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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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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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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9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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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DUMMY

길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날이 밝은 장경은 한바탕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일국의 대신의 아들이자 선랑인 소년이 처참히 살해되었으니 말이다. 사람들에겐 아직 연쇄살인사건이 끝나지 않았다고 여겼고,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정치적으로 주시하던 이들은 이것이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아니, 이미 무엇이 발생했는지 눈치챘다. 정확히는 그들이 이룬 균형 속 평화가 흔들리고 있음을 말이다. 더 정확히는 가만히 앉아 있어선 안 된다고 말이다.

이를 잘 아는 무천군은 조용히 저택에서 아들인 진의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이번에 살해당한 이는 무천군의 측근인 예부상서 이승필의 차남이자 선랑인 이휴진이다. 무천군이 허염과 연결된 기방인 장락원의 움직임을 관찰하면서 견제코자 장락원에 머무는 동안 그의 호위를 담당하던 이였다. 좀 경박한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측근의 아들이고 실력도 나름 있기에 기대도 하고 있던 젊은 인재였다. 무천군 자신이 집으로 잠시 돌아가면서 장락원에 그를 남긴 데에도 믿기 때문이었다. 장락원을 충분히 견제해줄 수 있다는 믿음말이다.

허나 그가 살해당했다.

“전투의 흔적이 없지는 않은 걸 봐서 전투가 벌어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보고를 올리는 진의겸의 얼굴은 착잡했다. 엄연히 선랑의 우두머리 역할을 맡고 있던 그였기에 자신의 아랫사람이 죽었다는 건 빈말이라도 아무렇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죽은 이휴진은 진의겸과 같이 같은 당파의 대신의 아들이었다. 게다가 차남이라는 데에서 묘한 동질감도 느끼던 참이었다.

“죽은 장소가 장락원 인근이라고 했던가.”

“예. 아무래도 야간에 산책차 나왔다가 죽은 게 아니냐는 말이 있었습니다만······.”

“누가?”

“금오위 상장군 한순입니다.”

한순은 분명 무천군과는 같은 당파의 인물이다. 하지만 동시에 문하시중 천신영의 지지자인 인물이었다. 개인적으로 믿을 수는 있는 인물이나 정치적으로 천신영을 변호도 하는 입장인 만큼 양쪽의 중재를 맡았다. 그 때문에 불만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었으나 무천군은 크게 개의치 않았다.

“예부상서는 어쩌고 있느냐.”

“매우 슬퍼하고 계십니다.”

그 짧은 한 마디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예부상서 이승필은 평소 자신의 아들을 자랑하며 아끼고 있던 인물이다. 정말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인물에게 있어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청천벽력에 해당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군.”

짧은 한 마디와 함께 무천군은 나지막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는 젊은 인재가 하나 죽었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이 아니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긴장의 표현이었다.

이휴진이 죽은 장소는 바로 장락원 근처다. 장락원이 허염과 연결되어 있음은 웬만큼 조정에서 지낸 인물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사람들은 대체로 이 일이 최근에 벌어진 연쇄살인의 연장선으로 보는 경향이었으나 무천군은 달랐다. 그는 한때 조정에서 종횡무진으로 행동하고 자신의 정적이기도 했던 은퇴한 늙은 전(前) 대신을 의심했다.

동시에 무천군의 머리에 스쳐지나간 이가 있었다. 바로 태자궁 담당 환관인 이주신이었다. 최근 남영을 통해 받은 편지를 통해 이주신이라는 늙은 환관에 대한 경계심이 형성된 상황이었다. 편지에선 그가 최근 대신들을 상대로 벌어진 연쇄살인사건의 흑막일 수 있다는 정보가 담겨 있는 만큼 경계해야 했다.

또 마지막으로 무천군이 경계하는 이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의전이에겐 별 얘긴 없었느냐?”

“아, 예.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고 합니다.”

바로 초정회의 남영이었다. 현재 셋째 아들인 진의전을 보내어 감시 중인 남영은 뛰어난 도술을 부릴 수 있는 인물이었다. 그런 만큼 경계하던 중 그 스스로 무천군 앞에 나서서 이주신이 보냈다는 편지를 건넸다.

그 이전부터 주시하고 있었던 그가 최근 들어 행동을 벌인다는 것에 무천군은 경계치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분명 편지를 건네긴 했지만 그 편지가 진짜인지 알 도리가 없었으며, 설령 진짜라 해도 도대체 무슨 꿍꿍이로 넘긴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만큼 경계를 할 필요가 있었다.

