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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31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11 06:00
조회
607
추천
7
글자
9쪽

제국의 여인

DUMMY

1.

"여기가 퓨렌이군요?"


"그렇습니다. 저희 퓨레스트 연방의 수도이지요."


세리카는 국가 근위대의 엄중한 호위를 받으며 퓨렌에 입성했다. 마차의 창살 밖으로 보이는 광경은 제국과는 다른. 철저하게 절제된 단아한 느낌의 도시였다.


"역시 제국과는 다르군요. 크기도. 규모도. 생김새도."


"제국의 수도는 어떻습니까?"


제국의 수도인 시그마스는 온 나라들의 부러움을 사는 도시였다. 수천만에 이르는 사람들이 그 도시에 살며. 온갖 마도구들이 밤거리를 환하게 밝혀주었고. 황금으로 뒤덮인 건물들은 화려한 장식미를 뽐냈다.


"제국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도시지요."


세리카의 말에 근위대장은 약간 얼굴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퓨렌을 깔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곳도 나쁘지 않아요. 단아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길이 시원시원하게 뚫려있고 곳곳에 경찰들이 있는 게 안정감이 느껴져요."


"제국의 수도는 그렇지 못합니까?"


"그곳은 화려하기는 해도. 사람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지요. 특히 신분이 낮다면 말이에요."


제국의 수도인 시그마스는 난잡하게 이루어진 개발과 뒷골목에 서식하는 조직폭력배들의 고향이기도 했다. 그에 반해. 퓨렌은 정 중앙에 놓여진 총통부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배치된 도시는 시그마스가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질서의 미를 뽐내고 있었다.


"이제 곧 대총통 폐하를 알현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알아야 할 귀족이 있나요?"


세리카는 자연스럽게 알아야 할 귀족들을 물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대답은 그녀가 예상하지 못했던 의외의 것이었다.


"저희 퓨레스트 연방에는 귀족이 없습니다. 세습 통치위를 가지는 영주와 대영주들이 있긴 합니다만. 그들조차도 언제든지 대총통께서 끌어내리실 수 있으니까요. 세리카 님께서 계시던 제국과는 다릅니다."


"그렇...군요."


세리카는 내심 놀라며 근위대장의 손을 잡고 마차에서 내렸다. 총통부는 궁전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요새같았다.


낮고 굵게 쌓아올린 삼중 성벽은 세리카를 압도하는 듯 했고.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정사각형의 콘크리트 건물은 화려한 장식은 전혀 붙어있지 않고 대포와 병사들만이 장식을 대신하고 있었다.


"대총통께선....수도의 방위를 중시하시나 보군요..?"


"아.. 뭐 그런 분이십니다."


근위대장이 이것만큼은 커버하기가 어려웠는지. 대충 질문을 뭉개고 세리카를 총통부의 안으로 인도했다.


안에도 온통 콘트리트 덩어리에 모서리나 기둥에는 철재 보강재가 붙어 있어. 넘어지기라도 하면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광경이 있었다.


그러나 세리카가 진정으로 놀란 것은. 총통부의 안에 있는 자들이 전부 군인이었고. 전부 무장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본래 국가 원수가 기거하는 관저에는. 상식적으로 암살 시도를 막기 위해서라도 허가받은 소수의 사람들만이 무장을 허가하는 법인데. 그 나라의 총통부에서는 셀 수도 없는 군인이 엄중한 눈빛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단검이나 단창도 아니고. 날이 시퍼렇게 선 장검과 머스킷. 석궁의 사수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어째서 이 나라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강대국이 되었는지 드디어 알겠구나.'


무력이야말로 가장 확실하고도 강력한 국력임을 세리카는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정혼자는 무력이 없어 끝을 맞았으니 말이다.


"여기서부턴 혼자 가셔야겠습니다. 저 방에 대총통 폐하가 계십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세리카는 작게 목례를 했다. 그러자 근위대장은 왼팔을 수평으로 가슴팍에 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저게 퓨렌의 군례인듯 했다.


2.


"삼가 대총통 폐하를 뵙습니다."


"오..?"


