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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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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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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7,038

작성
24.06.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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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내가 아는 게 없어

DUMMY

나는 수연이 언니에게 시간을 드렸다.


내가 커피 마시는 모습을 보면서 수연 언니가 나를 비웃으면서 빵 터트렸으니까, 게임 오버다.


관문사거리 신축건물 1층 가게 인테리어 그림을 그려야 해서 유리, 은지 언니를 그쪽으로 보냈고, 수연 언니가 따라 가서 민지와 내가 2호점에 남았다.


"민지야, 너는 최씨 할아버지 의중이 어떠한지 알겠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파격적인 조건으로 가게를 내주신 최씨 할아버지는 무슨 생각이신걸까.


아저씨 말을 들어보면 손해보고 누구에게 혜택을 안겨줄 분이 아니신데.

하지만 하루에 해장국 1,500 그릇을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된다.

5일장 판매는 외지에서 들어오는 관광객들 덕분이다.

작은 동네, 제한된 인구규모로는, 평일에는 서울로 빠져나가는 사람들로 시장통 거리도 한산해진다.


"가격 메리트가 있으니까, 될거라 보신 것 아닐까. 참, 가격은 얼마로 생각하고 있니? 5,000원으로 하면 안될 거잖아."


"고정비에 인건비가 들어가니까, 7,000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그맇게 해도 될까 모르겠다."


그것도 고민이다.

식자재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소고기 구입 가격이 장날 받았던 그 가격으로 유지될지가 관건이다.


그때 카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두 분의 이모님이 계시다.


한지예, 김수지 이모시다.

한 분은 돈이 없다고 하면 공짜로 퍼주기에 능한 분이시고, 한 분은 아이들 보면 뭘 더 내줄까 부터 생각하시는 분이다.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나는 문 앞으로 달려가서 두 분을 맞이했다.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과일주스 드릴까요?"


"나를 왜 보자고 해? 장날 나가면 되는 거 아냐?"


내가 두 분께 설명을 드렸다.

관문 사거리 신축 건물에 해장국집을 열거라고, 그러하니 두 분이 일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지예 이모가 엉뚱한 말을 꺼내셨다.

지예 이모가 손가락으로 밀키트 냉장고를 가리키셨다.


"해장국도 포장작업 하는 건가? 그러면 우리 둘 가지고 되겠어? 파티션도 나누고 전담직원도 둬야지."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큰 충격이 전해져 왔다.


밀키트라.

양평한우해장국 간편조리식품 판매라.


"아시는 거세요? 식당에서 식품가공업을 하려면 공간을 나눠야 한다고 얼핏 듣긴 했는데요. 이모가 파티션으로 나눈다고 하셨잖아요."


나는 지예 이모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왜 그래? 그런 건 다들 아는 얘기지."


"소희가 인복이 터진거야. 지예가 경력을 살릴 수 있겠네. 애 낳고 경력단절되서 울기도 엄청 많이 울었었잖아."


지금 가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지예 이모 의견을 반영시켜야 되겠다.

그 사업을 시작할지 안할지를 떠나서.

그런데, 해야 되는 거 아닐까.

지금 밀키트 제품들을 15군데 식당에서 받아 판매하고 있는데.


"지예 이모, 제가 그 쪽은 잘 몰라요. 밀키트사업 시작하면 초기 생산규모를 얼마로 가져가야 하나요?"


"1,000개 쯤, 시작은 물량을 적게 잡고 점차 늘려나가야지."


지예 이모 입에서 아무렇지 않게 1,000개라는 숫자가 나왔다.

엄청난 수를 그렇게 간단하게.


"지예 이모가 허풍기가 있으신가요?"


내가 정색을 하고 여쭤봤다.


그러자 지예 이모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셨다.


또, 비웃는 거야?

오늘 수연 언니부터 지예 이모까지 왜 이렇게 나를 비웃을까.


어찌됐든 두 분이 함께 하시기로 결심해 주셨다.

밀키트 사업을 본격 추진할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드리지 않았다.


내가 모르겠는데, 지예 이모 말 만 듣고 한다고 하는 건 아니다 싶었다.

그럼에도 공간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나중에 하면 또 돈이 들어가니까.


나는 수지 이모에게 카페일을 도와달라고 말씀 드리고, 신축건물 1층 가게에서 그림 그리기 바쁜 언니들 속으로 지예 이모를 합류시켰다.

