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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태평 님의 서재입니다.

가현별곡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태평도령
작품등록일 :
2017.06.28 01:27
최근연재일 :
2019.05.20 21:12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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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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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DUMMY

그러나 웃음 뒤에는 분노가 뒤따랐다. 언제나와 같은 타오르는 분노가 아닌 차갑게 넘실대는 분노가 말이다.

이를 알아본 이초는 경직된 미소를 띤 반면 소은은 신경도 쓰지 않으며 물었다.

“그래서 어쩔 거야?”

“어쩐다라······.”

잠시 뜸을 들인 후에 비도는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지금 내게 선택지가 있나?”

“글쎄? 일단은 주고 있잖아?”

“쳇!”

혀를 차며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은 비도이나 선택지는 하나임을 모르진 않았다. 허나 이를 받아들이기엔 사적으로 쌓인 감정이 장난이 아니었다.

분명 그들의 도움을 받는 게, 사실상 이용을 받는 거지만 그것이 현재 남은 동지들을 살리고 장락원에 있는 이소연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는 방도이다. 그리고 미래를 도모할 방도이다. 더군다나 현재 그가 궁금해하는 진실의 열쇠를 쥔 것도 바로 이 초정회다. 비도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도, 이후의 행보를 위한 도움도 그들이 아니면 이뤄질 수 없다.

허나 동시에 이런 상황에 몰린 건 본의가 아니든 초정회에 의한 것은 분명했다. 때문에 생긴 사적인 감정이 비도에게 결정을 망설이게 만들고 있었다.

“뭐, 생각할 시간을······.”

“됐다. 답은 이미 정해져 있어.”

소은을 쳐다보는 비도의 입술이 비틀리듯 웃으며, 마치 비웃는 듯 뒤틀렸다.

“네놈들 도움을 거절하지. 하지만 여기서 내 다친 동지들이 잠시 머물게는 해줘라.”

일단 돌아갈 곳이 없는 상황임이 분명하기에 꺼낸 비도의 부탁에 소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건 상관없어. 본의가 아니든 멋대로 돌보고 있는 건 우리고, 우리 주인이라는 사람이 이 일은 그냥 호의 정도로 해두라는 말을 해두었으니까. 너무 오래 머물지 않는다면 뭐라 할 생각은 없어. 그보다 정말 도움은 필요 없나? 꽤나 궁금한 게 많을 텐데.”

“그 대신 우리는 네놈들의 장기말이 되겠지. 썩을 놈들의 장기말이 되는 건 더 이상 거절이다.”

“아, 그래?”

거칠게 내뱉어진 비도의 말에 소은은 물론 이초도 살짝 경직된 얼굴로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물러나려고 했다.

“강요할 생각은 없나?”

“말했을 텐데. 우리는 상인이라고. 상인에게 강요는 당장의 이익은 볼 수 있어도 더 크고 장기적인 이익으론 이어지지 않거든. 뭐, 알았어. 네 대답은 남영에게 전해줄게.”

이외라는 비도를 두고 소은은 시원하게 받아넘겼다.

“이봐, 그 한 가지만 물어보자.”

“어떤 정보냐에 따라 가격은 달라.”

“나중에 뭐든 답례는 할 테니······.”

“참고로 우린 외상은 대체로 거부하는 입장이야.”

“쳇. 이비랑 삼, 효삼의 법보는 어디 있냐? 거기다 버리고 왔냐?”

“일단 수거는 했습니다, 네.”

이초의 대답에 비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죽은 동지들, 그것도 자신의 눈앞에서 과거 동지들의 수장이었다는 자에게 살해당한 동지들의 유품이 그 빌어먹을 망아의 손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그거 돌려줄 수 있냐? 나한테 말이야.”

“그러도록 하지. 본래 그건 네놈들의 물건이니 말이야. 정식 거래로 얻거나 아예 돌려줄 상대가 없는 물건도 아니고 말이니 말이야.”

다행이라는 한숨을 내뱉는 비도를 뒤로 하고 소은과 이초는 그 자리를 떠났다.

비도가 있는 방이 있는 공간에서 벗어나면서 이초가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내뱉었다.

“왜 그래?”

“아뇨, 좀 아쉬워서요.”

“그래?”

이초가 말하는 아쉬움이란 바로 비도를 비롯한 이들이 거래를 거부하여 이용할 수 없게 된 데였다. 생각지 못한 엄청난 상황에 휘말린 입장에선 당연히 전력을 더 얻지 못하는 게 아쉬울 만 했다.

“그나저나 주인어른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궁금해?”

“당연하죠, 네. 도대체 이렇게 판이 커지고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끼어들고자 해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진정 알 수가 있어야죠, 네. 특히 어른께서 무천군이니, 허염이니, 문하시중이니, 이주신이니 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두면서 끼어드려는 건 도대체 무슨 의도인지 참으로 궁금합니다요, 네.”

얽히고 섞인 것을 넘어서 거대한 세력들이 충돌을 벌이고 있다. 더군다나 지금 이초가 언급한 이들은 이 나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들이다. 그런 인물들 중 하나를 선택한 것도 아니면서 일련의 상황에 개입하려 하는 건 너무나도 위험해 보였다.

이초가 가진 걱정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알고 있는 소은은 미소를 지으면서 별일 아니란 태도를 보였다.

“확실히 네 눈에는 이 일련 상황에 개입하는 게 자살행위로 보이는 건 우리의 뒷배가 없어서 아니야?”

“그렇죠, 네.”

