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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의 서재입니다.

아저씨는 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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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여우
작품등록일 :
2024.03.28 10:40
최근연재일 :
2024.07.02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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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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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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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글자수 :
349,370

작성
24.06.30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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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나이든 사슴이지만

DUMMY

나의 온신경이 밀키트 제품으로 향한다.


산처럼 쌓여져 있는 밀키트 제품들.

정말 내 눈에는 작은 산처럼 보인다.


시생산된 제품 480개 중 양평 시내 마트를 돌고 카페 냉장고에 넣고 남은 350여 개가 쌓여 있다.


해장국 집에서 파는 소비자가는 11,000원, 나는 할인해서 팔고 싶지 않다.

소영이 이모에게 얘기해 놓은 할인 판매 시간은 오후 6시.

앞으로 3시간 남았다.


"소희야, 너무 걱정하지마. 6시 되면 금방 다 팔릴거야."


그걸 위로라고 해주는 거야.

7,000원으로 팔아봐야 돈이 안남는다고요.


띠리링.


"어, 아저씨."


- 밀키트 분식집으로 더 가져와라.


"아까 놓고 온 20개가 다 팔린거야?"


- 단골들이 한두 개 집어 가신다. 30개 쯤 더 가져와.


"아저씨가 와서 가져가. 여기 사람 없어."


- 알..겠어. 얐마! 네가 밀키트 가져와라~


"나보고 하는 소리야?"


- 아니야, 그럴리가 없잖아.


"아저씨가 지금 나한테 욕했어."


- 아니라니까, 도예한테 한 소리야. 오해하지마.


도예?

그런 이름을 가진 이모가 있었나?

얏마?


그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이제 320개 남았다.



"정 사장, 우리는 왜 안줘?"


"뭘 줘요."


개군축산에서 내일 장날에 쓸 소고기를 납품하려고 온 김달수 사장님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우리도 매장 있는 거 알잖아. 우리 계약 맺자."


"무슨 계약요."


나는 머리로 어떻게 밀키트 물량을 처리해야 하나 고민중이었다.


김 사장님이 자꾸 말을 시켜서 헷갈리게 해서 짜증이 나고 있었다.

소고기를 납품했으면 빨리 가실 것이지, 왜 이렇게 귀찮게 말을 시키고 그러신데.

내 얼굴에 내 생각이 써 있었나 보다.


"야! 내 얼굴 좀 보지?"


"아니, 귀찮게 왜 그래요. 안그래도 머리 아파 죽겠고만."


내가 김달수 사장님 얼굴을 보니까, 빙그레 웃고 계셨다.


"저기 쌓여 있는 거 나한테 다 줘. 차로 싣고 갈게."


"지금 장난 쳐요? 그걸 김 사장님이 어떻게 판다고요?"


"정사장 너, 나를 무시하는 것 같다."


개군 축산 매장을 내가 가봐서 알지.

직매대가 30평 정도 밖에 안되는 매장에서 밀키트 300여 개를 가져가서 어떻게 하려고 그래.


"알겠어요. 10개 드릴게."


"매일 300개 줘. 그리고, 정육점 쪽으로 물건 풀지마. 나에게 독점으로 주겠다는 계약서 한 장 쓰자. 아, 제품도 내가 소고기 납품하면서 직접 실어갈게. 준비만 해줘."


"농담 아니예요?"


내가 눈쌀을 찌푸리며 노려봐 드렸다.


"소희야, 중간에 끼어들어서 미안한데, 김씨에게 300개 다 주면 안된다. 나 7,000원으로 50개 예약 받아놨어."


소영이 이모가 말씀하셨다.

나는 소영이 이모를 때리고 싶었다.


진심으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지.

머리를 어떻게 그런 쪽으로 굴리시나 몰라.


계약서라?


그건 머리 좋은 사람에게 맡겨야 겠다.


"현금 줘요. 반품, 환불 없어요. 계좌로 당장 쏴 줘요. 9000원에 300개. 그리고, 계약서는 지금 못써요. 내일 다시 오셔서 써요."


"정 사장이 나를 못 믿는 거 맞네. 웬지 서운한걸?"


그러시면서 휴대폰을 꺼내서 계좌이체를 바로 해주셨다.


270만원.


그리고는 서둘러 밀키트 300개를 냉동탑차에 싣고는 부리나케 어디론가 가셨다.


"반품한다고 말만 꺼내 봐. 내가 소고기 납품처를 바로 바꿀거야."


"소희야, 내가 예약 받은건?"


"꿈 깨셔! 그리고, 정가로 예약을 받으셔야지. 그게 뭐예요?"


어찌어찌 다 팔아서 나는 기분이 업돼 있었다.

뿌듯함이 몰려온다.

이 맛에 사장 하나 보다.


이제 남은 밀키트 제품은 20개 뿐이다.

시간이 3시 30분 밖에 안됐으니 모두 파는 건 문제없다.


내 얼굴에서 웃음이 실실 새어 나왔나 보다.


"소희가 이제야 웃네."


"그래, 자주 웃어라. 웃으니까 더 예쁘다."


내가 이쁜 걸 이제 아셨어?

새삼스럽게 왜 그러실까.


계약서를 언니에게 맡겨야겠다.


나는 사무실로 들어갔다.


"수연이 언니가 계약서 한 장 써 주세요."


내가 개군축산 김달수 사장님과 있었던 일을 얘기해 줬다.


"알겠어요. 사장님, 그보다 당장 포장작업 준비하셔야 해요."