나는 대략적인 설명을 하고 빠져나왔다.


나도 모르겠는데, 자꾸 물어오면 곤란하니까.

아는 사람들 끼리 북치고 장구치며 노는거지.


나는 분식집으로 향했다.

내게 가장 편한 곳.

내가 뭘 몰라도, 부족한 게 드러나도 마음이 쓰이지 않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곳.

결정적으로 내가 비웃음당할 일 없는 곳.


아저씨가 나를 보고 비웃는다?

그건 말이 안되는 일이지.

나에게 한을 품게 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잘 아시는 분이니까.


나는 분식집 안 제일 안쪽 테이블에 문을 등지고 앉았다.


아, 편하다.


분식집 안에서는 벌써 점심 밥 때가 됐는지 손님들이 가정식백반을 드시고 계셨다.

오늘의 메뉴는 들깨칼국수였다.


잠시 후 내 앞에 밥상이 차려졌다.

들깨 칼국수를 그릇에 반쯤 담고, 공기에 밥을 절반쯤 담아 내오셨다.


"아저씨, 지예 이모 알아?"


"그걸 왜 물어. 난 걔한테 아무런 짓 하지 않았어."


어라, 왜 대답이 그쪽으로 나와.

미치겠군.

설마 지예 이모하고도 썸씽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

지예 이모는 애도 남편도 모두 있는 분이신데.


"전에 하셨던 일 말이야."


"아, 그거라면, 식품회사에 다녔었어. 대리까지 달았다가 애가 덜컥 생기는 바람에 회사를 나왔지."


"식품회사?"


"너도 들으면 아는 회사야. 농가식품이라고."


아저씨가 줄줄이 꿰고 계시네.

어떻게 알고 계실까.

의심을 안할려야..


"지예 이모가 아저씨에게 말해준거야?"


"응, 퇴사하고 나서 울고 짜고 그랬지."


"애를 갖게 한 이모 남편에게 가서 울어야지, 왜 아저씨한테 와서 그랬지?"


"그야, 지예가 그 녀석하고 결혼할 생각이 없었거든, 지우니 마니 고소하는니 마니 별일이 다 많았어."


아, 머리 아파.

지우는 건 뭐고 고소 얘기는 왜 나오는데.


"왜, 아저씨냐고! 왜 아저씨한테 와서 울면서 그런 얘기를 했느냐고!"


내가 소리를 지르니까, 아저씨가 깜짝 놀라셨다.

마치 내가 왜 이런 말을 했을까 하는 표정이 드러났다.

내가 척 보면 알지.


"그야, 지예가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가 안잡히니까, 나에게 조언을 구한거야."


"그러니까, 왜 아저씨한테 조언을 구하냐고?"


"너도 잘 알면서 왜 그러니. 나는 그냥 들어줄 뿐이야. 조언도 내가 말해준 게 아니고, 지 혼자 주저리주저리 말을 하더니 이래야겠다 스스로 결론을 내린거고, 나는 그냥 옆에 있어 줬을 뿐이야."


"옆에 있어 준 장소가 아저씨 집 안방은 아니겠지?"


"그야.. 아, 아니.. 기억이 잘 안나는데, 너무 오래 전 일이라."


맞네, 맞아.

소영이 이모도 그렇고, 지연이 이모도, 그리고, 엄마도.


에이, 밥이나 먹자.

내가 본점 들어가야 이지 언니 밥 먹으러 오지.


나는 들깨 칼국수를 먹었다.


맛있단 말이지.

아저씨가 음식을 해주면 맛있어.


아저씨가 잠시 주방으로 들어가시더니 소고기 두 점을 구워서 앞접시에 올려 내주셨다.


"사장님, 그 고기 우리도 주면 안되요? 여기 오면 먹는 거로 차별을 받아서 억울한 감정이 생겨요. 가격을 올리시고 평등하게 먹게 해주세요."


"가격은 올릴 수 없어요. 여기 분식집에 오는 손님의 절반 이상이 학생들이어서요. 알겠어요. 고기 좀 더 있으니까 지금 계신 분들께 궈 드릴게요."


분식집 안 손님들 수는 12명이었다.

그 분들께 한우 부채살을 궈 드리겠단다.


미치겠다.

아저씨는 무슨 생각이신걸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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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3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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