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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1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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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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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2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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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4)

DUMMY

최화련의 말에는 분명 일리가 있으나 불안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때문에 천인예는 머뭇거렸다. 분명 천인예에 의해 조종을 당한 전적이 있다곤 하나 여신동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의 지혜를 지닌 최화련이 아닌가.

“넌 어때?”

망설이는 천인예를 놔두고 최화련이 던진 질문에 정기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 저는 맡긴 일이 있고, 지켜야 하는 존재가 근처에 있는 만큼 함부로 혼자 이탈하기는 그렇네요. 그래도 협력이라는 이름 하에 여기서 빠져나가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만.”

시원하게 대답하는 정기에게 최화련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갈무리하기로 했다.

“이만 되었습니까?”

이를 지켜보던 진의겸의 발언과 함께 여러 선랑들이 순식간에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을 포위했다. 그들은 제각기 자신들이 자랑하는 법보를 꺼내들고 있었다.

“저희로선 더 이상의 수고를 피하고자 순순히 고개를 숙여주었음 합니다. 아니 되겠는지요?”

“대답은 알 거라고 생각하는데?”

“여신동이라는 별명이 있는 당신이 설마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자 하십니까?”

“그 별명이 승산 운운하는 거랑 얼마나 관계가 있을라나?”

“현실을 보고 사리분별이 가능하다는 것과 깊은 관계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럼 내가 너희에게 붙는 게 이롭지 않으며, 오히려 해가 되는 일이라 판단했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여유가 한가득한 최화련의 말에 진의겸은 코웃음을 쳤다.

지금 이 상황에서 도대체 누가 우위에 있겠는가. 제 아무리 문하시중과 참지정사라는 조정의 주요 관직을 차지하였다고 한들 군부를 비롯한 중요 관청의 상당수를 잠식한 무천군의 세력을 이길 순 없다. 게다가 아무리 도술과 무술이 뛰어난 이들이 초정회 등지에 있다고 한들 현실적인 힘과 수는 진의겸이 속한 무천군 측이 우위였다.

이를 잘 아는 입장인 다른 선랑들도 당황하거나 두려워하는 낌새가 없었다. 오히려 최화련을 비웃거나 얕잡아보며 얼른 명령이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신동이라는 말은 헛소문이었나 보군요. 아님 그저 집안에 있느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모르는 철부지였던가.”

진의겸이 손가락을 튕기는 동시에 선랑들이 제각기 세 사람을 포박하고자 움직였다. 최화련의 하인은 이미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못하는 존재이기에 수에 넣지 않았다.

재빠르게 움직인 선랑들을 상대로 정기와 천인예는 제각기 자신들의 무기를 휘두르며 맞섰다. 정기는 묵직하게 자신을 내려치는 서금수의 철편을 막아내며 싸우기 시작했다. 천인예는 대나무로 된 기다란 봉을 다루는 서금영과 부적으로 덮인 장검을 다루는 진의전, 두 명을 상대로 치열한 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뭐, 철부지이다보니 이용당한 점이 많기는 하지.”

한숨을 내쉬며 최화련은 자신의 목에 쌍검을 들이댄 문진호를 보며 두 손을 올렸다. 서금수, 서금영과 겨루는 정기와 천신영과는 다르게 천인예는 싸울 생각은 하지도 않고 문진호의 공격을 살짝 피하며 싸움을 포기한 것이었다.

“오호라, 과연 여신동답게 상황판단이 빠르군, 그래.”

한껏 비웃는 문진호의 말에 최화련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지?”

“댁들이 불쌍해서 그래요.”

최화련의 동정어린 말에 킬킬 비웃던 문진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노려보았다.

“뭐?”

“분명 군부의 대다수를 장악한 건 좋은 일이긴 한데 조금 생각해보셔야 할 일이 있죠. 바로 도성의 치안을 담당하는 금오위말입니다.”

“거기 상장군과 네 아버지가 친하다고? 그건 아는데, 그 양반 본래 우리 쪽인 거 알고 그러냐?”

“누가 한순 상장군 얘기를 했나요?”

최화련을 경계코자 문진호와 함께 다가간 김중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허면 무슨 소리지? 금오위에 있는 네 이복오라비인 최화승을 얘기하는가? 근데 고작 중랑장이 뭘 할 수 있지? 수장이 우리 사람인데.”

“분명 수장은 당신들 사람이지만 아까 말했죠? 요직을 장악해도 그 내부를 전부 장악하기만 하면 된다고. 뭐, 똑같은 발언은 아니어도 그런 의미로 얘기했잖아요.”

“무슨 소리를······.”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김중후는 문진호랑 함께 그 자리를 이탈했다. 날카로운 창날이 붉은 빛을 난사하며 그들을 덮쳤기 때문이다. 바로 천인예였다.

“저, 저기, 괘, 괘차······.”

“급한 상황에서 언니가 말하는 거 전부 들어줄 시간 없어요. 물론 급한 건 언니지만.”

걱정 가득한 천인예의 말을 끊은 최화련은 잠시 주변을 돌아보았다. 지켜보는 위치에 있는 진의전, 치열하게 접전을 벌이는 정기와 서금수, 그리고 자신과 천인예를 둘러싼 나머지 4명의 선랑. 정말 위험하고 치열한 현장이었다.

“과연 보통은 아니군요.”

한 걸음 뒤에 위치한 진의전이 순수히 감탄의 말을 내놨다. 혼자서 두 명을 상대하는 것도 모자라 네 명을 상대로 물러섬이 없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얕볼 상대는 아니군.”

