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31,985
추천수 :
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7.01 23:39
조회
101
추천
1
글자
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DUMMY

이까지 빠득 갈며 다짐하는 이주신의 말에 다른 환관들과 망아는 잔뜩 긴장을 했다. 알고는 있는 말이긴 했지만 역시 이렇게 들으니 각오치 않을 수 없었다. 그만큼 노(老)환관의 말은 묵직하고 사나웠다.

이주신으로선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품었던 건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그저 그런 환관으로서 살아가려고 했다. 그저 적당히 출세하고 총애를 받아 무난하게 살아가길 원했다. 자신을 양자로 받아들인 아버지를 따라 환관이 된 이후부터 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모시는 어린 태자를 만나면서 달라졌다. 그저 어린 태자 곁에서 적당히 총애와 신임을 받아 좋은 자리서 적당히 권세나 얻었음 했다. 허나 당시 어린 태자는 어린 나이와 걸맞지 않은 총명함과 광채가 난다 표현할 외모로 주변 사람들의 칭찬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 태자를 곁에서 오래 모시며 그에겐 뜻하지 않은 부성애라 부를 감정이 생겼다. 물론 친자식도 아니며, 그 자신과 태자는 군신관계에 해당할 뿐이었다. 허나 어린 시절부터 모신 태자에 대한 심적 거리는 매우 가까워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는 이 태자를 위해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그 다짐 속에서 현 임금의 고초와 그 임금을 걱정하는 태자의 모습을 보며 이런 결심을 하고 계획을 세운 것이다. 태자에게 피해는 가지 않게 하면서 태자의 근심이 될 이들을 제거키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걸 위한 무력을 구하기 위해 주변으로부터 정보를 모았다.

그렇게 정보를 모으던 중 어떤 고을에 대한 일을 알게 되었다. 어찌 보면 현 임금의 치부라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하였으나 역모라는 이름으로 몰살당한 고을의 생존자들이 몰래 모여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이들이라면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이주신은 측근 환관을 보내어 이들의 우두머리인 망아를 포섭했다. 그리고 그 망아를 매개로 일당을 조직한 것이다.

그렇게 조직한 일당은 당장 써먹을 건 아니었다. 때문에 망아와 측근 환관을 시키어 그들에게 비밀리에 확보한 법보를 보내주고 이를 잘 다룰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켰다. 물론 무술 훈련도 말이다.

다만 그 훈련이 이뤄지는 과정 속에서 이주신은 자신의 존재를 일말도 알 수 없게 숨겼다. 모든 것의 주체는 망아로 하였고, 측근 환관은 일당의 표적이 될 이들에게 피해를 봤던 협력자로 설정하여 모든 걸 조종했다.

그렇게 훈련이 어느 정도 이뤄져서 상당한 실력을 소유하게 되자 그들을 이용해서 태자에게 위협이 될 자들을 제거했다. 일당의 원수라는 이름으로 일당을 움직여 제거하되 진짜 제거해야할 핵심인물들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너무 성급히 움직일 경우 혼란만 야기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히려 핵심인물들을 살려둠으로써 서로가 의심하고 눈치를 볼 상황을 만들어서 치고박고 싸우게 만들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막판에 확실하게 제거키 위해서였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불안해졌다. 선랑과의 싸움에서 큰 피해를 입은 일당으로는 더 이상 이용하기에는 무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초정회라는 상단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 이주신은 차라리 초정회와 손을 잡는 게 어떤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일당을 제거키로 했다. 마침 망아도 이에 동의를 하고 적극 건의를 하던 차이기에 이주신은 실력을 시험도 해볼 겸 그들로 초정회를 습격이란 방식으로 치게 하면서 망아로 전부 제거케 시킨 것이다.

그런데 현재 초정회에선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일당의 생존자만 발생시키면서 무천군을 부추긴 꼴이 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선랑 하나의 죽음으로 무천군이 행동을 보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왜 다행인고 하니 무천군이 행동을 보이면 그건 여지없이 역모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무천군의 세력이 커도 나라를 뒤엎기에는 문하시중과 같은 반대세력이 존재했다. 결국 무천군이 행동을 보인다면 최대 반대세력인 문하시중과 부딪치게 될 것이다.

