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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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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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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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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DUMMY

“피차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군.”

“그렇습니다요, 네.”

무천군의 집으로부터 멀지 않은 집의 지붕 위에서 남영은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더불어 이초는 그의 곁에서 맞장구를 친다. 희영은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머뭇거린다.

“왜 그러지?”

“정말 괜찮을까요?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들이었어. 뭐, 우리의 시작은 내 개인적인 즐거움이었지만 말이야.”

킥킥 거리는 남영을 보며 이초도, 희영도 한숨과 함께 어쩔 도리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이유로 여러 골치 아픈 일을 가지고 오는 그였지만 이번은 그 크기가 정말 달랐다. 그럼에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듯 여유로운 태도를 보인다는 건 그의 힘이 주는 여유인 듯 하나 다른 이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스승님 정도 되니까 그런 여유가 나오는 겁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다는 것은 저도 인정하는 바이지만 말이죠.”

최화련이 끼어들며 말했다. 나름 변복을 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명문가 여식이라는 게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평범한 장옷으로 가리기는 했지만 사이사이로 붉은 색 치마와 저고리가 드러나 있었다.

“굳이 안 와도 될 텐데요, 네. 워낙 위험한 일이잖아요.”

“맞아요. 괜히 다치기라도 하면 참지정사께서 가만히 계시겠어요?”

걱정을 하는 이초와 희영의 말이 자신을 대변해주었다는 듯 최화련을 뒤따라온 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최화련에게 돌아가자는 뜻을 은연중에 내보이는 중이었다.

참고로 이 둘도 남영과 같이 지붕위에 있는데 올라오는 과정에 옷이 이곳저곳 더러워진 상황이었다. 최화련의 하인은 그런 것도 문제이긴 하지만 최화련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게 아닌지, 그리고 괜한 일에 끼어든 게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인 자신은 그대로 죽음이 확정되기 때문이었다.

이런 하인에 대한 걱정을 해주는 이초와 희영이나 최화련은 신경도 쓰지 않는 중이었다.

“아버지의 일입니다. 아버지와 가문을 위해서인데 뭔들 못하겠어요. 오라버니도 목숨 걸고 나서는 일인데 저도 가만히 있어서야 되겠어요. 저도 같은 가문인데.”

이렇게 말을 하고는 있지만 최화련이 이렇게 전면에 나선 데에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갚아줘야죠. 당하곤 못 삽니다, 전.”

바로 천인예에게 조종당한 일을 말하는 것이었다.

“천하의 최화련이 이렇게 격분하다니. 평소 자기보다 아래라고 여기던 이에게 당한 것에 대한 분노 때문인가? 아님 친하게 지내던 이에게 이용당했다는 일에 대한 배신감인가?”

남영의 말에 정곡이 찔린 얼굴로 시선을 잠시 피한 최화련이었으나 남영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그저 무천군의 저택을 바라볼 뿐이었다.

“아시면서 놀리시나요?”

“놀리는 건 아니야. 평소 여유롭게 집에서 차를 즐기며 일을 관망하고 있을 화련이가 이렇게 나선 데에 놀라고 있을 뿐이야. 다만 그렇게 나선 데에 어떤 감정이 있건 괜히 휩쓸리지 말았으면 하거든. 너 자신의 안전만큼이나 일의 중요성을 생각해본다면 감정에 휩쓸리는 건 진정 일을 망치는 지름길이거든.”

“그 정돈 알아요.”

입을 삐쭉 내미는 화련이의 태도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던 남영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천군은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이겠군.”

“그럴 거에요. 그만한 힘도 있고, 무엇보다 곁에 있는 정당문학 서양필이 부추길 가능성이 크거든요. 저도 만난 적은 없지만 워낙 과격한 성향을 지닌 사람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어왔거든요. 그렇다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죠.”

과연 조정의 흐름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여신동이라는 평가를 받는 최화련 다운 통찰력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설까요? 정적에 해당하는 분들에게 말이죠, 네.”

“일이 끝난 이후를 염려한다면 아마 연금 정도일꺼에요. 아무리 조정 내에 세력이 약하다고 한들 문하시중이 가지는 위상과 민심은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제 아버지한테도 말이죠.”

“우리한테도······겠죠?”

조심스레 희영이 꺼낸 말에 모두가 동의를 표했다.

“결국 주적은 태자와 이주신이겠군. 일단 표면적으론 이주신이겠지만 말이지.”

“결국은 태자전하를 공격하겠죠. 실제로 배후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말이에요.”

“이렇게 본다면 망아라는 녀석이 이주신의 존재를 언급한 건 큰 실책이 되겠네요, 네. 아, 물론 그게 신뢰를 얻는 방법이겠지만요, 네.”

