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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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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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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22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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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DUMMY

이소연은 은장도를 내리기는 했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미령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 특히 그 정기라는 소년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설령 그녀 혼자라고 해도 무슨 수가 있을 수 있다. 미령이 숨기고 있는 힘이 드러나거나 아니면 소리를 질러서 다른 이들을 부를 수 있다. 때문에 이소연은 적의를 지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고마워. 사실 쉬운 상대라곤 해도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위험한 건 너니까 당연한 행동이려나?”

실없이 웃는 미령의 말에 무언으로 동의하면서 이소연은 주변을 살폈다.

“걱정치 않아도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나밖에 말이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마. 아무리 그래도 몸도 완전히 성한 것도 아닌데 괜히 체력을 낭비해서 되겠어?”

미령의 말은 틀린 바가 없었다. 그 말대로 상처가 치유가 된 몸이라곤 하나 그동안 누워만 있던 차이기에 이소연은 체력과 신체능력은 전보다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때문에 괜한 데에 체력을 낭비해선 손해만 볼 뿐이었다.

“근데 이제 어쩌려고? 어디 갈 데는 있어?”

시선을 하늘 위에 떠있는 달에 고정을 시킨 상태로 미령이 물었다.

“그 몸으로는 혼자는 힘들터이고, 결국 동료들을 찾아야 할 거 아니야? 동료들에게 돌아갈 거야? 어디 있는지 알고?”

미령의 이어지는 질문에 이소연은 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이 자리를 뜰 생각뿐이었다.

“우으으, 너무해. 아무리 그래도 답 정도는 해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가 아예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그동안 얼굴도 보고 얘기도 나누고 했잖아.”

그 얼굴을 보고 얘기도 나눴다는 건 너희들의 일방적인 행동이었을 뿐이라고 이소연은 속으로 말했다. 무엇보다 원해서 여기 있던 건 아닌 만큼 굳이 얘기를 나눌 이유는 이소연에겐 없었다.

“내가 듣기론 너네 본거지는 금오위 병사들과 선랑들에게 발각되고 박살났다고 들었거든? 네 동료들도 많이 죽었다고 들었어. 그럼에도 갈 거야?”

답을 해주지 않는 이소연의 태도에 삐진 듯 볼을 부풀린 미령은 퉁명스런 말투로 말을 꺼냈다. 그녀가 꺼낸 말은 이소연의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뭐?”

“아, 이제 반응해주네. 그러니까 네 동료들 지금 네가 알던 데에 없고, 네가 기억하던 인원수로도 없을 거라는 거야. 게다가 너도 지금 그 상태인데 괜찮겠어?”

반응을 해준다는 것에 기분이 풀린 미령과 달리 이소연은 처음 접하는 동료들의 소식에 얼이 빠졌다.

“차라리 여기서 쉬는 게 어때? 굳이 기생이 되라곤 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일을 한다면 안전할 거 아냐. 그리고 여긴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어. 혹시 알아? 여기서 와신상담하는 게, 아니 은거하는 게 더 나은 삶일지도. 그리고 네가 원하는 걸 이룰지도?”

비록 시선은 여전히 달을 향하고 있었지만 미령의 말은 얼이 빠진 이소연에겐 달콤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소연은 발걸음을 본래 원했던 방향으로 향하기로 했다.

비록 충격적이고, 사실일 수 있다고는 해도 가야한다. 아니, 오히려 사실일수록 더더욱 가야 한다. 그것이 지금 남아있는, 남아 있을 동료들을 위한 것이며, 그녀 자신이 원하던 복수의 길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이상 이 기방에 있고 싶은 마음이 그녀에겐 없었다. 비록 안락한 시간이긴 했지만 갇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이곳의 생활은 결코 이소연에게 좋은 감정을, 평온한 감각을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떠나는 그녀를 미령은 잡지 않았다. 잠깐 흔들렸으나 자신의 길을 가고자 하는 그녀를 막을 권리와 힘이 미령에겐 없었다. 물론, 굳이 잡고 싶다면 할 수도 있으나 굳이 그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스스로 나은 길이라 말은 했지만 진짜 나은 길인지 의문이 간다는 것도 한 이유였다.

그럼에도 남아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운 심경에 미령은 이소연이 사라지고 나자 한숨을 쉬었다.

“그냥 확 소리라도 지르지 그랬어.”

“그건 뭔가 아닌 거 같아.”

미령은 자신에게 그렇게 말을 거는 정기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달빛 아래에 뭔가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난 미령의 얼굴을 보며 정기는 씁쓸히 미소를 지었다.

“정기도 뭔가 아니다 싶은 얼굴이네.”

“뭐, 그렇지.”

머리를 긁적이는 정기의 표정에는 답답한 감정과 함께 불편함이 가득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

“영감탱이랑 홍매화 어머니가 시키는 일이라곤 하나 뭔가 아니다 싶거든. 뭐랄까······정확하게 말을 하긴 좀 그런데 말이야. 어쨌건 이건 아니다 싶다는 생각이 든 달까?”

