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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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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작성
18.03.18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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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DUMMY

점차 시간이 지나고 해는 점차 하늘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장경의 하늘에 해가 점차 사라짐에 따라 순찰을 도는 금오위의 병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해가 짐에 따라 사람들 중 일부는 장락원으로 향했다. 허나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말앞에 실망을 금치 못하며 물러나야 했다. 어차피 요즘 금오위 병사들이 기방 안에 대놓고 자리하고 있는 탓에 그리 가고싶어 하는 사람들이 적었기에 불만소리는 적었다.

대신 장락원 내부에 자리하고 있는 선랑과 금오위 병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본래 그들이 지켜줘야 할 무천군은 잠시 할 일이 있다는 이유 하에 자신의 집으로 가있는 상태인 만큼 그들이 여기 있어야 할 이유는 없었다. 때문에 일부 병사들은 장락원에서 물러나 무천군의 저택을 호위하러 물러났다. 그렇다면 마땅히 경계가 약해진 틈에 장사를 해야지 왜 쉬려고 하겠는가.

이에 대해 홍매화는 그동안 당신들 대접하느라 지친 기생들과 하인들 좀 쉬게 하는 거라고 답했다. 이는 납득할 이유이고, 이에 대한 반론을 제시할 입장인 무천군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탓에 선랑과 병사들은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선랑과 병사들은 기방 측에서 안내해준 장소로 가서 대접받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푹 쉬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해 졌다는 거지.”

“그걸 굳이 내게 알려줄 이유가 있나?”

이러한 사실을 전해주는 정기에게 이소연은 사납게 노려보며 물었다.

“아니, 그냥 궁금해 할까봐.”

“전혀 궁금해하지 않아.”

차가운 그 대답 앞에 정기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다.

“그보다 요즘 몸은 어때?”

“신경 쓰지 마라.”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신경 쓰지 말래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소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비단 정기가 맘에 들지 않다는 것도 있지만 아직 낫지 않은 상처로 인한 고통이 주 이유였다.

“거 봐. 무리하지 말라니까.”

“시끄러.”

“너무 괴롭히지 마세요, 정기님.”

약이 담긴 약사발을 들고 들어온 해화의 지적에 정기는 건성으로 알겠다며 대답했다.

“자, 식기 전에 드세요.”

상냥하게 해화가 건네준 약사발을 잠시 바라보더니 이소연은 당장에 낚아채곤 들이켰다.

“안 쓰냐?”

“이 정도는 문제 아냐.”

“그보다 안 뜨거워?”

“걱정마세요. 쉽게 마실 수 있도록 조금 식혔거든요.”

이소연은 다 마신 약사발을 거칠게 해화에게 내밀었다. 해화는 상냥하게 약사발을 받아서 들고 나갔다. 나가기 전에 이소연의 태도를 문제시 삼으려는 정기를 제지한 뒤에 말이다.

약의 따뜻함과 쓴 맛을 입 안 가득 느끼는 이소연은 잠시 이불에 덮힌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봤다. 어느 정도 통증이 가시긴 했지만 그래도 움직이긴 아직 무리였다. 물론 이는 다른 상처들도 마찬가지였다.

약에 뭔가 이상한 걸 타서 자신을 이렇게 구속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적어도 해화의 태도에서 경계심을 어느 정도 풀었다. 그 태도도 설마 거짓이 아닌가 싶기는 했지만, 의심을 하자면 끝이 없기에 그만뒀다. 자신의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경계를 해야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다고 뭔가 달라지는 건 없었다. 그저 어여 회복하고 동지들에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이 이소연의 머릿속에 가득했다.

“도주라도 하고 싶냐?”

가끔 이렇게 이상하게 시비 같은 걸 구는 정기라는 소년이 있기는 했지만 무시하고자 했다. 종종 짜증이 나서 화를 내고는 했지만 말이다.

“뭐가 불만인가?”

“아니, 그거야 문제되는 건 아니지. 솔직히 나라도 튀고 싶은 생각이 가득 할 테니 말이야, 네 상황이라면 말이지.”

“그런데?”

“다만 지금 난 네가 아니거든. 너랑 달리 네가 도망치면 곤란한 입장이라서 말이야.”

“그러니 도망치지 말라? 그 정도는 나도 알아. 하지만 그걸 내가 지킬 필요가 있나?”

매서운 이소연의 눈빛에도 가볍게 웃어넘기며 정기가 말했다.

“아니, 적어도 행선지는 얘기해주고 가라고 말이야. 갈 땐 가더라도 나 없을 때 가거나 아니면 가기 전에 인사라도 해줬으면 해서 말이지.”

