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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작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초월 마황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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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시작
작품등록일 :
2018.01.01 11:35
최근연재일 :
2018.01.31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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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1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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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평화로운 녹색 숲

DUMMY

18.

내가 팔짱을 끼고 듣겠다는 시늉을 하자, 킬러 몽키들의 대장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대는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거냐.”

“그거, 질문인가?”

“······나는 라문이라고 한다. 너희 인류가 ‘킬러 몽키’라고 이름 붙인 원숭이 일족을, 이 지옥 같은 녹색 숲에서 인도하고 있다. 나는 150년 묵은 원숭이지만 그대 같은 괴물은 본 적이 없다.”

“몬스터가 인간을 괴물이라고 불러서 어쩌자는 거야?”

“뭐,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지금까지 150년간 47명의 인간을 잡아먹었다.”

킬러 몽키의 족장 라문은 혀를 날름거렸다.

“그중에는 전사도 있었고 마법사도 있었지. 그대여. 우리의 식량이 되어다오!”

라문은 지팡이를 입에 대더니 삐이이이! 하는 소리를 냈다. 저거 지팡이가 아니라 피리였나?

“엄청 시끄럽네. 연주는 그게 끝인가?”

“연주가 아니다.”

라문은 씨익 웃었다.

“내 지팡이 피리에서 나오는 음파는, 이곳 녹색 숲에 사는 괴물들이 싫어하는 소리다. 이제 곧, 화가 난 괴물들이 몰려 들 것이다. 히히히!”

아니나 다를까 사방에서 나무가 우지끈거리는 소리가 나고, 바위가 구르는 소리가 났다. 계곡이 끊어지고 없던 길이 생겨나면서 괴물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그럼 너도 죽잖아?”

내가 라문에게 묻자 라문은 고개를 저었다.

“가장 맛있어 보이는 건 너다. 우리 킬러 몽키들은 작은 육식 동물이라 냄새가 지독하고 뼈가 많다.”

“얼씨구.”

라문의 부하 킬러 몽키들은 나무 위에 올라가 작살과 발줄 묶은 화살들을 준비했다. 킬러 몽키들은 끽끽거렸다.

“녹색 숲의 괴수들이 너를 잡아먹으면, 우린 멀리서 작살로 네 고기의 일부를 건질 것이다! 그것만 해도······!”

그것이 라문의 유언이었다.

콰직!

목이 긴 괴수 한 마리가 입을 크게 벌려 라문과 그 곁에 있던 킬러 몽키들, 그리고 나뭇가지를 통째로 씹어버린 것이다. 느리고 순해 보이는 괴수였는데, 행동에는 거침이 없었다.

“쿠우우······.”

목이 긴 괴수는 나를 발견하더니 귀찮다는 듯이 밟으려 했다. 나는 [질풍신보]로 가볍게 피했다.

“[엑서스의 맹독 화살].”

내 검지 끝 마력이 모였다. 악마 사냥꾼으로 유명한 위대한 궁술사 엑서스가, 외차원의 악마들을 죽이기 위해 만든 독화살을 보고 마법사들이 배껴 만든 맹독성 녹색 화살 하나가 내 검지 끝에 생겨났다.

푸확!

[엑서스의 맹독 화살]은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목이 긴 괴수의 목에 박혔다. 아니, 박힌 정도가 아니었다.

뚜둑! 투둑!

내가 날린 [엑서스의 맹독 화살]은 목이 긴 괴수의 목을 부러뜨리나 싶더니, 아예 꿰뚫고 날아가버렸다.

목이 긴 괴수는 죽어버렸다.

“허.”

[엑서스의 맹독 화살]은 물질계-육신계 8단위 결합 주문이었다. 자기복제 기능이 있는 맹독으로, 몸속의 피를 맹독으로 바꿔 버리는 주문이었다. 외차원의 악마 귀족들은 싸움에서 좀 밀린다 싶으면 망설임 없이 도망쳤기에, 엑서스는 이런 악독한 맹독을 연구했다고 한다. 이 주문을 맞고 살아남는 방법은 몸속의 피를 전부 교환하거나, 그냥 포기하고 죽은 다음 성직자로부터 부활 기적을 받는 게 나을 정도라고 한다.

“덩치가 큰 놈이라 중독 시켜서 죽이려고 쏜 건데 목을 뚫고 죽여 버리다니.”

나는 아직 힘 조절을 잘 하지 못했다.

“뿌오오오오오!”

“쿠워어어어어어어!”

목이 긴 괴수가 쓰러지자 다른 괴수들이 포위했다. 포위라고 해도 나무 뒤편에 숨거나 빠르게 이동하느라 배어 죽이기가 애매했다.

“동시에 오면 솔직히 어려운데.”

“쿠오오오!”

내 투덜거림을 들은 걸까? 황소를 닮은, 하지만 피부가 금속 재질인 스틸 버팔로가 나무를 부수고 가장 먼저 달려들었다.

“고맙군.”

