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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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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작성
18.05.13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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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DUMMY

정기로선 이 상황이 뭔가 잘 나가다가 콱 막힌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이 일련의 상황을 조율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다만 지금의 그로선 그걸 알 도리가 없었다.

조정신료들을 상대로 한 연쇄살인사건, 허염에 대한 문하시중의 접촉, 무천군의 장락원 숙박, 장락원에 나타난 가면 쓴 사내, 그리고 어제밤의 기습과 선랑의 죽음까지.

이 모든 일들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엮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으나 분명한 건 누군가 이를 조율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누가 이 일들을 조율하는 흑막인지는 알 도리가 없다. 몇몇 짚이는 이는 있으나 확실치 않다.

“결국은 소용없나.”

“뭐가?”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미령의 머리를 잠깐 쓰다듬은 후에 정기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무래도 이대로 그냥 대기만 하기에는 뭔가 찝찝했기 때문이다.

“어디 가려고?”

느긋하게 하품을 하며 마루에 드러누워 있던 화령이 고개만 돌려서 정기에게 물었다. 화령의 물음에 모두의 시선이 정기에게 쏠렸다.

“외출.”

“이런 날에 괜히 외출했다가 쓸데없는 추궁이나 당할 걸?”

“걱정마세요, 초향 누님. 일단 눈에 안 띄도록 하는 건 잘 하니까요. 그보다 이 수상쩍은 일들에 대한 해결책 찾으러 마실 좀 다녀올게요.”

별 일 아니란 투로 기지개를 하는 정기가 향하려 하는 곳은 바로 허염의 집이었다. 일단 자신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인 동시에 정기가 흑막 후보로 꼽을 정도로 수상쩍은 인물이 바로 허염이기 때문이었다.

“어딜 가려는······아, 거기.”

어디 가려는 건지 물으려던 초향은 정기가 가고자 하는 곳을 눈치 채곤 별 말을 덧붙이거나 하지 않았다. 허염이라면 분명 이 작락원의 후원자인 동시에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지혜를 지닌 인물이다. 게다가 이 일련의 상황에서의 장락원의 행동은 허염과 홍매화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꼭 의견을 들어봐야 할 인물이었다.

오히려 이런 상황일수록 허염의 말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기에 초향은 조심하라는 말만 덧붙였다. 다른 기생들은 이 상황에 대한 걱정 속에 뭐라 조언이나 걱정거리를 정기에게 토로하고픈 심정들이었으나 괜히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 하에 초향이 막았다.

그렇게 밖으로 나간 정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던 초향의 어깨를 누군가가 두드렸다.

“뭐야?”

“아, 저기, 그게, 어머니가 찾으셔.”

“아, 그래?”

마치 정기가 떠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시기가 절묘하기에 이상한 생각이 든 초향이었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고 홍매화의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초향은 자신의 직감이 틀리지 않았음에 속으로 한탄했다.


하룻밤의 참극이 지나고 난 뒤에 깬 비도의 감정은 차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사람의 감정이 극한을 넘는다면 차분해진다는 말이 그에게 적용되는 듯 했다. 평소 성격이 괄괄한 편인 비도였으나 몇 안 되는 동료인 삼, 효삼, 이비가 눈앞에서 과거 동료이자 우두머리였던 망아의 손에 죽는 걸 봤다. 그 자신 역시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또 침대 신세를 지고 있는 형편이었다.

깨어난 비도의 곁에 서있던 주호가 이죽거리며 말했다.

“결국 안 뒤졌군.”

주호의 빈정거림에도 비도는 반응치 않았다. 정확히는 밤에 있었던 참극에 대한 분노와 좌절감에 반응할 여유가 없었다.

상체를 일으킨 비도는 덮고 있는 이불을 꽉 쥐며 허공만을 매섭게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비도의 모습에 코웃음을 치며 떠나려는 주호에게 비도가 말을 꺼냈다.

“네 주인은 어딧지?”

“글쎄······. 그걸 내가 말해줘야 할 의무가 있나?”

그러곤 투덜대며 주호는 자리를 떴다.

비도가 있는 방에서 나온 주호는 이초와 소은과 맞닥뜨렸다.

“굳이 그렇게 말하실 필요가 있는지, 네.”

“뭐야, 엿들은 거냐?”

“엿들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정확히는 다른 용건으로 왔다가 네가 있는 거 보고 조용히 기다리다가 우연히 네가 떠드는 걸 들은 것 뿐이지.”

“그게 엿들은 거요, 누님.”

혀를 차며 자리를 떠나려는 주호의 뒤에서 소은이 킥킥 대며 말했다.

