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재시작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초월 마황제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재시작
작품등록일 :
2018.01.01 11:35
최근연재일 :
2018.01.31 19:58
연재수 :
44 회
조회수 :
12,698
추천수 :
40
글자수 :
189,063

작성
18.01.16 19:11
조회
247
추천
0
글자
10쪽

빈 와인병과 추구하는 목표

DUMMY

25.

갑작스런 행복에 의문을 품는 한편으로, 나는 팔을 들어 올려 제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정말로, 갑자기 이런 행복이······ 내게 와도······?’

그 순간 내 어깨에 팔을 두른 제인의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응. 된다.’

이번 인생은 3회차 인생이었다. 죽을 고비를 그래도 몇 번 넘겼다. 인류지적 13체 중 하나인 흑암마녀 엘리스의 부하도 되었다가, 성공률 50% 확률의 [전생회귀]도 경험했다.

‘평생 키스 한 번 못해 본 놈이 그래도 3회차 인생을 살면서 한 번 정도는 해 봐도 되잖아!’

그랬다. 나는 이게 첫 키스였다.

우리는 입술을 떼어냈다. 나는 숨을 헐떡였고, 제인은 빙긋 웃었다.

“아, 덥네요. 한 잔씩 더 할까요.”

제인은 와인 글래스에 와인을 채웠다.


10분 뒤.

와인병은 텅 비어서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5분 뒤.

우리가 벗어 던진 옷은 스위트룸 바닥을 덮고 있었다.


1분 뒤.

우리는 침대 시트 속으로 파고 들어가 있었다. 뜨거운 키스는 멈추지 않았다.


10초 뒤.

나와 그녀는 눈을 마주쳤다. 이해와 승낙이 눈빛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말 괜찮은가?’

그녀의 순결을 걱정한다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었다. 나는 막연하지만 궁극적인 목표, 최강을 추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를 안는 것이 옳은가?

지금 내가 여자의 몸을 알면, 그 안온함을 깨닫게 되면 십중팔구 정신적으로 약해질 것이다.

나는 지금이 내 인생의 갈림길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병신 같지만 왠지 분명한 맹세를 했다.

‘최강자가 되기 전에는 여자를 안지 않겠다!’

이것은 나 자신에게 거는 제약이었다. [전생회귀] 능력이 있으니, 나는 얼마든지 향락을 누릴 수 있었다. 가진 돈 다 쓰고, 또는 전생해가면서 기억을 축적해서 돈을 잔뜩 벌 수도 있다. 아니, 그전에 정신계 주문으로 여자의 정신을 조작해서 미녀 백 명을 나만의 미녀 비서, 미녀 몸종, 미녀 연인으로 얼마든지 삼을 수 있다.

‘하지만 안 된다! 한 번 그 선을 넘으면 나는 끝이다! 최강이 될 수 없다!’

치팅이라는 행위는 처음 한 번 쓰기가 어려운 법이다. 두 번째 부터는 당연하다는 듯이 하게 된다.

‘아아, 내가 갑자기 9단위 마법사가 되지 않고 노력해서 9단위 마법사가 되었다면 이런 번민은 없을 텐데. 나는 내 정당한 노력을 받아들이며 제인을 안았을 텐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갑자기 강해진 나는, 나 자신의 정신을 통제해야 했다.

“데트날프 님······?”

제인이 손으로 내 등을 쓸면서 재촉했다.

‘아우, 제기랄!’

나는 육신계 3단위 주문 [튜닝 호르몬]으로 내 몸 속에서 펑펑 쏟아져 나오는 테스토스테론을 통제했다.

정신계 3단위 주문 [클리어 마인드]로 내 정신을 말끔히 해서 번뇌를 없앴다.

“미안합니다.”

나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인의 손이 내 등에서 미끄러졌다.

“아······.”

나는 일어나서 속옷을 주워 입었다.

“내일은 모험가 협회 지부에 입회 시험을 보러 가야 해서요. 중요한 날이라.”

“네?”

아차, 변명치곤 너무 이상했다!

“그렇······군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거군요.”

제인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아, 아뇨! 아닙니다! 제인 씨가 싫다는 건 아닙니다.”

제인의 얼굴에 슬픈 미소가 번졌다.

“후후. 하지만 거절하시려면······ 미리······.”

거기까지 말하던 제인이 입술을 깨물었다. 이렇게 말하는 자신이, 이 상황이 너무나 분한 거겠지.

“너무하세요.”

“미, 미안합니다. 정말로, 정말로 미안합니다.”

아아! 내가 못할 짓을 했다. 옷까지 다 벗어놓고는 이게 뭐하는 짓이람.

