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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23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12 14:47
조회
604
추천
8
글자
9쪽

죽음과 불명예 사이.

DUMMY

1.


제국의 황제가 사실상 항복 선언을 한 동시에. 퓨레스트 연방은 북부 방위 동맹에 선전포고하고 30만의 병력을 밀어넣었다.


북부 방위 동맹은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으나. 통합되고. 잘 훈련받고. 잘 보급되어 있으며. 정식으로 군사 교육을 받은 지휘관에 의해 지휘되는 퓨레스트의 군세를 막아내는 것은 불가능했다.


"적 기병대 우익 출현!"


"제 2방어선이 돌파당했습니다!"


"아군 마법병단에 적 포격 직격! 사상자 다수!"


"사령관 각하! 아군의 제 3 보병대가 무단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패전과 탈영. 그리고 파죽지세로 진군하는 연방군들이었다. 북부 방위 동맹의 40만에 이르는 군사들은 개전 후 일주일도 되지 않아 와해되고 있었던 것이다.


"빌어먹을! 자리를 지켜! 위치를 사수하란 말이야!"


"각하! 지휘관과 사병들이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데 어떻게 명령을 내리겠습니까? 지금에라도 당장 편제를 복귀시켜야 합니다!"


"어떻게 편제를 개편한단 말인가? 연방군이 코앞에 닥쳤거늘!"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의 불가능이었다. 연방군이 겪고 있던 문제점을 똑같이 겪고 있던 것이다.


다만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연방군은 그 문제를 어떻게든 극복해냈거나 극복하고 있었지만. 동맹군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흔하디 흔한 퓨레스트 연방군 무패신화가 또 다시 갱신되려는 찰나. 북부 방위 동맹에는 갑작스레 황금 동앗줄이 내려왔다.


"그..그게 정말입니까! 정말로 제이키르 공화국. 마리니아 왕국. 체로스 연합국이 이번 전쟁에 참전해주시는 겁니까?"


"허허. 우리가 비록 왕정이다 공화정이다. 같은 나라다 다른 나라다 싸우고는 있지만. 다 같은 남부인 아니겠소? 이번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발광하는 저 미친개의 재갈을 물이기 위해서라면 모두 힘을 합쳐야지요."


남부의 국가들이 퓨레스트 연방의 확장을 우려하고서는. 다 같이 힘을 모아 북부 방위 동맹을 지원하기로 약속하면서 전황은 다시 한 번 역전되었다.


'동부는 지금까지 퓨레스트 연방의 독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남부는 다르지.. 뭉치면 강하다는 게 무슨 뜻인지 보여주마!'


그동안 크게 세 덩이로 나뉘어 서로를 견제해오던 동부와는 달리. 남부는 작은 소국들이 서로와 서로를 견제하는. 만국에 대한 만국의 투쟁에 가까운 상태였다.


현재 약 80만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퓨레스트의 연방의 국토를 남부에까지 늘리고 싶지 않았던 남부의 국가들은. 참전을 약속한 즉시 의용군과 전시 지원금을 방위 동맹에게 퍼다주기 시작하였다.


비록 그들도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잘 싸웠다고는 말하지 못하였지만. 그들은 충분히 제 역할을 다해내었다.


퓨레스트 연방군의 공세를 돈좌시키고. 방위 동맹군이 편제를 재편하고 태세를 재정비하는데 필요한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었으니 말이다.


2.


"그런가?"


대총통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애초에 계산에 있던 일이었고. 소모전으로 들어간다면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불안한 것은 남부의 결집보다 서부의 제국이었다.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제국이 휑하니 열려 있는 연방의 뒷통수를 찰지게 후려갈기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지금. 제국에서 파견된 대사인 가이우스 율리시스가 대총통과 차를 마시고 있는 이유였다.


"차맛이 좋군요. 어떤 찻잎을 썼는지 알려줄 수 있겠습니까? 제국에 계신 폐하께 진상드리고 싶군요."


"레이리아 지역에서 나는 찻잎이오. 원래는 대공가에게 올리던 찻잎이었다만."


"...흠! 흠! 그나저나 폐하. 어찌하여 저를 부르신 것입니까? 설마 차나 마시자고 부른 것은 아니겠지요."


"이번 전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이번 전쟁이라 하시면... 그야 물론 제국은 퓨레스트 연방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지리멸렬한 남부에 통합된 체제를..."


"아니. 내가 원하는 것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소? 과연 제국이 이번 전쟁에서 우리의 뒤를 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는 말이오."


"그..것은."


가이우스는 식은 땀을 흘렸다. 오늘 아침 본국으로부터 온 전령에 의하면. 제국의 방침은 기본적으로 무간섭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제국이 천년 역사를 통틀어 약속을 지킨 적이 얼마나 있소? 우리 연방에서는 제국이 우리의 뒤를 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오."


