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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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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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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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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3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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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DUMMY

그러나 효삼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삼에겐 이익이 되지 못했다. 아무리 삼이라도 망아를 이기기엔 한계가 있었다. 차라리 효삼이 도우면 오히려 망아의 시선은 돌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찌 되었건 삼의 단창은 푸른 빛을 확연히 띠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스치기만 하면 망아의 목숨은 끝이다. 허나 망아가 휘두르는 칼 앞에서 삼은 그것을 쳐내어 막는 것 외에는 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망아의 칼에 얕지만 베인 상처들이 늘어날 뿐이었다.

그러던 중 삼은 미끄러지듯 뻗은 다리로 망아의 한쪽 다리를 쳐내는데 성공했다. 일순의 타격에 균형이 무너진 망아의 가슴으로 내질러지는 삼의 창이었다. 그 창은 내질러지긴 했으나 도중 망아가 잡음으로써 막혔다.

창의 몸통을 붙잡아 자신에게 닿지 않게 하려는 망아와 그대로 찌르려 하는 삼의 힘의 대결이 이어질 참이었다. 균형을 깨고자 휘두른 망아의 칼은 삼이 급히 꺼낸 단검에 막혔다.

“효삼!”

도움을 청하는 삼의 외침에 효삼은 정신을 차렸다. 자신의 무기인 나무몽둥이를 꽉 쥐고 달려나와 망아의 머리를 내려치고자 움직였다.

그러자 망아는 삼의 다리를 세게 걷어찼다. 낮아진 자세였고, 수세에 몰려 있는 입장이었으나 역으로 쓰러지듯 자세를 더 낮추면서 균형을 깬 것이다. 더군다나 힘겨루기를 하던 창을 오히려 자신 쪽으로 당기었다. 예상치 못한 망아의 행동과 공격에 삼 역시 자세가 무너졌다.

삼의 자세가 무너지면서 둘이 뒤엉키게 되자 효삼은 행동을 멈칫했다. 함부로 내려쳤다가 삼이 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망아는 삼의 창을 자신 쪽으로 당기되 아슬아슬하게 빗겨가게 당겼다. 그리고 자신의 칼을 놓으면서 쥔 주먹으로 삼의 명치를 가격했다. 명치로부터 올라오는 충격에 얼굴이 일그러진 삼의 가랑이를 발차기로 가격하는 망아였다. 그 공격은 간신히 막았으나 완전히 막지 못하였다.

무너진 균형 속에서 한 바퀴 구르며 뒤엉킨 망아와 삼의 싸움은 이내 결정났다. 계속 자신의 창을 잡고 있는 삼이었으나 이를 망아에게 내지르기엔 힘이 모자랐다. 명치와 가랑이를 향한 망아의 공격이 결정타였다. 이를 틈탄 망아는 삼이 잡고 있는 창의 방향을 꺾어서 삼의 가슴팍을 찔러버렸다.

깊은 상처는 아니나 푸른빛으로 변한 삼의 단창은 이미 막강한 독을 품고 있었다. 스치기만 해도 죽을 수 있는 이 독은 그대로 주인인 삼의 몸으로 스며들어갔고, 이내 삼의 몸 전체에 퍼졌다.

“······으···커······마······.”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입에 담으며 남은 기운을 짜내 손을 뻗은 삼이었다. 허나 그 행동은 무의미하기 이를 데 없었고 결국 숨을 거두게 되었다.

동료인 삼의 죽음을 목도한 효삼은 부들부들 떨더니 괴성을 지르며 돌격했다. 그러자 망아는 재빠르게 그 자리를 이탈했다. 허공을 가르는 효삼의 나무몽둥이는 참으로 위협적이었다.

“진작 나섰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님, 오히려 방해가 되어 삼의 생명을 단축시켰을까?”

무덤덤한 망아의 질문에 효삼은 대답치 않았다. 그저 망아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를 뿐이었다.

그러나 단편적이라 해도 될 그 공격들은 망아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다. 망아는 여유롭게 효삼의 공격을 피하면서 자신의 칼을 주웠다. 그리곤 효삼이 몽둥이를 휘두름과 동시에 자세를 낮추어 칼을 내질렀다. 내질러진 망아의 칼은 효삼의 가슴팍을 찔렀다.

찔린 상처는 피가 솟구치자 효삼의 팔에선 기력이 빠졌다.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난 효삼은 자신의 상처를 슬쩍 보았다. 크기는 크지 않으나 깊이 박혔던 듯 했다. 즉 치명상이었다.

이를 꽉 깨물며 남은 기력을 짜내 효삼은 망아에게 돌격했다. 그리고 망아는 빙그르르 돌며 옆으로 피했다. 바로 그 망아를 내려치고자 망아가 피한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효삼의 목에 하나의 줄이 그어졌다.

옆으로 피하는 듯 한 망아가 동시에 칼을 휘두른 것이다. 휘두른 칼은 정확하게 효삼의 목을 그어버렸단 건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베인 곳에서 피가 솟구치며 효삼의 몸이 기울어졌다. 망아는 그런 효삼을 더 이상의 자비도 없이 칼로 내리쳤다. 다시금 목에 휘둘러진 망아의 칼은 효삼의 목과 함께 그 목숨을 끊어버렸다.

“그게 네 가장 큰 문제야.”

이미 시신이 되어 버린 효삼을 내려다보며 망아가 중얼거렸다.

