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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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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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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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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2)

DUMMY

남영의 웃음에 한숨으로 반응하는 수문은 잠시 뒤 자신이 가진 의문을 꺼냈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뭔데?”

[어째서 무천군에게 그 서찰을 전한 것입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전혀 전한 적이 없다는 반응이 돌아오는 와중에 남영은 진정 자신이 얘기를 해줬나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남영은 수문은 물론이거니와 이초, 희영, 소은 등에게도 얘기를 해주었다. 그런데도 어째서 이런 반응인가 하자 수문이 말했다.

[해주시긴 했지만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말이죠. 분명 당신은 무천군 쪽이 더 안전성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말이지요. 분명 무천군은 조정에 큰 세력을 지니고 있긴 합니다만 후일 왕위에 오를 태자 쪽과 비교하면 아래라고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렇긴 하지.”

[그런데 어째서······.]

남영은 가볍게 웃어보이고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맑디맑은 푸른 하늘에 하얀 구름이 몇 개 둥실둥실 떠다니는 중이었다.

“하늘이란 건 본디 여러 요소들이 한데 어우러져 있기에 하늘로써의 가치가 있는 법이지.”

[?]

“그리고 아무리 하늘이 높고 넓다한들 그 위상이 절대적이라곤 할 수 없는 법이야. 그것을 바라보고, 그곳을 살아가고, 그것을 평가하는 건 결국 하늘이 아니지.”

뜻도 모를 소리를 하는 남영을 보는 수문의 참새에게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수문의 모습이 느껴졌다.

“뭣보다 우리에게 온 것이 하늘의 뜻인지 명확치 않으니 말이야. 어쩌면 구름의 뜻일지도. 뭐, 기다려 봐라. 그리고 믿어주고 말이야. 그러면 알게 될 거야.”

느긋한 대답과 함께 드러눕는 남영을 보는 수문의 한숨이 전해졌다.


그 시간 무천군의 집에는 수문이 보고한 대로 조정의 유력한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전부는 아니나 다들 조정에서 한가닥하는 인물들이며, 모두 하나 같이 무천군과 정치적으로 같은 배에 탄 이들이다.

특히 상석에 앉은 무천군과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는 신명군 진운의 경우에는 무천군과는 동복형제이고, 역시 가까운 자리에 앉은 중서평장사 문경신은 무천군과는 사돈관계다. 그리고 예부상서 이승필은 무천군과는 처남, 매형관계이기도 하다. 그 외의 인물들도 인척관계는 아니어도 정치적으로 무천군과 함께 활동해온 측근들이다.

그들은 현재 무천군이 내민 서찰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중이었다. 전날 남영이 건네준 그 서찰에는 태자궁 담당 환관인 이주신이 최근에 발생한 중신(重臣)연쇄살인사건의 배후이며, 무천군을 비롯한 주요 신료들을 제거하고자 음모를 꾸민다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사실입니까!”

응양군 상장군 김지순이 씩씩 거리며 말했다. 아무리 수도의 치안을 담당하는 것이 금오위라고는 하나, 그런 금오위를 포함한 중앙군 전체의 수장인 응양군 상장군으로서 현재의 사태에 상당히 불편한 입장이었던 만큼 김지순의 분노는 커보였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 환관은 물론, 태자에 대해서도 고심을 해봐야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정당문학 서양필은 김지순과는 반대로 냉정한 어조로 말을 꺼냈다. 그런 그도 이 서찰의 내용이 불쾌하긴 마찬가지인 듯 눈빛이 평소보다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헌데 이것을 어떻게······.”

중서평장사 문경신이 말꼬리를 흐리며 슬쩍 무천군을 쳐다보며 물었다. 서찰의 내용은 분명 놀랄만한 내용이기는 하나 도대체 어디서 손에 넣었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분명 서찰의 내용은 이주신이 스스로 연쇄살인의 배후임을 자처하는 동시에 주요 신료들을 제거할 터이니 도움을 청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내용의 서찰을 제거대상에 해당하는 무천군에게 전할 리는 만무했다.

“여기서 도움을 청하고자 한 상대가 누구인지 여쭤봐도 되겠는지요.”

문경신의 물음과 동시에 여러 다른 인물들도 무천군을 쳐다보았다. 문경신이 제시한 의문은 분명 모두가 가질 만한 의문이기에 그랬다.

“음······, 그 상대에 대해서는 어떠한 사병집단이라고 해두지.”

“허면 중앙군 외에 이 나라에 해를 입힐 수 있는 무력을 지닌 집단이 존재한다는 말씀이신가요? 그것도 이 장경 근처에 말입니다.”

서양필의 말에 다들 놀란 얼굴들이었다. 특히 중앙군의 수장에 해당하는 김지순이 특히 그랬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 따로 아는 존재가 있다고만 해두지.”

“무천군 나리.”

“이보시게, 정당문학. 너무 걱정치 말게. 내 때가 되면 말을 해주기는 할 터이네. 다만 그들에 대해서는 나름 사정이 있어서 내 그대들에게 말을 해주기 어려워서 그러는 것이니 잘 알아 주게나. 다만 그들이 우리에게 적대적인 입장은 아니라는 것 정도만 얘기해 두지.”

단언하는 무천군에게 더 이상 추궁하고자 하는 이들은 없었다. 물론 납득을 한 것은 아니나 이들 세력의 핵심인 무천군의 발언에 더 이상 말꼬리를 물고 늘어질 인물은 없었다.

