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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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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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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글자수 :
523,721

작성
18.08.0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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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DUMMY

천인예의 저지로 전진을 못 하고 물러난 정기를 덮친 것은 한 무리의 나비 떼였다.

“그건 내가 할 말이기도 하지. 아, 물론 언니도요.”

한밤에 나타난 나비 떼는 다름 아닌 최화련의 도술로 만들어낸 존재들이었다. 자그마한 나비들은 정기와 천인예 주변으로 몰려 들어서 두 사람을 감싸버렸다.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건 아니나 성가시기 이를 데 없는 나비들의 공격에 정기와 천인예는 곤역을 치르는 중이었다.

“제, 제길······.”

칼을 휘둘러 나비를 베고 쫓아내려는 정기였으나 헛수고였다. 나비들은 최화련의 뜻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들이고, 아울러 어두운 밤이다 보니 정확하게 베기도 힘들었다.

이는 천인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는 과연 선랑에 속하는 인물인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작게 읊은 주문에 천인예의 창끝이 빛이 나면서 불길이 붙기 시작했다. 이윽고 천인예는 창을 빙글빙글 돌리며 나비들을 불살라버리기 시작했다. 과연 선랑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다는 장면을 보는 최화련은 긴장을 품속에서 구슬 하나를 꺼내어 던졌다.

던져진 구슬은 날아가던 도중 공중에 멈추더니 푸른 빛을 내는 불덩이로 변했다. 그리고 주변을 재빠르게 날아다니더니 천인예를 향해 덮쳤다. 천인예가 간신히 피하자 불덩이는 튀어오르더니 이번에는 정기 쪽으로 날아갔다. 나비들 때문에 시야가 가려진 정기였으나 옷끝이 그을렸을 뿐 간신히 불덩이를 피하긴 했다.

“···으, 으······.”

“쳇.”

“역시나네.”

여유로이 감탄을 하며 불덩이와 나비를 조종하는 최화련은 속으론 바짝 긴장하는 중이었다. 비록 아는 사람이라는 것과 전에 조종했다는 것 때문에 죄책감이 있어서 그런지 제대로 공격을 못하는 중이나 천인예는 분명 선랑이다. 그만큼 실력 면에서는 최화련보다 우위에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 최화련의 도술에 당하고는 있으나 정기도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게 분명했다. 안 그렇다면 어찌 허염 같은 인물이 일을 맡겼겠는가.

때문에 최화련은 방심치 않고 새로운 구슬을 꺼냈다. 이번에 꺼낸 구슬은 역시 푸른 불덩이로 변하더니 정기를 집중공격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나비 때문에 힘들어하는 정기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이렇게 시간만 보내다가는 이소연을 놓칠 게 뻔한 건 정기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이미 충분히 시간을 지체한 상황이었다. 본래라면 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면서 자신의 실력을 숨겨야 하는 게 정기의 일일 것이다. 그것이 후일을 생각한다면 편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두 소녀가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상대가 아님을 확인한 정기로선 자신이 가진 힘을 숨겨봐야 손해임을 깨달았다. 이대로 이소연을 놓친다면 나중에 허염에게 무슨 질책을 들을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나.”

이를 꽈득 갈며 정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불덩이를 피해 뒤로 뛰어올랐다. 동시에 자신을 향해 불이 붙은 창을 내지른 천인예의 공격을 칼로 쳐내며 착지한 그는 쥐고 있던 칼을 꽉 쥐었다. 그리곤 자신의 주위를 휘감으며 성가시게 하는 나비들을 향해 휘둘렀다.

“어?”

“···아······.”

그러자 나비들이 한순간에 소멸했다. 이어서 돌진해오는 푸른 불덩이 하나를 정기가 칼로 내려치자 원래의 구슬로 돌아가 땅에 툭 떨어졌다. 이와 같은 광경에 두 소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후······. 이래도 보내줄 수 없나요?”

“더더욱 보내줄 수 없겠네. 그 실력을 봤으니 말이지.”

한숨을 돌린 정기에게 최화련은 남은 불덩이를 조종해 공격했으나 역시 정기의 칼이 한 번 스침과 동시에 본래의 구슬로 돌아가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그렇다면 역시 강행돌파밖에 없겠군.”

그 말과 함께 땅을 박차고 자신에게 돌격해오는 정기에게 최화련은 급히 다음 도술을 펼치고자 부적을 날렸으나 소용없었다. 정기가 성가시다는 듯 한 번 칼을 휘두르면서 그냥 종이조각이 되어 잘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절체절명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순간 최화련을 지켜준 건 천인예였다. 급하게 사이에 끼어든 최화련의 창이 정기의 칼을 막아선 것이다. 물론 최화련의 창끝이 정기의 칼을 쳐냄과 동시에 창끝에 붙어있던 불길은 사라지고 말았다.

“역시 언니네요.. 와줄 줄 알았어요.”

“···무, 무사, 해···?”

“덕분에요.”