서금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금 진의전, 문진호랑 천인예에게 돌격했다. 서금영은 대나무 봉을 그녀의 가슴팍을 향해 내질렀으나 천인예는 이를 가볍게 피하며 진의전을 창으로 후려쳤다. 간신히 검으로 이를 막은 진의전을 두고 낮게 뛰어오른 천인예는 서금영의 봉을 걷어차면서 문진호가 휘두른 검을 피했다.

“단순 말더듬이는 아니군.”

짜증을 내는 문진호는 거칠게 검을 휘둘렀으나 천인예에게 닿지 않았다. 오히려 천인예의 창이 내뿜는 붉은 빛을 피하고자 자세가 흐트러졌고, 그 틈에 천인예의 창이 발을 거는 바람에 넘어지고 말았다.

문진호가 넘어지자 서금영이 봉이 천인예를 덮쳐왔다. 이를 막아내는 천인예는 서금영과 일대일로 공격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그 틈에 거리를 벌린 진의전은 자세를 가다듬고 검을 하늘위로 치켜든 다음 천인예가 있는 방향으로 내리쳤다. 그와 함께 강한 돌풍이 몰아쳐서 천인예와 서금영을 덮쳤다.

미리 예상한 서금영은 뒤로 뛰어 피하였지만 서금영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던 천인예가 간신히 창을 들어 막고자 했지만 돌풍을 얻어맞고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넘어져 있던 문진호는 그 틈에 일어서서 역시 일어서고자 하는 천인예의 머리를 짓밟으며 목에 검을 겨누었다.

“역시 수적 열세를 뒤집긴 어렵나보네.”

“마치 남의 일처럼 얘기하는군.”

어느새 다가온 김중후를 상대로 최화련은 역시 싸우지 않고 두 손을 가볍게 들고 있었다.

“그보다 무슨 얘기를 하고자 했지?”

최화련의 목에 대도(大刀, 긴 손잡이에 폭이 넓고 긴 한 쪽 날만 부착한 병기)의 날을 들이대며 김중후가 물었다. 최화련의 위기에 천인예는 일어나 돕고자 했으나 그녀를 제압하고 있는 문진호가 거칠게 머리를 내리밟으며 이를 제지했다.

“그냥 당신들이 상장군 한순만 알고 대장군 진무령은 관심을 두지 않고 있어서 말이죠. 하기야 그 사람도 무천군과 같은 왕실종친 중 하나이면서 별다른 일없이 대장군까지 올라간 사람이라 별 생각들 없나 보이지만 말이지.”

“뭐?”

뜻밖의 이름에 김중후는 당황했다. 역시 이를 듣고 있던 진의겸도 생각지 못한 이름의 등장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그거 무슨 관계야?”

어느새 가까이 온 정기의 칼이 정확하게 김중후의 목을 노렸다. 놀란 김중후가 비틀대는 틈정기는 가지고 있던 부적을 던져 김중후의 몸에 붙였다. 김중후의 몸에 붙은 부적은 이내 타오르는 동시에 김중후의 몸의 온도를 급격히 올리어 괴롭게 했다.

이를 지켜본 최화련이 놀란 눈으로 물었다.

“대답치 않을 거라는 전재 하에 묻겠는데, 도대체 이런 부적은 어디서 가져온 거야?”

“굳이 대답치 않을 이유가 없기에 말하는데, 내가 신세지는 곳에 이런 거 양산하시는 능력을 지닌 분이 계시거든.”

뒤이은 얘기는 동료가 당하는 장면에 흥분한 서금수의 공격으로 중단됐다. 서금수가 있는 힘껏 내려친 철편을 이를 막아낸 정기의 칼에 금이 가게 만들면서 이를 들고 있던 정기의 팔도 저리게 만들었다.

“괜찮냐!”

“그, 그래.”

간신히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김중후를 보고 안심한 서금수는 다시금 맹렬한 기세로 정기에게 달려들었다. 그와 함께 서금영도 합세하여 정기와 싸우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최화련에게 다가오며 진의겸이 말했다.

“이제 곧 있으면 끝이군요.”

“그래, 확실히 끝이군. 더 이상 끌 이유는 없으니 말이야.”

최화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거센 불길이 진의겸과 진의전을 향해 덮쳐왔다.

갑작스런 불길에 선랑들은 당황했고, 그 틈에 정기는 자리를 이탈했다. 문진호에게 밟혀있던 천인예도 이를 뿌리치며 대굴대굴 구르곤 몸을 간신히 일으켰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네. 이거 귀한 분들에게 실례를 하는군요, 네.”

“저, 저건 분명 초정회의······.”

불이 붙은 도포를 벗어던진 진의전이 놀란 눈으로 갑작스레 등장한 꼽추를 보며 놀라워했다.

“저 녀석만이 아니지.”

뒤이어 남자 하나와 작은 체구의 소녀가 나타나더니 각각 서금수와 문진호를 걷어찼다.

“젠장, 뭐야!”

“대략 알 텐데, 이쯤이면.”

짜증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남자, 아니 주호가 투덜댔다.

“너무 투덜대지 마.”

“안 그러게 생겼습니까, 누님. 결국 상단에 치명적인 손해로 이어질 위험이 큰일에 대놓고 참여한 거 아니에요.”

잔뜩 투덜대는 주호와 달리 소은은 재미있다는 듯 킥킥대고 있었다.

“결국 초정회는 우리와 적대를 하겠다는 것으로 인식하면 되겠습니까.”

손가락을 튕기며 몸에 붙은 불길을 사라지게 하면서 진의겸이 이를 빠득 갈았다. 그는 생각지 못한 이들의 등장과 방해로 인해 화가 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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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9) +1 18.09.23 11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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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5) 18.08.19 9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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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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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1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6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4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8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63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6) 18.03.18 208 1 9쪽
62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5) 18.03.11 156 1 9쪽
61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4) 18.03.04 18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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