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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69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09 06:00
조회
665
추천
5
글자
9쪽

군사 동맹.

DUMMY

1.


"동맹을 맺자고?"


"그렇습니다. 군사 동맹입니다! 저 퓨레스트 대왕국이 어떻게 나올지는 누구도 모르는 일 아닙니까? 지금 손에 넣은 영토만 해도 저희를 합친 것 보다 많은데. 앞으로 계속 성장할 퓨레스트를 견제해야지요."


"과인이 듣기로는 퓨레스트도 갑작스레 불어난 인구를 통제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하였다. 게다가. 지금 퓨레스트의 대군주가 갑자기 어느 나라를 침공할 만한 자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전하!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애초에 실바니아가 무리수를 둔 것도. 라이투스 1세가 자원밭을 일군답시고 요청을 묵살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건 국가의 주권 문제이네! 다른 나라가 다른 나라에게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할 수는 없는 법 아닌가?"


"하면. 대공국은 완전한 주권국가라고 말하실 수 있으십니까?"


"그건...."


대공은 대답하지 못 했다. 현재의 레이리아 대공국이 반쯤 제국의 괴뢰국이라는 것쯤은. 세살배기 애도 아는 사실이었다.


경제의 대부분도 제국과의 교역에 의지하고 있고. 그나마 약간씩이나 나는 자원들도 대부분 황실에 대한 조공으로 들어가고 있는 처지. 그나마 이문이 나는 어업도 요즈음 제국의 불법 조업으로 인해 시원찮은 실정이다.


사절이 말한 대로. 제국의 입김.. 아니. 제국의 압박은 레이리아 대공국을 쥐어 터트릴만큼 강력했다.


"네 말이 사실이기는 하나. 내가 너희와 어찌 군사 동맹을 맺어야 한단 말이냐. 만에 하나 그들이 침공해 온다고 한들. 우리의 옆에는 제국이 있다. '그' 제국이 말이다."


"전하! 지금 제국을 보십시오! 의회라는 것들은 자국민을 더럽다고 외국에 거저로 넘기지를 않나. 황제라는 작자는 돌보라는 국정은 안 돌보고 여자와 포도주에 빠져 살고 있지 않습니까!"


"말 조심하게! 아무리 제국이 현재 흔들리고 있다고는 하나. 천년의 역사를 가진 대국이야. 이런 위기는 얼마든지 해쳐나갈 수 있네."


"그렇다면 전하. 감히 묻겠습니다. 지금까지 제국이 위기를 해결하던 도중. 그들의 '동맹국'들은 제국에게 어떤 꼴을 당했습니까?"


"..."


대공은 이번 질문에도 역시 대답할 수 없었다. 제국이 위기를 해결해나갈 때마다. 그들의 동맹은 멸망하거나 흡수되었으니까 말이다.


2.


"전하.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냥.. 지금은 과인을 내버려두거라. 머리가 아프구나."


부관을 돌려보낸 대공은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민했다. 사절이 말한 '동맹국'의 운명도. 퓨레스트 대왕국의 행보도. 지금 제국의 황제도.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었다.


말마따나. 호랑이가 이빨이 빠졌다고 해서 맹수가 아닌 것은 아니지 않은가. 개가 커봤자 개인 것처럼. 짐승보단 맹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은 다 아는 상식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호랑이는 허약해져가는데 개는 점점 커지고 강해지는 것이 아닌가. 만약 개가 호랑이보다 커질 때. 그 이빨이 누구에게 향햘지 생각한 대공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진저리가 난다는 듯 연신 고개를 흔들었다.


만약 제국이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게 된다면... 갈기갈기 찢어져 대륙에 다시 한번 큰 전쟁이 일어난다면... 과연 퓨레스트 대왕국이 자신들을 가만히 둘 것인가?


고민을 끝낸 대공은. 부관을 불렀다.


"거기 누구 있느냐."


"예. 전하."


"루시타니아의 사절은. 아직 있는가?"


"예."


"데려오너라. 할 말이 있다."


3.


"이것들이 정말..."


라이투스 1세의 이마에 혈관이 튀어올랐다. 대군주의 손에는 레이리아 대공국과 루시타니아 연방이 긴밀한 군사 동맹을 맺기로 약조했다는 내용의 신문이 들려있었다.


"폐하. 너무 근심하지 마시옵소서. 그들은 둘이지만 우리는 하나입니다. 하나된 퓨레스트의 힘을 어찌 저들이 막을 수 있겠사옵니까?"


"그 둘이 합치면 하나를 능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쩔 수 없군. 저들이 도발하지 않았다면 남부로 진출해 로렌. 케드인. 베이릭. 3국을 병합하려 하였는데. 이제는 먼저 치지 않으면 죽게 생겼구나."


"그들을 가만히 놔두면. 분명 저희가 남부로 진출하였을 때 북쪽과 동쪽에서 공격을 개시할 것입니다. 먼저 군사를 일으켜 치는 것이 마땅합니다."