나는 검을 들지 않은 좌장을 뻗었다. 그리고 마력을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모아서 주문을 강하게 내뿜었다.

“[쇼크 웨이브]!”

충격파가 뻗어 나갔다.

“아차!”

실수다! 힘 조절 실패!

쿠콰콰콰콰콰콰콰콰쾅!

3층 높이 건물만한 크기의 충격파가 내 왼손바닥에서 방출되었다. ‘보통 보다 조금 많은 느낌’으로 날렸을 뿐인데, 문제는 지금 내 마력 수준이 9단위 마법사 수준이라는 것이었다.

“꾸웨에에엑!”

“키이이이이익!”

“쿠오오오오오!”

달려들던 스틸 버팔로도, 숨어서 기회를 노리던 자이언트 스파이더도, 저공 비행 중이던 드레이크는 물론이고 바위, 나무, 계곡까지 통째로 싹 다 날아가 버렸다.

“꾸어어어어!”

“꿔어어어?!”

“케게게게게게게!”

2차 피해가 발생했다. 박살난 나무와 돌덩이가 날아가서 멀리 있던 다른 몬스터들에게까지 포탄처럼 쏘아져 날아간 것이다.

쿠쾅!

콰아아앙!

꽈르르르르릉······.

3년 같은 3분이 지나고 나서야 소음이 멎었다.

“흠흠.”

아아, 힘 조절을 못한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는데, 그랬는데도 힘 조절을 여전히 실패하다니!

‘마력이 너무 충만해서 이거······. 조절을 하는 법을 따로 배우거나 연습해야겠군. 이래서야 9단위 주문 안 쓴다고 능사가 아니야. 이런 식으로 막 싸우다간, 언젠가는 내가 얻은 비정상적인 힘을 왕국 첩보부나 마법사 길드에 들킨다.’

나는 연신 헛기침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이미 주위에 몬스터들은 없었다.

아니, 딱 하나 있었다.

“스으으······ 대단하군.”

거인 형태의 나무. ‘트렌트’였다. 3미터 크기의 나무는 느릿느릿 걸어왔다. 내가 책에서 배운 트렌트는 크고 묵직한 이미지였는데, 이 트렌트는 소나무처럼 팔, 다리, 허리가 무척 가늘고 구부정했다.

“그대는 예언 속의 초월마도사인가?”

트렌트가 물었다. 나에게는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아니오.”

“그럼 인류지적 13체 중에서 쾌락파괴마로 유명한 구르즈카인가?”

“아니오. 인류지적은 절대 아니오.”

“그럼 랭크S 모험가가 혼자 녹색 숲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러 온 건가? 그것도 아니면 사람으로 [폴리모프]한 드래곤이나 악마인가?”

“다 아니오.”

“정체를 밝혀주겠소?”

“그쪽은?”

“나는 녹색 숲의 관리자 퀜트.”

퀜트라고 이름 밝힌 트렌트는 인간 귀족처럼 인사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녹색 숲에 심각한 파괴가 일어날 경우 깨어나도록 되어 있소.”

퀜트는 자기 허리를 가리켜 보였다.

“아, 이런.”

내가 킬러 몽키들을 죽일 때 쓴 [윈드 커터]의 흔적이었다.

“사과하겠소.”

나는 고개를 숙였다.

“괜찮소. 나는 금방 나을 거요.”

퀜트는 그렇게 말하고 내 쇼크 웨이브가 작렬한 곳을 돌아보는 시늉을 했다. 내가 박살난 곳의 모양은, 토목 공사 현장에 갑자기 산사태와 지진이 일어났을 법한 모습이었다.

“이제 그대의 소개를.”

“아, 내 이름은 존 데트날프.”

“흐음. 처음 듣는 이름이군. 그대는 왜 녹색 숲을 파괴하려 드는 거요?”

“아니, 그건 오해입니다. 저는 다만 이곳에 숨겨진 은신처로 가려는 길입니다. 다만 몬스터들이 덤벼들어서 처리했을 뿐입니다.”

“은신처? 그게 어디요?”

“그건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뭐하는 곳이며 누가 만든 것이오?”

“그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 걸 다 밝히면 은신처가 아니죠.”

“······그런가. 그렇다면 고통 없이 죽여주겠소.”

“에?”

퀜트의 어깨에서 녹색의 마력을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의 발치에서 독초가 자라고, 등 뒤에서는 퀜트를 닮은 소나무 모양의 트렌트들이 모여 들었다. 그리고 주변의 나무들에서도 드드드드, 하는 소리가 나더니 트렌트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드루이드 술법이군.’

내가 사용하는 육신계, 정신계, 물질계, 에너지계, 시공간계의 다섯 계열로 정립된 마법은 ‘계열 마법’, 또는 ‘계열 주문’이라고 불린다. 마력, 즉 마나가 내포하고 있는 힘이나 흐름을 몇 가지 계열로 나누어 이용하는 마법인 것이다.