가이우스는 마른 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대총통이 말하는 '확실한 증거'는 제국에서 단 하나. 바로 황제의 인장이 찍혀진 문서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3.


"어쩌시겠습니까? 자칫 잘못하면 저희 제국이 향후 몇 년간 연방에서 손을 쓸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짐도 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연방을 치는 것은 자살행위밖에 되지 않아. 게다가. 놈들도 이제는 한계겠지. 무력으로 얻은 땅을 무력으로 통치할 수는 없는 법이니. 이번 전쟁이 패전하든 승전하든 연방은 최소한 수십년은 전쟁을 하지 못할 거다."


부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황제는 비교적 정확하게 퓨레스트 연방의 속사정을 꿰뚫어보았다. 지도만 보아도. 지금 퓨레스트 연방이 쉽게 집어삼킬 수 있는 소국들은 이제 북부 방위 동맹 말고는 존재하지 않았다.


즉. 한 동안 정체 상태가 이어진다는 셈인데. 연방도 그 시간 동안 연이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와 민심을 달래고 이런 저런 국가적 사업들을 일으켜야 한다.


즉. 서로가 서로에게 있어 공세종말점인 이 시국에서는. 결국 한 발짝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황제의 판단이었다.


황제는 자신의 서명과 인장이 포함된 불가침 조약을 연방에게 제의했고. 연방은 기꺼이 그 조약을 받아들였다.


제국과 연방이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는 것이 알려지자. 남부의 국가들은 양면전선의 희망을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의용군과 자금을 지원한다지만. 결국 맞서 싸우는 것은 북부 방위 동맹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북부 방위 동맹의 군대는 지금 급작스러운 체제 통합에 의해 아직도 혼란스러워하고 있었고. 각지에서 몰려온 의용군들의 통제에도 반쯤 실패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혼란스러운 동맹군의 형세는. 그대로 전장에서도 재현되었다.


4.


콰앙-! 콰앙-!


"죽기 싫어... 죽기 싫어.. 죽기 싫어..."


"물러서지 마라! 싸워! 고향을 지키는 거다!"


"대체 포병대는 어디 있는 거야!"


"연방 보병대가 돌격한다!"


제대로 지휘체계가 정리되지 않은 북부 방위 동맹군은 연방군 앞에서 여전히 속수무책이었다. 수는 더 많았으나. 오합지졸이었고. 나약했다.


난생 처음 포성과 총성을 듣고 겁에 질려 요새에서 벌벌 떨고 있는 병사들은 그나마 양반이었고. 어설프게나마 군사 교육을 받은 장교들도 전장의 광기에 압도되어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게다가 연방이 수적 열세를 만회하고자 포병과 총병. 그리고 마법병단을 이용해 아예 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진격하자. 수적 우위는 순식간에 무의미해졌다.


"커먼웰스 엔텐 그로스퓌러페 포란! 레테스!(연방과 대총통을 위하여! 돌격하라!)"


"테 슈벤 인펀트리에스! 포르토!(제 14보병대! 앞으로!)"


연방군이 외치는 정체불명의 말들은 평생동안 마을 밖을 벗어난 본적이 없는 징집병들에게는 사탄의 외침과도 같았다. 동료들은 아예 다른 나라 출신에. 지휘관은 거칠게 숨만 몰아쉬고. 아군에게는 어떠한 화력지원도 없는 상황.


그런 상황에서 징집병들이 내릴 판단은 단 하나였다.


"도망쳐! 다 죽는다고!"


"어딜 도망가! 싸워! 연방군을 막으라고!"


"시끄러워! 네가 나가서 싸워보든가!"


푹!


어처구니 없게도.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아가며 마련한 검과 창들은 그들을 지휘하는 지휘관에게 제일 먼저 사용되었다.


5.


이대로 승산이 없음을 간파한 동맹군은. 앞에서 의용군이 시간을 벌어줄 동안 진짜로 실전에서 써먹을 만한 군대를 조직한 후. 연방군과 대회전을 벌인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같은 언어를 쓰는 부대를 중심으로. 각 부대에 통역사들을 대동하고. 지원금으로 사들인 대포와 소총부대를 중심으로 교전한다는 작전안이 통과되자. 동맹군은 이전과는 다른 재빠른 움직임으로 부대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전방에서는 의용군과 징집병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필사적으로 연방군의 진격을 늦추고 있었고. 남은 것은 행정사관들의 역할이었다.


그렇게 방위 동맹군 30만의 병력 중 약 10만명이 갈려나갔을 무렵. 재배치를 끝낸 약 4만명의 병력은 연방군을 막기 위해 비장한 싸움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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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2 5 10쪽
»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5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7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7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1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3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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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1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3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0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3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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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0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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