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31,997
추천수 :
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3.25 22:48
조회
149
추천
1
글자
8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DUMMY

점차 시간이 흐르고 밤도 깊어지면서 기생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오늘은 일도 없으니 푹 쉬고자 하는 마음들이 큰 만큼 다들 쉽게 방으로 들어가 잠에 빠졌다. 그리고 마루에는 어느새 정기, 초향, 유화, 해화 정도만 남았다.

“그러고 보니 미령이랑 화령이는?”

“미령이는 피곤하다고 먼저 잠들었고요, 화령이는 어머니께 벌로 선랑들이랑 병사들 감시를 맡고 있어요.”

전에 허락도 안 받고 정기를 따라서 외출한 일로 화령은 크게 혼이 났고, 그 벌로 열심히 일하는 중이었다. 해화의 설명을 들은 초향이 미소를 지었다.

“그 애들답군.”

초향과 함께 유화도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정기도 마찬가지였다. 그 둘과 친한 입장은 해화만이 화령의 막무가내 행동에 대해 여전히 불만이 가득 찬 얼굴이었다.

평화로이 시간이 흘러가던 중 정기가 웃음을 멈추고 슬며시 일어서며 말했다.

“근데 손님이 온 건 같네요.”

“손님이라면 당당히 대문으로 들어오던가 해야지.”

초향도 웃음끼 가신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화와 해화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시선은 어느 담벼락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는 그 담벼락을 넘어 들어온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죄송하지만 손님, 오늘은 영업치 않아서 말이죠. 조속히 돌아가주셨으면 합니다.”

“빌어먹을 접객은 딴 데 가서 하시지.”

비도가 이를 빠득 갈으며 말했다.

“그 잘난 분내랑 음식은 도대체 어디서 고혈을 짜서 만드셨나? 그보다 요즘 기방은 사람도 납치하나? 그래서 장사도구로 삼나보지?”

“거 험한 소리는 하지 마시죠. 중상모략이 지나칩니다.”

“중상모략? 어디서 되도 않는 소리를 지껄여, 이 빌어먹을 년들이.”

으르렁 거리며 삼은 자신의 검을 뽑아들어 초향에게 겨누었다. 초향도 지지 않고 방울달린 목검을 들어 삼에게 겨누었다.

“큰 소란을 원하는 건 아니니 본론부터 말하지. 어딨나, 네놈들이 주워온 여자는 말이야.”

삼은 흥분해서 당장 달려 나갈 거 같은 비도는 이비에게 진정시키게 하면서 말했다. 일단 그도 비도를 진정시키는 입장이기는 했지만 매서운 눈으로 정기와 기생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너희들이 데려간 걸 알고 있다. 도대체 어디있나? 그리고 그 아이를 어떻게 했지?”

이소연은 중요한 전력인 것도 있지만 소중한 동료다. 그렇기에 삼 역시 속으로 흥분하려는 걸 간신히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흥분이 동료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기에.

잠시 삼을 바라보던 정기가 이소연이 있는 방을 턱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에 있어. 일단 상처가 깊어서 어디 데려갈 상황은 아니라는 것과 잘 치료해주면서 잘 먹이면서 재우고 있다는 말로 답해주지. 댁들이 말한 그 고혈을 짜낸 음식과 약으로 말이야.”

묘하게 빈정대는 정기의 말에 울컥한 삼을 말리려고 이비가 고생 중이었다.

“저희가 멋대로 데려온 건 사실이나 험하게 대하진 않았습니다. 그녀가 원하든 원치 않든 저희는 손님으로 예우를 갖춰서 잘 대접하고 있으니 걱정은 마시지요.”

“그렇군. 잘 알았다.”

추가적인 유화의 설명에 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말만 보면 별 문제가 없으나 두 사람 다 차가운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 다 각자 짧은 단창과 부채를 쥐고 있었다.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는 와중에 효삼이 나섰다. 전에 이초와의 싸움에서 큰 상처를 입어서 그런지 붕대로 이곳저곳을 싸맨 그가 나서며 말했다.

“우리도 충돌을 원하는 건 아니오. 그 아이를 잘 돌봐주신 데에는 고맙소. 허나 일단은 그 아이는 우리쪽 일원이니 우리가 책임지고 데려가겠소.”

“부상이 많이 심합니다만?”

초향이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같은 녀석들과 엮이는 건 원치 않을 것 아니오.”

“그건 사실이지.”

효삼의 말에 정기가 즉각 반응했다.

“헌데 그거랑 별개로 우리가 저 애를 함부로 내주면 큰 일이 나거든.”

“큰 일?”

“응. 윗분들의 명령이라서 말이야.”

