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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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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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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03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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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DUMMY

사라진 남영의 모습이 진정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정기는 허염이 있는 정자로 다시금 올라갔다. 올라가며 정기가 바라본 허염의 모습은 참으로 여유롭기 그지 없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느긋하고 의연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진짜 여유가 철철 넘치시네요.”

“안 그럴 이유가 있느냐.”

가벼이 웃으며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들이킨 허염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이라는 것과 거리가 있는 그였기에 의외라는 생각이 정기의 머릿속에 지나갔다.

“그래도 걱정이 아니 난다면 그 역시 거짓이라 일컬을 만하지.”

“누구길래, 그래요?”

정기의 질문에 허염이 작게 웃음소리를 흘린 후 답을 해주었다.

“그의 이름은 정기. 초정회라는 상단의 실질적인 주인지지. 그리고 홍매화하고는 같은 스승을 두었던 사이라고 하더구나.”

“누구랑 같은 스승을 둬요?”

홍매화라는 이름에 정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에 자신과 선랑 하나를 상대로 가볍게 이긴 것도 이해가 갔다.

장락원을 운영하며 여러 기생들의 ‘어머니’라 불리는 홍매화는 장락원 기생들의 수양어머니인 동시에 그녀들의 스승이기도 했다. 동시에 정기에게 있어서도 무술과 도술을 가르친 스승이다. 그리고 여러 법보들을 지니고 있으며 일부를 자신이 기른 기생들과 정기에게 주어 사용케 해준 인물이다.

그런 인물과 동문이라는 점에서 그 남영이라는 남자는 분명 보통 인물이 아님이 분명했다. 물론 그가 이끄는 초정회라는 상단도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그곳 주요인물들도 장락원의 기생이나 정기만큼, 혹은 그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을 게 뻔했다.

“도대체 이 도성에 사병(私兵)이 얼마나 있는 거요?”

“그러게 말이다. 아주 나라꼴이 재밌게 됐어. 무천군에겐 선랑을 사병으로 부리고 있지, 나도 장락원이 있지, 거기에 초정회에, 이 도성을 뒤흔든 살인집단까지. 아주 참으로 재밌어.”

“이게 웃을 일이오?”

호탕하게 웃는 허염을 보며 정기는 어이없어 했다.

“그래, 분명 웃을 일은 아니지. 어쩌면 여러 변수가 얽히고 얽혀서 생각대로 안 될 수가 있어.”

“무슨 생각인지 몰라도 그 결과가 나랑 장락원의 기생들도 피해볼 수 있습니다. 내 가족 같은 사람들이 말이에요.”

차가운 정기의 발언과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를 들이킨 허염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정기의 태도와 발언도, 아예 남영의 방문도 예상했다는 것 같은 미소였다.

“그래, 네 말대로 지금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중요한 시기지. 이거야말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니 잘 보고 판단해야할 일이야. 여차한다면 무력충돌도 일어나겠지만 괜한 피해를 입어서도 아니 될테니 말이야. 매우 어려워졌어, 허허허.”

호탕한 투의 웃음소리이긴 했지만 허염의 눈과 입가는 기쁘다기보다는 무언가를 정한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목소리와 표정의 괴리는 정기로 하여금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정기야, 지금 네가 해야할 일이 있다. 뭐, 이미 중요한 일은 내 이미 홍매화에게 얘기를 해두었으니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야. 이제부터 진정으로 시작되는 일은 오늘밤부터 일거야.”

“오늘 밤?”

“그래. 지금의 폐하가 쓰러졌다. 어차피 그럴 거라 생각했던 일이나 상황이 상황인 만큼 무난히 일이 이어지지 않을 것이야. 분명 폐하라는 억지력이 사라진 이상 문하시중도, 무천군도, 어쩌면 태자궁도 움직일게야. 그것이 어떤 형식으로 일어날지 몰라도 이 장경이 한바탕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해.”

정기 역시 정확하게 아는 건 아니나 대략 그럴 거라는 예상은 갔다. 이는 어젯밤에 있었던 침입자들에 대한 일과 선랑의 죽음에서 확실하게 느꼈다. 이는 분명 큰 폭풍을 부를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있다. 내 홍매화에게 일러 둘 것이니 지금 이대로 어여 가거라. 아, 챙겨야할 게 있다면 장락원에 들려서 챙겨야 할 터이지만 말이지.”

“걱정할 것 없이 챙길 건 다 챙겼습니다.”

사실 그냥 맨 몸으로 와도 되었고, 차라리 그게 금오위에게 걸렸을 경우 괜한 오해를 사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기는 자신의 법보를 비롯한 무기들을 챙겨왔다. 이는 만일의 사태를 위한 것이기도 하면서 허염이라는 인물이 무언가를 시키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잘 했다. 그럼 내 너에게 중요한 인무를 내리마.”