"뭔 포장요."


"온라인에서 주문 들어왔어요. 지금 150개요."


나는 이 언니도 장난치나 싶었다.

하지만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놀랍게도 주문이 진짜 들어와 있다.


"어쩌지? 큰일 났다."


"왜 그러세요. 사장님?"


"주문 몇 개 들어올 것 같아요?"


"6시 전까지 300개 쯤요. 그 후에 주문 들어오는 것은 내일 오전 중에 작업해서 택배로 보내면 될 것 같아요. 하루 두 번 배송으로 가면 어떨까요?"


"오후 포장, 배송 작업은 두 언니가 맡으세요."


나는 말해주고 해장국집으로 바삐 들어갔다.

그리고, 이렇게 소리쳤다.


"공장 가동 하세요."


지예, 해리 이모가 공장으로 빠지자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내일 장날 준비도 해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해."


"저는 포장 자재 준비해야 해요."


나는 사무실로 다시 들어갔다.


내가 컴퓨터 의자에 풀썩 앉자 유리 언니가 물어왔다.


"사장님, 뭐 한 잔 갖다 드릴까요? 그 고운 얼굴이 수분을 보충해 달라고 말하고 있어요."


"또, 말장난이야. 정말! 주.제.."


"그 다음 말 하지 하세요. 수박주스가 좋겠지요? 이니면 레몬차 드릴까?"


나는 그저 입술을 깨물고 유리 언니를 노려봤다.


"아, 우리 예쁜 소희 사장님은 레몬차를 좋아하시지. 아이스 레몬차로 준비해 드릴게요."


"정말!"


유리 언니가 재빠르게 사무실을 빠져 나갔다.

수연이 언니가 부러운 눈빛을 내게 쏘아주고 있었다.


"수연이 언니는 행여라도 유리 언니가 하는 짓을 따라 하면 안되요."


"왜요? 저도 소희 사장님과 친해지고 싶어요."


"내가 유리 언니하고 친하게 보인다고요?"


요새 말이 안되는 소리를 많이 듣는 것 같다.

아저씨나 언니들이나 이모들이나 왜들 그래 정말.

정신을 어디에 두고 그러는 거야.


"사무실 공간 잘 뺐죠?"


수연이 언니가 뭔가를 기대하며 내 얼굴을 올려다 보고 있다.

책상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옆으로 돌려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인데..


"설마 나한테 칭찬 받으려고 그러고 보는 거예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소희님 칭찬에 목마른 사슴이랍니다."


수연이 언니가 눈에 하트를 뿅뿅 그려 넣고 두 팔 마저 벌려서 나를 안으려고 덤벼들고 있다.

나는 언니의 어이없는 행동에 순간 당황했는데, 정신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러면 안된다.

미래에 다가올 불행의 씨앗을 뿌리면 안된다.

노란 싹을 죽여버려야 한다.


"나잇값 좀 하세요. 사슴 못보셨어요? 정말 언니가 닮았다고 생각해요? 그 얼굴이 사슴하고 어울려요?"


"소희님이 볼 때는 제가 나이 든 사슴이겠지만 그래도 예뻐해 주세요."


수연이 언니가 기어코 나에게 다가와서 나를 꼭 안으셨다.

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내 등을 꽉 잡아 당기셨고.


수연이 언니가 유리, 은지 언니 보다 더한 언니일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밀려오고 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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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손해보는 것 같아 NEW 9시간 전 3 0 7쪽
95 당신들 아들이 아니라는 거 믿어 24.07.01 10 0 7쪽
» 나이든 사슴이지만 24.06.30 19 0 7쪽
93 생각이 많은 언니야 24.06.29 18 0 7쪽
92 그놈이 문제야 24.06.28 24 0 7쪽
91 처음 안아 보시나 24.06.26 39 0 7쪽
90 너무 하긴요 24.06.25 20 0 7쪽
89 좋은 건 따라 하는 게 맞지 24.06.24 22 0 7쪽
88 부담은 나에게 24.06.23 22 0 7쪽
87 보내기가 쉽지 않네 24.06.22 24 0 7쪽
86 이 정도라? 24.06.21 19 0 7쪽
85 정말 괜찮은 거야? 24.06.20 25 0 7쪽
84 난 신입이니까 24.06.19 22 0 7쪽
83 내가 미안해지잖아 24.06.18 26 0 7쪽
82 도와줘 24.06.17 31 0 7쪽
81 결정권자 눈에 들어야 해 24.06.16 33 0 7쪽
80 엉덩이 한 대 맞고 얘기하자 24.06.15 32 0 7쪽
79 어색한 사이가 되는 건 피해야 한다 24.06.14 25 0 7쪽
78 내가 아는 게 없어 24.06.13 28 0 8쪽
77 번지수를 잘못 찾아 24.06.12 31 0 8쪽
76 나는 관대한 여자니까 24.06.11 37 0 9쪽
75 밀당하다 24.06.10 30 0 9쪽
74 잠시 휴전되다 24.06.09 34 1 9쪽
73 주제 파악 못하는 이모들 24.06.08 48 1 9쪽
72 나쁜 사람으로 만들지 말아요 24.06.07 50 2 8쪽
71 길이 어디까지 뚫린거야 24.06.06 53 1 8쪽
70 미쳤어 정말! 24.06.05 53 1 7쪽
69 그렇게 좋은 거야? 24.06.04 58 1 7쪽
68 왜 그러실까 24.06.03 38 1 7쪽
67 시샘한다고? 24.06.02 36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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