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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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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작성
18.09.1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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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DUMMY

“이봐······.”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의 결과는 나로선 감이 잡히지 않아. 난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을까 하는 입장이거든.”

“무슨 뜻이지?”

그저 이용만 당했을 뿐이라는 허염의 말에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 비도였으나 꾹꾹 참으며 물었다. 도대체 일련의 흐름이 어떻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흐름 속에서 자신들을 이용한 이, 망아를 사주한 이가 누구인지 파악하고자 였다. 아울러 진정으로 그 날의 원한을 풀 복수의 대상을 알고자 참고 물었다.

“자네들이 칼을 열심히 휘두른 덕에 조정의 상황이 어수선해졌지. 이 상황에서는 힘 좀 있다고 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이 어수선한 상황을 바로 잡겠다는 명분을 내걸고 조정을 뒤엎을 수 있는 상황이거든. 그것도 기존의 권력을 잡고 있지 못하던 이들에겐 특히나 현재 권력의 중심을 비판하며 난리를 칠 수 있는 상황이지. 결국 자네들은 기존 권력의 중심인사들에겐 불안을, 밀려나 있거나 권력의 중심을 노리던 이들에게 기회를 주었을 뿐이라네.”

그 말에 정기는 대강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문하시중 천신영이 허염과 접촉하는 등 행보를 보이는 것은 분명 이런 불안감 속에서 아군을 확보하면서 정적을 견제코자 한 것이다. 반면 무천군 측은 이를 기회로 삼은 것이 분명했다. 그 결과가 바로 장락원 근처에서 벌어진 싸움이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명분이 약하긴 하나 거기에 조금만 더 보태면 되는 일이니 중요한 건 아니지. 헌데 여기서 중요한 건 자네들을 고용한 장본인은 조금 어리석은 게 아닌가 싶어. 아, 물론 이 일련의 사태도 예상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어쨌건 판이 커졌지 않은가.”

“판이 커져?”

“권력을 노리는 측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행동을 벌이기 시작했다는 거지. 덕분에 나도 꽤 의심을 받고, 고생 좀 했군, 허허허. 이 내 명성이 아직 죽지 않은 모양이야.”

기분 좋게 웃고 있는 허염을 보면서 정기의 머릿속에 장락원에 자리하고 있던 무천군을 호위하던 금오위 병사들과 선랑이 떠올랐다.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었던 만큼 좋은 인상이 남은 이들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듣고 있다 보니 그 민폐의 원인이 바로 허염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허염이 조정에서 보인 행보가 이렇게 이어졌다는 생각에 정기는 짜증이 치밀었지만 이내 이런 인간을 따르는 자신도 마찬가지라 여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명성이니 하는 건 중요치 않아. 말이나 이어! 도대체 어떻게 돌아갔다는 거야! 그리고 그 배후는 누구고! 그리고 그 날의 원인은 도대체 누구고!”

“진정 좀 하거라. 차 마실 여유도 없겠구먼.”

혀를 끌끌 차며 차를 마시는 허염의 목에 비도는 칼을 들이밀었다. 허염은 그럼에도 태도에 흔들림이 없었다.

“이야기를 이어나가지.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니 자네들은 거기서 효용성을 다한 거야. 더군다나 자네들은 용호군 상장군 천신무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증거를 남기고 추격까지 당했지 않은가. 그 과정에서 더 이상 자네들로는 조정 신료들을 암살하는 일을 하기 힘들다 여긴 거지. 아울러 괜히 자네들이 붙잡혀서 자신의 존재가 드러나는 걸 막고자 자네들을 초정회를 치게 하여 초정회 손에 섬멸 당하게 만들었지.”

죽어간 동료들을 떠올리며 비도는 이를 빠득 갈았다.

“참으로 어리석고 길게 보지는 못 하는 전략이야.”

허염의 평가에 정기도 무의식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정말 앞뒤 정황을 고심치 못한 어리석은 작전이었다. 그럼에도 거기까지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감탄할 일이었다.

“······좋아. 그럼 이 일의 배후는 누구지? 망연진 일은 그럼 뭐고.”

비도는 칼을 위협적으로 허염의 목에 깊게 들이 밀면서 물었다. 여차하면 목이 잘릴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허염은 신경 쓰지 않으며 찻잔을 기울였다. 그러다가 문뜩 떠올랐다는 듯 자신의 맞은 편 자리의 찻잔에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난 차 안 마셔.”

“자네를 위한 건 아니네.”

딱 잘라 비도의 것임이 아니라 한 찻잔에는 따뜻한 차가 가득 따라졌다. 동시에 비도에게 익숙한 모습이 어두운 허염의 후원을 가로지르며 나타났다. 한 명의 여인과 한 명의 남성을 대동하고 말이다.

“사정이 있어 좋은 찻잎으로 우려낸 것은 아니나 괜찮겠소이까? 원채 고급 차를 입에 담으셨을 터인데 이 차는 과연 입에 맞을지 걱정이구려.”

“걱정치 않아도 되오. 차는 그 품질과 상관없이 제각기 알맞은 맛과 향을 지니고 있는 셈이니 말이오. 그리고 난 그 모든 걸 존중하고 즐기는 입장이지.”