사실 이 서찰은 남영이 건넨 전체의 내용이 담겨 있지는 않았다. 도중 무천군에 의해 몇 가지 내용이 누락되어 있었다. 이는 서찰을 전하면서 비밀리에 남영이 남긴 쪽지에 의한 것이었다. 아직 제대로 된 실체를 내보이고 싶지 않은 남영과 초정회의 요청에 무천군이 도움을 요청받은 측에 대한 정보만 뺀 것이다. 그렇다 해도 충분히 중요한 내용이 담겨 있기에 무천군으로선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더 물어볼 것이 있나?”

“무천군께서 그리 말씀을 하시는데 저희가 뭐 문제여길 일이 있겠습니까.”

상황을 정리하듯 우복야 남필주가 말했다. 온화한 성격의 남필주는 아직 납득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김지순과 문경신을 진정시켜주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여기 이 서찰을 보낸 이 환관의 행태입니다. 바로 이를 어찌 처결할 것임이 중요합니다.”

신명군이 남필주의 말에 동의를 하면서 중요한 의제를 끄집어내었다. 바로 그 의제가 이 자리를 만든 것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서찰이 진짜냐 하는 것입니다만.”

“진짜건 가짜건 간에 이런 내용의 서찰이 나온 시점에서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좌복야 진무승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입장을 보이자 서양필이 나서며 말했다.

“현재 궁궐에서 숨기고는 있다곤 하나 폐하의 병세가 심각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병세로부터 벗어나기도 힘들다는 것도 말이지요. 다만 시절이 어수선하여 민심이 흐트러지는 걸 막기 위해 폐하의 병세에 대해서 쉬쉬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런 만큼 조정의 분위기는 어수선하고, 또한 앞으로 새로운 조정으로 어찌 변화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 시국에서 이런 서찰이 나온 겁니다.”

상 위에 놓여진 서찰을 집어들며 서양필은 말을 이었다.

“변화되는 조정에는 당연히 지금의 태자께서 중심이 되실 겁니다. 헌데 그 태자전하를 지근거리에서 모시고, 앞으로도 모실 환관이라는 작자가 이렇게 나왔다는 건 결코 가볍게 넘어가선 아니 될 일입니다.”

“허면 어쩌자는 것이오?”

문경신이 묻기는 했지만 어쩐지 답이 짐작이 된다는 듯 긴장한 얼굴이었다. 비단 문경신만이 아니라 대다수 여기 이 자리에 모인 인물들 대다수가 그랬다. 무천군 정도가 무덤덤히 서양필을 바라볼 뿐이었다.

“손을 써야지요. 이대로 죽을 순 없으니 말입니다. 설령 이자가 성공치 못한다 할지라도 태자께서 즉위한다면 어찌 되겠소이까? 한낱 환관 따위가 독자적으로 이런 일을 벌였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오? 설령 이 환관의 독자행동이라 할지라도 태자의 의중이 반영되었을 거란 건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실내에 정적이 흘렀다. 다들 서양필이 한 말을 곱씹으며 이 뒤에 그들이 취해야할 행동에 대해서 생각들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봐야 답은 거의 나온 상황이었다.

“허면······.”

침을 꿀꺽 삼키고서 신명군이 입을 열었다. 덜덜 떨리는 손을 꽉 붙잡고서 그는 서양필을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는 어찌 해야 하는가?”

“마땅히 쳐야지요. 조정신료를 신뢰치 않고, 심지어 목숨을 사적으로 자객을 고용해 해하는 임금은 걸주(桀紂)에 비견되는 폭군입니다. 그런 이를 어찌 임금이라 하겠소이까.”

“허나 전하께서 관계가 없다면 어찌 하겠는가. 아니, 이 서찰이 무조건 사실이라는 보장은 당연히 없네. 더군다나 태자전하는 아무것도 모르고 이 환관의 독단이라면? 그렇다면 우리의 행동은 그저 반역에 지나지 않네. 지금 고작 이런 서찰 하나만 나온 상황에서 무슨 명분으로 그런 행동을 하자는 겐가.”

급히 예부상서 이승필이 끼어들면서 물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이 과격하다할 수 있는 발언에 이승필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만일 그렇다면의 일이지, 당장에 그러하자는 건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는 길일 걸세.”

서양필 대신 무천군이 대신 입을 열어 대답했다.

“예부상서의 지적대로 아직 명확히 밝혀진 건 없네. 다만 경계를 할 필요는 있지. 이 환관이 태자전하를 지근거리에서 성실히 모셔오긴 했지만 좀 지나치게 행동하는 경향이 없지만은 않은 인물이네. 때문에 태자를 위해서란 명분으로 이상한 짓을 벌일 수 있는 인물이긴 하고, 태자와 관계가 없을 수도 있지. 물론 태자전하와 연관이 있을 수도 있으나 전혀 생뚱맞은 제3자가 제 욕심을 위해 분란을 일으키고자 이 서찰을 전한 걸 수도 있지.”

그렇지 않냐며 무천군은 슬쩍 서양필을 바라보았다. 서양필은 이에 말로써 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태자의 의도가 반영된 일이라면 마땅히 정당문학의 말대로 움직여야 겠으나 아직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나설 순 없는 일이네. 다만 경계를 가지고 살펴볼 필요는 있네. 아무리 자질이 훌륭하고 정통성도 지닌 태자라지만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을 모르듯이 그 속내에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가 없네. 허나 아직 명확한 게 없는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계를 하고 살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네.”

무천군이 한 이 말에 모두는 동의를 표했다. 특히 서양필의 발언에 식겁한 이승필과 신명군의 경우에는 안심까지 한 모양이었다.


작가의말

자꾸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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