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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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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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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4.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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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DUMMY

시야를 가리는 꽃잎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두 사람이었으나 꽃잎들은 시야만 가리는 게 아니었다. 팔과 다리, 무기에도 달라붙어 그 움직임을 저지하기 시작했다.

“제······에퉤퉤.”

짜증이 나서 한 마디 하려던 효삼이 잎을 열기가 무섭게 꽃잎은 잎 안으로 들어가기까지 했다.

그러나 흩날린 꽃잎은 언젠가 사라지듯이 점차 꽃잎이 사라졌다.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막았을 뿐이기에 이들은 계속 싸울 수 있었다. 꽃잎이 점차 옅어지고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삼은 자신의 단창을 꽉 쥐었다.

꽉 쥔 단창은 점차 끝에서부터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삼의 단창은 평소엔 일반 단창과 다를 바 없으나 이렇게 푸른색으로 변하면 강력한 독기(毒氣)를 품게 된다. 그 위력은 푸른색으로 변한 정도에 따라 달랐다.

삼은 자신의 창이 점차 푸른색이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면서 어느 정도 되었다고 느끼며 창을 유화를 향해 겨누고 돌격했다.

그대로 돌격.

그리고 돌격 후엔 유화의 가슴팍에는 붉은 피가 뿜어질 예정이었다. 당연히 유화는 창의 독기에 절명할 것이다.

솔직히 동지들과 처음 목표로 잡은 이들 외에는 해칠 생각은 없었으나 지금은 그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들은 누가 봐도 자신들의 적이었다. 때문에 죽일 각오로 달려 들었다.

허나 그 각오와 달리 몸은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내달린 다리는 금세 힘을 잃었고, 머리엔 현기증이 나서 정신이 순간 혼미해졌다. 결국 얼마 움직이지도 못하고 땅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삼!”

“지금 타인 생각할 때인지?”

쓰러진 삼의 이름을 부르며 도와주고 싶은 비도였으나 이어지는 정기의 공격을 상대하느라 그럴 여력이 없었다.

싸우는 종종 바람을 날리며 밀어붙이고자 한 비도였으나 상대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아슬아슬하게 바람을 피해가면서 적절하게 칼을 휘두르는 정기였다. 검술과 반응속도 모두 범상치 않았다. 이래서야 아무리 이소연이 멀쩡한 상태였다 할지라도 끌려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여기서 나올 수도 없었을 것이다.

자신을 도와줄 다른 사람이 있나 했지만 이비의 경우 눈앞의 상대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효삼도 삼을 도와야 하는 입장이기에 비도로선 홀로 상대해야 했다.

“그렇다고 질 생각은 없나 본데, 이 쪽도 질 생각은 없거든?”

“시끄러!”

짜증을 안고 비도는 다시 바람을 날렸다. 그러나 정기는 이를 너무나도 가볍게 피했다.

“이렇게 법보의 힘을 남발해봐야 좋을거 없어. 자신의 기력이 먼저 동나거나 법보가 과부하로 망가지거나 둘 중 하날걸?”

“시끄럽다고 했지!”

이어서 날린 바람에 정기는 비도로부터 거리를 두며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무자비한 바람이었으나 정기는 한끝 차이로 전부 피했다.

“그래도 이건 위험하군. 게다가······.”

싸움 중 슬쩍 돌아보자 정기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왜냐면 비도가 날린 바람에 기방의 여러 시설물, 정자나 대청마루, 기둥, 꽃과 나무들이 상하거나 베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러다가 나중에 어머니께 대판 혼나니 말이야.”

“엄마 눈치나 보는 어린애였나?”

비웃는 어투이긴 했지만 비도는 슬슬 지치는 중이었다.

아무리 위력적인 법보라 할지라도 그 한계가 있고, 그걸 다루는 자신의 한계도 있는 법이다. 날카로운 칼날이 부딪치면서 법보의 힘을 잔뜩 사용하는 비도 입장에선 한계가 빨리 올 수밖에 없었다.

슬쩍 보니 이는 이비도 마찬가지였다. 법보를 쓰는 건 아니나 눈앞의 상대를 상대하는 게 버거운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얼른 도와주어야할 판이었다.

그리고 삼 쪽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효삼이 쓰러진 삼을 도와주고자 했으나 역시 이유를 알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는 중이었다. 팔과 다리에서 힘이 빠지면서 법보를 휘두를 여력이 나지 않았다.

“아까 그 꽃잎들인가.”

헉헉 대며 쓰러진 몸을 일으키려는 삼이 중얼거렸다. 삼의 시선은 그대로 유화가 들고 있는 부채로 향했다.

“그 부채는 역시 법보인 모양이군. 게다가 방금 그 꽃잎들은 단순히 시야를 가리고 움직임만 살짝 봉하는 게 아니었나 보군.”

“······.”

힘이 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여지는 있어 보이기에 삼은 부들거리며 일어섰다. 이를 말없이 지켜보는 유화의 얼굴에는 웃음끼가 하나도 없이 차가운 시선만이 있었다.

