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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33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12 06:00
조회
647
추천
5
글자
9쪽

결혼식.

DUMMY

1.


탕!


총성이 울려퍼졌다. 벌써 몇 번째일까. 이제는 세는 것도 귀찮아지고 말았다.


"끄르륵...끄르르..."


"폐를 맞았나보군. 편히 가게 해줘."


"알겠습니다."


푹!


부하들 중 하나가 검을 뽑아들어 심장을 찔렀다. 이윽고 제국의 정찰병 하나가 무의미하게 사라졌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이게 대체 몇 번째야?"


"그러게나 말이야. 이제 내일이면 결혼식이 열리는데. 우리는 전방 부대니 특별 휴가도 못 받고..."


"후방에 있는 동생 녀석은 결혼식때에는 특별 휴가가 나온다고 좋아라 하고 있는데. 우리는 병영에서 처박혀있는 꼴이라니.."


"참어. 그래도 전방 부대라고 보급은 빵빵하게 나오잖아?"


"보급 말고 휴가나 빵빵하게 나왔으면 좋겠다!"


제국과의 국경 중 레이리아 주의 지형들은 산맥이 낮아 정찰병들이 몰래몰래 국경지대로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경을 사수하는 전방부대들의 주된 일상은 슬금슬금 들어오는 정찰병들이나 암살자들을 조기에 발견하고 처단하는 일이었다.


"참위님. 이제 돌아갑시다. 십자가에 매다는 것도 끝났고. 이제 밤도 다가옵니다."


"그래야겠군. 부대를 불러모으게. 이만 돌아가야겠어."


"이번 결혼식 때문에라도 휴가가 나왔으면 했는데.. 그냥 희망사항이었나 봅니다."


"대총통 폐하와 대총통비 폐하가 편안하게 결혼하기 위해선 우리같은 천것들이 희생해야지 않겠나. 슬슬 추워지기 시작하는군. 들어가세나."


2.


"""퓨레스트 연방 만세! 대총통 폐하 만세! 대총통비 폐하 만세!"""


결혼식은 퓨렌에 있는 국립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족히 수만명이 넘는 인파들이 대총통과 대총통비의 용안을 보러 국립 공원을 애워쌌고. 근위대는 물론이고 경찰과 헌병까지 출동해 결혼식장에 난입하려는 국민들을 막아야만 했다.


마침내 대총통과 대총통비가 결혼식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쏟아졌다. 퓨레스트의 군신이나 다름없는 대총통의 얼굴이 드디어 대중들에게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열기도. 대신관이 엄숙한 표정으로 결혼식장의 주례를 서기 시작하자 금세 사그라들었다. 이 순간에 떠든다면 그야말로 신성모독. 성부의 은혜를 저버리는 일이었으니까 말이다.


"퓨레스트 연방 대총통. 라이투스 폰 예거. 그대는 세리카 폰 에리스의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성부의 이름 앞에 충절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퓨레스트 연방 대총통비. 세리카 폰 에리스. 그대는 라이투스 폰 예거의 아내로서 최선을 다하고. 성모의 이름 앞에 충절을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맹세합니다."


"좋습니다. 두 사람의 결혼을 축복할 사람은 앞으로 나와주십시오."


신관이 축복할 사람을 부르자. 옛 전쟁대신이었던 중장년의 남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중간에 선 다음 입을 열었다.


"성자의 이름 앞에. 두 사람의 길에 무한한 사랑과 행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좋습니다. 신랑. 신부. 반지를 교환하십시오."


라이투스와 세리카는 각자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냈다. 퓨레스트의 국장이 새겨진 순금 반지였다. 라이투스가 먼저 세리카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그 다음에는 세리카가 라이투스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맹세의 키스를 하십시오."


신관의 말이 떨어지자. 라이투스는 익숙하게 세리카를 품에 안아들고 입을 맞췄다. 찰나의 시간이 지나고. 두 입이 떨어지자. 신관은 엄숙하게 외쳤다.


"이 시간부로.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습니다!"


3.


세리카 폰 에리스. 아니. 이제는 세리카 폰 예거가 된 그녀는 대총통의 품에 안긴 채 부드러운 침대에 누워있었다.


"심란한 것 같군."


"그렇네요.. 뭐랄까. 여자로서 첫날밤은 꽤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치르니 별 거 없었달까."


"하. 그러게나 말이다. 애초에 막상 일이 닥치고 나면 허무해지는 것이 인간의 심리지."


성부와 성모와 성자의 이름 아래 치뤄진 첫날밤은 그다지 두 사람의 심경을 변화시키지 못 했다. 애초에 두 사람 다 서로에게 반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정략 결혼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다만 세리카의 생각은 달랐는지. 그녀는 작은 몸집을 라이투스의 몸에 더욱 밀착시키고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2차전을 하고 싶은 건가' 하고 라이투스가 생각하고 있을 즈음. 세리카는 얼굴을 비비적대면서 말했다.


"역시.. 누군가의 품에 안겨 있으니 안심이 되네요."


