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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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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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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5.0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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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DUMMY

사실 이소연은 한밤에 있었던 일을 빠짐없이 알고 있었다.

그날 분명 식사에는 수면제가 들어있었다. 그리고 그 수면제의 약효가 분명 작용하여 이소연을 재웠던 건 사실이다. 허나 어찌된 영문인지 소란이 일어나던 순간 이소연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의 초인적인 능력 덕인지, 아니면 그날따라 약효가 잘 먹히지 않은 건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그녀의 정신은 또렷하게 깨어났고, 그 덕분에 한밤에 일어난 소란, 비도를 비롯한 동료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고 이를 장락원의 기생들과 정기가 막는 상황의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그 일에 끼어들지 않은 데에는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였다. 분명 눈이 또렷하게 떠지고 정신도 또렷하게 깨어났으나 몸만은 그렇지 않았다. 입도, 혀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여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결국 그녀는 일련의 소동 속에서 무력하게 누워서 듣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동료들이 와준 데에, 그들이 막힌 데에, 그들을 돕지 못하는 무력한 자신에 대해 생각하며 눈물을 흘릴 뿐이었다.

그리고 아침 해가 밝은 순간, 그녀는 손발을 움직여 보았다. 놀랍게도 그녀의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누워있는 게 나았을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분명 움직이는 게 무리라고 들었고, 그녀 자신도 납득한 부상당한 몸이 말이다.

물론 완전히 움직이기에는 여전히 고통이 따라오고 있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부상입기 전만큼은 아니어도 움직일 만 했다.

방밖에서 해화라는 기생이 일어났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소연은 놀란 마음을 진정하고 급히 이불을 덮고 어제와 같이 드러누웠다.

몇 번의 물음과 함께 평소처럼 들어온 해화는 간밤에 잘 잤냐는 물음을 던졌다. 이소연은 그 물음에 대답치 않고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작게 들려온 해화의 한숨소리 다음으로 해화가 방밖으로 나가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린 연후에야 눈을 떴다.

몸을 움직일 수 있음에도, 그녀의 동료들이 그녀를 찾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이소연은 아직 움직일 때라 여기지 않았다. 어제처럼 그녀는 드러누우며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자 했다.

왜냐면 완전히 회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어느 정도 회복되었다고 할지라도 아직 저들을 뿌리치고 이곳을 떠나기엔 무리였다. 간밤에 들려온 소리로 판명해볼 때 그녀의 동료들은 저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저 정기라는 소년만이 아니라 이곳의 기생들은 한가닥하는 실력을 지닌 것이 분명하다. 이소연 자신이 이 나라를 뒤흔들 사건의 주범들 중 하나인데 이를 고발치 않고 여기에 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뭐건 그녀를 순순히 나가게 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렇다면 좀 더 회복한 연후에 움직이는 게 정답이다.

게다가 그녀가 자랑할 법보가 현재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녀가 입던 옷은 피범벅에 낡아빠져서 버렸다는 말을 정기와 미령이라는 기생에게 들었다. 그 외의 물건은 그냥 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 중에 그녀의 법보가 포함되었는가가 관건이다. 간밤에 이 기방의 기생들이 법보를 사용한 소리로 짐작해본다면 이소연의 법보를 알아보고 따로 뒀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디에 보관했는지를 파악하고 되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녀는 바로 행동에 들어가는 걸 그만두었다.

본래 그냥 무작정 행동할 수도 있는데, 이런 부상과 상황 속에서 냉정히 머리를 굴리는 그녀 자신이 참으로 놀라웠다.

오히려 이런 상황이기에 더더욱 냉정해 질 수 있는지 모르겠다. 동료들이 실패하고, 이를 듣기만 할 뿐이었던 간밤의 경험이 이소연으로 하여금 냉정히 상황을 판단하게 만든 듯 했다.

“반드시······.”

우선은 이 방을 수색해 봐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바깥의 소리에 더더욱 귀를 기울였다. 괜히 그녀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들켜서 경계만 삼엄해지게 만드는 건 사절이었다.

이렇게 이소연이 냉정히 사고하고 조심하는 동안, 장락원에서는 그녀에 대해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아니, 신경 쓸 여유따윈 없었다고 하는 게 정답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상의 사건이 장락원 근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바로 장락원 인근에서 선랑 하나가 피살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선랑은 바로 장락원에 머물던 무천군을 호위하다가 무천군이 집으로 잠시 돌아간 이후에도 금오위 병사들과 함께 머물고 있었던 바로 그 선랑이었다.

때문에 금오위의 조사는 장락원에까지 미쳤다.

대체로 일개 기방에 불가한 장락원에 대해 그리 의심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조심치 않으면 안 되었다. 더군다나 이소연이라는 존재가 발각되면 정말 돌이킬 수 없는 큰일이 발생될 상황이었다.