“도대체 그건 무슨 힘을 지닌거냐?”

“말씀드려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그 차가운 되물음에 비도는 기운없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없겠지. 그래도 말해주면 고마울 듯 한데 말이야.”

“······.”

입을 다문 유화를 보며 효삼도 일어섰다. 여전히 다리가 후들거리기는 하지만 그래도 못 싸울 건 아니었다.

게다가 잠시 시간을 두니 다시금 움직일 수 있고, 법보도 다룰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순간 움직임을 저지하고 기력도 빼앗으나 오랫동안 영향을 주는 법보는 아니라는 게 삼의 생각이었다.

그래도 그 잠깐의 움직임이 봉해지고 기력도 뺏긴다는 건 꽤 컸다. 다행히 눈앞의 상대가 직접적으로 무기를 휘두르는 이들이 아니기는 하지만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때문에 삼은 어느 정도 회복했음을 느끼고도 달려들기가 꺼려졌다. 이는 효삼도 마찬가지였다.

이러다가 이 기방에 머무는 금오위 병사들과 선랑이 눈치 채고 지원을 오면 꼼짝없이 사로잡힐 판이었다. 그렇다고 물러나기엔 이소연이 마음에 걸렸다.

어쩔까 하는 와중 쾅 소리가 들리며 모두 시선이 한 곳으로 쏠렸다. 그 곳에는 이비가 한 쪽 벽에 날아가 부딪치고는 고꾸라져 있는 모습이 있었다.

비록 두껍지만 날카로운 칼날을 지닌 두 단검으로 초향을 몰아붙이고자 한 이비였으나 초향은 역으로 이비를 몰아붙였다. 그녀의 목검에은 단검을 난타를 막아내면서도 흠집 하나 안 났다. 동료들이 밀리는 상황에 조바심이 난 이비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자 계속 공격을 휘둘렀으나 초향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결국 초향에겐 상처 하나 못 낸 채로 걷어차여 벽에 쳐박힌 것이었다.

쿨럭이며 피까지 토하는 이비와 다르게 살짝 지친 숨만 좀 고르는 초향의 모습에선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녀의 모습은 이소연을 반드시 구하자고 마음 먹었던 비도의 결의도 흔들기엔 충분했다.

“삼, 효삼.”

“그래.”

삼과 효삼, 비도는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살금살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물러나려는 그들에게 초향과 정기가 한 걸음 다가섰다.

“이보셔, 손님.”

초향이 한 걸음 더 다가서며 말했다. 초향은 쓰러진 이비 쪽을 슬쩍 보면서 말했다.

“저기 쓰러진 댁들 동료는 챙겨가실거죠? 안 그래도 바쁜데 짐을 더 늘리시면 곤란하죠.”

“걱정마라, 데려갈 테니.”

비도는 으르렁 거리며 응대했고, 효삼은 얼른 가서 이비를 부축했다.

“이왕이면······.”

“안 됐지만 이쪽 짐은 우리 고용주들의 의사가 크게 반영되어 내줄 수 없소.”

단호한 정기의 대답은 분명 이소연은 데려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허나 이에 항의를 하기엔 너무 밀렸다. 한 때 자신 있게 복수를 외치며, 거사를 진행하던 자신들의 현 상황에 기가 차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음을 삼은 잘 알았다.

비도도, 효삼도 더 이상 싸울 수 없다는 걸 알고 물러나고자 했다. 이소연을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도가 없는 건 모두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이비를 부축해서 자리를 이탈하는 이들을 유화, 해화는 물론, 초향과 정기도 뒤쫓지 않았다. 그저 떠나가는 그들이 떠나기만 하는 건지 바라볼 뿐이었다.

그들이 담을 넘어가며 떠난 걸 확인하자 초향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이제 이걸 어떻게 정리하냐.”

유화와 해화는 씁쓸히 웃을 뿐이고, 정기는 초향을 따라 한숨을 내뱉었다.

한편, 다친 이비를 데리고 도주하는 일행은 잠시 순찰하는 병사들이 있나 확인하면서 조심스럽게, 그리고 재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괜찮은 거야, 이비?”

“글쎄, 괜찮은 건지. 일단 청란도로 가자고. 그 빌어먹을 상단은 기분이 나쁘긴 해도 일단 우리를 보살펴 준다니 했으니 의지해 봐야지.”

정신을 잃은 이비를 걱정스럽게 쳐다보며 비도가 말했다.

“의외군. 네가 거기로 가자고 하다니.”

“어쩔 수 있는 상황이 아니잖아. 지금은 말이야.”

입술을 깨물며 분해하는 비도의 마음을 십분 이해해 주며 삼은 이동을 이끌었다.

그러나 그들의 진로는 순탄할 리 없었다.

“그리 쉽게 보내줄 리 없잖냐.”

건들거리는 투의 말과 한 소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어두운 밤이긴 했지만 그 소년이 입고 있는 옷이 검은 도포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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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4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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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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