“그리고 설마 내가 그 존재를 무천군에게 떠벌릴 줄도 몰랐겠지.”

“그러고 보니 이 일련의 사태는 괜히 스승님이 무천군에게 이주신이 보낸 편지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태 아닌가요?”

“글쎄? 무천군 성격과 그와 그의 측근들의 능력을 고려한다면 이주신이 암약한다는 사실에 도달했을 가능성도 있어. 설령 아니라도 행동을 벌였겠지. 물론 내가 편지를 보여줌으로써 그의 행동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 건 사실이지. 대신 그의 목표로 삼아야 하는 존재가 좁혀진 것도 있고 말이지.”

“정말이지, 주인어른께선 역병신이 따로 없다하겠네요, 네.”

킬킬 거리며 웃는 이초의 말에 남영은 어깨를 들썩이고는 씩 미소를 지었다.

“내가 아니어도 일을 어지럽히고자 나설 인물이 없는 건 아니야.”

“허염 말인가요?”

최화련의 질문에 남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화련이다. 정답이야.”

“확실히 그 사람은 홍매화님과도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나름 무력과 힘을 이용해서 이 정국을 어지럽힐 인물인 건 사실이죠. 물론 외람되지만 참지정사도 계시고요.”

희영이 맞장구를 치며 최화련을 슬쩍 보았다. 최화련의 하인이 뭐라 항의를 하려 했지만 최화련이 제지하며 씁쓸히 동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남영은 잠시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남영의 그 행동에 의문이 든 최화련이 물었다.

“왜 그러세요?”

“별거 아니야. 다만 허염, 그 늙은이가 무슨 행동을 취할지 기대가 돼서 말이지. 그라면 분명 이 정국의 혼란을 과속시키기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할 거야.”

남영의 그 말에 다들 긴장했다. 이제 본격적인 사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선 나랑 비슷해. 하지만 그는 결코 나처럼 쾌락과 재미를 운운하면서도 그것만을 추구하는 인물이 아니야. 분명 정치적인 어떤 결과물을 원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러면서 남영은 최화련을 바라보았다. 허나 그 시선이 최화련 자신이 아닌 그녀의 뒤에 있는 존재, 그녀의 아버지인 참지정사 최염계를 보는 것임을 최화련은 모르지 않았다.

“과연 무엇을 얻고자 하는 건지. 그 나이를 먹고도 그렇게 정치가 하고 싶나. 아니면 그렇게 권력이 탐이 나는가?”


남영의 말대로 그 날 밤이 되자 허염의 계략은 시작이 되었다.

시작이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별다른 것을 한 것은 없었다. 그저 허염은 홍매화에게 자신의 뜻을 보내고, 홍매화는 장락원의 기생들과 하인들에게 각각 임무를 내릴 뿐이었다.

그녀는 기생들로 하여금 이소연을 잘 씻기고 먹였다. 그리고 그녀의 부상이 거의 다 나은 걸 확인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해주는 약을 몰래 식사에 섞어 먹였다. 참고로 그 이전에는 부상이 나아도 쉽게 움직일 수 없도록 약을 식사에 섞어서 먹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에는 이소연이 움직일 수 있게 도우면서 그녀의 곁에 그녀의 법보를 실수인 냥 보이는 위치에 놓게 만들었다.

이를 잘 모르는 입장인 이소연은 급하게 이를 챙기어 이불 안에 숨겼다. 그리고 자신의 몸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음을 깨달은 그녀는 소리죽여 움직여서 깨끗하고 움직이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곤 다시 이불 안으로 숨으면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 조금씩 몸을 움직여서 그동안의 공백을 메꾸고자 했다. 적어도 이곳을 벗어날 정도의 움직임을 보여야 했다.

그렇게 밤이 되자 이소연은 살며시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은장도와 자신의 법보를 챙긴 그녀는 살금살금 방밖으로 나왔다.

“이제 가게?”

갑작스런 말소리에 놀란 그녀는 은장도를 빼들어서 겨누었다.

“그걸로 싸울 수 있겠어?”

이소연에게 말을 건 상대는 다름 아닌 미령이라는 어린 기생이었다.

미령을 본 이소연은 긴장을 완전히 풀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안심했다. 그동안 이곳에서 지내면서 대화를 나눴던 기생 중 하나인 미령은 다리가 없었다. 정확히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선천적으로 없던 것인지, 아니면 사고나 병으로 인해 없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다리가 없는 그녀 정도라면 이소연이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거였다.

“물론 다리 없는 나라면 아무리 오랫동안 이불 속에 누워있던 너라도 이길 수 있겠지.”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미령은 그렇게 말하면 곁에 놓여있는 다과상에서 찻잔을 들어 담겨있는 차를 천천히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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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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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8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29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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