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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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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08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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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DUMMY

사실 겉으로 내색치 않은 무천군이나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다만 한 일파의 수장으로서 함부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을 뿐이었다.

그로선 남영이라는 존재의 힘이 어떤 식으로 이 사태에 영향을 줄지 걱정이었다. 물론 스스로 말한 것처럼 남영이 함부로 움직일 인물이 아니라는 건 안다. 허나 인간의 일이라는 것이 어찌 그렇게 쉽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남영이 그냥 제멋대로 기분으로 날뛸 수도 있고, 그 나름의 판단 하에 무천군의 행보를 방해할 수 있다.

그 효과가 얼마나 큰 지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시국에선 불안정한 요소를 하나라도 남기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때문에 초정회를 감시하고 남영과 대화를 시도하여 그를 끌어들이고자 했다. 허나 지금 이 상황에선 강제적으로 남영을 끌어들이긴 어렵게 되었다.

“이주신이 움직인다면 일단 태자전하에 대한 것도 염두에 둬야 하는 것이겠군요.”

“그래, 허나 폐하께선 병중이시라곤 하나 여전히 태자전하에 대한 신뢰를 갖고 계시네. 게다가 아무리 우리가 위험하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운들 태자전하를 함부로 해하거나 할 순 없는 노릇이네.”

“그렇다고 놔두기도 그렇죠. 특히 폐하께서 병중인 와중에 갑자기 승하라도 하신다면 이주신을 곁에 둔 태자전하가 등극하여 어떤 행보를 보이실 진 자명한 것 아니겠습니까.”

서양필의 걱정어린 말에 무천군은 고개를 위로 쳐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아무렇지 않다는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심란한 마음을 감추긴 어려웠다.

“더군다나 문하시중과 같이 우리와 맞서는 입장에 서있는 인물들이 이주신과 함께 우리에게 공세를 퍼붓는 다면 당해낼 재간이 없습니다. 설령 조정의 중요 요직을 다수 장악한 것이 우리라고는 하나 역시 조정의 영수인 문하시중과 이 나라의 지존인 임금이 힘에 비하겠습니까.”

무천군은 서양필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바로 무천군이 염려하는 바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자신이 임금의 동생이며 상서령이라는 중요 관직을 차지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역시 문하시중이라는 위치와 그것이 지니는 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주는 임금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바로 그것이 조정에 수많은 자신의 사람을 확보하였음에도 문하시중 천신영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그렇다면 차라리 지금 얼른 움직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서양필의 의미심장한 제안에 무천군의 눈이 크게 벌어졌다. 이는 같이 동석하는 입장인 진의겸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당문학 어른, 하오나······.”

“그만해라. 계속 하시게.”

무천군이 놀라서 말을 꺼내려던 진의겸을 제지하고 서양필에게 말을 재촉했다. 서양필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의 태자전하께서 이주신을 곁에 두시는 만큼 우리에게 위협이 되나 그 태자전하의 권위를 세워드리는 건 폐하가 계실 때입니다. 헌데 그 폐하는 병석에 누워계십니다. 그렇다면 그 권위의 실질적인 힘이 약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즉 우리의 적이 될 수 있는, 불안한 요소가 그 힘이 약해진 것이지요. 반면 우리는 조정의 주요 관직들, 특히 군권에 있어서도 많은 것을 소지하고 있는 만큼 그 힘이 강합니다. 지금이야말로 힘의 관계에 있어서는 우리가 우세한 상황입니다.”

“그렇긴 하지. 헌데 실질적인 힘이 있다고 한들 명분이 문제가 아닌가.”

“명분이야 만들면 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명분은 이미 태자전하 쪽에서 제공했습니다. 남영이 우리에게 준 이주신의 편지가 사실이든 아니든, 설령 사실이라도 이주신의 행동에 태자전하의 의지가 개입되었든 아니든 우리가 행동할 명분은 생긴 셈입니다. 설령 아니라 해도 모든 걸 장악한 이후 우리에게 유리하게 만들면 되는 일입니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 아니겠습니까.”

너무나도 과격한 발언에 진의겸에 놀란 마음으로 무천군을 힐끗 보았다. 무천군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였으나 표정에 변화가 없었다. 이는 수장이라는 위치에서 가지는 태도라기보다는 그 자신 역시 예상한 말이기도 했으며 납득하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의혹을 가지는 이들이 있겠으나 모든 걸 장악한 이후 반대세력을 척결하고 우리를 따르는 이들을 남기는 한편, 중립적인 위치에 서있는 명망가들을 잘 회유하거나 적당한 위치에 앉힌다면 민심의 혼란은 없을 겁입니다.

애초에 그 편지대로라면 시국을 어수선하게 만든 건 태자전하입니다. 설령 태자전하가 개입치 않았다고 해도 측근을 제대로 관리치 못한 건 분명히 실책이라 해도 이상치 않습니다. 옛 성현들도 민심을 흉흉케 만들고 세상을 어지럽히는 이는 군주라 할 수 없다 했습니다. 허면 이렇게 시국을 어지럽힌 이라 한다면 어찌 일국의 태자라 칭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니라고 해도 이 일련의 혼란의 수괴를 태자라 한다면 천하의 민심도 납득할 거란 말이군.”

“그렇습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한 것을 다 털어놓은 서양필의 태도를 보며 무천군은 생각에 잠겼다.

“상서령 어른, 움직인다면 지금입니다. 오히려 시간을 지체하다간 오히려 우리가 당할 수 있습니다. 설령 저들이 당장 공격치 않더라도 폐하가 승하하고 태자가 즉위하면 큰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생각에 잠기려는 무천군에게 서양필은 다급하게 재촉했다. 말투나 태도에는 여전히 품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분명히 태도를 재촉하고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고 급박하단 의미였다.