반면에 드루이드 술법은 마나가 아닌 주위의 ‘자연력’을 이용하는 술법이다. 다시 말해 내가 들어있는 이 ‘자연’ 자체가 퀜트의 드루이드 술법을 위한 자원이며, 동시에 영역이 되는 셈이다.

“나는 내 주인의 명령에 따라 녹색 숲을 관리하는 존재요. 지금까지 녹색 숲의 몬스터들이 알아서 침입자들을 죽여 왔지만, 그대는 다르오. 내가 직접 죽여야겠군.”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야이······!”

상업적인 출판물에 절대로 적을 수 없는 욕설.

“······만도 못한 씹새끼야. 만약 못 죽어주겠다면?”

“죽기 싫다면 나가 주시오.”

“엥? 그냥 나가면 되는거요?”

“그렇소. 내가 당신을 죽이려는 건, 당신의 존재 자체가 이 숲에게 파괴적이기 때문이오. 하지만 당신이 나간다면 문제될 것이 없소.”

“······만약 내가 더 이상 소란 안 피우고, 최대한 얌전히 은신처에 가겠다고 맹세한다면?”

“맹세라.”

녹색 숲의 수호자 퀜트는 잠시 말을 잃었다. 트렌트에게도 표정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퀜트의 얼굴은 몹시 우울해 보였다.

“오랜만에 듣는 단어로군. 나 또한 나의 주인님께 맹세했었는데.”

“당신의 주인이 누군지 말해줄 수 있겠소?”

“말해줄 수는 있소만, 그 경우 나는 반드시 당신을 죽여야 하오.”

“으음. 그렇다면 묻지 않겠소. 다만 내가 녹색 숲을 더 이상 파괴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인간은 맹세를 쉽게 저버리는 존재요.”

“하아, 이것 참. 그럼 이건 어떨까? 내 맹세를 받지 않으면 녹색 숲을 초토화시켜버리겠다.”

나는 말함과 동시에 마력을 끌어 올렸다. 푸른색 영기가 내 몸에서 수증기처럼 피어올랐고, 발치의 흙과 나뭇잎은 파르르 떨리며 밀려나갔다.

“엄청나군.”

트렌트는 주춤거렸다.

“미리 말해두는데 이건 내 전체 마력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사정이 있어서 감추고 있을 뿐이다.”

“가, 감추고 있는 게 그 정도라고?”

“아아. [마나 스크리닝] 주문으로 감추고 있다.”

사실이었다. 내 몸에는 여전히 [마나 스크리닝] 주문이 시전 된 상태이므로 내 마력은 상당 부분 감춰져 있었다. 그러니 마력을 노출시켜도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왕국 첩보부나 마법사 길드에서는 ‘이상 마력’ 이나 ‘비정상적 고출력 마력’ 등을 감지할 수는 없을 터. 하지만 당장 눈앞에 있는 트렌트는 비틀거렸다.

“그, 그만. 마력을 거두어주시오.”

퀜트의 몸이 삐걱거렸다. 그는 마력으로 움직이는 존재인데, 눈앞에 초고출력의 마력을 방사하고 있는 내 존재 때문에 자신을 유지하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나는 마력을 거뒀다.

“흠. 어떻소? 내 맹세를 그냥 받으시지? 만약 그렇지 않으면······.”

“맹세는 아무래도 좋소. 그냥 믿겠소. 자유롭게 지나다녀도 좋소. 다른 몬스터들이 그대를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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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탈출. 그리고 나폴렌 지부장에게로. 18.01.31 125 1 9쪽
42 진실, 탈출 시도. +1 18.01.30 146 1 11쪽
41 [전생회귀]조차 못하게 되어버렸습니다. 18.01.30 129 1 9쪽
40 5회차를 진지하게 준비해야....? +1 18.01.30 140 1 11쪽
39 무단 침입한 것이 후회되는 밤 +2 18.01.29 123 2 8쪽
38 아벨리 가문의 저택으로. 18.01.28 145 2 8쪽
37 유네포스에 대한 대비는 불확실해졌다. 18.01.27 418 2 9쪽
36 유네포스에 대한 대비는.... 18.01.26 172 2 9쪽
35 노력과 합격 +1 18.01.25 271 1 9쪽
34 운의 시험 18.01.24 188 0 8쪽
33 특별 입회 시험 신청 18.01.23 172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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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테번에서의 정의 구현은 포커 한 판으로. +2 18.01.14 284 0 13쪽
22 엑셀레온 도시로 가다. 18.01.13 251 0 11쪽
21 육전형 주문 배우기. 18.01.12 277 1 10쪽
20 라골디우스 구출! +1 18.01.11 297 1 10쪽
19 녹색 숲의 은신처 확보 18.01.11 300 0 11쪽
» 오늘도 평화로운 녹색 숲 +1 18.01.10 300 0 11쪽
17 다시 녹색 숲으로! +2 18.01.10 322 0 8쪽
16 3회차는 좀 길게 살아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18.01.09 619 1 9쪽
15 후배를 격려한다. 18.01.09 32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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