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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43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16 06:00
조회
531
추천
5
글자
9쪽

조짐

DUMMY

1.


퓨레스트 연방이 전쟁에서 승전하던 날. 제국의 수도인 시그마스의 한 호텔. 그곳에는 루돌프 황제의 즉위를 도왔던 제국의 유명한 귀족파. 즉 보수론자들이 모여있었다.


"황제를 몰아내야 하오!"


"옳소!"


"애초에 지금 황제를 옥좌에 올려준 것이 누구요? 피비린내 나는 숙청작업을 도맡은 것은 누구고? 전부 우리들이오! 그런데 지금 황제의 행보는 어떻소? 그 누구보다 존엄하고 고귀한 제국의 황제를 아랫것의 입맛대로...."


울분에 차 열변을 토하던 보수론자의 거두 아나이스 알렉스는 끝내 말을 마치지 못하였다. 그와 같은 보수론자들에게 있어서. 황제란 인간을 초월한 그 무언가였으며. 제국과 신민 위에 군림하는 절대자였다.


그런 그들이 정통성을 가진 라인하르트 황태자를 시해하고 타르크 황제를 폐위시키면서까지 옥좌에 올린 것이 루돌프였는데. 그 루돌프가 무난하기는 고사하고 별 뻘짓만 일삼다가 결국에는 징세권까지 의회에게 빼앗겼다.


어디 그뿐인가? 한 몇 달 동안 별궁에서 포도주와 고기만 탐내다 갑자기 국정을 돌보기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보수론자들은 거들떠도 안 보고 스스로 황제의 권위를 법 아래로 떨어트리고. 1000년 동안 지켜왔던 유구한 전통을 모조리 파괴하려 하고 있다.


이제 아나이스를 포함한 보수론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은. 바로 쿠데타였다. 황제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신진 관리파. 즉 개혁론자들을 모조리 죽여버린 후. 황제를 꼭두각시로 세워놓고 자신들의 이상대로 제국을 다스리는 것이다.


제국의 천년역사를 통틀어 비슷한 전례가 있던 것은. 전통을 중시하는 보수론자들에게 더더욱 강경하게 나오도록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제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지만 그들은 열의에 가득 차 눈치채지 못하였다. 호텔의 창문 바깥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음을...


2.


"본래 목적으로 했던 동해 장악은 최소한 몇 년 정도는 늦춰야 할 것 같습니다. 구 동맹 지역의 민심을 연방 쪽으로 움직이고. 파괴되어버린 기반 시설을 다시 복구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동해를 장악하려면 필연적으로 대규모 대양해군이 필요한데. 지금 연방의 해군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함대 증강을 위해선 대규모의 예산이 필요한데. 저희 연방에게는 그럴만한 돈이 없습니다."


연방은 전쟁에서 승리하고 동맹을 합병하긴 했지만. 1500만에 이르는 동맹의 시민들은 순순히 연방의 지배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교에서 퓨레스트어를 가르치던 교사가 폭행당해 사망하는 사건같이 연방에 대한 증오범죄가 하루가 멀다하고 일어났고. 연방군 주둔지에 불을 지르는 등의 테러 행위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결국 헌병과 경찰. 그리고 현역 군인들을 동원해 동맹의 영토를 이잡듯 뒤져 반란분자들과 게릴라 테러리스트들을 한 번 솎아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동맹의 시민들의 여론이 연방 쪽으로 기울지는 않았다.


아무리 연방이 강대할지라도 동맹을 침공한 죽일 놈들이라는 것이 시민들 대다수의 생각이었고. 실제로도 그랬기에 동맹에 강압적인 통치를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존 점령지들을 다루어 왔던 방식. 현지인을 영주로 책봉하는 방식은. 독립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부득이하게 연방인을 임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것 가지고 또 문제가 불거지니. 연방 정부측에서는 동맹의 영토는 계륵이나 마찬가지였다.


포기하자니 몇십만명의 희생을 치른 까닭이 증발하고. 그렇다고 유지하자니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를 않는 것이다.


결국 정부의 고관들은. 대총통에게 동맹의 영토를 포기할 것인지. 계속 유지할 것인지를 물어보았고. 대총통의 대답은 간결했다.


"연방이 망하는 한이 있어도 포기할 순 없다."


3.


"퓨레스트 연방이라.."


"동방을 평정한 신흥 강국입니다. 게다가 최근 남부에서의 확장전쟁에서도 승리해 남부의 절반 가까이 되는 해안선을 차지했습니다."


"그런가? 인구는 얼마나 되나?"


"최근 전쟁으로 인해서 5000만명으로 불어나기는 했지만.. 그 중 1500만은 아직 동맹의 시민이라는 정체성이 강하게 남아있으니 논외로 치면 3500만명. 그 중에서 몇십만명이 죽고 다쳤으니 실질적인 생산 가능 인구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건국된지 10년도 되지 않은 나라가 두 번이나 전쟁을 치뤘으니.. 둘 다 승리한 것이 대단하기는 하다만은."