“그나저나 걱정이 되었나봐? 정신 잃고 쓰러진 녀석이 깨어났다니 제일 먼저 오고 말이야.”

“은근 오지랖이 넓다 이거군요, 네.”

“허튼소리.”

한 마디 툭 내뱉은 주호는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런 주호를 재미있다는 듯 미소로 보내는 소은의 곁에서 이초가 물었다.

“그나저나 평소에는 그렇게 쓸데없는 일, 귀찮은 일 끼어들지 말자면서 굳이 이런 소소히 귀찮을 일에는 오지랖을 부리는 거죠, 저 사람?”

“그게 주호의 재미있는 점이지. 뭐랄까, 은근 아닌 거 같지만 저렇게 신경 쓰는 성격이랄까? 원채 저런 성격이니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늘어나지 않기를 위해 평소 그러는 걸지도?”

“그렇겠네요, 네.”

주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던 두 사람은 본래의 목적대로 비도의 방으로 들어섰다. 방금까지 방 앞에서 시끄럽게 떠들었던 지라 두 사람의 방문을 알고 있던 비도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미 저희가 왔다는 건 알았을 거 같군요, 네.”

“그래. 그렇담 너희도 내가 물을 게 뭔지는 알겠지?”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하는 비도에게선 분명하게 느껴질 수 있는 살의(殺意)와 위압감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음, 그렇긴 한데 네 입으로 말해줄래? 도대체 진짜 궁금한 게 뭔지 말이야? 그보다 네가 우리에게 제안할 게 있을 거라는 먼저로 언급될 이야기일려나?”

살짝 위축된 이초와 달리 소은은 개의치 않고 말을 꺼냈다.

“도대체 망아가 왜 이런 일을 벌였는가? 그 흑막인 망아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장락원이란 기방은 도대체 뭔 곳인가? 뭐, 이런 것들이 아마 주로 네가 궁금해 하는 것이겠지.

그렇담 네가 제안할 일은 무엇일까? 이소연이라는 네 동료를 장락원에서 빼내는데 도와달라? 아니면 망아에 대한 복수? 그것도 아님 그 주인이라는 흑막에 대한 복수? 아, 그래.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겠군.”

나불나불 잘도 떠드는 백발머리의 소녀를 보며 비도는 생각했다.

사실 처음 이 소녀를 마주했을 때 괜한 어린 애가 왠 시비를 거나 했다. 그러나 그 뒤에 비도는 이 상단의 여러 인물들이 이 소녀를 대하는 것을 봤다. 결코 일반적인 소녀를 대하는 게 아닌 상급자, 혹은 연장자를 대하는 것을 보고 이 소은이라는 소녀가 그 남영이라는 사내 다음의 위치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잘 알면 굳이 내가 말을 해야 하나?”

바로 그런 소녀가 찾아왔다는 건 뭔가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에 왔을 거라는 게 비도의 생각이었다.

“그럼. 본래 우리는 상단이야. 상단이라는 건 상업, 즉 거래를 위한 집단이지. 우리 입장에선 우리의 이익을 위해, 그리고 그 이익을 통해 더 큰 이익을 얻고자 하는 게 중요한 행동의 원칙이야. 바로 그것을 위한 것이 바로 거래지. 헌데 거래란 건 일방적인 통보나 명령이 아닌 거래를 원하는 측에서 직접 입을 열고 대화를 시도하면서 생성되는 관계야. 때문에 네 입으로 듣고 싶은 거지.”

“즉 나는 너희들의 주요 거래 상대라는 거군.”

뭔가 상품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빠지긴 했기에 으르렁 거리는 비도였다. 위축된 태도를 보이는 이초가 당황한 듯 나서며 비도에게 말했다.

“아, 뭐 기분이 나쁘실 수 있겠지요, 네. 허나 우리는 기본적으로 상인입니다, 네.”

“상인? 하!”

바로 그 상인들에게 몇의 동료를 잃었는지 따지고 싶은 비도였으나 참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망아에 대한 복수였다. 물론 이들에게도 복수를 하고픈 비도였으나 지금은 괜한 헛된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현재 망아도, 삼도, 효삼도 없는 상황에서 그들 집단의 우두머리는 누가 뭐래도 비도였다. 그런데 지금 비도마저 없다면 그들을 이끌 사람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가 된다. 바로 그 책임감이 비도를 냉정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복수에 대한 성공을 위한다는 감정이 더더욱 그를 흥분이 아닌 차분으로 이끌고 있었다.

왠지 삼의 기분이 이해가 된 비도는 무심코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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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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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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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2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0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8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8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3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1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29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4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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