“근데 그건 착각이야.”

“네?”

“우리에게도 뒷배는 있어. 단지 그 뒷배란 양반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행동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지.”

소은은 잠시 잊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아, 이제부터 슬슬 행동을 보일 듯 하네.”

“행동이요? 도대체 누구입니까?”

“너도 아는 사람. 그리고 일련의 상황에 엮인 이들도 다 알 만한 사람이야. 단지 행동을 보이지 않아서 신경을 쓰지 않거나 잊고 있을 뿐이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갸우뚱 거리는 이초가 재밌어 보인 소은은 킥킥 대며 웃었다.

“뭐, 두고 보면 알게 될 거야.”

소은은 그 뒷배가 누구인지 알려주지 않고 궁금해하는 이초를 두고 가버렸다. 이초는 잠시 누구일지 생각을 해보다 답이 나오지 않은 관계로 한숨을 한 번 내쉬고 자신도 갈 길을 갔다.


자신의 집 후원을 거니는 무천군은 무심코 바라본 나무에 예쁜 꽃이 폈다는 사실에 놀랐다. 무천군의 집 후원은 허염의 집만큼은 아니어도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그 아름다움을 이 상황에서야 눈치 챈 스스로에 대해 놀라웠다.

그 만큼 의외의 상황이 발생해서 아닌가 하는 무천군에게 정당문학 서양필이 다가왔다.

“꽤나 복잡하신가 보군요.”

“자네에게는 아닌가?”

“그럴리가요.”

정당문학 서양필. 무천군 일파 중에서 과격한 발언을 주저치 않고 내뱉는 인물이긴 하나 상당히 지혜롭기에 무천군의 참모로 보좌해 주었다. 과격한 방식의 발언과 발상을 내놓긴 하나 그의 발언과 말에 어긋남이나 그릇됨은 없었기에 무천군도 그저 무시하진 않았다.

“저에게도 이 일에 도대체 몇몇이 엮인 것인지, 도대체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이었나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다만, 이 일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결국 충돌은 피할 수 없습니다.”

충돌을 피할 순 없음을 모르진 않으나 막상 들으니 주저가 되는 무천군이었다.

“불편하실 줄 아오나 이 일련의 상황은 분명 저쪽에서 무력을 사용하며 먼저 행동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그들로 인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 이어진 겁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예의를 지켜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명분도 이미 충분해졌고요.”

“그 상대란 게 아직 보이지 않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허나 그것이 누구이건 이미 우리에게 명분이 생긴 건 확실합니다. 이를 활용치 않으면 누구에게건 화살이 우리에게 날아올 수 있습니다. 명분과 실리도 전부 챙길 수 있는 상황입니다. 망설이지 마시지요.”

서양필의 말에 틀린 건 없었다. 분명 그 상대가 확실하게 누구인지, 그리고 무엇을 노리고 했는지 알 수 없다. 허나 그로 인해 판이 흔들리고 무천군이 직접적인 행동을 벌여도 무방할 명분이 생긴 건 확실했다.

오히려 어물쩡거리다가 역시 이를 이용하려는 이에게 당할 수도 있다. 게다가 원인이 누구이고, 무엇이 목적이었는지는 행동을 벌인 뒤에도 알 수 있다.

“김 상장군은?”

응양군 상장군 김지순은 엄연히 중앙군의 최고 사령관이었다. 무천군은 여차 할 때를 위해 그에게 병력을 장악하라는 명을 내린 상태였다.

“김 상장군은 이미 준비를 완료한 상황입니다. 이미 중앙군의 대다수와 선랑 등 무력은 우리의 손에 들어온 상황이 심려치 마십시오.”

서양필의 대답에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 무천군은 문뜩 떠오른 두 사람에 대해 물었다.

“문하시중 천신영과 참지정사 최염계는 어찌 해야 되겠는가.”

문하시중 천신영과 참지정사 최염계는 무천군에겐 정치적으로 정적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은 배제하기엔 아까운 인재들이고, 무엇보다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선 그들도 끌어들이는 게 좋다는 것이 무천군의 입장이었다.

“그 둘은 저희가 행동을 완료한 후 대화를 시도해도 늦지 않습니다. 예부상서의 자제가 죽은 이후 생긴 명분을 잘 활용하여 저희가 실권을 잡는다면 그 둘도 반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참지정사 최염계는 본디 그렇게 노골적으로 우리와 충돌을 벌이던 인물이 아니고, 문하시중 천신영이야 본디 명분을 중시하는 인물이 납득할 명분과 몇 가지 양보를 한다면 굳이 우리와 맞서진 않을 겁니다.”

이 역시 명쾌한 서양필의 대답에 무천군은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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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9) 18.07.08 8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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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7) 18.06.25 105 1 9쪽
75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6) 18.06.10 130 1 9쪽
74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5) 18.06.03 85 1 9쪽
73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4) 18.05.27 115 1 9쪽
»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3) 18.05.20 142 1 9쪽
71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2) 18.05.13 167 1 9쪽
70 제10장 : 세분화된 칼날의 중심에는 용이 있노니 (1) 18.05.07 166 1 9쪽
69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2) 18.04.29 145 1 9쪽
68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1) 18.04.23 129 1 10쪽
67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10) 18.04.16 145 1 9쪽
66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9) 18.04.08 170 1 9쪽
65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8) 18.04.01 149 1 9쪽
64 제9장 : 어그러진 바람이 폭풍으로, 재해로 이어진다(7) 18.03.25 14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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