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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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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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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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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DUMMY

병사들의 추격에 겨우겨우 도망을 치는 4명은 마주치거나 가까이 온 병사들에게 위협을 하거나 한 다음 도주를 계속했다. 허나 이미 지칠 대로 지친 그들이 병사들을 완전히 뿌리친다는 건 거의 무리에 가까웠다.

그런 무리를 한 방에 날려주며 망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어디에서 언제부터 보고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갑작스럽게 등장한 망아는 병사들을 상대로 멋진 칼부림을 보여주었다. 창을 들고 모여 천천히 다가가는 병사들을 상대로 몇 번 날렵한 칼놀림을 창날을 쳐내더니 품속에서 부적 하나를 꺼내 날렸다. 이윽고 벌어진 폭발은 병사들을 무력화시키긴엔 충분했다.

덕분에 삼 등 4명은 간신히 병사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물론 망아와 함께 말이다.

비록 망아 덕분에 피하기는 했지만 삼은 물론이거니와 부상을 입은 효삼도,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움직이게 된 이비와 비도도 경계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니, 비도와 이비의 경우에는 거의 원수를 보는 눈이었다. 비록 그들이 속한 일당의 우두머리였다고는 하나 초정회를 습격한 그 날 단박에 배신을 때림으로써 일당을 사실상 궤멸로 몰고 가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단순히 망아의 잘못된 판단이거나 삼, 비도 등의 실수나 능력 부족으로 생긴 일로 치부할 수 있다. 허나 망아는 제 손으로 동지였던 이들을 죽였다. 그 과정에서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살아남은 이비 덕분에 그들의 모든 일이 망아의 계획에 의한 것임도 밝혀졌다. 정확히는 처음부터 망아는 누군가의 사주로 그들을 지휘하여 여러 일들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다 효용 가치가 다 하자 토사구팽(兎死狗烹)한 셈이다.

이런 사정에서 그를 증오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삼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으나 경계와 분노를 품고 있었다. 평소 가까이 지낸 효삼만이 증오에 해당하는 감정을 표출치 않았다. 그는 망아에게 어떤 사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겨우 병사들을 따돌렸다 싶은 상황에서 흐르는 정적, 그 속에서 망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사······는 아니어도 살아 있었군.”

“예, 덕분에 말이지.”

망아 손에 죽을 뻔한 이비는 부들부들 떨며 망아를 노려봤다.

“네놈이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우릴 볼 생각을 하고 나타났으려나.”

이를 빠득 갈며 비도가 말했다. 솔직히 비도는 개인적으로 선랑과 싸우는 와중에 당한 게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점인지라 당장 달려들지는 않았다. 망아가 얼마나 실력이 뛰어난 인물인지는 아는 만큼 당장 달려들었다간 개죽음이란 걸 비도는 잘 알았다.

“그래도 나 덕분에 살았지 않나?”

“그리고 네놈덕분에 죽을 뻔했지.”

으르렁 거리며 당장에 망아를 죽이고 싶어 하는 비도였다. 역시 같은 마음이긴 하지만 냉정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삼이 말했다.

“무슨 일이냐? 무슨 연유로 나타나서 우릴 구해주었지?”

“별 이유 없어.”

“네놈의 위에서 시킨 일인가?”

이미 이비를 통해, 그리고 남영을 통해 들은 바가 있기에 삼이 이런 말을 꺼낸 것이다.

“알고 있었나. 하기야······.”

망아의 시선이 이비로 향한 후 한숨이 나왔다.

“실수를 했군.”

“무슨 실수?”

당장에라도 달려들고 싶은 이비와 비도의 어깨에 효삼의 손이 올라갔다. 그래도 망아를 이해코 싶은 효삼의 제지에 둘은 숨을 고르며 분노를 가라앉혔다. 사실 효삼의 제지가 먹혔다기 보다는 스스로의 상태가 망아를 상대해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몇이나 살았지?”

“한 10여 명. 우리 빼곤 대부분 움직일 여유가 없어.”

“많이 살았군. 초정회라는 곳이 그렇게 너그러운 곳인 줄 몰랐군. 아니, 그만큼 너희가 실력이 있었다고 해야 하나?”

마치 그들이 살았다는 게 방해라는 태도였다. 그 태도는 비도와 이비만이 아니라 삼과 효삼도 분노를 폭발시키게 만들기 충분했다. 다만 망아의 압도적인 무력과 그들 네 명의 상태를 고려하여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우릴 죽이려 왔나? 입이라도 막으려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그냥 놔둔다면 사살당할 수도 있지만 생포될 수도 있기 때문이지. 금오위 입장에선 배후 토설을 하고자 사로잡으려 할 가능성도 있어. 그렇게 된다면 괜한 말이 흘러 들어와서 너는 물론, 네놈의 뒤에 있는 분도 무사친 못할 테니까.”

