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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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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9.2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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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DUMMY

비도와 이소연이 아예 가자 남영은 여전히 미소와 함께 차를 마시며 허염을 바라보았다. 모든 것이 이렇게 흘러가는 와중에도 허염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아니, 이 중에서 남영과 더불어 여유를 잃지 않으며 일련의 사태를 차분히 즐기고 있는 건 허염 정도였다.

“이 모든 게 두 분의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는 겁니까?”

“아니.”

“그럴 리가 있는가.”

이무준의 물음에 남영과 허염은 즉답했다.

“난 그저 이 일련의 사태를 즐기고 있을 뿐이야. 단지 유흥이지. 물론 거기에는 나와 관련된 누군가의 부탁에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나는 즐겁다고 생각한 쪽으로 일을 이끄는 것일 뿐일세. 아, 물론 그로인해 나 자신이 피해를 보거나 귀찮게 되는 건 질색이지만 말이지.”

“나 역시 그러하네.”

“아니, 다르지.”

허염의 동의를 반박하는 남영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허염을 관찰했다. 오랜 정치생활로 인해 단련된 노인의 얼굴에는 여전히 과거의 총기가 분명히 살아있었다.

“자네의 즐김은 엄연히 달라. 분명 이 일련의 사태를 즐기고 있는 건 자네나 나나 마찬가지이긴 하나 단순 유흥이라는 형태로 즐기는 나와 다르게 자네는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

“정치적인 목적?”

“그렇다네, 이무준. 자네도 알 것이야 때론 평시보단 난세가 더욱 성공할 기회가 생긴다는 걸 말이야. 정확히는 생각지 못한 길이 생긴다는 거지. 자네도 알다시피 평범한 시절 속에선 이 노인은 결코 조정으로 돌아가지 못해. 이미 이 사람이 차지할 수 있는 자리와 역할은 이미 조정의 누군가가 차지한 상황이지. 이미 물러난 이유도 불명예적인 이유로 물러난 이 노인이 다시금 조정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의 혼란이 터지고 그로인한 빈자리가 생겼을 때라는 거지.”

“상당히 도박적인 요소가 크군.”

“바로 그거야!”

작게 중얼거린 정기의 말에 남영이 큰 소리로 지적했다. 그 소리에 놀란 정기를 비롯한 모두가 바라보는 와중 남영은 큰 소리로 짧게 웃은 뒤에 말했다.

“이건 엄연히 도박이지. 결코 성공할 가능성을 점치기 힘든 도박 말이야! 그러니 내가 이 노인을 재밌게 여길 수밖에 없는 셈이지.”

“과찬이시군요.”

“그거 절대 칭찬 아닙니다, 영감님.”

정기의 비아냥에도 허염은 개의치 않았다. 남영 역시 신경 쓰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아무리 조정이 쑥대밭이 되고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는 와중에도 이런 노인을 쓸만큼 조정에 사람이 없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 허나 바로 그걸 알기에 그는 충분히 이를 저지할 힘과 지혜가 있었음에도 보고 있었던 거지. 아울러 암살 일당의 소녀를 포획한 것도 그 소녀를 통해 이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흔들 수 있을지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고. 뭐, 무천군이 이를 눈치라도 챘는지 장락원에 자리하고 있었던 셈이지만 말이야.”

“민폐도 그런 민폐는 없었고 말이지.”

투덜거리던 정기는 뭔가 생각이 나서 남영에게 질문을 던졌다.

“잠깐, 그러고 보니 저 비도인가 뭔가 하는 놈들이 박살이 난 뒤 보호하고 정보를 흘린 건 네놈들이라는 거냐?”

정기의 질문은 어찌 보면 남영으로 인한 피해에 대한 항의가 될 수 있다고 여긴 희영은 급히 정기와 남영의 사이에 서서 정기를 노려보았다. 딱히 싸울 생각은 없던 정기는 그냥 이를 무시하고 남영을 바라보았고 남영도 신경 쓰지 않으며 말했다.

“그런 셈이지.”

“고약한 취미로군요.”

“이건 취미는 아닐뿐더러 그냥 확인 좀 해본 셈이야. 물론 홍매화랑 당신이 보호하고 길러냈으니 나름 실력은 있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이더군. 물론 그 뒤에 일어난 일들 때문에 거기에 관심을 덜 가지게 되게 됐지만.”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난 남영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미 빈 찻잔이 밤공기에 차갑게 식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당신의 일이 성공하려면 당신이 맡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일과 관련된 인재가 전멸해야 할 거야. 과연 그게 가능할까? 아니면 그렇지 않더라도 조정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일까?”

“어느 쪽이든 당신에겐 그저 즐거울 요소 아닌가요?”

“나는 그런데, 당신은?”

“후후후, 과연 어떨지······.”

잠시 말을 멈추고 자신의 빈 찻잔을 조용히 바라보는 허염이었다.

“나 역시 이런 도박은 그저 즐기는 입장이니 말이오. 본래 도박이란 실패를 전재로 하여 성공을 꿈꾸는 게 아니겠소?”

