


"소 아저씨가 사기친 거라면 내가 가만히 있나 봐라. 내가 시장에서 발도 못붙이게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닐테니까."


소희가 중얼거리고 있다.

은지는 그 모양이 귀여웠던지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하다가 머리카락을 집어 올리고 있다.

마치 보풀을 떼어주는 것 같이.


소희가 휙하고 고개를 돌리자 은지가 놀라서 바로 손을 떼고 있다.


소희가 노려본 곳은 축산 아저씨가 장사하는 3층 건물이었다.



2호점은 마무리 정리로 분주했다.


소희가 간판을 올려다 봤다.


<에스지 카페 2호점>


잘돼야 할텐데, 잘 되겠지, 그래야 만 해.


은지 언니는 매장 안으로 들어가서 친구들 일을 도와주고 있다.


"은지 너 땡땡이 쳤어."


"나는 사장님 모시고 다녔어. 일이 많았어."


은지 언니는 싱글벙글이고, 유리 언니는 못마땅한 표정이다.


소희는 인형같았던 유리 언니가 이제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고 있다.

친구 끼리여서, 편해서 나오는지도.


"유리 언니, 내일 일찍 나오는 거 잊으면 안되요. 양념 닭발 소분 작업 예쁘게 해 놓으세요. 내가 엄격히 검수할 거니까, 각오하세요."


"같이 작업하는 거 아니었어요? 제가 하는 줄 몰라요."


"장비가 다 갖춰져 있는데요."


소희가 카운터에서 카드 단말기 테스트하는 민지에게 다가갔다.


"완벽하게 준비된거야?"


"나 조금 떨린다."


말과는 다르게 민지가 들떠 있다.


이제 사장님이 된 것인데, 왜 그렇지 않겠어.

내가 에스지 카페 처음에 열었을 때 내 발바닥에 구름이 받춰주는 느낌이었는 걸.

힘든지도 몰랐고.


막내 지혜가 빗자루 들고 열심히 바닥을 쓸고 있다.


공부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청소도 잘하네.

S대 다니는 언니들이 일도 잘해.

공부 잘하면 뭐든 잘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


화르륵.


아궁이에서 빠알간 불이 피어나고 있다.


소희가 앞에 앉아서 마른 솔방울을 던져 넣고 있다.


등받이 의자까지 놓고 반쯤 누워서다.

바닥이 차다고 아저씨가 돗자리를 반으로 접어서 깔아주셨고.


아저씨는 옆에서 화로에 술불을 모아서 철망을 놓고 소고기를 구워서 소희 입에 넣어주고 계시다.


축산 아저씨가 못미더워서 우족 덩어리를 150,000원 주고 하나 사왔다.

내일 분식집 백반 메뉴로 뼈를 고아서 설렁탕을 하시라고 아저씨께 말씀드렸다.


우족 덩어리를 보아 하니 족 위쪽으로 살덩이들이 꽤 붙어있는 게 사기친 것 같지는 않다.


아저씨가 기름기가 언듯 보이는 살덩이들을 조금 잘라내서 숯불에 굽고 있다.


소영이 이모에게도 한 근 쯤 나눠드렸다.

정말 좋아하셨다.

축산 아저씨 만나고나서 내내 투덜거리시던 이모가 방긋 웃으시며 나를 안아주셨었다.


'소희 너 밖에 없다. 너 내 딸 하자' 이러시면서.

아까 나를 혼내시려다가 참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는데, 소고기 좀 드렸다고 바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모가 무섭다고 할까.

'앞으로도 나 잘 챙겨줘야 해'라고 몸으로 말하시는 것 같았다.

얼마나 세게 나를 껴안으셨던지.


내 입 속으로 소고기 한 점이 소금에 찍혀서 들어오고 있다.


"아저씨는 왜 안 먹어?"


"난 지금 소고기 보다 먹고 싶은 게 따로 있어."


내가 빨간 레이저 빛을 쏘아내며 아저씨를 노려봤다.


"그렇게 나를 먹는다고 표현하지 말라니까, 아저씨가 그러니까 내가 전쟁터라고 하지. 그리고, 나 오늘 피곤해, 그냥 잘거야. 나 건드리지 마."


"너 아까 한 약속 잊었어? 각방 안쓰기로 한 거 말이야."


"누가 각방 쓰재? 내가 약속은 지키지. 오늘 아저씨랑 한 침대에서 잘거야."


"그래. 그래야지."


"그런데, 나 오늘 피곤하다고. 내 몸 건드리지 말라고."


"너 그러는 거 아니다."


아저씨가 내 허리를 팔로 감아 오셨다.


"아이, 뭐야? 무겁다. 나 소고기 먹고 있는데, 이러기야. 나 아직 배 고파요."


"내가 지금 무척 고프거든, 나도 좀 먹고 살자."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


아궁이 속에 손에 쥐고 있던 솔방울 세 개를 집어던지고, 나는 바닥에 눕혀졌다.


불이 참 세게, 무섭게 타오른다.


"나 아프게 하지마."


아저씨가 이럴 때는 내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으신다.

이래서 매번 몸싸움이 벌어진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하기에.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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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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