삼의 말에 망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비웃음도, 단순히 웃겨서 터지는 웃음이 아니었다. 감탄과 함께 흘러나오는 쓴웃음이었다.

“역시 삼이야.”

“쉽게 당할 거 같냐,”

감탄하는 망아를 상대로 비도가 칼을 겨누었다. 비도만이 아니라 이비와 삼도 무기를 망아에게 겨누었다. 팔을 다친 효삼도 자신의 몽둥이를 꺼내어 망아를 겨누긴 했지만 그닥 내키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만해. 너희들 실력으론 상대가 되지 않아.”

“그렇다고 순순히 죽어줄 생각은 없고 말이지. 그리고 우리 정도면 네놈의 팔 하나는 날릴 수 있어.”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제 실력이어도 가능할까 한 상황에서 이런 상황에선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그만큼 망아의 실력은 뛰어났다.

“뭐, 너무 걱정마라. 진지하게 너희를 전부 죽일 생각은 없어. 특히 너희 셋은 말이지.”

삼, 효삼, 비도를 가리키며 망아가 말했다.

“이비는?”

“글쎄?”

이비가 두려움에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자신을 죽이려 한 원수 같은 이라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였다.

“일단 너희 셋의 실력은 충분해. 가치가 있어. 나으리께서도 너희라면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기에 인정해 줄 수 있어. 유능한 인재라면 마땅히 앞으로 필요할 테니 말이야.”

“웃기고 있네.”

여유로운 망아의 말에 비도가 으르렁 거렸다. 다들 말은 안 해도 비도와 같은 입장이었다.

“정말이야. 게다가 이는 우리가 원하는 그 복수를 이룰 수 있다고.”

“네 입에서 복수가 나올 줄은 몰랐군.”

“이봐, 삼. 난 우리들의 꿈인 복수를 잊은 적이 없어.”

“이보셔, 망아. 그럼 어째서 우릴 배신했지?”

“배신이라······. 그저 난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 것뿐이야. 우리가 꿈꾸는 복수란 건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었나?”

그 일, 그 복수란 목표를 위해 움직이면서 도대체 몇이나 희생되었는가. 허나 망아는 별 일 아니란 듯 말했다.

“상당히. 실제로 이소연이 없어지기 전까지 피해는 사실상 없었잖아. 어쨌건 우리의 꿈,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우리를 그렇게 나락을 몰아넣은 녀석들을 부수기 위해선 단순히 하나둘 죽이는 것으론 부족했어. 게다가 그 뒤도 생각해야지. 그 뒤 말이야. 복수가 끝난 뒤.”

“이봐, 망아.”

이비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던 걸 잊었어? 넌 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우리들을 한꺼번에 제거하기 힘들기에 초정회의 힘을 빌렸다고. 그런 네가 이제 와서 함께 하자고? 복수? 꿈? 목표? 그런 걸 네놈이 입에 담을 자격이 있어!”

“맞는 말이야. 배신자는 잠자코 죽어!”

비도가 휘두른 칼은 날카로운 바람이 되어 망아를 덮쳤다. 물론 망아는 이를 가볍게 피했다. 망아는 한숨을 내쉬며 차가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역시 어쩔 수 없는 모양이군.”

그 말과 함께 망아는 허리춤에 찬 칼집에서 자신의 칼을 뽑았다.

밝은 달빛이 반사되는 망아의 칼은 참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소름 돋을 만큼 두려운 기운을 내뿜었다. 이전에 망아가 쓰던 칼과는 다른 것임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 자식.”

다시금 비도가 바람을 날렸으나 망아는 이를 역시 피하였다.

피한 것만이 아니라 마치 날아오르듯 뛰어올라서 비도의 앞에 착지했다. 착지와 함께 내려친 칼을 급하게 막는 비도였다.

망아의 칼은 마치 미끌어지듯 비도의 칼에서 떨어지곤 망아와 함께 한 바퀴 회전했다. 빙그르르 도는 망아의 주변에 비도의 피가 꽃잎처럼 흩날렸다.

어느새 베어진 자신의 배를 부여잡으며 쓰러지는 비도를 대신해 삼의 단창과 이비의 두 단검이 움직였다. 날카롭게 내질러진 삼의 단창을 피하며 몸을 낮춘 망아는 자신에게 단검을 휘두르는 이비의 오른 발목을 베어버렸다. 아니, 잘라버렸다.

발목이 잘리며 자세 무너진 이비에게 그대로 상반신에 망아의 칼을 맞고 말았다. 이비는 붉은 베인 가슴의 상처를 통해 피보라가 뿜으며 쓰러졌다.

이어서 맞선 삼의 단창과 망아의 칼이 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달빛 아래에서 부딪치는 두 무기는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리고자 휘둘러졌다. 비도와 이비가 쓰러짐에 놀란 효삼이 정신을 차리고 합세코자 했으나 괜히 삼의 방해가 될까봐, 그리고 자신의 팔의 상처가 신경 쓰여 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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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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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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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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