엄청 어이가 없다는 시선으로 정기를 보는 이소연이었다.

“솔직히 지키고 자시고 별 흥미가 없고, 오히려 귀찮다는 입장이거든.”

“그러면 어째서 날 주워온거지?”

“글쎄 왜 일지.”

한숨을 내쉬며 시선을 위로 향한 정기와 그런 정기를 이상하다는 듯 보는 이소연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정적이 흐르는 동안 이소연은 졸리다는 생각이 들어 무의식적으로 하품을 했다.

“나도 졸리군. 벌써 밤이야.”

자리에서 정기가 일어서더니 그대로 방밖으로 나가고자 방문을 열었다. 그리곤 그대로 나가려다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며 말했다.

“잘 자라.”

그리곤 그냥 정기는 나가버렸다. 방 안에 혼자가 된 이소연은 정기가 나간 방향을 잠시 보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정말 이해가 그 소년의 행동과 말은 이소연에겐 혼란 그 자체였다. 어차피 몸만 회복만 된다면 더 이상 보지 않을 거라는 다짐과 함께 그녀는 촛불을 끄고 자리에 누워 잠에 들었다.

한편 방밖으로 나온 정기는 빈 약사발을 들고 어두운 얼굴을 한 해화를 볼 수 있었다.

“너무 침울해 하지마. 우리 모두 그저 시켜서 하는 거고, 어차피 저 녀석은 죄인이야.”

위로라고 말을 건네며 보듬어주려 했으나 해화의 얼굴에는 변화가 없었다. 고맙다며 인사를 하는 해화는 여전히 씁쓸함이 가득 한 얼굴이었다.

하기야 몸도 안 좋은 사람에게, 아무리 죄인이라도 또래 소녀로 보이는 이에게 약이라고 속이며 수면제를 탄 약을 건넨 셈이다. 그리고 그 일을 행한 것은 아무리 누가 시켜서 했다곤 하나 평소 원리원칙을 중요히 여기고 마음도 여린 해화였다.

나름 강단이 있기는 했어도 마음 한 쪽이 여린 해화로선 자신이 한 행동을 결코 좋아할 수 없었다. 오히려 죄책감이 들어 침울해할 뿐이었다.

“정기님, 도대체 다들 무슨 생각인 걸까요? 어머님도, 나리도······.”

침울한 마음에 그런 말을 입에 담은 해화는 금새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듣지 않은 것으로 해주세요.”

“걱정마. 안 그래도 저 방에 누워있던 것이랑 서로 짜증 좀 부려봐서 딴 생각 들어 듣지도 못했거든.”

말도 안 되는 말과 함께 해화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는 정기였다. 해화는 정기의 손길을 거부치 않고 잠시 즐기듯이 미소를 띠며 받아들였다.

조금 기운이라도 난 듯이 빈 약사발을 치우고 자신도 자겠다며 해화가 일어섰다. 약사발을 씻고자 그녀가 자리를 비우자 교대하듯 초향과 유화가 정기에게 다가왔다.

“후후후, 나름 여자아이를 위로할 줄 알고. 정기도 성장했네요.”

“그래봐야 여전히 어린 애지, 뭐.”

실실 웃으며 유화와 초향이 놀리듯이 말하자 정기는 머리를 긁적였다.

“봤으면 누님들이 위로해 주지 그랬어요.”

“이런 건 네놈이 할 일이지. 조금은 이럴 때 사내답게 굴라고 자리까지 비워줬건만.”

“쓸데없는 행동입니다.”

퉁명스레 투덜대는 정기의 태도가 귀엽다는 듯 두 기생은 실실 웃어댔다.

그렇게 서로 간 티격태격하는 와중 해화는 약사발을 제자리에 잘 씻고 놓은 뒤 돌아와선 인사와 함께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다른 기생들도 자기들 방으로 들어가서 방문을 걸어잠갔다. 그와 함께 바깥에 나와서 달빛을 쐬고 있는 건 정기를 비롯해서 6명 정도였다.

“달이 예쁘군.”

“그러네요.”

보름달은 아니나 상당히 밝은 달의 모습에 초향이 감탄하고 유화가 맞장구쳤다. 다른 기생들도 맞장구치며 제각기 실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 달빛을 즐기긴 매우 힘들겠네요.”

정기의 이 한 마디에 분위기는 조금 무거워졌다. 한숨을 쉬는 이도 있었고 유화처럼 쓴웃음을 짓고 마는 이도 있었다. 본래라면 역시 들어가서 자고 있거나 손님을 상대해주고 있었을 그들이나 이 장락원의 주인이라 할 수 있는 ‘어머니’ 홍매화의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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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0 1 8쪽
»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9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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