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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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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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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43,310

작성
24.06.24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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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DUMMY

이수연이 컵밥을 담아 포장해서 손님께 내드리고 있다.


잠시 틈이 나면 두루치기 양념해 놓은 것을 볶기도 하고 밥이 없으면 안치기고 한다.


컵밥 장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S대를 졸업하고 나서 첫 직장으로 들어온 카페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라고 생각했던 에스지에 몸담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분식집 서빙보조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정말로.


일이 어색해서 쭈뼛대던 몸도 이틀째 한다고 많이 익숙해졌다.


"컵밥 메뉴 안늘리세요?"


일을 하면서 제일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오너가 아니니까.


"치킨마요 컵밥은 안하세요?"


메뉴를 꼭 집어서 해줬으면 하는 손님들도 계셨다.


아저씨는 고개를 흔드셨다.

메뉴를 더 늘릴 계획은 없으신 것 같다.


돈만을 생각한다면 라면을 끓여서 4,000원 받는 장사보다는 3,000원 컵밥 장사가 훨씬 낫다.

손이 많이 가는 라면 장사다.

컵밥은 포장해서 가져가는 사업이니 홀 회전율 이런 것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식사를 제대로 못해서 어떻게 해?"


아저씨가 늦은 점심 식사하라고 밥상을 차려 주셨다.

아저씨가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시길래 국수 먹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잔치국수를 뚝딱 해주셨다.


내가 식사하는 동안 아저씨가 왔다갔다 바쁘게 장사하시면서도 나보고는 일어나지 말고 어서 식사 끝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러고보니 아저씨가 식사하는 것을 보질 못했다.


"언니 지금 식사하세요?"


은지가 분식집으로 왔다.

2호점으로 복귀하면서 들렀다고 한다.


은지는 자연스럽게 아저씨가 하고 있던 컵밥장사를 넘겨받아 하고 있다.

새침데기 은지가 밝게 웃으며 컵에 밥을 담고 있다.

얼굴에 미소를 짓고서.


"언니, 식사하시고 3호점 가보세요."


"그래도 되는 거야?"


"제가 여기 있을게요. 분식집 장사 마무리할 때 얼마 안됐어요."


나는 서둘러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3호점 가 봐야지.



3호점에 들어가 보니 유리가 혼자서 뒷정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먼저 사무실겸 휴게실 용도의 문을 열어봤다.


책상 두 개 위에 컴퓨터 모니터가 올려져 있다.

나는 의자에 앉아봤다.


책상 앞에 앉아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새로운 느낌이다.


끼이익.


해장국집 쪽 문을 열고 누가 들어온다.

무서운 소희 사장이다.


"어, 언니가 왔네?"


"예. 은지가 일을 맡아준다며 가보라고 해서요."


"할 만 했어요?"


소희 사장이 그렇게 물어보니까 울컥하는게 있었다.

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소희 사장이 나를 가만히 보더니만 카페쪽 문을 열고 나갔다.


그렇게 나만의 시간이 잠시 찾아왔다.


***


"내일 2호점에서 닭발 소분작업 하지 말고요. 3호점에 들러서 같이 영업 준비하시고 2호점으로 복귀하세요."


"이제 닭발에서 해방되는 건가요?"


유리 언니가 정말 신나하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좋을까.


"해장국집에서 맡을 거예요. 작업하면서 냄새가 나서 안좋았어요."


"저는 계속 분식집으로 출근하나요?"


수연이 언니가 그렇게 물어오니까 마음이 약해진다.

하지만 그러면 안된다.


"내일은 피크 시간대 만 가 있으세요."


내가 많이 봐줬다.

왜 눈물을 보이는 거야.

PC방에서 나는 수연이 언니 눈가로 비치는 물기를 보고 말았다.

그걸 보면 안되는 건데.


"그러면 저 3호점으로 출근하는 거예요?"


"하아, 언니가 말 많이 하게 하시네."


나는 한마디해주고 해장국집으로 넘어갔다.

이제 이모들 챙겨야 한다.



해장국집에서는 김치 담그기가 한창이었다.

내일 장사를 준비하는 것인데.


"소영이 이모, 내일 8시에 출근하셔서 30분에 오픈할 수 있게 준비해 주세요."


"너무 이른 거 아니니? 10시 30분에 오픈하자."


