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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61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09 21:09
조회
651
추천
6
글자
10쪽

다가오는 폭풍

DUMMY

1.


황제의 말 한 마디에 토론은 순식간에 끝이 났다. 아직까지 중세적인 풍습이 짙게 남아있는 제국에서. 황제의 의중이란 수백명의 의원들보다 더욱 더 중대한 문제였다.


"뭘 그리 보나? 짐의 얼굴에 뭔가 묻기라도 했나?"


"아..아닙니다 폐하!"


간접적으로 돌려말한 것도 아니고. 대놓고 의회장에 난입해 과부의 재가를 허가하겠다고 황제가 말하자. 회의장의 분위기는 역변하기 시작했다. 귀족파의 얼굴은 서서히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반대로 신진 관리파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드리워졌다.


"저희도 폐하와 같은 뜻입니다! 저희 제국이 세워진지도 이제 1000년이 넘었습니다. 천년을 넘어 만년제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달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국의 악습 중 하나인 과부의 재가 문제를 폐하께서 해결하시려 하시니. 신하 된 자로서 끝까지 따라가겠습니다 폐하!"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때를 놓치지 않고 황제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신진 관리파들을 보고 황제는 기분이 좋은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황제는 잠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의원들을 보고. 작게 심호흡 하고는 입을 열었다.


"짐이 생각건대. 우리 제국이 세워진지 어언 천년이 넘었도다. 헌데 그 천년 동안 다른 나라를 걷는 것을 넘어 뛰어가며 심지어는 날아가고 있는데. 대체 우리는 언제까지 세상의 중심을 자처할 수 있을 것인가?


짐이 지난 몇 년간 권력에 도취되어 제국의 신민들과 경들에게 심려를 끼친 일들은 깊이 반성하고 있도다.


해서 짐이 깊게 생각해 본 바. 지금 같은 시대의 전제 권력은 하등 쓸모가 없도다. 따라서 짐은 지금까지 이 발렌시아 제국의 황제직에 있던 모든 초법적 권한을 삭제하고 잘못을 하였으면 제국의 지고한 헌법대로의 처벌을 받기로 하였다.


이에 대해 경들의 의중을 듣고 싶은 바. 다들 어떻게 생각하느냐?"


"""폐하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크하하! 드디어 우리에게도 빛이 오는구나! 보았느냐 이 귀족 놈들아! 이제 황제도 국법의 아래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너희들도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 텐데?'


'빌어먹을.... 대체 폐하께서는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 건지.. 당신께서 이러시면 저희도 힘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텐데..!'


2.


"제국의 황제가 초법적 권력을 포기했다라... 인상적이군."


"이제 제국으로부터의 압박이 조금 트이겠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가 행할 일들이 가벼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 동시에 두 나라와 전쟁을 해야 하니. 한 치의 실수도 없어야 할 것이다."


30만으로 불어난 퓨레스트의 병력은. 10만을 제국과의 국경에. 15만을 레이리아 대공국 쪽에. 나머지 5만을 루시타니아 연방 쪽에 배치해놓고 있었다.


해가 넘어가고. 추수가 시작되는 9월달 중순쯤에 레이리아와 루시타니아를 동시에 쳐 공멸시킨 다음. 로렌. 케드인. 베이릭 3국을 병합해. 궁극적으로는 동남부를 아우르는 퓨레스트 연방(Furrest Commonwealth)를 내걸 생각이었던 것이다.


"일단 남부 3국에 대해서는 미리 언질을 해두었습니다."


"그들이 뭐라던가?"


"로렌은 결사항전의 의지를 보였고. 케드인은 두려워했으며. 베이릭은 때를 기다리겠다 했습니다."


로렌과 케드인은 동부와 남부를 가르는 경계에 서 있는 국가들이고. 베이릭은 그 둘의 바로 아래에 있는 국가였다.


즉. 전화가 닥치더라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말이었다.


"전쟁이 시작되면. 아무리 늦어도 1달 안에는 레이리아 전역을 손에 넣어야 한다. 전역이다! 풀 한포기라도 지키고 있는 한. 제국이 개입해 올 것이 분명하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리고 루시타니아 연방과의 전쟁에서는 무엇보다도 중장보병들이 중요하다. 그들의 해군이 막강하다 하나. 그것도 결국 바다에 나가야 이루어지는 것 아니더냐? 헌데 우리는 육상에서 전쟁을 할 것이니. 루시타니아의 8만 육군과 접전을 벌이기 위해서는 병사 개개인의 질이 중요하다."


"명심하겠습니다 폐하."


"가장 중요한 것은 제국의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다. 신속하게 몰아쳐라. 마치 폭풍같이. 낙오된 병사들은 버리고 가도 좋다. 민가들은 모두 지나쳐라. 성과 병영들은 최대한 피하고 오로지 수도만을 향해 가도록 하라. 군주를 사로잡으면 그걸로 끝이다."


"""예!"""


3.


"어째서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는 건가! 우리 대공국이 멸망해도 좋다는 건가!"


"전하. 진정하시지요. 저희도 보내드리고 싶습니다만. 지금 제국의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황제께서 이런 저런 개혁안을 실시하느라. 지금 군사가 모자라단 말입니다."


"아니. 전에는 수천만의 군사가 제국을 지킨다고 장담하더니. 그 중에 몇 만 정도 잠깐만 빌려주는 것이 그리 어렵단 말이냐?"


