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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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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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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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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DUMMY

비도의 외침에 정기는 잠시 멍했다가 정신을 차렸다.

“갑자기 뭐야?”

“네놈과 장락원의 뒤에 허염이라는 인물이 엮여있다는 걸 안다. 어서 당장 안내해!”

비도의 살기어린 외침은 같은 일행이었던 이소연을 당화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반면 정기는 그런 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하는 입장상 이러한 살기는 수백번 겪어왔기 때문이다.

“상관은 없는데, 안내해서 뭘 어쩔 건데?”

담담히 물어보면서 정기는 자신의 칼을 꺼냈다. 비도와 전에 그와 그의 동료들이 장락원에 침입해 봤을 때 싸워본 적 있기에 대강 그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댁 혼자야? 아, 하나 더 있었지.”

이소연에게 살짝 손을 흔들어본 정기였지만 이소연은 어두워서 보지 못했다는 듯 반응치 않았다.

“그걸 내가 말해······, 아니군. 그래, 나랑 이소연 뿐이다.”

이를 빠득 갈며 대답하는 비도의 말에는 진정으로 분노가 서려있었다. 뭔지 몰라도 비도의 동료들에게 뭐가 있었음을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댁의 뒤에······.”

“입 닥치고 안내나 해!”

분노 어린 외침과 함께 비도의 칼이 허공을 갈랐다. 동시에 날카로운 바람이 정기를 향해 몰아쳤다.

놀란 정기가 뛰어오르자 이번에는 바람을 가르며 주먹 만한 구슬 하나가 날아와서 정기의 복부를 가격했다. 그리 센 위력은 아니었지만 정기가 숨쉬기 괴로워할 정도의 타격이었다.

“커······.”

“다시 한 번 말하지.”

정기의 앞에서 한 손엔 칼을, 다른 한 손에는 구슬을 든 비도가 내려다보았다.

“당장 날 허염에게 안내해!”

정기는 비록 직접적인 원인은 아닐 수 있으나 지금 이 상황의 주제로 놓인 한 노인의 얼굴을 떠올리며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비도가 정기를 단박에 쓰러뜨려 협박하는 장면을 멀찍이 떨어진 위치에서 남영은 지켜본다. 비록 어두운 밤인데다가 들키지 말아야 하는 입장이라 숨어 있다 보니 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으며, 당연히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 곁에 있는 희영은 불안하다는 얼굴로 비도가 있는 쪽을 보다가 물었다.

“이걸로 괜찮은 걸까요?”

“괜찮다고 봐야지.”

아무렇지 않은 어투로 대답하는 남영이었으나 속으론 어떻게 일이 흘러갈지 궁금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참고로 비도가 본래 쓰던 칼 외에 쓰고 있는 구슬은 그의 일행 중 한 명이 쓰던 법보였다. 전에 초정회로의 침입 당시 죽거나 부상 입어 움직이지 못하는 이들의 법보를 전부 수거했는데, 그 중 하나가 저 구슬이었다. 남영은 바로 저 구슬을 비롯해서 몇 개의 법보를 비도에게 돌려주었다.

“그나저나 일반적으로 사람 한 명이 사용하는 법보는 한 개 정도인데 말이야. 아, 물론 특별히 제약이 있거나 한 게 아니라 법보란 게 워낙 다루기 까다롭거나 기력을 소모하기에 그런 거지만 말이야. 그렇기에 한 개씩 사용하고, 설령 여러 개가 있어도 동시에 쓰지 않는 법이지. 근데 저 비도란 녀석은 한 번에 두 개의 법보를 사용했어. 그건 동료들의 죽음에 대한 복수 때문인가? 아님 진정 숨겨져 있던 잠재능력이 깨어난 건가?”

“어느 쪽이든 저 자가 우리에게 칼끝을 겨눌지 걱정이네요.”

“그건 그 때 가서고.”

희영의 걱정을 단박에 무시해 버린 남영은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검은 복면을 뒤집어 쓴 사내가 하나 있었다.

스스로 이무준이라 밝힌 이 사내는 남영이 진무령과의 만남을 끝내고 난 뒤 갑작스럽게 나타난 인물이다. 소속이 태자궁이라 밝힌 이 인물은 남영에게 돕겠다는 말과 함께 지금 이 자리에 함께 있는 것이다.

“태자궁 환관 이주신은 충성스러우나 앞뒤 가리지 않는 인물이야. 그렇기에 대규모 암살단을 조직해서 중신들을 하나씩 암살하는 방법을 택한 거지. 물론 나름 생각은 한 거 같더군. 조정 내에서 해당 신료가 사라질 경우 발생할 혼란과 공백을 우려하여 그 여파가 적은 사람부터 시작했으니 말이야. 게다가 신료들의 인간관계를 고려해서 서로 간 의심하게 만들게 만들고자 했단 말이지.”

신 난 듯 술술 떠드는 남영에게 이무준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헌데 너무 생각대로 된다고 여겼던 거야. 사태가 점점 커지면서 더 이상 그대로 진행키 어려워졌지. 특히 선랑을 통해 무천군이 간섭키 시작하면서 상당히 곤란하게 되었단 말이야. 때문에 초정회의 실력을 확인하는 겸 일당을 처분키 위해 우리를 공격했다는 건데. 문제는 망아란 놈과 그 밑의 녀석들이 과격하게 해석하고 공격에 들어가 버렸지. 아, 물론 우리도 과잉대응한 점이······, 있나?”