김치를 담그고 계시는 이모들이 둘의 대화에 귀를 쫑긋하고 계시다.


"제가 24시 영업도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러시면.."


"야! 됐다. 알겠어. 8시 30분."


바로 내 말을 끊으시는 소영이 이모시다.


"큭큭큭, 소영이가 24시에 겁먹었어."


"소희한테 꼼짝 못하네."


"그런 공갈포에 속아 넘어가다니."


이모들이 한마디씩 하신다.


24시 영업 생각해 본거 맞거든요?

잠은 자야하니까, 7시부터 1시까지를 염두해 두고 있었다.

숙직 개념으로 가게를 번갈아서 지키시면 되는 일이니까.


"좋았어요. 일단 영업을 밤 8시 30분까지만 할게요. 내일은 요."


"그 후에 영업시간을 더 늘리겠다는 거야?"


"수요를 파악해 보고요. 그 이후에도 손님들이 계신다면 열어야죠."


"그게 되냐? 다들 가정이 있고, 시간되면 남편 밥 해주러 가야 하는데."


이모들이 웃고 계신다.


"너는 남편도 없으면서 남 신경 엄청 써준다."


"소영이가 언제부터 내 남편 밥 걱정을 해줬데?"


소영이 이모가 이모들에게 손가락으로 입을 막으시며 눈치를 주시지만 그걸 들으실 이모들이 아니시다.


"나는 좋아. 시간외 수당이 짭짤한 법이거든."


해리 이모시다.


"물론 드립니다. 1.5배요."


"그러면 해야지. 나도 좋아. 날 넘어가기 전에 집에 들어가면 돼."


정희 이모시다.


"집에 들어가서 남편하고 놀 생각은 안하는 거야?"


"남편하고 뭐하고 노냐? 소영이가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나. 소영이가 남편없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오래 됐어."


이모들의 수다가 시작되셨다.

내가 끼기도 그렇고 자제시키기도 어려운 구간이 이 지점이다.

이모들이 남편 얘기만 나오면 성을 내신다.


나는 이유를 알수 없다.

서로 사랑하셔서 결혼을 하시고 애도 낳아서 키우셨으면서 이모들이 남편 얘기 하는 걸 들어보면 세상에 그런 못된 남자가 없다.


"밤마다 얼마나 귀찮게 하는지 알아. 잔소리도 얼마나 늘었는지 몰라."


"너는 남편이 밤에 하자고 하는 거야? 부럽네. 우리 애 아빠는 그냥 초저녁부터 잠들어. 그리고, 새벽같이 출근하고. 우리집은 재미가 있을 수가 없어."


"내 남편은 반찬투정이 얼마나 심한지 몰라. 짜다, 싱겁다."


이모들이 수다를 떠시면서 김치 담그기를 마무리하고 계시다.

내일은 오픈일이어서 배추 김치까지 했지만, 그 후 부터는 깍두기 만 준비하기로 했다.


해장국을 7,000원에 팔기로 했으니까,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소영이 너는 우리가 밤마다 남편 끌어안고 자는 줄 알았나 봐?"


"남편 뒀다 뭐하니. 그럴 때 쓰는거지."


"소영이가 그리운가 보다."


"남자 품이 엄청 그리운가 봐."


소희가 해장국집 문을 열고 나오고 있다.


아저씨나 보러 가야겠다.

이모들 얘기를 많이 들었더니 내 아저씨는 양반이었어.

잔소리도 없고 보채지도 않으시니까.


해리 이모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

잠자리는 한 달에 한 번만 해준다는 말.

그 날이 오면 하루가 즐거우시다고 한 말.


그날이 오면 밖에 나가 외식하며 맛있는 것도 먹고, 영화도 보며 데이트하고, 무드 잡으며 와인 한 잔 하고 나서야 남편을 안아 주신다고 하신다.

그런데, 묘하게 남편이 더 좋아하신단다.

매일 하는 게 좋은 것 만은 아니라는 말씀이 내 귀에 와서 박혔다.


그래, 그거야.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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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나이든 사슴이지만 NEW 13시간 전 8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24.06.29 12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17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31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7 0 7쪽
»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9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0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1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7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1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9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2 0 7쪽
82 도와줘 24.06.17 27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9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9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1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4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6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0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4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6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8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9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4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4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3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7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7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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