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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16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8.23 17:58
조회
786
추천
10
글자
8쪽

농노 해방령

DUMMY

1.


농노 해방령이 내려지고. 각 영지마다 공문이 배달되자. 영주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그동안 영지의 농업을 담당하던 농노들을 해방하라니. 그럼 자신들은 굶어죽으란 소리인가?


다만 공문에는 농노 계급을 영민 계급으로 편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그 영민이라는 계급은 대영주가 관할하는 한 '주' 안에서라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적혀져 있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떨어진 농노 해방령은. 그 동안 반 강제로 땅에 붙들려 살았던 농노들에게 있어 꿈만 같은 일이나 다름없었다.


"아이고! 드디어 이 지긋지긋한 농사일에서 벗어나는구만! 에라이! 이따위 쟁기질이 다 무어냐! 내 나이 70에. 이제 나도 젊은 것들이나 한다는 공부나 시작하련다!"


"맨날 맨날 악단들이 노래했던 이 대왕국의 드넓은 강산! 이제는 내 발로 직접 뛰면서! 내 눈으로 직접 보면서 살아가리!"


그동안 거의 반 평생을 밭일에 매여 살아왔던 중년층과 노년층은 이러한 대군주의 은총에 꺼이꺼이 울며 수도 퓨렌을 향해 일보일배할 기세로 기뻐하였으나. 아직 어리고 저축한 돈도 많지 않은 청년 농노들에게 해방령은 뚱딴지같은 소리나 다름없었다.


"뭐? 이제부터 우리는 영민이라고? 그래서 뭐 달라질 게 있나? 평생 밭일만 하면서 살아왔는데... 칼도 못 들고 글도 못 배운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영주님한테 땅 못 받으면 우린 당장 길바닥에 나앉아야 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얘기람!"


이렇듯 젊은 농노들의 불만에 농노 해방령은 순식간에 흐지부지될 뻔 했으나. 대군주가 백작 시절부터 구상해왔던 농노 해방령은 겨우 그런 불만에 흐지부지될 정도로 구멍 뚫린 법안이 아니었다.


-농노 해방령 공표 이후엔 영주와 대영주. 기타 부호들의 사유지들은 전부 국유지로 전환되며. 농부들은 이 땅을 국가로부터 임대하고 세금으로서 수확물을 바칠 수 있다...-


농노 해방령 문서 끄트머리에 적혀져 있던 이 짧은 문장이. 그 많던 불만을 마치 풍선에 송곳을 찌른 것처럼 잠재워버린 것이다.


그렇게 농노 해방령 이후 시간이 지나자. 퓨레스트 대왕국의 국토 전역에서는 때 아닌 몬스터 토벌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영민으로 신분이 격상된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여행이나 휴가를 가기 위해 안전한 길을 필요로 했고. 마침 전쟁이 끝나면서 할 일이 없어져 퇴역한 군인들은 용병으로 전업해 몬스터들을 토벌하고 길을 안전하게 만든 것이다.


"여기에 사인해주십시오."


"보자...이거면 되나?"


"...확인되었습니다. 이제 그 땅은 어르신 것입니다."


"그게...그게 정말인감?.. 정말 저 밭이 내 땅이 되었다... 이 말이요?"


"그렇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국가로부터 이 토지의 점유권을 인정받으셨습니다."


"..그게...무슨...?"


"한 마디로. 이제 저 땅은 당신 것이란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그동안 반 강제로 저축해왔던 농노들의 돈이 풀리면서. 토지 거래를 포함한 화폐 경제가 급속도로 활성화 되었다.


화폐는 그동안 군인들이나 상인들 사이에서 유통의 편리함을 이유로 널리 사용되어 왔지만. 정작 나라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농노들에게는 어지간한 것들은 물물교환으로 가능하고. 세금은 수확물로 내니 화폐를 사용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농노 해방령이 내려지고 농노들이 평생 동안 모아왔던 돈들은 순식간에 시장으로 쏟아졌고. 그 결과 시골 깡촌에서도 화폐가 유통될 정도로 물물교환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아이고! 아이고 임자! 들었소? 이제 저 땅이 우리 거랴!"