"..."


라이투스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다. 끔찍할 정도로 보수적인 제국에서 정혼자가 죽어버렸다.. 그리고 그 정혼자를 죽인 자가 황위에 앉았다. 그렇다면 이제야 15살에 불과한 세리카는 대체 무슨 꼴을 당했을까.


지금이 딱 제국에서 나온지 5년이 되어가니. 그때의 세리카는 소녀라 부르기도 어려운 어린애에 불과했음이 틀림없었다.


누군가의 선의보다 누군가의 악의가 익숙하다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아는 라이투스는. 말 없이 세리카의 몸을 끌어안아 주었다.


4.


"그 여자는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뭐어. 아직까지 눈에 띄는 행보는 없습니다. 어젯밤에 거사를 치른 것을 제외하면 말입니다."


루돌프 황제는 부관에게서 세리카의 행보를 듣고 있었다. 본래라면 그녀도 죽었어야 하지만. 어린 여자아이가 무슨 죄가 있냐며 신하들이 극구 만류해 기어코 살아남은 그녀.


그런 여자가 뻔뻔하게도 퓨레스트의 총통비로서 간택되다니. 역시 세상살이는 재밌는 것이었다.


"그래. 이제 어쩐다? 레이리아를 이대로 놔두면 제국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테고. 그렇다고 전쟁을 걸자니 병력의 질과 자금이 걸리고..."


현재 제국은 약화된 행정체계와 각 도시들의 대대적 정비를 위해 엄청난 자금을 소모하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전쟁을 일으킨다면 당장 문제가 터져나올 것이 뻔했다.


전시 세금을 걷어 벌충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신민들이 반발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고. 그 세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것이다.


"마법사들을 동원한다면..."


"어려울 겁니다. 퓨레스트 연방군에도 마법사들은 있으니까요."


"그래도 숫자로 몰아붙이면.."


"그 좁은 지역에 말입니까? 설령 산맥을 병력으로 뒤덮어도 연방군이 불만 지르면 전부 통구이가 되어버릴 겁니다. 마법사들이 마법으로 꺼지지 않게 강화해 놓는다면 더 많이 타죽겠죠."


"투석기하고 발리스타를 동원해서..."


"그쪽에는 없답니까?"


"젠장! 2000만명이나 군사가 있건만.. 정작 써먹지를 못하는군!"


황제는 책상을 치며 일갈했다. 더 큰 문제는. 퓨레스트 연방의 국토를 단 1cm라도 침범하는 순간. 퓨레스트 연방만이 아닌 국경을 맞대고 있는 모든 국가들이 대륙에서 제국을 지워버리기 위해 일제히 선전포고를 해올 것이라는 점이었다.


설령 모두가 참전하지 않고 한 두 국가만 선전포고를 날린다 해도. 기본이 양면에 삼면 전쟁을 하는 것은 아무리 강대국이라고 해도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레이리아가 제국에게 반기를 들고 연방의 속주가 된 것은 절대적으로 제국이 그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늦기는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번국들에게 지원을 충분히 해준다면 레이리아의 선례를 따라가지는 않을 겁니다."


"그걸 누가 모르나? 짐은 레이리아를 되찾을 방도를 찾고 싶다."


"이 시국에 말입니까? 제국의 귀족들은 대부분 퓨레스트 연방에 제국의 여인들을 들여놓았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비록 정부에서 주도하지는 않았지만. 엄연한 국혼이니까 말입니다."


"그럼 레이리아를 되찾을 방도는 전혀 없는 것인가?"


"현재로선 없습니다. 애초에 국가 원수가 국민들에게 아무런 합의도 없이 투항했는데. 아무런 소요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부터 생각해보십시오."


"끄응... 알겠다. 그럼 레이리아는 포기하겠다."


결국 황제는 손을 들고 말았다. 현재 제국의 상태로 말미암을 때. 퓨레스트 연방을 대적하는 것은 자충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결국 제국은 대륙력 590년 5월 21일. 퓨레스트 연방 정부에 정식으로 대사관 건설과 대사 파견. 그리고 결혼을 축하한다는 전문을 보냈고. 전 국경에 걸쳐져 있던 50만의 병력 또한 20만명만 남기고 전부 철수시켰다.


퓨레스트 연방은 이렇게 단기간에 바뀐 제국의 태도에 기뻐하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고. 수도인 퓨렌에는 제국의 요구대로 제국의 대사가 기거할 대사관을 만들기 시작했고. 전방에 있던 부대들에게도 드디어 휴가가 나오게 되었다.


마침내 제국이 퓨레스트 연방을 침략할 계획이 없음이 드러나자. 퓨레스트 연방의 군부와 대총통은 한마음 한뜻으로 기뻐하며 북부 방위 동맹에 선전포고를 하였다.


작가의말

추석 휴재따윈 없습니다! 다 같이 달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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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5 8 9쪽
» 결혼식. +1 19.09.12 648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8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1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4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69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8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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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8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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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3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0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3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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