“허염인가? 아니면 이 기방을 운영하는 여인인가?”

삼의 의문에 의외라는 얼굴로 정기가 바라보고, 초향이 한 쪽 입고리만 올리어 웃으며 말했다.

“나름 조사는 한 모양이군.”

“흥. 네년들의 윗분이고 나발이고는 관심 없으니 내놓으실까?”

“우리도 댁들 사정은 알 바 없으니 조용히 물러나 주셨음 하는데?”

비도가 으르렁 거리며 말하자 초향도 노려보며 한 걸음 나섰다.

“서로의 사정이 있고, 무엇보다 데려갈 아이가 데려가기도 힘들 만큼 상처가 깊으니 우리에게 맡기시지요.”

“그게 믿을 수 있을 지는 우리가 정한다.”

유화가 한 걸음 나서자 지지 않고 삼도 한 걸음 나섰다.

서로 밀리지 않고 노려보던 와중 비도가 이빨을 드러내며 짜증을 표했다.

“내줄 생각이 없다라······. 소란을 원한다고 보면 되겠지?”

“원치는 않지만 그쪽이 원한다면 말이야. 우물 안 개구리가 뭔지는 알려주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비도가 칼 휘둘렀다. 거센 바람이 긴 풀과 꽃들, 나뭇가지도 베어버리며 질주했다. 그러나 이어 초향의 목검의 방울이 울림과 동시에 거센 바람은 산들바람이 되어 흩어졌다.

“아니?!”

“미안하게 됐군.”

어느새 가까이 온 정기가 휘두른 칼은 이비의 두꺼운 두 단검에 막혔다.

이어 삼이 단창으로 찌르려 했지만 창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몸 전체가 다리부터 감으며 올라온 풀과 꽃으로 묶이어 움직이지 않았다.

“삼!”

효삼이 자신의 무기이자 법보인 뭉특한 나무방망이를 빼들어 내려치고자 했다. 허나 이 역시 방망이 쳐들자마자 재빠르게 기어 올라온 풀과 꽃으로 인해 묶이어 그 이상의 행동이 불가능해졌다.

“역시 보통은 아니군.”

“어쩌죠?”

상황을 파악하고 급하게 움직여 묶이지 않은 비도와 이비에게 정기가 날아오듯 다가왔다.

“맞서야지!”

비도는 거센 바람을 날리는 동시에 칼을 휘둘러 정기의 칼과 부딪쳤다. 이어 두 자루의 단검을 휘두르며 달려든 이비는 초향과 격돌했다.

“그거 쓸 수 있는 거야?”

“그 목검보다는 유용합니다.”

두꺼우면서 날카로운 단검들을 이비는 잽싸게 움직여 초향의 머리, 어깨, 허리, 가슴 등을 노렸다. 초향은 단검의 칼날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목검으로 이비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이비가 목검을 아슬아슬하게 피하여 거리를 벌리는 동안 묶여버린 삼과 효삼은 이를 풀고자 몸을 비틀고 있었다.

“그만하시죠. 괜히 잘못하다간 뼈까지 부러질 수 있습니다.”

유화는 그렇게 말을 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섰다. 그와 함께 풀과 꽃들이 더 세게 둘을 조여왔다.

“젠장.”

“이거 생각 이상인데.”

생각 이상의 적들의 존재에 두 사람은 뭐라 상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갑작스레 덮쳐온 바람에 풀과 꽃들이 잘려나갔다. 전부 잘린 것도 아니고, 동시에 두 사람의 살갗과 옷도 베이긴 했지만 빠져나오는 데에 큰 문제는 없었다.

“이런······.”

“핫! 지금이야!”

비도가 정기와 맞서던 도중 공격하는 척 하면서 바람을 날린 것이다.

이틈에 빠져나온 삼과 효삼은 그대로 유화에게 돌진했다.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빠져나온 두 사람에게 대응치 못한 유화에게 둘은 각자의 무기를 그녀에게 겨누었다.

그러나 이 역시 보이지 않는, 동시에 단단한 벽에 가로 막혔다.

그 벽에 박은 코를 문지르는 효삼과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뒤를 돌아본 유화는 결심한 얼굴로 그림이 그려진 족자를 펼친 해화를 볼 수 있었다.

해화를 보고 고맙다는 말과 함께 유화는 부채를 단박에 피더니 읊조렸다.

“백화난만(百花爛漫).”

갑작스레 피어난 꽃들에게서 꽃잎들이 떨어져 화려하게 흝날렸다. 그리고 꽃잎들은 마치 안개와 같이 펼쳐져 삼과 효삼의 시야를 가리며 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현별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1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9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5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0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0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