세리카는 대총통을 보자마자 근위대장이 보여준 군례를 드레스 차림으로 행했다. 그것을 본 대총통이 약간의 놀라움을 표하더니. 이내 씨익 웃고는 말했다.


"벌써부터 퓨레스트의 군례를 배우다니. 역시 옛 황태자의 정혼자 답군."


"..."


"이런. 아픈 이야기를 했군. 자리에 앉게. 이야기를 하고 싶군."


대총통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자리에 앉았다. 세리카가 자리에 앉자. 대총통은 테이블에 비치된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먼저 말을 열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고 온 건가?"


"그야... 퓨레스트의 대총통 아니신지요?"


"하하... 거참. 아직도 제국엔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나보군."


"??"


세리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웃는 대총통을 바라보았다. 대관절 무엇이 웃는 포인트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이름을 말해보거라."


"라이투스 1세. 라이투스 대총통입니다."


"성은?"


"폰 예거입니다."


"그래. 라이투스 폰 예거. 뭔가 기억나는 것 없나? 제국에서의 기억을 되짚어보게."


세리카의 의문이 점점 더 거세어지다가. 이윽고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굳이 대총통이 자신의 이름을 다시 외우게 시킨 것이나. 제국에서의 기억을 되짚어보라고 한 것이 결정타였다.


"설마... 제국의 귀족이십니까?"


세리카가 새햐얘진 얼굴로 물었다.


"귀족이었지. 루돌프가 내 주군을 죽이기 전까진."


"주군이라니.. 설마..!"


"그래. 라인하르트 폰 발렌시아 전하 말이다."


"세상에...!"


대총통은 충격에 빠진 세리카를 보면서 다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제국의 귀족이었던 자가 지금 제국에게 맞서려 하고 있으니. 오랜 시간 동안 제국에서 살아온 그녀의 가치관에 큰 충격이 온 것이다.


"그런... 그...그렇습니까?"


세리카는 당황해하면서도 애써 이성을 되찾았다. 자신의 정혼자의 신하였던 자와 결혼한다는 것이 조금 죄악감이 들기는 하지만. 애시당초 그녀의 정혼자는 지금 성부의 곁에 있지 않은가.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라인하르트의 신하였으니. 오히려 이 결혼은 라인하르트를 위한 것이라 자위하고는. 세리카는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따뜻한 차가 식도를 데워주니. 다시 평정심도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제국에서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나도 안다. 그리고 어차피. 그대도 마찬가지 아닌가?"


제국이 지금 개혁정치를 하고 있다지만. 근본은 아직 바뀌지 않았다. 제국민은 죽을 때까지 제국민이라는 제국의 사상을 생각해볼 때. 제국에 충성했던 귀족이 외국의 군주가 되고 제국의 번국을 흡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선전포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연방에 대한 적대 여론이 크게 뛰어오를 것이었다.


"몇 살이지?"


"15세입니다."


"난 올해로 30세가 된다. 아직 생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아직은 20대인 셈이군."


"그렇군요."


세리카는 대총통의 외관을 훑어보았다. 잘 정돈되어 있는 머리카락과 수염. 그리고 곳곳에 나 있는 깊은 흉터들이 대총통이 결코 쉬운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어쩌면 그렇기에 자신의 관저에 수많은 병사들을 풀어놓았는지도 모른다. 예전부터 남자들은 불안감을 그런 식으로 감추려고 들었으니까.


"그나저나 어리군. 나는 20대 정도를 예상했는데."


"제가 어려서 싫으신가요?"


"아니. 싫다는 건 아니다. 나도 이제 후계를 만들 때가 됐으니까."


30대라면 국가 원수 중에선 독보적으로 어린 축에 속했다. 그렇기에. 주변의 장관들도 딱히 빨리 결혼하라고 보채지는 않았으나. 하루라도 빨리 후계자를 낳아 교육을 시키는 것이 나라의 안녕을 위해서 더 좋은 일이라는 것은 대총통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결혼식은 언제가 좋으냐?"


"전 언제라도 좋습니다. 다만. 이왕 결혼하는 것이니 하나의 조건을 두었으면 합니다."


"그게 뭐지?"


"적어도 제가 살아있는 한. 이 나라가 제국에게 짓밟히지 않게 해주십시오."