"어렵습니다. 이만 돌아가시지요 전하."


대공은 거의 울 듯 하였다. 퓨레스트가 시시각각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데. 소국인 자신들의 입장에서는 대비를 해도 해 놓은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무려 15만이나 되는 대군이 눈에 불을 켜고 자신들에게 창을 겨누고 있는데. 상국이란 것들은 사정이 어렵다며 밀가루 한 포대도 보내주지 않았다.


"제길! 곧 농민들이 씨를 뿌려야 하는데! 그 때 퓨레스트가 쳐들어오면 대체 어떻게 막는단 말인가? 아아! 내 아버지를 뵐 명목이 없구나!"


물론 씨를 뿌리는 거야 퓨레스트도 마찬가지지만. 그쪽은 인구가 훠어어얼씬 많았다. 당장 먹을 식량만 해도 창고에 그득하니. 1년쯤 농사 망친다고 해서 침공을 늦출 나라가 아니었다.


"칼렌 왕국 때만 해도 버거웠는데. 어째서 성부께서는 퓨레스트에 저런 군주를 내려주셨단 말인가!"


대공은 이제는 거의 침대에 기대 절규하고 있었다. 대공의 마음 속에서는 어느새 퓨레스트에 대한 분노보다도 도와주지 않는 제국에 대한 원망이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빌어먹을 제국 놈들! 내가 이대로 순순히 당할 줄 아느냐! 그동안 그렇게나 받아처먹었으면서 밀가루 한 포대. 병사 한 부대. 금화 한 주머니조차 내놓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나도 방법이 있지! 암! 있고 말고!"


대공은 어느새 '키히히'소리를 내며 웃으면서 폭소했다. 번국을 지키지 못하는 상국이 대관절 무슨 소용인가?


레이리아 대공국은 그의 나라였고. 그의 백성들이 살고 있는 곳이었다. 제국이 대공국을 버린다면. 이쪽도 맞수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


4.


"폐하. 레이리아를 구원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짐도 그러고 싶으나. 지금은 제국을 재저이하는 것이 우선 아니냐. 아무리 레이리아가 약하고 퓨레스트가 강대하다 할지라도 최소한 1달은 버틸 것이다. 그 때 와서 레이리아를 구원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면 레이리아에서 찾아온 사신은 돌려보내겠습니다."


"그러하도록 하라. 짐도 제국의 번국이 외난을 겪는 것이 안타까우나. 상국인 제국이 번듯하게 서지 못하는데 어찌 번국을 구원한단 말이냐? 서둘러 제국의 법도를 다시 세우고 레이리아를 구원하며. 그동안 동방에서 날뛰었던 퓨레스트를 정벌함이 옳다 본다."


"지극히 옳은 말씀입니다 폐하."


지금 루돌프 황제는 제국 전역을 순수(군주가 자신의 지배 권역을 돌아다니는 것)하며 도시에 집중된 신민들을 다시 지방으로 분산시키며. 농업을 다시 진흥시키고 전국의 수로를 재정비하고 있었다.


아무리 지금이 강철과 마법의 시대라지만. 사람은 자고로 먹어야 살아갈 수 있다. 천하의 사람이 살아가는 큰 근본인 농업을 다시 진흥시킴으로서. 제국이 다시 한 번 일어서려 한다는 뜻을 3억명의 신민들에게 퍼트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황제라고 해도 지난 수백년간 이어진 이촌향도를 되돌리기는 불가능했다. 수로를 관리할 사람은 넘쳤지만. 정작 수로에서 물을 끌어올 사람이 없던 것이다.


대부분의 제국민들에게 이미 농업이란 뼈 빠지게 일해서 겨우 자기 먹고 살 만큼만 나오는 기피 직종이었고. 그에 반해서 도시는 출세의 기회가 넘치는 무릉도원이었다.


게다가 대다수의 신민들은 이미 도시에 완전히 터를 잡은 터라. 황제가 명령한들 지방에 내려가 농사를 지을 위인들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를 어쩌면 좋겠나? 짐이 큰 뜻을 펼치고자 하나 신민들이 따라주지를 못하는구나."


"폐하. 염려 마시옵소서. 신민들도 언젠가는 황제 폐하의 큰 뜻을 깨달아 손수 농사를 짓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직 폐하께서는 젊으시고. 즉위하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시니 조급해하지 마시옵소서."


"그래. 그렇구나. 짐이 너무 조급하게 생각했다. 자고로 수백년간 이어진 관습은 조정이 나서도 혁파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짐이 이것을 간과하고 말았구나."


그렇게 생각한 황제와 신하들은 느긋하게 정책을 조정하며 신민들이 천천히 지방과 도시 사이의 균형을 맞춰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상상치도 못했던 레이리아에서의 급보였다.


"폐하! 급보입니다! 레이리아 대공국이.. 퓨레스트 대왕국에 항복을 했다 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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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증세 있는 복지 19.09.17 507 5 10쪽
39 조짐 19.09.16 532 5 9쪽
38 로렌그라드 공방전. +1 19.09.14 534 5 10쪽
37 전격전. 19.09.13 537 5 9쪽
36 전세 역전 19.09.13 555 4 9쪽
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2 5 10쪽
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5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8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8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2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4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69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9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89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2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8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2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4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1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4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12 1만 vs 5000 +2 19.08.19 838 10 7쪽
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1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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