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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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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작성
18.06.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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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DUMMY

벌건 대낮에 벌어진 대치 속에서 남영은 여유로운 미소를 띄고 있기는 했지만 주변의 동태를 살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무리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다곤 해도 그것이 절대적인 건 아니다. 상대가 어떤 방식을 준비를 했는지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수문.”

[······.]

상대가 들을 수 없는 작은 목소리로 부채로 가린 참새를 통해 수문의 이름을 불렀다. 이에 대한 대답이 없는 수문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무언(無言)이 긍정의 뜻을 나타낸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자신이 전하고자하는 말이 전해졌음을 인지한 남영이 시작한 행동은 부채를 툭 치며 어깨 위의 참새를 날려 보낸 것이다. 남영의 뒤를 낮게 날아가 버렸다.

“지원을 부르신 겁니까? 천하의 남영답지 않군요.”

그럼에도 눈치를 챈 진의겸의 말에 남영은 코웃음을 쳤다.

“천하의 나라는 건 도대체 무엇인지나 알고 싶군요. 일일이 한 번 따져보고는 싶으나 지금은 그럴 상황도 아니죠. 오히려 제 쪽에서 하나를 물어볼까요? 천하의 무천군의 차남이자 선랑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진 공자께선 참으로 평소답지 않구려.”

“입 닥쳐라, 한낱 장사치가!”

빈정거리는 남영의 말에 발끈한 문진호가 나서자 남영은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 말았다. 진의겸은 별 일 아니라는 듯 문진호의 가슴을 툭툭 치며 뒤로 물러나게 했다.

“현 시국이 순리를 따를 상황이 아님을 모르진 않을 텐데요?”

“그렇다면 순리가 아니라면 무엇을 따를 생각이시오? 정도(正道)가 아닌 좌도(左道)를 걸어가실 셈입니까? 그 경우에 펼쳐질 혼란은 무엇이죠?”

“물론 원치 않습니다, 그런 혼란은. 그런데 그건 그 쪽도 마찬가지인 듯 하니 얘기를 나눠보시면 어떠신가 합니다. 장사라는 게 혼란을 맞이하면 오히려 손해가 아니겠습니까?”

“역으로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죠.”

남영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문진호와 서금수가 각자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문진호의 손에는 두 자루의 쌍검이 들려 있었고, 서금수의 손에는 마치 회초리를 연상케 하는 철편(鐵鞭)이 들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싸울 것 같은 두 사람의 모습에 남영도 들고 있는 부채를 접으며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만 하죠. 이렇게 사람들 이목이 몰리는 장소에서 싸워선 좋을 게 없죠.”

“잘 아시는 군요.”

낮고 묵직한 목소리와 함께 거구의 노장(老將)이 진의겸 일해의 뒤에서 병사들을 거느리고 서있었다. 놀란 진의겸 등이 돌아보자 노장이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현문승······.”

“아무리 대신의 자제이고, 선랑이라 하나 정3품 상장군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는 건 옳은 일이 아니오이다.”

거구에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꺼내는 현문승의 존재에 진의겸 등은 그 기세에 눌려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더 이상의 위험이 없다고 느낀 남영은 어느샌가 사라져 버렸다.

남영이 사라졌다는 건 더 이상 무언가를 할 이유가 없다고 느낀 진의겸은 문진호와 서금수에게 눈짓을 주어 물어나야함을 신호했다.

“아무리 선랑이라고 하고, 또 지금의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하나 함부로 도성 내에서 법보는 물론 무기를 꺼내드는 건 국법을 어기는 행위이며, 심하면 역모와 연관되는 행동임을 모르진 않을 것이오.”

“무, 물론입니다.”

“허면 공자들께서 이제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아시겠지요?”

엄연히 경고와 마찬가지였다. 문진호와 서금수가 자신들의 무기를 품속이나 허리춤에 되돌리는 걸 보고 현문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는 금오위 병사들을 돌아보았다.

“엄연히 도성의 치안을 지켜야 한다는 금오위의 병사들은 도대체 무얼하는가! 한 상장군과 진 대장군은 도대체 무얼 한다는 거냐!”

눈을 부릅뜨고 꾸짖는 현문승의 우렁찬 목소리에 금오위 병사들은 깜짝 놀라며 벌벌 떨며 다가왔다. 그들은 어색한 몸짓으로 진의겸 등을 뒤늦게 제재하는 척 했다. 진의겸은 이해한다는 얼굴을 하며 두 선랑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몸을 숨기어 이를 지켜보던 남영은 감탄하고 있었다.