만일 있을 수 있는 타인의 존재를 걱정하며 허염은 소리를 낮춰 몇 마디를 꺼내었다. 정기는 각오를 다졌다는 의미로 눈썹을 까딱한 거 빼곤 반응을 보이진 않았다. 그러나 겉과는 달리 속으로는 이러저러한 걱정을 하며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염의 저택에서 빠져나와 거리를 걷는 남영의 얼굴에선 탈이 없었다. 거리를 거니는데 탈바가지를 쓰고 다니면 불필요한 시선을 받게 될 것이며, 아울러 선랑이 하나 살해당한 마당에 괜한 시선을 받아 좋을 일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임금이라는 분께선 생사의 고개를 넘을까 하는 상황임에도 장경의 거리는 그대로군.”

[아무래도 임금의 병세는 괜히 이야기가 퍼져나가지 않게 손을 쓰는 듯 하고, 선랑의 죽음도 소식이 널리 퍼지지 않게 하고 있다는 듯합니다.]

남영의 어깨에는 작은 참새 하나가 올라앉아 수문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었다. 걸어가는 사람의 어깨에 참새가 앉아 있는 건 신기한 일이라 시선을 끌 수 있기에 남영은 부채를 부치는 척하며 참새를 가리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 양 쪽 다 별로 좋은 소식이 아니고, 한 달 간 발생한 여러 신료들의 죽음이 있었으니 더 이상 민심이 혼란스러워봐야 나라에 도움이 될 리 없지. 무천군에게도, 문하시중 천신영에게도, 물론 태자궁의 이주신에게도 말이지.”

[태자에게도 말이지요.]

“그래, 아무리 임금이 죽으면 그 뒤를 잇는 게 태자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즉위를 해봐야 부담만 클 것이야. 거기에 민심마저 소란스러우면 올라도 오른 왕좌가 아니지.”

[과연 그걸 아는 것일까요, 그 이주신이라는 인물은.]

태자궁을 담당하는 환관이자 태자의 최측근이라 할 수도 있으며, 남영 자신에게 서찰을 보내어 손을 잡자고 청한 노(老)환관의 이름을 떠올리며 남영은 잠시 미소를 거두었다.

“알 거야. 그만한 인물이 이를 모를리 없지. 그럼에도 그는 이 혼란을 거두려 하지 않고 있지. 애초에 그 서찰과 망아라는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일련의 혼란의 시작은 그 이주신이라는 인물에 의해서지. 이를 통해서 얻는 것이 있기에 그런 것일 것이야.”

[그게 뭘까요? 분명 그 서찰에선 나라를 위한 것이니 뭐니 하긴 했었죠. 후일 나라에 장애가 될 요소를 제거한 것이라면서 말입니다.]

“그래, 그런데 과연 진정 그러한가는 다른 이야기지.”

비웃음이 섞인 코웃음을 치며 길을 걸어가는 남영은 잠시 걸음을 멈추며 펼친 부채로 참새를 툭 쳤다. 남영이 부채로 친 것과 함께 참새는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남영이 대화를 멈추고 참새를 날려보낸 데에는 마주친 한 청년 때문이었다. 양 옆에 두 명의 청년을 대동한 그는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물론 대동한 두 사람도 검은색 도포를 입고 있었다.

청년의 얼굴은 남영이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전에 남영을 초대하였던 인물이었다. 바로 무천군의 차남인 진의겸이었다.

“이거 공자(公子)가 아니시오? 평안하셨소이까?”

“오랜만이군요.”

서로에게 예의를 갖춘 인사말이 서로 전하기는 했지만 마치 한 판 맞붙을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진의겸의 뒤에 있는 두 선랑은 언제든 싸우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허면 전······.”

“잠시 얘기 좀 나누지요.”

그냥 지나가려는 남영을 막어서며 진의겸이 말을 꺼냈다.

“무슨 일이신지요?”

“아마 아실 건 다 아실 터이니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죠. 그대는 누구의 편이오?”

진지한 얼굴로 진의겸이 꺼낸 말에 대한 남영의 반은 놀라움도, 긴장도 아닌 의연한 미소였다. 마치 아무런 걱정도 없는 그 태도에 진의겸 곁의 두 선랑인 문진호와 서금수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자 역시 알 건 아실 것 같은데 굳이 대답해야 하나요?”

“모르기에 묻는 거지요.”

팽팽한 긴장감이 형성되는 와중에 남영은 슬쩍 주위를 둘러보았다. 선랑 셋과 대치한 한 남자라는 모습에 사람들은 슬금슬금 비켜가거나 아무것도 모르다는 듯 걸음을 재촉해 자리를 떠났다. 심지어 금오위 병사들도 가까이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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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6 1 9쪽
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1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9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5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5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0 1 9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6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0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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