제인은 한숨을 포옥 내쉬더니 내 옆에 나란히 서서 옷을 입었다. 사락사락 옷 입는 소리와 우리 두 사람의 무거운 침묵뿐이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옷을 다 입은 제인의 겉모습에는 빈틈이 없었다. 그녀는 술병을 손으로 가리켰다.

“피치 와인 가격과 룸서비스 가격은 체크 아웃할 때 정산될 겁니다.”

제인은 객실을 나갔다. 그리고 문소리가 조금 시끄럽게 쾅 닫아버렸다.

스위트룸에는 빈 와인병과 나 혼자 남았다.

“젠장.”

절대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지만, 술을 거의 다 마시다시피 한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이른 아침.

나는 1층으로 내려갔다. 주인장이 프론트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주인장, 주인장 거려서 나도 주인장이라 부르지만 주인장이라는 어감과 달리 꽤 연륜과 학식을 갖춘 사람으로 보였다.

“크흠.”

어색한 나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다가갔다. 주인장은 피식 웃었다.

“어젯밤, 우리 테번의 꽃이 무례를 저질렀더군요.”

“아, 아뇨. 무례는 제가 저지른 거죠.”

“후후후. 알긴 아시는구려.”

“쳇.”

“데트날프 님은 묘하게 오래 수양한 마법사 영웅 같으면서도 은근히 허당 같소. 꼭 연애 한 번 못해 본 마도공학 기술자나 마법대학의 연구자 같소.”

“으음······!”

족집게가 따로 없군. 젠장. 나는 인상을 구겼다.

“하하하! 복잡한 심경이오. 우리 테번 최고의 미인이 처음 보는 남정네 품에 안기는 것은 싫지만, 또 그 남자한테 소박맞고 나오는 것도 싫거든? 뭐, 그런 거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럼 값이나 치르고 나가슈.”

테번 주인은 영수증을 내밀었다.

“엥?”

“스위트룸 하루 숙박비와 룸서비스 가격이오.”

“공짜 아니었어요?”

“아닐 ‘뻔’ 했던 거지. 후후.”

나는 은화 전부를 지불하고 지폐를 여러 장 내야 했다.

“공부 많이 하고 나갑니다.”

“그래요. 다음에 또 오시오.”

나는 테번을 나갔다.

“아.”

테번의 문 앞에는 제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막 동이 터오고 있었는데, 그녀는 내가 새벽 일찍 나설 것을 알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 잘 주무셨습니까?”

나는 목을 졸린 닭 같은 목소리로 제인에게 인사했다.

제인은 눈을 부릅뜨고 내게 말했다.

“오늘, 모험가 입회 시험 보러 가실 거죠?”

“그렇습니다만.”

“정신 바짝 차리셔야겠네요.”

“그렇습니······.”

짜악!

제인의 손바닥이 내 얼굴에 작렬했다. 내가 어이없어 하자 그녀는 빙긋 웃었다.

“정신 차리고, 꼭 모험가가 되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테번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녀의 손바닥은 아마도 내 뺨만큼 뜨거워져 있겠지.

“미안합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나는 여신의 축복을 받은 사람처럼 모험가 협회 지부로 걸어갔다.



나는 ‘모험가 협회 엑셀레온 지부’ 앞에 섰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나는 왕국군의 요새인 줄 알았을 것이다. 큼직한 건물처럼 보이는 한편, 작고 단단해 보이기도 했다.

‘굉장하군.’

아침인데도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정문 앞에는 갑옷을 입은 전사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고, 그로부터 수십 미터 떨어진 곳에 마차들이 대기 중이었다. 비싼 옷을 입은 자들이 정문 안으로 수시로 드나들었다. 건물 옥상에는 그리폰을 탄 전령들이 바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인파를 헤치며 모험가 협회 엑셀레온 지부 앞으로 갔다. 그러자 건물의 좌우에는 거대한 ‘마력수호탑’이 하나씩 있는 것이 보였다. 마력수호탑은 [필드 오브 프로택션] 주문과 각종 보호 주문들을 거대한 규모로 사용하는 마법 건물이었다. 확실히 모험가 협회 엑셀레온 지부답게 튼튼해 보였다. 그런데 두 개의 거대한 탑들 중 동쪽에 있는 탑 하나는 꺼져 있었다.

“어이어이, 서둘러. 마나 필터를 교체하라고.”

“젠장. 마나 필터가 문제가 아냐. 마나 코어가 맛이 간 것 같은데. 1급 기술자님, 서 있지만 말고 쪼그려 앉아서 직접 보세요.”

“거 좀 조용히 진행합시다. 사람들이 보잖아.”

