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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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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2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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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3)

DUMMY

잠시 진정된 분위기 속에서 진무승이 문뜩 떠올랐다는 듯 무천군을 바라보며 말했다.

“헌데 만일 태자가 이런 일을 꾸민 것이라 한다면 어찌 해야 하는 것입니까? 태자가 관련이 된 일이라면 마땅히 태자에 대해서도 조처를 취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예를 들면······.”

진무승이 말끝을 흐리기는 했으나 모두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다들 가타부타 말을 쉽게 꺼내지 못하고 서로를 바라보며 머뭇거리는 중이었다.

“어험.”

불편한 분위기가 형서되는 와중에 신명군이 헛기침을 내었다. 진무승이 뭐라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천군을 대신해 역시 서양필이 나섰다.

“좌복야께서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바는 분명히 여기 계신 분들은 잘 알겁니다.”

서양필이 동의를 구하고자 무천군을 바라봤다. 무천군은 이에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서양필은 그것으로도 만족했기에 말을 이었다.

“태자와 연관이 되었다면 마땅히 태자에게 어떤 조처를 취해야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우리들의 신변에 위협이 가기도 할 테지만, 무엇보다 자격 없는 태자를 임금의 자리에 올려놓는 건 나라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결과로 나갈 테니까요.”

서양필이 대신 말을 해나가자 진무승은 편안한 얼굴로 그의 말을 경청했다. 다른 이들도 서양필의 말에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고 조용히 듣고 있었다. 다만 이승필과 신명군만이 조금 불안한 얼굴로 이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마땅히 왕실에서 태자를 대신하여 임금의 자리에 오를 분을 새로이 선정하면 그 뿐이오. 당연히 그 역할을 우리가 해야겠지만요.”

“정당문학의 말대로 태자가 관련이 된 일이라면 마땅히 태자를 대신하여 다른 왕자분들 중 한 분을, 혹은 종친 중 마땅한 이를 임금으로 뫼셔야 하오.”

‘종친 중 마땅한 이’라는 부분에서 모두의 시선이 무천군을 향했다. 무천군은 이를 무시했다.

“맞습니다. 무천군 나리의 말대로 태자가 관련이 있다면 그래야지요. 물론 이는 전적으로 태자가 이 일에 깊이 관여해 있을 경우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태자를 뫼셔서 이 나라를 다시 안정적으로 이끌어야 하지 않겠소이까?”

“정당문학의 말이 옳소.”

김지순이 맞장구를 치자 다른 이들도 차례로 맞장구를 쳤다. 분명 서양필의 말은 정론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이의를 제시하는 이는 없었다.

“그렇담 우리는 이제부터 무얼 어찌해야 할까요?”

문경신은 무천군을 바라보며 물었다. 문경신을 비롯한 전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자 무천군은 숨을 한 번 고르고는 말을 꺼냈다.

“우선은 조정 내에서 불온한 움직임이 없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건 당연하고, 여차할 때를 대비하여 조정 대신들이 반발치 않게, 혹은 반발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사람들을 늘려야 할 것이오. 특히 문하시중 천신영과 참지정사 최염계에 대해선 특히 잘 살펴보면서 어느 정도 우호적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오.”

“예?!”

이승필을 비롯하여 무천군의 말에 놀란 이들이 있었으나 무천군은 아랑곳않고 말했다.

“물론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인물들이긴 하나 새로이 임금이 들어서고, 그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협력이 필요한 이들이오. 작은 권력에 얽매여 괜히 충돌을 일으켰다간 공멸할 수 있기에 하는 말이오. 그러니 새로이 임금이 등극하고 시절이 안정될 때까진 괜한 싸움이나 적대자를 늘리거나 만들어선 아니될 것이오. 알았소?”

서양필과 김지순, 이승필은 무천군의 말에 찬성을 표하는 대답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신명군, 문경신 등도 역시 대답까진 하지 않았어도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찬성을 표했다.

“또한 중앙군 내에서도 괜한 분란이 일어나선 아니될 것이오. 만일 이주신과 연결되어 분란을 일으키거나 이런 틈을 타서 괜한 행보를 보일 이들도 있을 수 있으니 상장군께선 각별히 신경을 쓰도록 하시오. 군을 확실히 장악해 달란 말이오. 아시겠소?”

“맡겨주시지요, 나리.”