"짐도 그러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구나. 아직 우리의 국력은 제국에 비하면 수백분의 1에 불과하다. 몇 년 후. 힘을 키웠을 때 두 국가는 우리 퓨레스트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퓨레스트 대왕국은 두 국가에 대해 별로 악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레이리아 대공국은 꽤나 많은 인구에 제국의 우방국이었고. 루시타니아 연방은 수준 높은 해군과 오랜 역사가 있는 나라들의 연합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인 견제와 반감을 저쪽에서 보인다면. 퓨레스트 대왕국쪽에서도 결국은 창대를 드는 수밖에 없었다.


평화로이 남쪽을 병합하면서(이것도 평화롭다는 단어를 쓰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었지만) 성장하려 했는데. 위와 옆이 방해를 하니. 먼저 정리하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겠는가?


물론 위의 주장은 퓨레스트 측에서만 생각했을 때 나온 발언이었다. 두 국가가 군사 동맹을 맺은 이유는. 라이투스 1세가 생각한 '반감'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


평소에도 동쪽에서 골목대장 노릇을 하며 중견국 위치를 지켜왔던 칼렌이 새로운 군주를 옹립하자마자 실바니아를 병합하고 엄청난 기세로 성장하고 있으니. 레이리아 대공국과 루시타니아 연방의 입장에서는 저 막강한 힘이 대체 어디를 향할지 예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에 퓨레스트가 남쪽의 소국들을 냠냠 집어먹으며 조용하게 성장한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무서운 일이고. 퓨레스트가 자신들마저 집어삼켜 동쪽의 패자가 되고자 한다면. 그것은 더욱 더 무서운 일이었다.


한 마디로. 퓨레스트가 무엇을 택하던 자신들은 가만히 앉아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한다는 무력감이 이번 군사 동맹을 체결시킨 비밀이었던 것이다.


4.


"과부의 재가를 허가하지 않겠다뇨! 지금이 무슨 중세 시대도 아니고... 여자도 새 남편을 찾아 다시 가정을 이루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재가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망발인가? 아내의 의무는 집과 자식들을 돌보는 것이지. 어찌 남편이 죽었는데 집 안에 다른 남자를 들이게 할 수 있나!"


"그 구시대적인 발상이 저희 제국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겁니다! 제국력이 끝나고 대륙력이 끝난지 벌써 60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귀족이라는 당신들의 의식 수준은 도대체..."


제국의 의회에서는 과부의 재가를 허가해야 한다느니 말아야 한다느니 따위의 문제가 안건으로 올라와 토론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다른 국가에서는 과부의 재가 쯤이야 의회에 올라갈 것도 없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지만. 아직까지 중세 시대의 관습이 짙게 남은 제국에서는 과부의 재가란 매우매우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외국의 과부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도 않고 재가를 하고 정부도 그것을 문제 삼지 않는데. 대체 왜 우리는 의회에서 이런 하찮은 문제를 논의하고 있어야 합니까?"


"외국의 야만적인 족속들과 우리 제국의 영광스러운 신민들을 어찌 동일시 할 수 있는가! 우리 제국의 전통과 역사야말로 천년의 역사를 잇게 해온 수호자라는 것을 아는 건가 모르는 건가!"


"그 수호자가 파수꾼이 되고. 파수꾼이 감시자가 되었으니. 이제 옛 구습은 버릴 때가 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지금 쇠락하고 있습니다!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쇄신하지 않는다면. 저희는 언젠가 대륙의 패자에서 실패자가 되어 한 때 우리가 멸시했던 야만인들에게 짓밟히고 말 것입니다!"


"뭐라! 어디서 그런 망발을 신성한 의회장에서 지껄이는 게야! 이 제국에는 3억명의 신민들과 2000만명의 군사들이 있다! 이 제국이 이기지 못할 국가는 이 샤르트 대륙에 존재하지 않아!"


"세상의 중심이라면 마땅히 세상을 선도하여야지. 세상 끝에 서서 고루한 관습을 지키는 것이 세상의 중심입니까? 다른 국가들은 온갖 새로운 법들을 만들며 백성들을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하고 있는데. 저희는 아직도 중세에 머물러 있으니..."


"옛 것을 지키면서 새 것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가치있는 것 아닌가! 옛 것을 천시하고 새 것만을 중시하다 오히려 옛 것만도 못한 시대로 퇴보한 국가들이 이 대륙에 얼마나 많은 지 알지도 못하면서!"


귀족들과 신진 관리파들은 서로 첨예하게 대립했다. 완충제가 되어야 할 과부들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그저 손을 꽉 쥐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무슨 소란이냐."


그 소란을 끝낸 것은. 갑작스레 등장한 루돌프 황제였다. 황제는 희회장의 가장 끝에 놓여진 황제 전용 옥좌에 앉아.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짐은 과부의 재가에 찬성하노라."


그 한 마디로. 토론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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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8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2 6 10쪽
» 군사 동맹. 19.09.09 666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4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70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9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90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2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8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1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2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4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1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4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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