“과연이야. 명불허전(名不虛傳)이란 말이 딱 여기에 맞는 말이야. 안 그래?”

“정말이네요.”

남영의 곁에서 함께 이를 지켜보던 희영이 맞장구를 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문위 상장군 현문승. 일반적으로 무장으로서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나름 권력과 정치에 엮이지 않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보지만 저 사람은 아니지. 때문에 환갑에 가까운 나이가 되어서야 상장군에 오르게 된 거고 말이야. 그 대신 참으로 주변에서 극찬을 아끼지 않으며 참무인이라 불리고 있지.”

“정말 대단하네요.”

감탄은 하지만 걱정을 하는 눈으로 희영이 남영을 돌아보았다. 이것이 무얼 우려하여 보는 눈인지 아는 남영은 이해한다는 미소와 함께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분명 나한테도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인물이지만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아. 우리들의 일에도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인물은 아니야.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정치와도 거리를 두지만 오히려 그것이 우리에게 해가 가는 일은 없게 할 거야.”

그래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 희영을 쓰다듬으며 남영이 물었다.

“그보다 내가 가보라 했던 쪽에는 갔다 왔니? 뭐라 전할 말이 없대?”

“아, 예. 저기······.”

누군가 듣지나 않을까 하고 주변을 두리번대던 희영은 남영의 귀에 입을 바짝 대어 작은 목소리로 전하고자하는 말을 전했다. 남영은 희미한 미소를 띄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주었다.

“생각대로 라고는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썩 좋은 이야기라고만 할 수는 없군.”

“예?”

“물론 재미있다고 끼어든 내게도 문제는 있지만 이렇게 흥미로우면서도 번거롭게 변하다니 말이야. 더군다나 변수가 많다고 한들 이렇게 얽혀서 순조로이 일이 풀리지 흥미가 떨어지기는 하군.”

“그래도 그건 우리에게 안전하다는 걸 보장해주는 겁니다.”

“그렇긴 하지.”

허탈한 미소와 웃음을 내뱉으며 남영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분명 어지러운 시국이라고는 하지만 변함없이 맑은 하늘이라는 점에서 괴리를 느꼈다. 희영은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그런 남영을 바라보았다. 남영은 문뜩 떠오른 이가 있어 물었다.

“아, 그러고 보니 화련이는 어떠니? 워낙 전에 굴욕적이고, 충격적인 일을 겪어서 꽤나 혼란스러울 텐데 말이야. 나름 자존심도 높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겠지만 말이야.”

“걱정치 마세요. 그 애도 주인님의 제자입니다.”

“그렇긴 하지.”

희영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남영은 발걸음을 돌렸다. 희영은 남영의 뒤를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아니, 향하려고 했다.

발걸음을 돌려 어디론가 떠나려는 남영은 자신의 앞에 선 누군가를 보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시는 금오위의 차장(次將)이신 종3품 금오위 대장군 진무령이 이런 골목에 어쩐 일이신지요? 그것도 병장기도, 갑옷도 갖추지 않고 홀몸으로 말입니다. 그것도 이런 어수선한 시국에서.”

그 말대로 진무령이 평범한 사복차림으로 남영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무감정한 표정과 눈빛으로 남영을 바라보는 진무령을 상대로 희영이 경계를 하고는 있었지만 적의를 보이진 않았다.

“그런 빈정거림을 함부로 하시는 건 별로 좋은 행동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부.”

“아직도 나를 사부라 부르는군요, 대장군.”

낄낄 대며 대꾸하는 남영을 상대로 진무령은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한 번 사부는 끝까지 사부인 셈이죠. 사제관계란 게 그렇게 쉽게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그것보다 갑자기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건 조금 위험하지 않나?”

“전할 말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렇게 말을 꺼내며 진무령은 주변을 살폈다. 주변에 괜히 듣거나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를 막기 위해서였다. 즉 그만큼 중요한 얘기를 전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일단 자리를 옮길까?”

“급한 일이기도 하니 지금 이 자리에서 전하도록 하지요.”

최대한 소리를 죽여 진무령이 전한 내용에 남영은 미소를, 희영은 입을 틀어막으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진무령은 자신이 전할 말을 마치고 나서 급히 자리를 떴다. 진무령이 사라지고 나서 놀란 희영을 진정시키며 남영도 자리를 뜨기 위해 발걸음을 움직였다.

“참지정사도 꽤 적극적인 사람이야.”

작게 그렇게 중얼 거리는 남영은 재미있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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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0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8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0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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