설령 이주신의 행보를 알아도 상관없다. 이주신도 나름 이를 위해 준비를 했고 반대세력에 해당하는 문하시중을 부추겨 맞부딪치게 할 것이다. 물론 이주신 자신도 움직여서 모든 잘못을 떠안고 동귀어진을 할 생각이다. 자신이 죽어도 태자를 모실 환관은 많고, 오히려 태자의 최대 근심이 될 무천군이 제거될 터이니 좋은 결과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건 이주신으로선 불안하지만 나쁘진 않은 상황이었다. 허나 역시 휘화로 다룰 무력집단의 부재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르신, 헌데 무천군이 중앙군을 움직인다면 어쩌죠? 천신무가 죽은 뒤로 중앙군에서의 문하시중의 세력이 약해졌사옵니다.”

환관 하나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말을 꺼냈다.

“걱정치 마라. 그 대신 최염계가 있다. 참지정사 최염계는 중앙군에 자신의 아들이 있을 정도로 나름 세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가 문하시중의 측근인 상황에서 걱정치 마라. 오히려 그들이 어떻게 서로 치고받을지를 생각이나 해라. 뭐, 현 상황에서 무천군이 행동을 계시하면 반발세력들이 움직여서 충돌이 움직일 게 뻔하니 걱정은 없겠군.”

장담을 하기는 했으나 속으론 나름 걱정이 가득한 이주신은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여러 환관들과 망아를 둘러본 이주신은 말을 꺼냈다.

“너희 중 무예에 능통한 이들은 준비를 하거라. 망아, 너도 더 이상 네놈을 따르던 이들에게 신경을 끄거라. 지금은 앞으로 있을 큰 싸움을 대비하는 게 우선이다.”

“알겠습니다.”

“이거야 원, 그 법보들을 회수치 못한 게 너무 아쉽군.”

환관 하나의 투덜거림에 이주신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지나간 일이다. 지금은 앞으로의 일에 신경을 쓰거라. 오히려 그 법보들을 소유하고 있는 입장인 초정회를 상대로 거래를 할 재료로 쓸 수 있으니 좋은 쪽으로 생각하거라. 이를 잘 이용토록 하라.”

초정회와의 대화를 담당하게 될 환관에게 이주신이 시선을 주자 그 환관은 기운차게 걱정치 말라는 대답을 했다. 그 대답소리에 만족한 이주신은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해 다짐을 했다. 자신의 목숨까지 내벌릴 다짐을 말이다.

이러한 이주신의 다짐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다시금 서책을 뒤적이던 태자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불러온 배를 쓰다듬으며 걱정이 가득한 표정의 태자비의 뺨에 살짝 손을 대었다.

“걱정치 마시오, 태자비. 모든 건 다 잘될 것이오.”

그 손길에 얼굴을 붉히며 자그마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태자비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은 태자는 이어 말을 꺼냈다.

“아무리 평지풍파가 일어나도 내게 날아올 건 없소. 있다고 한들 방울소리 들리지 않는 내 충견들이 제 뜻대로 움직여 재앙과 함께 사라져줄 것이오. 그리고 종국에는 따뜻한 불길이 일어나 용의 주위를 휘감아 지켜줄 것이오. 어쩌면 산초나무의 그늘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따스한 정원에서 차를 즐기며 여인들의 춤과 노래를 즐길 수 있을 것이오.”

태자의 말을 이해치 못한 태자비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곁에 있는 궁녀에게 시선을 주었다. 궁녀들도 무슨 소린지 모른다는 반응을 보이는 와중에 태자만이 여유로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책을 펼치었다.


이렇듯 이주신이 각오를 다지고 태자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동안 무천군은 진의겸으로부터 남영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남영의 행동이 어떤 파급을 가져올지 걱정을 한 진의겸과 다르게 무천군은 담담히 보고를 받고 나선 아무렇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런가.”

“괜찮으시겠습니까?”

서양필이 물었다. 묻기는 하지만 서양필 역시 태연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그의 도움이 있다면 수월하긴 하겠으나 없다면 없는 대로 문제는 없지.”

“그 자가 이주신의 편을 들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없지는 않으나 낮다고 보는 게 좋을 거야.”

단언하는 무천군을 진의겸과 서양필을 바라보았다. 잠시 뜸을 들인 연후에 무천군이 말했다.

“남영은 지혜로운 사람이야. 좀 경박하거나 제멋대로의 모습을 보이긴 하나 시국의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인물이야. 어디에 손을 잡고 있어야 자신이 무사한지 잘 아는 인물이니 우리에게 함부로 적이 되는 행보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꽤나 잘 아는군요.”

“당연하지. 그러니 내가 그와 접촉하려고 했던 거 아니겠나.”

공감하는 서양필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진의겸은 적어도 질책이 날아오거나 심기가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서 안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현별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0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8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3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29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