"평생 동안 밭만 일구더니..! 드디어 내 땅 한쪽 가지게 되는구나! 아이고 영감!"


초기 경제에 무지했던 농노들은 대부분 자신이 저축했던 화폐를 자신이 농사짓던 땅을 사는 것에 투자했고. 이렇게 자작농이 된 영민들이 늘어나자 아직까지 농노 해방령에 회의적인 사람들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글 아시는 분 구합니다! 남녀노소 상관 없음! 급구합니다!"


"545년 하반기 관리 시험을 보실 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경제가 활성화 되자. 자연스럽게 그 경제를 통제할 수 있게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식자층들과 관리들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이는 뒤늦게 학구열에 불타는 영민들에게 있어 출세의 지름길이나 다름없었다.


라이투스 1세를 포함한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이러한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휴가조차 반납당하고 불철주야 노동당했고. 그 눈물겨운 희생 끝에 퓨레스트 대왕국의 농노 해방령은 그 어떠한 제동 없이 정착할 수 있었다.


2.


"농노를 해방한다고? 별 쓰잘데기 없는 짓을 하는구만.."


레이리아 대공은 혀를 찼다. 농노를 해방한다. 분명 농노들에게 있어서는 기쁜 일이지만. 국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손해를 보는 일이다.


땅에 묶이지 않으니 농삿일을 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사람이 적어지니 잉여 농산물이 적어진다. 남아도는 식량이 적어지니 경제 규모도 그만큼 축소되고. 경제 규모가 작아지니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하는 것도.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그만큼 자작농들의 수가 늘어나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농노들은 도시의 하층민이 되거나. 아니면 다시 농노보다 못한 삶으로 돌아갈 터.


역사적으로 평민 계급의 지지를 올리려고 무턱대고 농노를 해방했다가 오히려 평민 계급의 불만이 폭발해 다시 농노제로 돌아간 군주들은 수두룩하게 나온다.


그러니 퓨레스트 대왕국도 얼마 못가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이라 생각한 대공은. 영민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놀란 기색을 보였다.


퓨레스트의 대군주가 제국의 백작이었다는 것도 모르는 대공으로서는 젊은 군주가 능력까지 겸비했다고 생각을 바꾸기에 충분한 충격이었다.


"이거야 원... 40살이나 먹어놓고도 변변찮은 업적 하나 없는 게 과인인데.. 퓨레스트의 대군주는 이제야 28세라.. 역시 젊은 놈은 다르구만.."


"그런 말 마십시오 전하. 레이리아의 백성들은 대공 전하의 백성입니다."


"그래. 과인도 알고 있다. 과인이 더 노력해야겠지."


대공은 기지개를 켜며 펜촉을 잉크로 적셨다. 이웃나라에서 시작된 작은 파동은 레이리아 대공국에서도 자그마한 변화를 낳은 것이다.


3.


한편. 퓨레스트 대왕국의 동쪽에 있는 공국. 멜버른 공국에는 멜버른 공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다른 2개의 공국의 공작들이 수도 멜버르니아에 모여있었다.


"이번 전쟁에서 퓨레스트 대왕국이 탄생하면서. 드디어 우리 3공국의 입지가 위태롭게 되었소."


"그래서. 이번 기회에 예전부터 추진해왔던 그것을 하자는 것이오?"


"그렇소. 아직은 시기상조인 것 같지만... 지금 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쓸릴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말이오."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세상에 알릴 일이잖소. 우리가 힘을 합치면 이 난국을 해쳐나갈 수 있소. 퓨레스트 대왕국과의 전쟁에서도 어느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고 말이오."


"...그건 그렇소."


"그럼. 다음달 1일에 전원이 한 번에 발표하는 거요."


"알겠소."


"나도 알겠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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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증세 있는 복지 19.09.17 506 5 10쪽
39 조짐 19.09.16 531 5 9쪽
38 로렌그라드 공방전. +1 19.09.14 533 5 10쪽
37 전격전. 19.09.13 536 5 9쪽
36 전세 역전 19.09.13 555 4 9쪽
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2 5 10쪽
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4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7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7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3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1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3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69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8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89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1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7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1 9 7쪽
»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3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0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3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12 1만 vs 5000 +2 19.08.19 838 10 7쪽
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0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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