“아, 그리고 태자궁 쪽도 살펴볼 필요가 있소. 이런 서찰이 나올 정도라면 마땅히 감시가 필요할 것이오. 하오니 정당문학께서 태자궁과 그 환관들, 그리고 그들과 연관되어 있는 주요 신료들을 감시 좀 해주시오. 불온한 움직임을 보인다면 즉시 알려주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김지순과 서양필을 비롯하여 여러 신료들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무천군과 함께 한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동시에 그들의 얼굴에는 앞으로의 일들이 자신들에게 어떻게 미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드러나 있었다. 때문에 무천군은 지시를 내리어서 그들이 그런 고민으로 시간을 낭비치 않게 해주는 것이었다.

허나 그러는 무천군 자신도 고민이 있었다. 그 중심에는 바로 남영이 건네준 서찰이었다.

‘남영······.’

도대체 그가 무슨 생각으로 이 서찰을 넘겨주었는가. 그것이 무천군의 고민이 되어 머릿속에 맴돌았다.


무천군이 고민을 하면서도 자신의 세력을 통해 조정과 군부를 장악하려고 하는 동안 천신영 역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전날 허염의 답변을 들고온 정기라는 소년을 통해 허염의 답변을 받았다. 애매모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함께 하겠다는 뜻의 답변이었다. 비록 정계에서 은퇴한 노인이라고는 하나 지낭(智囊)이라는 별명이 있었던 인물인 만큼 그 지혜는 무시할 게 안됐다. 거기에 비록 은퇴한 인물이라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조정에 있었던 만큼 은연중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인물들과도 연결되어 있는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도움을 청했다. 정치적 동지인 최염계는 그닥 도움을 주기는커녕 행동을 보이지 않으며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조정에 아군이 부족한 천신영 입장에서는 사람이 필요했기에 은퇴한 허염에게라도 손을 뻗친 것이다.

그러나 그런 행동이 과연 올바른 행동인지,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이 나라에 안정과 자신이 꿈꾸는 개혁에 보탬이 될지는 의문이었다. 허나 군부에서 자신을 도와주던 천신무가 죽고, 자신을 후원해주던 임금이 오늘내일 하는 시점에서 별 도리가 없었다.

“괜찮으시오이까, 문하시중?”

금오위 상장군 한순이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한순과 마찬가지로 이부상서 전은수도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천신영을 바라봤다.

“걱정마시오. 어제 잠을 좀 못 자서 그렇소.”

“이런 시국에서 몸 관리를 험히 하신다면 시중은 물론이고, 이 나라에도 해가 될 뿐이오.”

전은수의 진심어린 충고에 천신영은 웃어보일 뿐이었다.

한순과 전은수. 최염계와 마찬가지로 몇 안 되는 천신영의 지지자다. 이 둘은 천신영이 주도하고 임금이 후원하는 개혁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금오위와 조정의 인사권을 관장하는 이부의 수장들인 만큼 천신영에겐 큰 도움이 되는 인물들이었다.

“이보시오, 시중. 정말 그 늙은 여우와 손을 잡으셔야겠소?”

한순이 말하는 ‘늙은 여우’란 허염을 뜻하는 것이다. 평소부터 허염에 대해 경계심을 가득 가지던 그였기에 얼굴에서부터 정말 싫다는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한순의 걱정이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허염은 진정으로 지혜가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그 지혜로 여러 정치공작을 벌여 살아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그가 천신영과 협력을 하기로 약속을 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게 뻔했다.

“상장군, 아시잖소. 조정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손을 합쳐야 하외다. 특히 지금처럼 시절이 어수선한 상황에선 말이오. 더군다나 참지정사도 제대로 협력치 않는 상황이니 어쩌겠소.”

“이부상서의 말대로요. 아마 필요하다면 무천군 측과도 손을 잡아야 할 것이오.”

전은수와 천신영의 말에도 한순의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오히려 무천군과도 손을 잡아야 할 수 있다는 말에 더욱 일그러졌다.

그럼에도 한순은 뭐라 크게 항의치는 않았다. 그 이유에는 최근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 컸다. 엄연히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입장인 한순의 입장에선 현 시국의 어수선함의 주 이유 중 하나인 연쇄살인을 막지 못한 점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군다나 이 연쇄살인으로 같은 일파인 천신무가 살해당했으니 더더욱 뭐라 항의할 명분이 없었다. 사실 허염과 손을 잡기로 한 것도 천신무의 죽음과 최염계의 소극적 태도가 원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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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8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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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6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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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9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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