대륙의 서쪽. 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공화국인 웨슬렌 공화국의 5대 대통령은 초셀 메티온은 부관으로부터 동방의 정세를 듣고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동방의 사정이 아니었다. 공화국의 최고위 정보기관. 일명 '니그룸 안젤리'로부터 중요한 급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똑똑!


"들어오게."


끼이이익-


문이 열리자. 온통 검은 옷을 입고 있는. 정보원이라기보단 암살자같은 복장의 사내가 복면을 벗으며 보고를 올렸다.


"각하. 간단하게 말씀드립니다. 지금 제국에서는 내란이 벌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내란? 제국에서 말인가?"


"네. 제가 확인해본 결과. 현 황제를 옹립한 보수론자들이 황제의 총애가 개혁론자들에게 옮겨가자 분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 분노가 황제를 향하고 있다?"


"아직은 확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일단 듣기로는 황제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개혁론자들의 목을 베겠다고는 했는데..."


"척신 정치로군. 제국 역사상 비일비재한 일이지."


하나의 황제 대신 여럿의 집단 지도체제를 구성하는 척신 정치는 오히려 외교에 있어서는 적이나 다름없다. 황제의 뜻이 아닌 개인의 의사가 외교에 반영되면서 자그마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척신 정치. 즉 집단 지도가 제대로 작동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황제의 1인 독재보다 무서워지는 것은 이웃나라인 웨슬턴 공화국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그 이외에는?"


"아직 정확한 결행일은 정해지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다들 이성보다는 감성에 치우친 듯 합니다. 가장 먼저 말을 꺼낸 대귀족은 말을 맺지도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습니다."


"흐음...이거 골치아프겠는데. 감정에 이끌린 인간만큼 다루기 어려운 것도 없으니 원.."


"호텔에 모여있던 귀족들의 수는 약 40명. 그것도 제국의 대영지를 가지고 있는 귀족들뿐입니다. 내란이 일어난다면. 아마도 역사상 최대규모의 내란이 될 겁니다."


"제국 놈들이 환장하는 것들 중에 하나가 역사상 최초하고 최대 아닌가. 그 무식한 땅 덩이라 두 조각으로 갈라지면 좋으련만.. 아니.. 세 조각이면 더 좋겠군 그래."


제국의 땅은 크다. 정말로. 무식하게 크다. 제국을 제외한 모든 대륙의 국가들을 합쳐도 겨우 3분의 1에 불과하다. 외해에 위치한 섬나라들도 포함시키면 그래도 절반까지는 올라가지만 말이다.


"그래서. 어쩌시겠습니까?"


"뭘 어쩌나? 일단 지켜봐야지. 적어도 귀족들과 황제의 갈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말이야."


"가시화된다면. 공화국은 제국에게 어떤 행동을 취할 겁니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애초에 우리 공화국이 제국에 대해 주도권을 쥔 적이 있기는 했나? 내 기억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처신을 잘못하면 괜히 제국의 침공을 받을 수 있으니. 되도록이면 관전하는 게 저희 신상에 좋을 겁니다. 제국의 심기를 건드렸다가 무사한 나라는 역사상 없었으니까요."


"그렇습니까? 퓨레스트 연방은 전쟁 직전까지도 가다가 다시 사이가 좋아졌는데 말입니다."


니그룸 안젤리의 대장은 비아냥 대듯이 부관에게 말했다. 인생의 절반을 타국에서 지낸 정보원으로서. 부관의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잠깐. 그게 무슨 말인가? 연방과 제국이 전쟁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화해했다고?"


"그게 살짝 애매하긴 한데. 제국의 번국이었던 레이리아 대공국이 덜컥 주권을 연방에게 넘겼습니다. 표면상의 이유는 제국의 보호가 미흡하다이긴 하지만.. 아무튼 연방은 당연히 대공국을 낼름 집어삼켰고. 그 다음에는 1달도 지나지 않아 루시타니아도 꿀꺽 집어삼켰습니다."


"서론이 길다."


"크흠! 그렇게 레이리아 지역을 제국이 다시 집어삼키려고 국경에 한 60만이 되는 군사들을 집결시켰는데. 갑자기 제국의 귀족 여인이 연방의 대총통에게 시집을 간 겁니다. 각하께서도 제국의 사고방식을 아시잖습니까? 그 후로는 서로 대사관도 설치하고 핫라인도 설치하고 살갑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으래애?"


대통령은 말을 늘이며 흥미롭다는 듯 눈꼬리를 치켜올렸다. 혼인동맹. 생각해보니. 그런 수가 있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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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짐 19.09.16 532 5 9쪽
38 로렌그라드 공방전. +1 19.09.14 533 5 10쪽
37 전격전. 19.09.13 536 5 9쪽
36 전세 역전 19.09.13 555 4 9쪽
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2 5 10쪽
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5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8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8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1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4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69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8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89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1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8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2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4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0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4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12 1만 vs 5000 +2 19.08.19 838 10 7쪽
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1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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