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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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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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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7,038

작성
24.06.22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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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보내기가 쉽지 않네

DUMMY

586평 가게 벽 칸막이 공사가 빠르게 진행됐다.

업체에서 아침 일찍 작업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유리 언니가 그린 도면의 완성도가 높아서.


이어서 환기시설, 전기 배선, 급수와 배수 시설, 주방 테이블, 가마솥 걸어놓을 거치대 공사가 이어졌다.

방수작업이 시작될 때 나는 가게를 빠져나왔다.


이제 두 시간 후에 카페 인테리어를 시작하면 된다.

해장국 쪽은 야외에서 쓰는 원형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하고 바로 장사를 하기로 했으니, 시간이 나는 이모들이 카페 쪽 인테리어를 도우면 된다.


이미 에스지 직원으로 채용되셨으니 일을 하셔야지.

내가 한 눈만 팔면 수다 삼매경에 빠지시는 고수분들이라 신경이 쓰이고 있다.

소영이 이모 이미지가 누르고 가는 스타일이 아니시고.

관리가 의미없을 것 같기도.


이모들은 카페 일을 하는 언니들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언니들이 사장인 나에게 존대를 하고 말도 잘 따르는 반면에 이모들은 나에게 하대를 하고 내가 뭔 말을 하면 다들 한마디씩 하려고 하니까.


그래도 일처리는, 언니들은 내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빈틈이 보이고, 이모들은 내 말을 잘 안듣지만 내가 놓친 부분을 알아서들 해 주신다.


이모들은 나를 귀찮게 하고, 하기 싫은 일도 강요하신다.

죽은 돼지 머리에게 절을 하라니.

어제 저녁에 그 말을 듣고 나서 징그럽고 소름 돋아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런 걸 왜 하라고 하는지..



아저씨는 왜 연락이 없는 거야?

수연이 언니가 힘들어서 도망갔으면 연락을 해주셔야지.


나는 분식집에 다가가면서 수연이 언니를 먼저 찾았다.

가장 바쁜 점심 장사 시간대에 맞추려고 서둘러서 온 참이다.


어, 있네?

얼굴도 어려워하는 표정도 아니고.


분식집 앞은 컵밥 장사로 정신이 없었다.

오전과 다름없이 아저씨는 분식집 안에서 손님들 주문을 받고 있었고, 수연이 언니는 컵밥을 전담해서 팔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있었다.


"너 여기 왜 있어?"


"언니 연락을 받았어."


지혜 언니가 분주하게 분식집과 컵밥 장사 테이블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일을 돕고 있었다.


"학교를 졸업한 수연이 언니를 네가 알아?"


"동아리 행사때 오시니까."


지혜 때문에 망쳤다.

도움이 안되는 언니라니까.

수연이 언니는 지혜가 양평에 산다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너 일을 해도 시급 없는 거 알고 있지?"


"너 언니한테 완전 반말이냐?"


"내가 언제는 안그랬어?"


사실 지혜는 오늘 카페 인테리어 공사에 유리 언니한테 호출당한 상태였다.

분식집에 잠시 들렀다가 수연이 언니한테 잡힌 거고.


세상이 내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구나.


"소희야, 컵밥 계속하는 거니? 아저씨는 답을 안하시고 너한테 물어보라시네."


시청에 다니는 미숙이 언니다.


"언니는 가게 들어가서 밥 먹지. 왜, 컵밥을 사가요? 오늘 메뉴가 반계탕이잖아요."


"땀나서, 난 더운 거 싫어. 화장을 고쳐야 해서."


화장이라.

아, 미숙이 언니도 화장을 하는 구나.

색이 안보여서 안하고 다니는 줄 알았더니.

그러면 뭐하러 화장을 하는 거야.


"컵밥 아이템은 아직 유동적이예요. 시장성과 사업성을 검토해야 해요."


"와우~ 소희가 사업을 오래 하더니 이제 말하는 게 사장님 티가 제법 난다."


줄을 서 있는 휴대폰 대리점 직원 오빠가 말을 건네 왔다.

동훈이 오빠다.


"오빠는 왜 여기서 먹어? 사장 아저씨가 가게 안에서 먹는 거 싫어하지 않나?"


"요 앞에 광장 벤치에 앉아 먹을거야."


