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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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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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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4.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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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DUMMY

상대가 다가옴에 따라 싸울 준비를 갖추며 삼이 한 걸음 나섰다.

“선랑인가······.”

“그걸 알면서 순순히 항복하지 않는 그 자세는 감탄해줄만 하군. 아니면 단순히 만용을 부리는 것뿐인가?”

비아냥거리며 다가오는 선랑은 스스로의 목을 한 바퀴 돌리며 들고 있는 막대기 같은 걸 삼 등에게 겨누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으나 그건 분명 단창이 분명했다.

“어느 쪽이든 너흰 여기서 끝이야.”

“혼자서 우릴 상대할 수 있다고 보는 거냐?”

“굳이 여럿이 필요한가, 너희 따위를 상대로?”

비도가 칼을 뽑아 삼과 함께 선랑과 대치하자 선랑이 비웃었다.

“안 그래도 여기 기방의 녀석들과 싸우느라 지친 너희들이 말이야?”

킬킬 거리며 천천히 다가오는 선랑과 대치하며 비도와 삼은 긴장했다. 부상 입은 이비를 부축하고 있는 효삼은 이비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비도와 삼 뒤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그나저나 저것들 뭔가 수상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저런 녀석들일 줄이야. 정말이지 처음 알았다니깐. 이걸 아신다면 분명 우리 가문은 크게 공로를 세우는 셈이 되겠군.”

기쁜 마음에 들뜬 그는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임에도 별 상관치 않았다.

“정말이지, 난 행운아야. 여기에 너희까지 잡으면 딱이겠군.”

“그게 잘 될 거라 생각하시나 본데.”

재빠르게 자리에서 박차며 비도는 자신의 칼을 휘둘렀다. 동시에 불어닥치며 선랑을 산산조각 내고자 몰아친 바람을 선랑은 가볍게 피했다. 당장에 역시 자리를 박차서 가볍게 공중으로 날아오른 그는 그대로 효삼이 있는 방향으로 낙하했다.

“이런!”

자신을 향해 옴을 안 효삼이 급히 막고자 했으나 선랑의 단창은 정확하게 효삼의 팔을 찔렀다.

붉은 피가 분출되며 자세가 무너진 효삼의 팔에서 선랑은 단창을 뽑았다. 이어 뒤에서 그를 찌르고자 달려든 삼의 단창을 쳐내며 그의 복부를 걷어찼다. 복부를 얻어맞기는 했지만 아슬아슬하게 몸을 옆으로 뺀 덕에 삼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어 달려든 비도의 칼을 단창으로 막은 선랑은 품속에서 부적 몇 장을 꺼내어 날렸다. 부적은 그대로 비도의 몸에 달라붙었다.

“박(迫).”

부적에서 빛이 나는 동시에 날카로운 전류가 비도의 몸에 흘렸다. 그 충격에 비도는 몸을 웅크리며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비도!”

“큭, 이런!”

팔이 다친 것과 이비가 있음을 알면서도 효삼은 자신의 방망이를 꺼내어 선랑에게 내리쳤다. 선랑이 옆으로 피함과 동시에 방망이는 땅을 내리쳤다.

굉음과 함께 땅이 갈라지며 지면이 흔들리자 선랑은 순간 식겁했다. 저걸 정통으로 맞으면 위험했을 것임을 깨닫는 한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상대도 법보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걸 생각했다. 동시에 방금의 굉음으로 사람들, 특히 순찰 중이거나 장락원에 배치된 금오위 병사들이 눈치 채고 몰려올 것이 자명했다. 결국 공을 독차지하려면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젠장맞을 것들이.”

선랑은 이를 빠득 갈며 피한 지점에서 돌려차기를 효삼에게 날렸다. 단순한 돌려차기이기에 효삼은 가볍게 막았으나 막은 팔이 이미 다친 팔이기에 고통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대신 그 틈에 삼이 달려들어 선랑과 맞섰다.

“효삼, 비도의 몸에서 부적을 떼고 이비랑 자리를 피해!”

“놔둘 거 같냐!”

비도와 선랑은 자신들의 단창을 휘두르며 맞부딪쳤다.

두 사람의 단창은 서로의 급소를 향해 내질러졌고 그와 함께 단창을 피하고자 몸을 움직였다. 단창은 찌르는 것만이 아니라 서로에게 휘둘러지면 맞부딪쳤다. 단창만이 아니라 주먹과 발차기까지 서로에게 날아갔다.

서로의 공격을 주고받으며 피하는 와중에 선랑은 급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그냥 병사들과 함께 포위하며 공격하는 게 최선이고 확실한 방법이다. 허나 전에 탈을 쓴 침입자에게 패배한 일도 있고, 또 자신과 자신이 속한 가문의 입지를 올리기 위해서는 혼자서 이들을 잡는 게 더욱 최고였다.

“바로 지금이 기회이거늘.”

“한눈파실 여력은 있으신가 보지?”

비도의 부적을 고통스러워하며 다 떼낸 효삼이 비도와 이비를 부축해서 떠나려 하는 걸 보고 선랑은 더욱 급해졌다. 허나 이를 쫓으려 하니 바로 그 눈을 노리고 내질러진 삼의 단창을 피해야 했다.