“동료에 대해 한없이 다정한 것 말이지. 엄연히 이런 모습을 보였음에도 넌 결국 날 동료라고 여기고 있었고, 그게 결국 네 목숨을 끊기게 만든 거다.”

한없이 차가운 발언을 마친 망아의 시선은 비도와 이비를 향했다.

“삼, 효삼······.”

차가운 시신이 된 이들을 보며 이를 빠드득 갈면서 비도가 일어섰다. 비틀대며 일어서는 그는 자신의 가슴에 난 상처를 간신히 부여잡고 있었다.

“이비······.”

“과연 살아남은 건 너 뿐인가 보군.”

“너 이 자식······.”

“원채 급한 성격을 지니고 막나가는 기질을 지니고 있길래 먼저 갈 줄 알았는데.”

“망할 놈, 동료를 죽이고도 죄책감 하나 없냐!”

“말했을 텐데, 비도.”

이를 갈며 노려보는 비도를 향해 망아는 여유로운 태도였다. 그럴 만한 게 비도 자신이 부상자인데다가 이미 삼, 효삼, 이비가 숨을 거두었다. 이 상황에서 망아가 불리할 요건이 전혀 없었다.

“난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킨 것뿐이야. 진정한 복수를, 진정한 의미의 복수를 이루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것뿐이야. 물론 너희를 죽여야 하는 건 가슴이 아프군. 어찌 되었건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이들이니 말이야. 때문에 협력할 기회를 주고자 한 건데 아쉽군. 너희 정도 실력이라면······.”

“닥쳐!”

피를 너무 흘린 탓에 어지러운 정신을 바로잡으며 비도가 외쳤다.

“어때, 비도? 어차피 넌 날 이길 수도 없고,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도 없어.”

“시끄러!”

“살아갈 기회를 주고자 하나 넌 아무래도 받아들이지 않겠지.”

마치 사형선고와 같은 말과 함께 칼을 고쳐쥐며 망아는 비도를 바라보았다. 이에 맞서 칼을 잡은 비도였으나 상대를 할 상태는 아니었다.

“잘 가라.”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비도를 향해 돌격한 망아는 급히 정지했다. 왜냐하면 갑작스럽게 몰아친 불길이 나타나서 그의 진로를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마치 거대한 팔의 형상을 한 불길은 망아의 진로를 가로막는 것도 모자라 망아를 들이쳤다. 간신히 피하긴 했지만 왼팔이 스친 관계로 화상은 피할 수 없었다.

“제길.”

“설마······.”

방해를 받은 망아나 도움을 받은 비도는 순간 누군가를 떠올렸다. 등이 굽은 꼽추를 한 명 말이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네. 아무래도 말이죠, 그 사람은 일단 손님인지라 말이죠, 네. 아, 그렇다고 적대할 생각은 없다는 말을 전하라고 하는 군요, 네.”

공손한 건지 아닌 건지 알 수 없는 말투를 하며 한 꼽추가 모습을 보였다.

“넌······.”

간신히 상처를 부여잡으며 의식을 유지하는 비도를 향해 꼽추는 살짝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리곤 그는 망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 주인께서는 말이죠, 댁의 주인과는 싸울 생각이 없다는 말을 전하라 하셨습니다, 네. 그저 저희가 보호 중이고 나름 효용이 있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면 곤란하다는 거지요, 네.”

“이게 우리와 적대하는 길일 수 있음을 알도록 하시오, 이초 공.”

“공(公)이라니 과한 표현이군요, 네. 그저 우린 쓸모 있는 상품을 함부로 내버리지 않을 뿐입니다요, 네.”

망아는 한숨을 내쉬며 칼을 거두었다. 지금 그냥 싸운다고 한다면 이초를 못 이길 자신은 없으나 괜히 스스로 부상만 심해질 것이다. 게다가 이 불길을 보고 분명 금오위의 병사들이 몰려올 것이 자명하니 더 이상 싸우는 건 손해였다.

“허면 전 물러갑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괜히 귀공들이 내 주인과 적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오.”

“걱정마시지요, 네.”

망아가 자리를 떠남과 동시에 긴장이 풀린 비도가 쓰러졌다. 어느새 다가와 비도를 부축해 일으켜 주며 주호가 투덜댔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괜히 재미삼아 복잡한 일에 끼어들지 말자고 했는데 말이야.”

“불만이 있으면 나중에 털어놓고 지금은 이곳을 떠나도록 하죠, 네. 그보다 다른 이들은?”

“어차피 다 죽었지만 그래도 시체라도 가져가야 하려나?”

투덜대는 주호 말고도 몇몇의 장정들이 나타나 삼, 효삼, 이비의 시신을 거두기 시작했다. 다들 초정회에서 부리는 일꾼들이었다.

“자, 떠나자고. 이초의 불길 덕에 금오위의 병사들이 몰려올 터이니.”

“이히히, 어쩔 수 있나.”

주호의 말대로 주호, 이초를 비롯한 초정회의 일원들이 떠나자마자 금오위 병사들이 그 장소로 도착했다. 허나 그들은 핏자국을 비롯한 싸움의 흔적들을 발견한 것외에는 더 이상의 것을 볼 수 없었다.

“됐다. 대충 처리하고 가자.”

최화승의 명령을 끝으로 금오위 병사들은 싸움의 흔적들을 대충 치우고 나서 그 자리를 떠났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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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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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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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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