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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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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6.28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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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37,038

작성
24.06.0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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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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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DUMMY

손님들의 끊임없는 행렬은 무시무시했다.


몇 사람의 손님이 드셨고, 몇 사람 분의 해장국이 남아 있는지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저 오시면 내드리고, 일어나시면 상을 치우고, 또 내 드리고.


오전 9시 무렵에 시작한 해장국 장사는 장이 마감되는 5시 무렵까지 이어져야 한다.

오늘 준비한 분량은 1,500인분.


오후 3시.


그동안 일을 하시는 이모님들은 식사를 하시지 못했다.

관계자 분들인 시장상인회, 이장협의회, 강상 마을 부녀회 분들은 번갈아가며 식사를 하셨다.


하지만 소영이 이모가 직접 고용한 다섯 분의 이모님들은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하루 온종일 자리를 지키고 계셔야 했다.


책임감이라는 것.


소희는 하루를 지켜보며 황당한 경험을 몇 번 했다.


시키지 않았는데, 사실 그러면 안되는데, 소고기 해장국을 드시고 돈이 부족하다고 또 지갑을 놓고 왔다고 말하는 분들께 언성을 높이지 않고 그냥 가시게 한 사람이 있었다.


고작 알바 주제인 이모님이 독단으로.


한지예 이모가 그렇게 공짜로 대접한 분을 내가 본 것 만 6명이다.


내가 보고도 뭐라 하지 않으니까, 소영이 이모나 다른 이모들도 말만 하면 그냥 드리는 것이 일상이 됐다.


"우리도 그냥 가도 되요?"


젊은 오빠 네 명이 식사를 하시고 내게 던진 질문이다.

돈이 없다고, 지갑을 안가져왔다는 말없이 그냥 그렇게 농을 걸어왔다.

카드를 내밀면서.


"맛있게 잘 드셨어요?"


"그쪽이 여기 사장님이신 것 같은데, 이렇게 장사해도 되요?"


"안될걸요."


내가 웃으며 그렇게 대답해 드렸다.


아이를 데리고 온 테이블에는 공짜 국이 들어가기도 했다.


아이 엄마 세 명이 와서 소고기 해장국 세 개를 주문했는데, 6그릇이 나갔다.

아이가 다섯 살 쯤 됐을까.

아이 엄마가 나눠 먹게 빈그릇을 세 개 달라고 했는데, 뚝배기 세 개에 해장국을 담아 내갔다.


오늘 처음 온 알바 주제에.


김수지 이모는 뚝배기에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선지와 소고기 몇 점에 국물을 1/3 쯤 담아서 꼬마 손님들에게 공짜로 내드리는데 거침이 없었다.


아이 엄마가 그랬다.


"안그러셔도 되는데요. 미안해서 어떻게 해요."


그랬더니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하는 수지 이모가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은 자기가 먹은 그릇대로 커요."


이 무슨, 개가 풀을 뜯어먹는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시고 돌아서셨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 가슴 아파라.


왜인지 눈물이 나와서 미치겠었던 소희다.


그런 건 나 뿐만이 아니었는 모양이다.

줄을 선 분들 중에서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감추시는 분들이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서로 놀라 했으니까.


장사를 이렇게 해도 되는 거야?


끊임없이 손님이 밀려들어 오는 데, 정작 본인들은 점심식사도 못하시고 몸이 힘드실텐데, 그런 배려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알바 주제에, 건방지게.


유리 언니는 이런 건 잘 습득하는지 건방진 건 다 따라하고 있다.

직원들이 외워서 실행에 옮겨야 하는 메뉴얼 처럼.


하여간 주제 파악 못하는 유리 언니.

내가 그렇게 야단을 쳤는데도 아직도 말을 못알아 듣다니, 이 언니를 내가 어떻게 가르쳐서 써야 하나 몰라.


"소희야, 줄서고 계신분들 줄을 잘라드려야 해. 이제 100인분이 다야."


공짜로 퍼주기 좋아하는 지예 이모가 말하고는 직접 가려 하길래 내가 막았다.


"그냥 계세요. 이런 일은 원래 쫄따구가 하는 게 맞거든요. 유리 언니!"


졸지에 쫄다구가 된 유리 언니가 줄을 선 사람들 숫자를 세면서 손님들께 말씀 드렸다.


"해장국이 얼마 안남았어요. 100분 드실 양 만 남았어요. 이해해 주세요."


소희가 해장국을 내드리러 테이블로 가자 반가운 분이 나를 보고 미소짓고 있다.


"안녕하세요. 동대표 할아버지."


"창피하게, 동대표 소리는 하지 말지. 장사 잘되네?"


"예. 할아버지가 신경써 주셔서요. 줄을 서신 거세요? 얼마나요?"


"한 시간 있었어. 뭐, 지루하진 않았어. 티비로 드라마보는 것 보다 더 재밌었어. 스토리가 짜임새있는 드라마 같았거든."


"주책이유. 왜, 엉뚱한 소리를 그렇게 해요."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타박하셨다.


나는 할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이해 못했다.


오늘 이해못할 말들이 많네.

내가 학교 공부를 안했더니 모르겠는 말들이 너무 많아.