탑의 주변에 철조망이 쳐져 있었다. 그 안쪽에, 계급이 높아 보이는 마법 기술자가 서 있었다. 그리고 계급이 낮아 보이는 마법 기술자들은 더 안쪽에 쪼그려 앉아 수호탑을 점검하고 있었다. 그들은 연신 투덜거렸는데, 겉으로 보아하니 본격적으로 수리를 한다기 보다는 문제를 확인해 나가는 과정인 것 같다. 잘은 모르지만 두 개의 마력수호탑 하나가 고장이 났고, 문제 확인 중인 모양이었다.

‘뭐, 전체적으로 제법이네.’

나의 모험가 협회에 대한 첫인상은 좋았다. 나는 천상 연구만 해왔기에 사실 모험가 협회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다만 임플란티카 대륙에서 최강으로 가려 한다면 꼭 거쳐야 하는 곳이지.’

모험가 협회는 웨스트리아 왕국의 부흥기와 함께한다.

모험가 협회는, 인류지적 13체, 외차원의 악마, 대륙에 들끓는 몬스터, 각종 범죄자들을 상대로 싸워왔다. 그리고 태풍이나 지진 등의 재난 속에서도 사람들을 도왔고, 밝혀지지 않은 미답지를 발견하거나 수상한 던전을 찾아서 봉인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왕국을 직간접적으로 도왔다.

물론, 이 모든 활동은 ‘퀘스트’라는 철저히 물질보상적인 계약을 통해서 이루어졌지만, 그래도 돈을 받으며 목숨 걸고 인류를 위해 싸운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게 행동으로 모험가 협회는 입지를 키워왔다. 그래서 전사 길드, 도적 길드, 마법사 길드, 3대 신성 교단은 모험가 협회와 철저히 공생적인 관계였다. 전사 길드원은 도적 길드원이 될 수 없지만, 모험가 협회원으로서 한 장소에서 만나고 함께 일할 수 있었다.

모험가 협회가 없는 웨스트리아 왕국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자자, 입회 시험 치르러 오신 분들은 서쪽 접수창구로 와주세요!”

누군가가 하급 마법 아이템인 확성기를 들고 소리쳤다. 그러자 정문 근처에 어슬렁거리고 있던 사람들이 그쪽으로 몰려갔다. 나도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초월 마황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4 VS 콜드웰 18.01.31 151 1 8쪽
43 탈출. 그리고 나폴렌 지부장에게로. 18.01.31 124 1 9쪽
42 진실, 탈출 시도. +1 18.01.30 146 1 11쪽
41 [전생회귀]조차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18.01.30 128 1 9쪽
40 5회차를 진지하게 준비해야....? +1 18.01.30 139 1 11쪽
39 무단 침입한 것이 후회되는 밤 +2 18.01.29 123 2 8쪽
38 아벨리 가문의 저택으로. 18.01.28 145 2 8쪽
37 유네포스에 대한 대비는 불확실해졌다. 18.01.27 418 2 9쪽
36 유네포스에 대한 대비는.... 18.01.26 171 2 9쪽
35 노력과 합격 +1 18.01.25 271 1 9쪽
34 운의 시험 18.01.24 187 0 8쪽
33 특별 입회 시험 신청 18.01.23 172 1 8쪽
32 만남과 엇갈림 +1 18.01.22 175 1 9쪽
31 4회차는 조금 더 효율적으로 18.01.21 202 0 12쪽
30 3회차 끝 4회차 시작 18.01.20 182 0 10쪽
29 VS 유네포스 18.01.19 183 0 10쪽
28 유네포스 등장 18.01.18 193 0 9쪽
27 실기 시험과 위기 18.01.17 201 1 8쪽
26 모험가 협회 입회 시험 시작. 18.01.17 210 0 8쪽
» 빈 와인병과 추구하는 목표 +1 18.01.16 248 0 10쪽
24 와인과 여자 +1 18.01.15 252 0 8쪽
23 테번에서의 정의 구현은 포커 한 판으로. +2 18.01.14 283 0 13쪽
22 엑셀레온 도시로 가다. 18.01.13 250 0 11쪽
21 육전형 주문 배우기. 18.01.12 277 1 10쪽
20 라골디우스 구출! +1 18.01.11 297 1 10쪽
19 녹색 숲의 은신처 확보 18.01.11 300 0 11쪽
18 오늘도 평화로운 녹색 숲 +1 18.01.10 299 0 11쪽
17 다시 녹색 숲으로! +2 18.01.10 322 0 8쪽
16 3회차는 좀 길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8.01.09 619 1 9쪽
15 후배를 격려한다. 18.01.09 324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