“정말이지, 살아서도 죽어서도 사람 귀찮게 만드는군, 그 선랑.”

짜증이 가득 담긴 말을 내뱉는 정기에게 유화가 주의를 주는 눈치를 보냈다. 그러나 비단 정기만이 아니라 여타 기생들도 대체로 마찬가지인 눈치였다. 유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단 우리 장락원의 기생들과 우리를 이끄시는 어머님에 대해선 확실하게 모르는 눈치야.”

“그거 다행이네요.”

“문제는 너야, 정기.”

초향의 지적에 모두의 시선이 정기에게 쏠렸다. 정기는 살짝 놀란 듯 반응하긴 했지만 이미 왜 초향이 지적했는가를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

“왜냐면 이 기방에서 가장 이질적인 존재기 때문이지. 다른 남자들은 악공, 하인이라는 역할이 분명하게 있고, 이를 알아볼 수 있지만 정기는 애매해. 분명 이 후원의 하인이라고 둘러대고 있지만 그렇다고 판명하기엔 너무 특이해보이겠지. 그 점이 의심을 살 수 있어. 더군다나 전에 정기는 그 가면 쓴 사내를 상대로 선랑이랑 같이 싸웠던 일이 있잖아. 그 일을 기억하는 금오위 병사들은 많이 있을 거라고.”

그 때 괜한 짓을 했다고 속으로 자책 아닌 자책을 하는 정기를 두고 초향은 여러 기생들을 둘러보았다. 다들 무슨 일이 생겨서 큰 피해를 입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대체로 체포된 뒤 국문이라도 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일 것이다. 이를 이해하는 초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정기를 잠깐 내보내는 건?”

“이미 저 녀석이 있다는 건 금오위 병사들이 잘 아는 일이잖아? 오히려 없어선 의심을 받을 걸? 아니, 심부름 차 보내는······, 이 시점에선 의심만 사겠군.”

한 기생의 제안에 중얼거리며 고민에 잠긴 초향을 보며 정기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여러 기생들은 정기에게 걱정 반, 질책 반의 시선을 보내거나 서로 걱정어린 대화를 작게 주고받았다.

“이거 또 한동안 장사는 글러먹었군.”

이런 상황에서 나온 한 기생의 한탄에 다들 쓴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영업보다도 우리들 몸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쓴웃음을 지은 유화의 말에 다들 공감했다.

“어머님은 어떤 말씀이 없으신가요?”

“없어.”

해화의 물음에 초향이 딱 잘라 대답했다.

“지금은 그저 조용히 보내자는 게 어머님의 입장이야. 솔직히 이에 대해 뭐라 항의하기에 우리도 뭐라 방도가 없지. 솔직히 그 선랑의 죽음에 우리가 연관됐다는 증거는 없어. 그저 장락원 근처에서 죽은 거랑 그 선랑이 이 기방에 머물고 있었다는 것 정도지.”

“진짜 사태 수습돼도 손님 수가 확 줄겠네. 어느 누가 근처에 사람이 죽은 기방에 찾아오겠냐고.”

한 기생의 불평에 초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말이다. 뭐, 손님 적어져서 우리야 편하기야 하겠지만 말이지. 대신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어서 제대로 쉴 수나 있으려나.”

앞으로의 영업에 있을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여러 기생들이 한 마디씩 내놓는 와중 정기는 대청에 앉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맑고 푸른 하늘은 이러한 사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정말 하늘은 예쁘네.”

멍하니 있는 정기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을 걸며 미령이 끼어들었다.

“그러게.”

적당히 맞장구치는 정기의 귀에다 바람을 부는 미령이었으나 정기는 잠시 움찔하기만 하고 더 이상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재미없다는 듯 볼에 바람을 빵빵하게 불렸던 그녀는 정기의 뺨을 쿡쿡 찔렀다.

“왜 그래?”

“그냥 심심해서.”

“아, 그래?”

“걱정이야?”

미령의 물음에 정기는 살짝 미령을 돌아보았다. 그제서야 봐준다는 의미로 미령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라고 한다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걱정이냐고 묻는다면 온전히 동의하기도 그렇군.”

“뭐야, 그게?”

“그냥 애매하다는 의미야.”

그 말대로 현 상황에 대해 걱정이 드는 건 당연했다. 아무리 선랑의 죽음과 관계가 없다고 해도 장락원의 실제 모습을 잘 아는 입장에선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허나 동시에 뭔가 그렇게 걱정이 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저렇게 걱정스런 대화를 나누는 여러 기생들과 비교해본다면 정말 이질감이 드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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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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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7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1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50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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