때문에 진의전을 보낸 것이나 아무래도 소용이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만일 초정회에서 진의전을 눈치 채었다면 분명 진의전에게 무슨 술수를 썼을 수 있다. 허면 진의전의 정보는 전부 쓸모가 없게 된다. 더군다나 여차할 경우 목숨도 위험할 수 있었다.

“의겸아, 당장 의전이에게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라 전해라.”

“초정회를 그냥 두실 겁니까?”

“상황이 조금 위험하게 흘러갈 소지가 크다. 의전이처럼 경험이 부족한 애한테는 위험해.”

그리곤 잠시 뜸을 들인 후 무천군이 말했다.

“그리고 당장 의순이에게 기별을 넣어라. 만약을 대비해 병력을 장경 근처에 몰래 집결시키라고 전해라.”

진의순. 무천군의 장남으로, 현재 청서성(淸西城)의 수비를 담당하고 있었다. 청서성은 장경의 서북쪽에 위치한 성으로, 만일의 사태로 적이 쳐들어왔을 때 이를 막을 관문의 역할을 담당하는 곳이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3천의 병력이 상주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군사들의 지휘관이 바로 진의순이었다.

“형님에게요? 허, 허나······.”

“그리고 상장군 김지순에게도 만일의 사태가 있을 수 있으니 병사들을 준비시키라 전해라. 동시에 장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라 전하고 말이다. 물론, 이주신, 허염, 그리고 장락원과 초정회에 대한 감시도 하라 이르고.”

이어지는 무천군의 말에 진의겸은 긴장했다. 무천군의 말들은 하나 같이 비상사태를 알리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신명군에게는 만일의 사태에 종친들 중 괜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게 그들을 감시하고 잘 대해주어 움직임을 봉하라 이르거라. 그리고 마땅한 이를 정하라 이르거라.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말이다.”

“만일이라니요?”

“태자의 폐위다.”

담담히 내뱉은 무천군의 발언에 진의겸은 기겁했다. 이는 역모로 오해받을 소지가 높은 말이기 때문이다. 허나 무천군은 신경 쓰지 않았다.

“정당문학 서양필은 태자궁을, 중서평장사 문경신은 중서문하성을 감시하고 단속하라 이르거라. 그리고 한순에게 일러 병력 일부를 허염의 감시로 돌리라 이르거라. 장락원과 허염의 저택 둘을 말이다.”

한순이라면 평소 허염을 경계해 왔으니 군말 없이 받아들일 것이다. 진의겸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라 반론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이를 허용할 분위기가 무천군에겐 없어 보였다.

“아, 아버지.”

“뭐냐?”

잠시 뭐라 해야할지 망설인 진의겸은 문뜩 떠오른 누군가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문하시중 천신영은 어쩌죠?”

엄연히 현재 무천군의 최대 정적이자 조정의 영수인 문하시중 천신영. 그의 고명딸인 천인예는 선랑이기도 했다. 분명 무시 못 할 그 이름이나 무천군은 코웃음을 쳤다.

“사촌인 천신무가 죽은 이상 그가 비상시 동원할 무력은 한순 정도겠지. 허나 너도 알다시피 한순은 본래 우리 당파이다. 비록 천신영을 지지해주고 있지만 말이다. 게다가 일당백의 선랑들도 그의 딸을 제외하면 전부 우리 쪽 인재들이고, 응양군 역시 우리의 무력인데 무엇이 걱정이겠느냐. 이미 임금까지 병석에 드러누운 시점에서 그는 경계할 가치도 없다.”

무천군에게 지금 크게 경계할 존재는 이주신이었다. 일개 환관이나 차기 임금인 태자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문재였다. 지금의 임금이 죽으면 당연히 태자가 뒤를 이을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이주신의 힘이 세질 게 분명했다.

“뭐하고 있느냐. 어서 움직이거라.”

“알겠습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진의전이었으나 행동에 있어선 망설임이 없었다. 이미 정해진 일을 거부할 의사가 그에겐 없었다.

이제 엎질러진 물임을 잘 아는 무천군은 앞으로 불어 닥칠 폭풍을 기다렸다.

이는 무천군 만이 아님이 자명했다. 태자궁 담당 환관 이주신, 초정회의 수장 남영, 이미 은퇴한 전(前) 대신 허염, 그리고 무천군이 무시하고 있으나 분명 조정의 영수인 문하시중 천신영까지 말이다.

허나 질 것이라는 생각이 무천군에겐 들지 않았다. 허나 방심할 수 없음도 잘 알았다. 때문에 그는 전력을 끌어모으고 행동에 들어갈 준비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에게 기회라도 주듯 그 다음날 임금이 의식을 잃었다. 의식만 잃었을 뿐이라지만 사실상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곧 있으면 그 생명은 다할 것임이 의관(醫官)이 직접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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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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