그 말을 들은 대총통은 잠시 눈을 끔뻑끔뻑하더니. 이윽고는 큭큭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 약속하마! 내 아내가 살아있는 한. 이 나라를 죽을 힘을 다해 지키겠다."


일개 여자가 이런 패기를 보여줬다는 것에 크게 만족한 라이투스 대총통은. 이내 웃음을 멈추고 테이블에 있던 자그마한 종을 울렸다.


띵-!


종이 울리자. 기다렸다는 듯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총 8명의 제복을 입은 자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각각 8개의 행정조직을 총괄하고 있는 장관급 인물들이었는데. 그들을 부른 이유는 다름아닌 그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라이투스 대총통이 눈짓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리카 폰 에리스를 향해 군례를 올렸다.


"""연방의 종이 대총통비 폐하를 뵙습니다"""


세리카는 순간 당황했으나. 이내 상황을 깨달았다. 이제 자신은 대총통의 여자가 되었다는 것을 저들에게 알려준 것임을.


그리고 자신 역시. 이제는 더 이상 제국의 여인이 아니게 되었다는 것을.


작가의말

데이트 삭제하고 바로 결혼 들어가는 상남자 대총통...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16 17:19
    No. 1

    제국의 힘 없는 귀족영애 나부랑이와 결혼하는 이유가 있나요? 이해할 수 없는 전개네요. 결혼만큼 강력한 결속도 없을건데, 제국쪽에 공국들 여럿 있다고 하셨는데 그중 하나 골라서(즉위식때 나이 물어본 영애? 그 에피소드는 왜 넣으셨는지) 알 박기 해놓으면 일단 큰 힘이 될걸로 생각했는데, 어찌됐든 헌 여자, 힘없는 별거 없는 계집이라니? 전 주군에 대해 무슨 트라우마 있나요? 전 주군의 깔개(심하다고 생각하실지 몰라도 그 이상의 효용가치 있나요?)를 내가 쓰겠다? 그 자리 내가 오르겠다? 재미있게 보다가 암초 만난 기분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7 지니범
    작성일
    19.12.16 17:36
    No. 2

    소중한 댓글 고맙습니다. 작중 내 설명이 미흡한 점 거듭 사과드리며. 일단 제가 생각한 이유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 제국 쪽의 공국들은 일단 황실의 눈치를 봐야 합니다. 라인하르트의 약혼자였던 세리카를 맞이했다가는 루돌프가 가만히 있지 않겠죠?

    2.라이투스가 세리카를 부인으로 맞이한 것은 제국과의 관계 때문입니다. 제국의 피를 국가 지도자의 가문에 들이되. 그 피는 자기 마음대로 정한다는 암묵적인 반항인 것이죠.

    3. 동방에 있었던 공국들에 있던 영애들은 일단 위험부담이 큽니다. 일단 전 왕실들의 핏줄이니 최악의 경우에는 자치권 확대같은 반항운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소설 이해에 도움이 되셨기를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DarkCull..
    작성일
    19.12.16 17:54
    No. 3

    소중한 대댓글 감사합니다.
    악의없이;; 느낌을 전한다고 쓴 댓글인데.다시 읽으니 ㅠㅠ
    죄송합니다.
    늦게 시작 했지만 재미있게 쭈욱 보다가 어? 이게 뭐지? 싶어서 브레이크 걸렸는데(좀 쉬었다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작가님의 감사한 대댓글로 고개 크게 끄덕이고 다시 읽어 나가겠습니다. 바쁘실텐데 감사합니다. 연재분 따라잡기 전에는 댓글 자제 하겠습니다.
    화이팅!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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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증세 있는 복지 19.09.17 506 5 10쪽
39 조짐 19.09.16 531 5 9쪽
38 로렌그라드 공방전. +1 19.09.14 533 5 10쪽
37 전격전. 19.09.13 536 5 9쪽
36 전세 역전 19.09.13 555 4 9쪽
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2 5 10쪽
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5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7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 제국의 여인 +3 19.09.11 608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1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4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69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8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89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1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8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1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3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0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3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12 1만 vs 5000 +2 19.08.19 838 10 7쪽
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1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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