느긋이 걸어 나타난 이는 다름 아닌 남영이었다.

“네 이놈, 도대체 왜 여기에 나타난 거냐!”

소리를 꽥 지르는 비도의 태도에 아랑곳 않고 남영은 천천히 정자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를 저지코자 이소연이 움직이고자 했으나 곁에 있는 정기의 행동이 염려되어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 대신 비도는 허염에게 향했던 칼을 남영에게 겨누었다.

“너······.”

“뒷이야기는 아무래도 이 사람이 답을 해줄 듯 하군.”

허염의 말에 비도가 잠시 뒤를 돌아본 사이에 남영은 비도의 칼을 피해 정자 위로 올라가 허염의 맞은 편 자리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조심스럽게 들어 담겨 있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나쁘진 않아. 오히려 좋다고 평할 차로군. 훌륭하군요.”

“과찬이시오.”

서로 만족한 듯 웃고 있는 이 두 사람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비도였으나 어느새 자신의 곁에 도착해 자신의 팔을 붙잡은 희영을 보며 화를 참아야 한다는 걸 느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분명 희영의 눈은 비도에게 위협을 가하는 눈이었다.

“일단 자네들의 행동의 정신적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망연진에 관한 일은 나로서도 더 이상 말할 것이 없다네. 그대들의 원수는 죽었고, 그대들의 복수는 이룰 수 없는 것이 되었다는 것지.”

“참으로 무례하고 불온한 발언이 아닐 수 없구려. 어찌 하늘을 모욕코자 한단 말이오.”

“무슨 말이야. 도대체 누가!”

소리를 지르는 비도를 보며 남영은 시끄럽다는 투로 잠시 노려본 이후 말을 이었다.

“망연진의 일은 둘째치고 자네들의 동료들을 내다버리고 부숴버린 망아의 일은 답을 해줄 수 있네. 지금은 그걸로 만족하게나. 더 이상은 욕심일테니.”

“확실히 그렇겠군.”

허염의 동의하는 와중에 비도는 분을 삭히며 일단 듣기로 했다. 지금 뭐 하나 제대로 모르는 입장인 비도로서는 그들의 말을 듣는 수밖에 없었다.

“현재 망아는 동궁에서 명령을 받고 있다네. 바로 그 동궁의 주인을 모시는 이가 서찰까지 내게 보내며 협력을 요구했을 정도지. 그 서찰을 보여줄 수는 있네만 아무래도 자네는 글을 모르는 듯 하니 줘봐야 무용지물일테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이기도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기에 비도는 잠자코 들었다.

“동궁?”

대신 정기가 반응했다.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는 있었던 정기의 귀에 들려온 ‘동궁’이라는 단어는 무시할 수 없는 단어였다. 이는 분명 이 나라의 임금의 자리를 이을 태자가 지내는 곳이 아닌가.

“그 주인의 뜻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를 모시는 늙은 환관은 충성심과 성실함으로 한평생 살아온 인물이지. 그는 이 험한 조정을 흔들고 정화코자 자네들을 쓴 거지. 그 과정에서 대표인 망아와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모양이군. 그건 자네들이 알아서 알아보게나. 내겐 흥미영역이 아니니 말이야.”

“그 동궁이란 곳에 우리를 이용하고 망아로 우리를 도륙낸 장본인이 있다는 거지.”

나름 차분히 말을 꺼내는 비도였으나 목소리는 분명히 분노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분명하게 명확한 누군가를 향한 분노였다. 결코 명확치 않은 목적을 향한 분노가 아니었다.

“그래. 정확히는 동궁 환관 이주신이 범인이지. 동궁의 환관들의 우두머리인 그는 지금도 동궁에서 아주 열심히 일을 꾸미는 중이지. 지금 이 상황에선 헛수고가 아닌가 싶지만.”

남영의 말이 끝나자 비도는 칼을 거두었다. 그리곤 재빠르게 정자 위에서 내려와 제 갈 길을 가기위해 움직였다. 이를 본 이소연은 어찌해야 하나 하고 잠시 비도와 정기를 번갈아 보다가 당연하다는 듯 비도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자리를 뜨는 비도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남영이 물었다.

“어디 가나? 더 이상 물을 게 없나?”

“어차피 더 이상 말해주지 않을 거 아냐. 그렇다면 괜히 시간 낭비를 하는 것보다 확실한 원수를 제거하러 가야지. 그 날의 아픔에 대한 복수도 복수지만 눈앞에서 죽어간 동지들의 복수도 해야 돼. 목표가 여러 개라면 명확한 것 먼저 처리해야지.”

퉁명스레 답을 한 비도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남영에게 말했다.

“물론 그 목표 중 하나는 바로 너랑 네 놈의 일당임을 잊지 말아라, 남영. 이유가 무엇이건 네놈들에게 난 많은 동지들을 잃었어. 잠시 이를 미뤄두는 것이니 목이나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거기까지 말을 마치고 비도는 이소연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남영은 떠나가는 비도 쪽을 보지도 않으며 미소와 함께 차를 마셨다. 그렇게 멀어져 가는 비도와 이소연을 바라보며 정기는 한숨과 함께 머리를 긁적였다.


작가의말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는 9월 23일에 올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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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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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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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6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4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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