그렇다면 부적을 꺼내면 되지만 눈앞의 상대가 그 틈을 허용할 상대가 아니었다. 품속에 손을 넣으려 하기만 해도 발차기와 단창, 주먹이 날아와서 이를 저지했다. 과연 아까 장락원의 기생들을 상대로 지쳤던 상대였는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누구냐!”

이대로 가다간 3명을 놓치고 눈앞의 1명과 지칠 뿐인 싸움을 벌이다 끝날 판이었다. 헌데 이런 판을 뒤엎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순찰 중인 금오위 병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적들의 출현의 삼의 행동이 주춤거린 틈을 타서 선랑은 품속에서 꺼낸 부적을 날렸다. 부적은 정확하게 삼을 향해 날아갔다. 삼이 아차 싶어 피하려 했으나 한 장은 그의 왼팔에 붙고 말았다.

“열(熱).”

부적에서 낸 뜨거운 열에 삼은 급히 부적을 땠지만 무지막지한 화상의 고통을 맛보았다. 그렇다고 그냥 주저앉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왼팔을 부여잡고 자리를 떴다. 효삼도 간신히 움직이는 비도와 이비를 부축하면서 자신의 방망이를 다시금 강하게 땅에 내리쳤다.

스스로가 가진 고통을 참으며 내려친 위력은 주변을 뒤흔들게 만들기엔 충분했다. 선랑은 물론 다가오던 금오위 병사들도 휘청일 정도였다. 삼 등도 역시 휘청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움직일 만했기에 그대로 도주했다.

도주하는 네 명과 자신에게 다가오는 금오위 병사들을 보며 선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선랑에게 지휘관으로 보이는 인물이 다가왔다.

“누구시오?”

“그대야 말로 이름을 대게. 보아하니 선랑으로 보이는군.”

거만하게 묻는 선랑에게 금오위의 장수는 당당하게 맞섰다.

“이쪽이 먼저 물었잖소. 뭐, 좋소. 난 예부상서 이승필의 차남 이휴진이라고 하오. 보다시피 선랑이지.”

“난 금오위 중랑장 최화승이라고 한다.”

금오위 중랑장 최화승이라고 한다면 참지정사 최염계의 서자(庶子)이자 장자(長子)이다. 분명 무천군 파벌인 선랑 이휴진과는 파벌이 다르고 서자라곤 해도 무시 못할 명문가의 자제임은 틀림없었다. 아무리 선랑이라 해도 정5품 중랑장을 하대할 입장은 아니기에 자세를 바로했다.

“무슨 일이냐?”

“왠 놈들, 그러니까 그 연쇄살인의 일당으로 보이는 녀석들이 이곳에 나타났었소. 뭔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이 장락원에 침입했다가 나오는 걸 보고 내가 상대하게 되었소.”

장락원의 기생과 싸워서 지쳤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괜한 이야기라 여긴 것도 있지만 그런 중요한 정보를 넘기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였다.

“알았다. 그대는 푹 쉬도록 하게.”

이어 최화승의 지휘에 따라 한 무리의 병사들이 삼 등이 도주한 쪽으로 쫓아갔다. 그 방향을 바라보는 이휴진은 자신이 실패했음에 씁쓸해 했다. 그래도 아예 실패한 건 아니고, 오히려 공을 세웠다고 할 수 있으며 중요한 정보도 손에 넣었으니 별 부담은 없을 터였다.

때문에 최화승의 말대로 쉬려고 떠나려는 순간 무언가 등 쪽에서 전해진 충격과 함께 아픔이 뒤따랐다. 뭔가 하려는 이휴진의 눈에는 자신의 몸을 꿰뚫은 창날이 보였다.

놀란 이휴진이 최화승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본 것은 자신을 향해 칼을 빼들어 휘두르는 최화승의 모습이었다. 놀란 이휴진은 뭐라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쓰러졌다. 베여진 목에서 피가 분출되고 몸은 경련을 일으키며 점차 죽어갔다.

최화승은 이휴진의 죽어가는 모습을 보며 잠시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어쩔까요, 중랑장?”

“미리 얘기했던 대로 해라.”

“알겠습니다.”

최화승의 명에 따라 부관은 병사들을 시켜서 이제 숨도 안 쉬는 이휴진을 옮기게 했다. 가지고 온 비단으로 조심스럽게 그를 싸서는 옮기게 했으며 그가 흘린 핏자국을 지우도록 시켰다.

“정말 이게 옳은 일인지 모르겠군.”

“군인이라면 마땅히 명령에 따라 행동해야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이네만······.”

왠지 모를 자괴감을 느끼는 최화승이었지만 부관의 말대로 군인이라면 마땅히 상급자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다. 허나 그것이 정당한 명령이 아니라 여겨진다면 과연 이를 따라야 하는 의문이 들었다.

허나 이미 명령을 수행했다. 그 시점에서 최화승의 선택은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최화승은 자신이 죽이고 병사들이 옮긴 선랑의 죽음을 속으로 애도하며 현장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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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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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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