“허면 우리가 조정을 장악하고 나서 태자는 어찌하는가? 문하시중은? 감문위 상장군 현문승 같은 이는 어쩌고?”

재촉을 하는 서양필을 보며 무천군이 물었다.

“태자는 폐위하거나 교체하면 되는 일입니다. 설령 마땅한 인물이 없다면 그저 고립무원에 둘 수도 있으며, 여차하면······.”

서양필이 말을 잠시 머뭇거림에 무천군은 순간 그가 무엇을 얘기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 챘지만 일부러 지적치 않았다. 서양필은 잠깐 머뭇거리곤 이내 다시금 말을 이었다.

“문하시중이나 참지정사 같은 이들은 이주신과 한패로 몰아 가둘 수도 있지만, 적당히 실권을 빼앗아 놓았다가 유배를 보내거나 조정에서 물러나게 하면 되는 일입니다. 제거할 수는 있지만 제거를 함부로 했다간 반발을 부를 수 있습니다. 특히 명문가인 참지정사 최염계와 그 일가는 함부로 제거하기 보다는 적당히 거래하거나 회유, 혹은 그저 조정에서 배제만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현문승 같은 중도에 있는 이들은 적당한 명분을 든다면 크게 반발할 인물은 아니오며, 오히려 이들을 활용하는 것이 앞으로 민심을 얻기에 쉬울 것입니다. 물론 당장은 반발하거나 방해할 수 있으니 잠시 연금하는 식으로 배제해야 할 것입니다.”

서양필의 이어지는 말들을 듣던 무천군은 말없이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납득하고 이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공감하고 동의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런 무천군의 결정에 진의겸은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렸다. 어차피 자신의 아버지가 결정한 일이다. 이미 결정된 일에 토를 달아봐야 소용이 없다. 그저 옆에서 충실히 도와서 일을 완수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다만 서양필이 도중 머뭇거렸던 말이 진의겸에게는 마음에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중요한 말이었으나 서양필 자신도 꺼내기 어렵다는 뜻으로 머뭇거린 말이다. 이는 강경한 발언을 주저치 않았던 서양필이 주저할 만큼 위험한 발언이라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진의겸은 대강은 알 것 같았다.

“정해졌다면 서둘러야 겠군.”

“그러하옵니다.”

“상장군 김지순과 한순에게 전해라. 당장 군을 움직일 준비를 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감문위에 소속된 우리 쪽 장군과 중랑장들에게 현문승을 지켜보다가 우리에게 해가 될 행동을 한다면 당장 그를 포박하여 감금하라 전하라. 그 외에 중앙의 전 제장들 중 우리를 따르는 이들에게 특별히 군을 장악하고 언제든 움직일 수 있도록 하라 전해라.”

술술 나오는 무천군의 발언은 언제든 이렇게 될 상황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단지 무천군 자신이 망설이고 있었을 뿐이었다.

“정당문학께서도 당장 우리 쪽 대신들에게 연통을 넣어 휘하의 신료들로 하여금 이탈치 않도록 관리하면서 여차할 경우 우리에게 유리하게 조정의 분위기를 장악하도록 하시오. 그리고 내 아우 신명군에겐 특별히 종친들의 반발을 무마시키는 한편, 만일 대신 후사를 이을 마땅한 이가 있는지 알아보게 하시오.”

“알겠습니다.”

“문하시중과 참지정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걸 잊지 마시고, 그들을 따르는 이들도 감시하여 불온한 움직임을 보일 경우 감금하도록 하시오.”

“아버님, 상장군 한순은 어쩌지요? 그는 분명 우리 일파이나 문하시중의 일파로 행동하는 인물입니다.”

“걱정치 마라. 우리에겐 응양군 상장군인 김지순이 있다. 그리고 한순 자신도 이쯤 되면 어디를 따르는 게 이득인지 잘 알 것이다. 그보다 넌 선랑들을 동원하여 방해가 될 이들을 제압하거나 견제하도록 하거라. 초정회는 물론, 장락원도 말이다. 알겠느냐?”

“초정회랑······장락원이요?”

뜻밖의 장소에 대한 언급에 진의겸은 당황했다.

“그래. 그곳과 관련된 허염과 홍매화는 보통의 인물들이 아니니 방심해선 아니 될 것이야. 어쩌면 선랑 이휴진의 죽음에 그들이 관계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실력 좋은 놈들로 감시하고 견제케 해라. 여차하면 실력행사도 서슴지 말되 지나친 충돌은 피하게 하거라. 초정회도 말이다.”

“알겠습니다.”

무천군의 설명에 진의겸은 납득을 했다. 확실히 장락원에 주둔하면서 그 인근에서 살해당한 만큼 장락원이 수상하다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남영과 이휴진이 맞설 당시 그곳에 기거하는 소년의 존재도 신경이 쓰이던 진의겸이었다.

“그리고 천인예를 주시해라. 분명 선랑이라 우리 통솔에 따르는 입장이나 분명 문하시중 천신영의 딸임을 잊어선 안 된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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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2) 18.10.07 88 1 9쪽
89 제11장 : 용이 되고자 이무기는 몸부림치는구나 (1) 18.09.30 110 1 10쪽
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20 1 9쪽
87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8) 18.09.10 113 1 10쪽
8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7) 18.09.02 135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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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3) 18.08.05 89 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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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0) 18.07.15 11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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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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