속으로 안심하면서 예상대로 자신을 지켜준 천인예에게 미소를 지어준 최화련이었다.

“얼쑤, 도대체 친한거야, 만거야? 둘 중 하나만 해주면 안 되나? 명문가 아가씨들은 모두 이러시나? 겉 다르고 속 다른 거야? 아님, 소위 새침떼기니 뭐니 하는 거야? 둘 다 아닌거 같은데.”

“우리만 그런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보다 평소에도 그렇게 말을 많이 하면서 싸워?”

천인예와 무기를 맞대며 대치중인 정기에게 도발적인 어투로 최화련이 말을 하자 정기는 훗 하고 웃어넘겼다.

“나도 지금만 그런 거니 너무 신경 쓰지 마셔.”

여유가 넘기는 어투로 말한 정기는 힘으로 천인예를 밀기 시작했다. 무기를 맞대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다른 행동을 벌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천인예는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법보인 창이 그 힘을 발휘치 못하는 상황인 만큼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짜 자신의 상황이 불리하다고 느끼는 건 정기였다. 허염이 준 임무를 수행하기 힘들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가기에도 힘들게 되었다. 이렇게 밀어붙이곤 있으나 언제까지고 그럴 순 없다. 지금 잠시 주시하고 있는 최화련이 무슨 도술을 필지 모르고, 그녀의 뒤에서 안절부절하는 하인도 가세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록 천인예와 최화련이 서로 적대할 수 있는 관계로 보이긴 하나 그렇다고 완전히 적대치 않으며, 오히려 정기를 제1순위로 두고 공격하는 만큼 정기가 불리한 건 확실했다.

“아이고, 부처님. 상제님. 천지신명님.”

“지금 이 상황에서 그분들 찾는다고 뭐가 변하나?”

다급한 상황 속에서 정기가 중얼거린 말에 비웃으며 부적 하나를 꺼내며 최화련이 말했다. 그러나 그녀 역시 뒤이어 들려온 목소리 앞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분명 변하는 건 없죠. 부처도, 상제도, 천지신명도 자신들의 권위와 위치에 어울리는 자리에 있을 뿐이니까요. 허나 속세의 일 역시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법. 때문에 그들은 그 일을 할 대리자를 통해 속세의 일을 처리하신답니다. 물론 그만한 권위와 위치에 있는 대리자를 통해서 말이죠.”

“지, 진의, 겨, 겸······.”

천인예의 말에 화답하듯 모습을 드러낸 이는 바로 진의겸이었다. 진의겸만이 아니라 그의 동생인 진의전과 같은 일파에 해당하는 선랑인 문진호, 서금수, 서금영, 김중후였다.

“선랑이 6명이라······.”

“낭패다.”

새로운 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등장에 최화련과 정기는 난감하다는 얼굴이었다. 최화련의 하인의 경우에는 경악을 넘어 절망하는 분위기였다.

“왜, 너, 너가······.”

“왜라니요?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한 번 상황을 슥 하고 살핀 진의겸은 천인예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보아하니 본래 한 진영이었던 이들끼리 제각기 얻고자 하는 것을 위해 자중지란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군요. 참으로 가관입니다. 그러나 저희에겐 기회지요.”

“보아하니 상사령 댁 차남이시군요. 오히려 공통의 적이 나타난다면 본래 같은 진영인 만큼 협력하여 상황을 타파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나요?”

최화련의 말에 선랑들 사이에 비웃음이 흘렀다. 문진호의 경우에는 아예 비웃음과 함께 깔보는 언사를 내뱉으려다가 진의겸에 의해 저지되었다. 어찌 되었던 참지정사 최염계의 장녀인 만큼 함부로 대하는 건 안 된다 여겼기 때문이다.

“이만한 전력으로 설마 타파가 될 것이라 여겼습니까?”

어두운 밤하늘의 달과 별의 빛에 기대어 살펴보니 6명의 선랑 외에도 가볍게 무장한 병사들이 족히 백여 명은 넘어보였다. 보이는 것만 이 정도인데 그밖에는 얼마나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저희도 여러분이 협력할 가능성과 그 잠재력은 계산한 다음에 움직입니다. 허투루 얕봤다가 일을 그르칠 생각은 버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진의겸과 그가 이끄는 전력의 기세와 힘을 대강이나마 짐작한 정기는 더 이상 허염이 맡긴 일을 수행하긴 글렀다고 판단했다. 대신 어떻게든 여길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일단 여기선 협력하시는 게 어떠신지.”

“말 안 해도 알아.”

“······”

두 사람의 시선을 받는 천인예는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그곳이 천인예의 집임을 깨달은 최화련이 말했다.

“이렇게 행동에 나선 시점에서 어차피 언니나 내 집은 이미 포위되거나 장악되었다고 보는 게 나을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그 분들의 짐을 조금 덜어드리고자 여기를 피해서 안전한 곳으로 향하는 게 낫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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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8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0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8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3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1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29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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