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조회수 :
31,994
추천수 :
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3.11 12:39
조회
156
추천
1
글자
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DUMMY

남영의 여유로운 태도와 달리 불만이 가득한 삼은 남영에게 계속 항의를 하고자 했다. 어차피 소용없는 일이란 걸 잘 아는 삼은 이비에게 그를 막게 하고는 남영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바라봤다.

“장락원······, 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남영에게 비도가 자신을 제지하려는 이비를 쳐내고 빈정댔다.

“이 벌건 대낮에 기생이라도 끼고 싶은 것이오? 거 참 대단한 대업을 위해 노력하시는 구려.”

“비도.”

삼의 제지도 무시하며 빈정대는 삼이었으나 남영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난 대업이니 소업이니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애초에 기생이니 하는 것에도 별로 관심은 없어. 다만 저 장락원이 가진 가치는 나는 물론이고 그대들도 관심을 가질 것이라서 이렇게 보고 있는 것뿐이지.”

“관심이오?”

“난 저런 높은 분들처럼 술과 여자 끼고 음악이나 즐길 생각없소이다. 아, 물론 어디처럼 잘 나가는 장사치라면 즐길 생각이 만만이겠지만 말이야.”

여전히 빈정대는 삼을 제지하려 노력하는 이비의 얼굴에는 곤혹함이 가득해 있었다. 남영은 가볍게 웃어넘기며 말했다.

“저 장락원의 뒷배를 누가 봐주는 줄 아는가?”

뒷배라는 단어에 셋은 아무런 답을 못하고 서로를 쳐다봤다.

“허염.”

“뭣!?”

허염이라는 이름을 이들이 모르진 않다. 아무리 본래 지방에 살던 무지렁이들이라곤 하나 이 도성에 와서를 일을 벌이면서 들을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조정에서 물러나 뒷방 늙은이가 되기는 했으나 한 때 엄청난 활약을 하며 조정을 누빈 인물이자 현재에도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며 주목 아닌 주목을 받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 허염이 저 기방의 주인인 홍매화라는 여인과 꽤나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 바로 그 홍매화가 허염의 지원을 받아 저렇게 기방을 꾸렸지. 물론 저 기방의 기생에, 악공, 하인들 전부 그 홍매화와 허염이 직접 선발하여 꾸렸지. 그 결과 도성 최고의 기방인 장락원이 만들어졌고 말이야.”

“얼씨구. 그렇게 돈을 잔뜩 벌고 계시겠군. 쳇!”

혀를 차는 비도와 달리 삼은 잠시 말없이 장락원을 바라보았다. 과거 조정에 있던 유력 인사가 뒷배를 봐주는 기방이라는 점이 저 장락원의 모습을 달라 보이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저, 저기 그게 저희랑 무슨 상관이, 죠?”

이비가 조심스럽게 끼어들며 물었다.

“이, 일단 제가 알기론 저희, 그러니까 망아랑 연결된 건 허염이 아니라 이주신이라는 환관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저, 설마······.”

“아, 그래. 도대체 저게 뭔 상관인데?”

이비의 말도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도가 끼어들었다.

“확실히 저 장소는 태자궁과는 거리가 멀고, 이 환관과도 거리가 아주 멀다 못해 관계가 아예 없는 곳이지. 그런데 말이야.”

의미심장한 남영의 미소와 말은 세 사람을 주목시키게 만들기 충분했다.

“저기에 정기라는 소년이 있다고 하는데 말이야. 그 소년이 내가 알기론 지난 어느 밤에 어떤 걸 데려왔다고 하더군. 아, 내가 알아낸 건 아니고 거기 기생들을 통해 알아낸 거긴 한데 말이야. 아, 그래. 상장군 천신무가 죽은 날이었던가? 분명 그때 그 정기라는 소년이 어떤 걸, 그러니까 소녀였던가를 주워왔다는 얘기는 들어봤거든.”

상장군 천신무라고 한다면 분명 그들 일당이 죽인 사람이며, 그들 일당 중 중요한 인물이 본의 아니게 이탈한 일이 발생한 때이기도 하다.

“소연이.”

“그러고 보니 아직 회복치 않아서 그곳에 있다고 하던가?”

“그곳이라니! 거기가 어디오!”

“소리 좀 낮추게. 분명 기방 뒤편에 위치한 기생들의 침실이 모여 있는 장소라나 뭐라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삼이 움직였다. 제지하고자 하는 이비와 함께 가려는 삼을 돌아보지도 않으며 남영이 물었다.

“지금 들이칠 것인가?”

“아무런 준비도 없이 들이칠 수는 없지. 그렇다고 댁의 도움따윈 받지도 않을 것이니 걱정마시구려. 쳇.”