"오빠는 커피 안마셔? 카페에 안오는 거 같다?"


"내가 커피 사먹는 걸 못봤나 보네. 에스지에서 하루 6잔은 팔아주고 있는데."


거짓말치고 있네.

내가 모를줄 아는 모양이야.

하여간 입만 열면 80% 이상이 못 믿을 얘기니.

영업해서 그런가.


"인증사진 찍어 보내요. 그러면 내가 믿지."


"그럴게. 나를 못 믿는 모양이네. 너 그런데 시간 안내줄거야? 내가 맛있는 거 사준다고 했잖아."


동훈이 오빠는 나하고 아저씨하고의 관계를 알면서도 이런다.


그래서 내가 직접적으로 물어본 적이 있다.

나 유부녀라고,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서류에 도장을 찍은 거냐고 반문했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

나는 아저씨한테 밤마다 도장 찍히며 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해주니 입을 떡 벌리고 말문이 막히길래 미련을 버렸나 했더니 그 날이 지나고나서 시간만 나면 나한테 장난치고 있다.


그게 뭐가 재밌다고.


"한 달 동안 인증사진 찍어서 보내 주면 같이 밥 한 번 먹어 줄게. 오빠가 그랬지? 6잔 팔아주고 있다고?"


"으응. 한 달 동안 매일 6잔 인증사진에 밥 한 번 먹어주는 건.."


동훈이 오빠가 고민에 빠졌다.


답답한 오빠.


그게 그렇게 고민에 빠질 일이야?

말이 안되는 소리를 들었으면 무시하고 말면 끝날 일이지.


"소희야, 그거 내가 해도 밥 먹어 줄거니?"


뜬금없는 소리가 들려와서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보니 이준호다.

고등학교 다닐 때 소희 얼굴을 보겠다고 분식집을 제 집처럼 드나든 적이 있었던 친구이고 지금 K대 다니고 있다.


"준호 오랜만이다. 학교 잘 다니냐?"


"응, 소희 너는 그대로다. 잘 지냈어?"


"나야 바쁘게 살고 있지."


"언제 시간나면 밥 한 번 먹자."


아, 남자들이 피곤하게 말을 걸고 그러네.

나는 이모들 인테리어 잘하나 있나 보러 가야 하는데..


내 얼굴에 딴생각하는 게 써져 있었나 보다.

준호 얼굴에 실망의 빛이 스치고 있다.


"카페로 와. 3호점 여니까 거기로 와. 내가 아무래도 거기 가 있는 시간이 많아."


내가 아저씨 얼굴 보고 3호점으로 가려고 찾아보니 분식집 밖에서 우두커니 서 계신다.


왜 저러고 있어.

손님들이 부르는 소리도 안들려?


"아저씨 왜 그래?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응? 어!"


아저씨가 분식집으로 바삐 들어가셨다.


왜, 정신을 놓고 계실까.

나이가 드셔서 그런가.

보약 드실 나이가 된건가.


나는 아저씨가 허리를 숙여가며 손님들께 서빙하는 모습을 잠시 봤다.


조금만 기다려요.

아저씨가 일을 안해도 먹고 살 수 있을 거예요.


"지혜 너는 나하고 3호점으로 가자."


"여기 바쁘니까 여유가 생기면 갈게."


"안돼. 네가 이모들 일 가르쳐 드려야 해."


나는 지혜 손을 잡고 끌었다.

수연이 언니는 뜻밖의 상황에 놀라워 했지만 나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걸어가는 뒤로 준호 말소리가 들린다.


"아저씨, 제가 지혜 누나 하던 거 해도 되죠?"


"소희에게 물어보고 해."


"바쁜데요. 당연한 걸 뭐 물어볼 게 있나요?"


저 저, 미친 놈.

내가 이래서 너를 안만나주는 거야.

만나면 눈치가 없어서 나를 곤란하게 하니까.

대학교 들어가서도 눈치 챙기는 건 아직 못 배운 모양이네.


뒤돌아보니 준호가 수연이 언니와 말을 나누고 있다.


수연이 언니 보내기가 쉽지 않네.

그래도 소용없어.

오늘이 안되면 내일이 있으니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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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9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8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3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5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2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6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40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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