이소연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말을 하는 정기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정이라도 든 걸까?”

“그런 걸지도?”

“아니면······.”

곰곰이 생각에 들어간 정기는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이소연의 동료들의 침입, 선랑의 죽음, 그리고 허염과 만나 얘기를 나눈 그 남자······. 하나 같이 위험해 보이는 느낌의 일들 뿐이었다.

“······뒤에 일어날 여파의 골치 아픔?”

“뭐가?”

“나도 잘 모르겠다.”

골치 아픈 일들 투성이, 도저히 알 수 없는 앞의 전개에 대해 떠올리는 걸 멈춘 정기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은 아니어도 아름다운 달과 함께 조화를 이루는 별들의 모습은 이 복잡하고 골치 아픈 현실과는 정반대로 평화로워 보였다.

“아, 진짜 이대로 있고 싶은데 말이지.”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임을 정기는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어쩌면 이렇게 씁쓸한 감정은 이소연 개인에 대한 감정보다는 그녀와 관련하여 그가 맡게 된 일들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일은 일이지. 안 할 수가 있나.”

“일?”

“그래, 일.”

그 말대로 정기는 일을 해야 한다. 허염으로부터 명령을 받은 일을 말이다. 바로 이소연의 뒤를 쫓는 것을 말한다. 도대체 이 일련의 일들과 그녀는 무슨 관련이 있고 어떤 일로 연결되는지 알 수는 없으나 몰래 쫓고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에서 무슨 이득이 있는지 당장이라도 묻고 싶은 기분이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자신의 현실에 답답함을 안고 정기는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이소연이 떠난 지 시간이 좀 지나긴 했지만 이미 조치를 취했기에 어디 있는지는 안다.

“젠장. 일단 다녀올게.”

“몸 조심해.”

일상적인 인사를 마치고 정기가 떠나 정막해진 곳에서 미령은 홀로 달을 올려다보며 다과를 즐기기 시작한다.

다과를 즐기기 시작한 미령과 달리 장락원을 나온 정기는 품속에서 나뭇조각 하나를 꺼낸다. 부적으로 감싸져 있는 이 나뭇조각은 미리 이소연의 옷과 법보에 설치한 주술에 따라 그녀의 위치가 어딘지 파악케 하는 도구다.

“자, 그럼 어디에 계신지······.”

“어, 디로 가···, 지?”

더듬거리는 소녀의 말소리에 정기는 놀라 주변을 살핀다.

“아, 까 나가, 간 그 아, 아이의? 그, 아이느, 는 누구, 야···?”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문하시중 천신영의 딸이자 선랑인 천인예였다. 천천히 다가오는 그녀의 손에는 기다란 창이 한 자루 들려 있었다.

“왜 하필······.”

뜻밖의 존재의 등장에 정기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급히 차고 있던 칼을 뽑았다. 정기의 그 행동에 천인예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으며 다가올 뿐이었다.

“대, 대다, 답해.”

알아듣기 힘든 천인예의 말을 들으며 정기는 허염이 문하시중과 손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허나 문제는 그게 진심으로 맺어진 동맹인가 하는 것이다.

동맹과는 별개로 허염은 정기에게 이소연을 몰래, 그것도 혼자서 따라다니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괜히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행동하라는 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 괜한 다른 이가 어디까지 포함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아니 오히려 알 수 없기에 지금 눈앞의 천인예에게 대답을 할 입장은 아니라는 게 정기의 생각이었다.

“그걸 제가 대답해야 하나요?”

“······.”

정기의 대답에 무언으로 답을 한 천인예는 창을 고쳐쥐면서 언제든 싸울 태세를 갖추었다.

“우리 영감님과 문하시중 댁은 동맹관계인걸로 아는데요?”

“그, 래. 그, 그러니, 까······.”

“그렇다고 해서 제가 뭐든 걸 말을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동맹 관계이니 적대관계는 피하고 말이죠.”

칼을 꽉 쥐며 역시 언제든 싸울 태세를 갖추며 정기가 말했다.

“틀린 말은 아니죠. 분명히 동맹관계이니 적대적인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전부를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이윽고 등장한 제3자의 존재에 정기와 천인예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 중에서도 천인예의 표정은 놀람과 함께 굳어졌다.

“서, 설마······, 하, 하지, 마, 만······.”

“그 설마가 설마입니다, 언니.”

독기가 살짝 담긴 말을 꺼내며 최화련이 하인을 대동하고 모습을 드러냈다.

“참 신세를 졌네요. 아, 신세는 언니가 진 건가요?”

다정한 말투에 경어까지 쓰고는 있지만 분명히 독기가 담긴 말투였다. 최화련의 시선을 피하는 천인예와 달리 정기는 새로이 등장한 소녀가 누구인지 파악하고자 훑어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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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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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9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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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5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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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0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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