남영의 의문에 대해 희영은 고개를 젓는 걸로 답했다. 남영은 이에 만족한 듯 말을 이어갔다.

“어찌 되었든 우리를 새로이 끌어들이고자 했는데 일은 이미 꼬일 대로 꼬이고 남은 건 결국 망아와 휘하 환관들뿐이게 되었지. 오히려 암살 건이 쌓인 바람에 분위기만 악화시키고, 겸사로 내가 정보를 흘리고, 임금도 병세가 악화되어 위중해지니 무천군이 행동을 개시했단 말이야. 아마 날이 밝으면 무천군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겠지. 진의겸의 경우에는 만일의 상황에 발을 걸 수도 있는 장락원을 경계하러 간 거라고 봐야겠지. 안 그래?”

이번에는 복면의 사내가 동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당신들 상황을 대강 정리를 해봤고 그게 정답이라고 보면 된다는 의미겠군. 그래서 이 다음은 어떤 전개가 펼쳐진다는 걸까?”

“그 이전에······.”

입을 연 이무준의 목소리는 여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간드러진 목소리였다. 이미 듣긴 했지만 여자가 들어도 부드럽다 느껴지는 그 목소리에 희영은 감탄했다.

“그 이전에 다른 쪽은 어떤가요? 당신들, 허염, 문하시중, 그리고 참지정사의 경우 말입니다.”

“그건 아직 시기가 이르군. 그보다 그런 거 들으려고 자네가 여기 온 건 아닐 텐데 말이야.”

그건 그렇다는 반응을 보이며 사내가 말했다.

“일단 제 이름은 아까 말한 것처럼 이무준이라고 합니다. 태자궁을 담당하시는 환관 이주신의 양자이고, 역시 태자궁에 속해 있습니다.”

“그런데 제 아비를 배신하겠다는 건가? 분명 이주신은 나와 손을 잡고 싶다고 했지만 난 그에게 불리할 만한 행동을 벌였어. 그럼에도 자네는 나를 돕는다고만 하지 그 이상은 하지 않고 있단 말이야. 자네는 자네를 키워준 부친을 배신하겠다는 건가?”

“그럴 리가요.”

즉답을 한 이무준은 말을 이어갔다.

“단지 전 태자궁에 소속된 환관으로서 태자전하의 명을 받드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고 마땅한 일임을 제 아버지께 배웠습니다. 설령 무슨 일이 있더라도 태자전하의 명을 우선시하는 게 태자궁 환관으로서의 일이라고 배웠습니다. 전 지금 그 배움을 따를 뿐입니다.”

무미건조한 말에는 스스로의 의지보다는 누군가에 대한 충성심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바로 이 나라의 임금의 자리에 오를 태자이자 이주신에 가려져 있는 인물이었다.

“태자전하께서도 움직이시는가?”

“전하께서는 그저 바라볼 뿐이십니다. 이 혼란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그 분께선 그저 궁금해 하실 뿐입니다. 물론 어떻게 전개되는 지도요.”

지금까지 가려져 있었다고는 해도 분명 이 나라의 지존의 자리에 오를 예정인 인물이다. 그만큼 공부를 해왔을 테지만 직접적으로 나설 일이 없다는 입장에선 분명 세상물정 모르는 온실 속 화초로 자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최화련처럼 은근 세상의 일을 수족을 통해 들으며 용으로 자라고 있었다. 아니, 최화련보다도 더욱 재능을 갖추면서 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태자전하께선 참으로 무서운 분이군.”

“어찌 보면 그렇기도 하죠.”

자신이 모시는 주군임에도 이무준은 남영의 평가에 맞장구를 쳤다.

“평생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이 혼란의 마무리로서 버리실 생각을 하시는 분이니까요. 어쩌면 저도 불필요하다 여기면 단박에 버리시겠죠.”

스스로의 일일지도 모름에도 무미건조하게 말하는 이무준에게 남영은 흥미를, 희영은 공포를 지니고 바라봤다.

“그래서 자네는 이제 어쩔 텐가? 계속 나를 따라다닐 텐가?”

“그럴 겁니다. 그 이전에 저도 궁금은 하군요. 도대체 망연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그건 저만이 아니라 비도도, 이소연도 궁금해 할 거라 판단됩니다. 망아는 그런 것보다 스스로의 출세 같은 걸 관심 있어 하니 별개지만요.”

그 사이에 비도의 협박에 응한 정기가 비도와 이소연을 허염의 집으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움직임을 알아챈 희영의 보고에 따라 남영은 희영과 이무준을 대동하고 그 뒤를 쫓았다.

“그런데 자네도 그 일에 관심이 있나 보군.”

“일단 저도 그 일의 희생자 중 하나니까요.”

역시 무미건조한 답변을 하는 이무준이었으나 그의 눈은 살짝 흔들렸다. 남영은 어둠 속에서 그 잠깐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으나 굳이 지적치 않았다. 그들은 그렇게 허염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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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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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6) 18.08.26 103 0 10쪽
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0 0 10쪽
8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18.08.12 11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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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2) 18.07.29 108 1 10쪽
8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1) 18.07.22 144 1 10쪽
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3 1 9쪽
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7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8) 18.07.01 101 1 9쪽
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29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4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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