"아, 내장이 조금 질길텐데, 바꿔 드릴까요?"


"아니야, 그냥 줘. 할멈이 질긴 것 먹고 내가 연한 거 골라내서 먹으면 되니까."


아, 그렇게 드시는 구나.


"그러면 맛있게 드세요."


내가 인사하고 돌아서려고 하자, 할아버지가 나를 붙잡으셨다.


"이 장사 장날 만 하는 거야? 매일 할 수는 없나? 장날 아닌 날은 가게에서."


"왜, 주책을 부려요? 왜 그래요."


할머니가 말을 또 끊으셨다.


이분들은 이런 게 일상이신가 보다.

할아버지가 말을 던지시고, 할머니는 끊으시고, 다투시는 것 같으신데 싫은 표정 이런 게 없으시니까, 이런 게 일상 대화이신 것 같다.


"하면 좋죠."


나는 인사하고 자리를 빠져 나왔다.

내가 할일이 쌓여있다.

잠시 3분 쯤 말동무해 드린 것 뿐인데 일이 밀려 있다.


"아저씨는 분식집은 어쩌고 나왔어?"


"소희 얼굴 보고 싶어서 유리보고 지키라고 했어."


"거짓말!"


나는 콧방귀를 껴주고 등을 쌩하고 돌렸다.


아저씨는 테이블을 다니시며 빈그릇을 정리하셨다.

그런데, 아저씨를 알아보는 분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더 많다.


그런 점에서는 소영이 이모와 닮아 있다.

이모도 상인회 회장님, 이장님들과 수다떨고 계시니까.



이제 장사가 마무리 돼 간다.

몇 분이 남아 해장국을 드시는 천막을 제외하고 뒷정리가 시작됐다.


식사 못하신 이모님들은 장사 끝나고 드시게 하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

어서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서 쉬고 싶으시단다.


다음 장날에도 오셔야 된다고 말씀드리니까, 오고 싶지 않단다.


이유를 여쭤보니 이모 자신이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자기는 장사하고 맞지 않는다시며 안오시겠단다.

공짜로 퍼주셨던 지예 이모가 한 말이고, 수지 이모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애들 만 보면 이성을 잃어. 얼마나 예쁜지 말이야. 나도 장사에 도움이 안돼."


주제파악을 못하시는 이모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건 또 아닌 모양이다.


나는 이모님들이 장사에 큰 도움이 되고 있으니 그런 걱정하지 마시고 나와달라고 부탁드렸다.

나는 말을 하면서도 내가 한 말이 뭔 말인지 모르겠다.

그냥 내 입에서 엉뚱한 말들이 제멋대로 나왔다.


동대표 할아버지는 식사하시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남아 계시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에게 말을 던지셨다.


"아까 한다고 했어."


"뭘요?"


"가게 말이야. 해장국 장사."


"그거야 마음이 그렇다는 거죠. 한다고 말씀을 드린 게 아닌데요. 저 할일 많아요. 제 몸은 하나니까요."


"같은 말 두 번 하는 거 아니야. 내가 가게를 공짜로 내줄게. 대신 장날이 아닌 날과 일주일에 한 번 빼고 꼭 가게를 열어야 하고, 팔리는 해장국 한 그릇 당 200원 줘. 어때?"


할아버지가 내 머리를 아프게 하시네.

계산이 어떻게 되는 거야.

하루에 100그릇을 팔면, 할아버지가 하루에 20,000원 버시는 거네.

장날 빼고, 일주일에 하루 빼고, 20일 열면 한 달에 세를 40만원 만 받겠다는 계산이신건가.


"가게는 어디고, 평수는 얼마나 되는데요?"


"관문사거리 신축건물 알지? 거기 1층 통채로 줄게."


"거기는 못 잡아도 500평은 되지 않나요?"


"정확히 586평이야. 그 정도면 장사하는데 불편함이 없을거야."


"거기 건물 주인하고 얘기가 되신 거세요?"


"소희가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그러면 하는 걸로 알고 갈게."


그러시고는 휑하고 가버리셨다.


그러고 가시면 저보고 어쩌라고요.


"아저씨?"


"나를 부른거야?"


능청스런 말이 들려왔다.


"소희야, 다음 장날은 3,000인분 준비하래."


"그건 또 뭔 소리세요."


소영이 이모 뒤로 관계자들 10여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해관계자들이다.

아마 이익분배 얘기도 나올거다.

다 뺏어 먹으려고 하겠지.

이제 돈 전쟁이 시작됐다.


나는 머리 좋은 유리 언니를 불러서 옆에 세웠다.


자, 싸워보자.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호락호락할 줄 았았다면 오산이시라고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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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내 거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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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그놈이 문제야 NEW 10시간 전 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16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14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16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18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18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5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18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17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0 0 7쪽
82 도와줘 24.06.17 25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27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26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0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2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27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3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25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29 1 9쪽
»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3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44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46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46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0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1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1 1 7쪽
66 왜 그러는 거야 24.06.01 46 2 7쪽
65 아프게 하지마 24.05.31 55 2 8쪽
64 그게 뭐라고 24.05.30 39 2 8쪽
63 넘사벽 소희 24.05.29 41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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