“좋은 말이군.”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다. 그걸 나타내듯이 남영은 자연스럽게 정자에서 내려왔다.

“대략 의문이 다 풀린건가?”

“일단 궁금했던 부분은 말이지요. 물론 망연진의 일은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니는 게 아쉽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이번 대화로 어느 정도 감이 오기도 했고, 시간 너무 지체될 수 없으니 이만하도록 하죠.”

씁쓸히 중얼거리는 이무준의 어깨를 남영은 몇 번 토닥이더니 자리를 떴다. 남영의 뒤를 희영과 이무준이 따라가면서 허염의 정원은 다시금 조용해졌다.

그렇게 그들이 떠난 와중에 정기가 대신 허염을 향해 걸어갔다.

“넌 어쩌겠느냐?”

다가오는 정기에게 허염이 물었다. 이에 정기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어깨를 한 번 으쓱였다.

“어쩔 게 있겠수? 결국 내가 할 일은 하나뿐이지. 영감님 명령대로 움직이는 거.”

“불만은 없겠느냐?”

“없을 리가 있나. 다만 그 외에 길이 없잖수. 영감님의 말을 거역하고 지금의 내가 발 붙이고 살 만한 곳이 있기나 할지 엄청나게 의문이 들고 진지하게 고민을 하고 싶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영감님 쪽으로 원점회귀 할 게 뻔하니 말이오.”

“그거 미안하구나.”

“마음에도 없는 소리하지 마쇼. 일단 난 명령받은 대로 이소연을 쫓겠습니다. 그거면 되죠?”

“그래.”

허염의 답변을 듣자마자 더 이상의 얘기를 듣을 생각 없이 정기 역시 자리를 떴다. 그가 향한 곳은 비도와 이소연이 간 방향, 즉 동궁 쪽일 게 분명했다.

허염은 이 일련의 상황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궁금해 하면서 다시금 빈 찻잔에 차를 따르고자 했다. 허나 찻주전자에서 더 이상의 차가 나오지 않음을 알고 씁쓸히 입맛을 다시며 중얼거렸다.

“이런 물을 좀 더 준비할 걸 그랬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에서는 이미 전투는 끝이 난 상황이었다. 설마 이렇게 고전을 하다못해 처참하게 패할 것임은 진의겸으로선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높은 집에서 태어나 금수저를 입에 물고 살아온 너희들에게 있어 이런 패배는 겪어보지 못한 것이겠지.”

“금으로 된 물건을 입 속에 넣은 기억은 없습니다만.”

소은의 발에 가슴이 밟힌 채로 땅바닥에 쓰러져 있는 진의전은 몸을 일으키고자 했으나 여기저기 소은에 의한 타박상과 소은의 밟고 있는 힘에 의해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외 여타 선랑들도 이미 다른 초정회 인사들과 최화련에 의해 제압된 상황이었다.

“제길······.”

김중후 설마 천하의 선랑들이 이런 식으로 처참히 패했다는 사실에 분해하는 중이었으나 그를 비롯한 그 누구도 지금 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걸 확실하게 느끼는 중이었다.

“분해할 건 없어요. 분명 당신들은 실력 하나는 훌륭하니까요. 다만 상대가 나빴을 뿐이니.”

최화련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이 쓰러뜨린 진의전의 머리를 살며시 밟으면서 말했다.

참고로 그녀에게 밟혀있는 진의전은 최화련의 도술에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땅바닥에 떨어지는 과정에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아직 살아는 있는 것 같지만 지금 이 상황에선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천인예의 경우에는 선랑에 대한 제압이 사실상 마무리되자 소은과 최화련 등에게 맡기고 급히 자리를 떴다. 아마도 그녀는 자신의 부친인 문하시중에게 간 것이 분명했다.

“이긴···건가요······?”

최화련의 하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최화련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물론 당장은 말이야. 다만 진짜 날이 밝은 뒤부터지. 대망의 무천군의 대 반정의 성공인지 반역의 몰락인지는 두고 봐야할 일이니까. 안 그래요?”

최화련의 확인차 물음에 진의겸은 허탈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밟고 있는 소은을 바라보며 물었다.

“진짜 이제 어쩌실 거죠? 우리를 당장 이긴 건 후에 당신들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건 두고 봐야죠. 정치란 그렇게 단순한 게 아니니까요.”

최화련이 소은을 대신해 답변을 하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아직 아침이 밝으려면 시간이 남은 만큼 하늘은 여전히 어두웠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것이다. 그보다 이미 행동은 시작됐을 것이다. 그걸 증명하듯 멀리서 사람들의 움직이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왔다.


분명 그 소리가 들리지 않을 동궁이었으나 태자는 분명하게 이를 듣고 있었다.

“자, 과연 어찌 될지······.”

태자는 창가에 기대어 침대에서 깊이 잠이 든 태자비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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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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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8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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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3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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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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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4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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