툴툴대며 이비와 함께 비도가 떠나는 와중에 삼이 떠나지 않으며 남영을 바라보았다.

“그러한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이유는 무엇이오?”

“글쎄?”

아무런 답을 내주지 않는 남영을 바라보는 삼에게 비도와 이비가 재촉하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으며 비도가 천천히 떠나려고 하자 남영이 아무런 일도 아니란 듯 말했다.

“조심하시게나.”

“?”

“저기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거든.”

삼은 그 말에 의아한 얼굴로 잠시 남영을 쳐다보다가 자신을 재촉하는 비도와 이비를 따라 자리를 떠났다. 그들이 떠나자 남영이 작은 목소리로 웃었다. 남영의 옆에 조용히 앉아있던 참새를 통해 수문의 한숨이 들려오는 와중 남영은 웃음과 함께 장락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장락원에서 심심풀이로 십자수를 두고 있던 홍매화의 손길이 멈추었다. 그녀는 자신을 향한 어떤 웃음소리를 들은 기분을 느끼며 십자수를 내려놓았다.

비웃는 것도, 조롱하는 것도 아닌 그저 순수히 자신의 즐거움을 논하는 웃음소리는 홍매화로서는 기분이 나쁘지만 그렇다고 불쾌한 수준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골치 아픈, 좀 성가시다는 느낌이 확연히 들었다. 왠지 모를 불길한 느낌에 한숨을 내쉬는 그녀는 가지고 있던 방울더미를 흔들었다.

딸랑 거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지는 와중에 한 소녀가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깊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하고 들어온 소녀에게 홍매화는 본론부터 말했다.

“당장 유화랑 초향을 불러 오거라. 그리고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을 것이니 이를 알리고.”

“예.”

“금오위 병사들과 선랑들의 경우에는······. 그래, 오늘은 그들이 원채 고생을 많이 했을 터이니 잘 대접을 해주거라. 그리고 무천군 나리가 오시면 바로 내게 알려라. 내 따로 준비를 할 터이니 말이야. 병사들과 선랑을 비롯해서 여기에 머무는 손님이라 할 수 없는 것들을 대접할 최소 인원을 제외하고는 밤까지 푹 쉬게 하거라.”

“밤까지요?”

“그래.”

도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명령을 내리는지 알 수 없는 소녀는 의아하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홍매화는 이에 대한 답을 해줄 생각이 없기에 자신의 말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누구 하나 가서 의원에게 가서 잠이 들게 만드는 약 좀 받아 오거라. 오늘밤 조금 특별한 손님이라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이 들어올 터이니 괜히 깨서 소란피우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소란피우지 못하게 만들 사람이 뒤의 한 방에서 계속 누워있는 소녀임을 아는 소녀는 알겠다며 답했다. 동시에 홍매화가 말하는 조금 특별한 존재라는 것이 침입자임도 눈치를 챘다.

“오늘밤 괜한 것들이 대문이 아닌 곳으로 들어온다면 내게 보고토록 해라. 그 외에는 내가 따로 유화와 초향에게 얘기할 것이니 일단 그 둘을 불러오거라.”

“예, 어머님.”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그녀에게 홍매화는 급히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정기가 밤에는 꼭 깨있게 하고, 하인 중 한 명을 내 방으로 들이거라. 내 급히 허 대부 나리께 보낼 편지가 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어머님.”

방 안으로 들어올 때처럼 깊게 고개 숙여 인사를 한 소녀가 나가자 홍매화는 종이와 붓, 먹, 벼루를 꺼내어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홍매화도 눈치를 챘을 거야. 그 녀석은 이런 거에 감이 무척이나 좋거든. 그걸 뭐라고 하더라? 여자의 감?”

[전혀 아닙니다.]

한숨소리가 여전히 가득한 수문의 목소리에 실없이 웃던 남영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전히 싱글거리는 그 얼굴은 조금 진지해져갔다.

[어디 가시렵니까?]

“음. 꽤 중요한 곳으로 말이야. 어쩌면 이 정국에, 아니면 이 이후의 소용돌이의 눈이 될 사람에게 말이야.”

[그게 누구입니까?]

“차차 얘기해 줄 거야. 일단 저 곳 좀 잘 감시 좀 해줘. 만일을 대비해서 소은이랑 이초를 준비시키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근데 말이지.”

자리를 뜨기 전 남영은 문뜩 든 의문을 입에 담았다.

“참새가 밤눈이 좋은가?”

[안 그래도 올빼미도 한 마리 준비했으니 걱정치 마시지요.]

“그럼 됐고.”

그 말을 끝으로 남영은 자리를 떴다. 오늘밤 있을 일을 보지 못한 데서 오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그는 어느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현별곡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1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9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5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2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0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