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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66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04 17:14
조회
669
추천
7
글자
7쪽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DUMMY

1.


"퓨레스트 대왕국에 잘 왔소. 나는 이 실바니아 주의 대영주. 헤르만 폰 로고스요. 앞으로 우리 실바니아에 살 동지들이니. 약소하게나마 환영식을 열어보았소."


헤르만 폰 로고스는 가슴을 펼치며 평원 가득하게 펼쳐진 만찬들을 뒤에 두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그렇기에 말을 길게 끌지 않았다.


"뭐. 일단 잔뜩 배를 채우고 얘기합시다! 자. 마음껏 드시오!"


그가 자리를 비키자 100만명의 사람들은 거의 파도처럼 밀려와 식탁에 올려진 만찬들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닭다리를 두 손에 든 사람은 양반이었고. 심하게 굶주린 듯한 사람은 버터 한 통을 전부 먹어 치울 듯이 아예 버터 덩어리와 바게트 하나를 양손에 들고 게걸스레 뜯어먹고 있었다.


다른 나라의 귀족들이 보았다면 역시 비천한 평민이라며 웃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나. 몇 년 전까지 귀족들마저 굶주려야 했던 실바니아의 사람으로서. 헤르만은 그들을 측은지심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쯔쯔쯔... 아무리 제국이라 해도 하층민들의 삶은 그다지 나을 것이 없구만. 다들 초췌한 몰골을 하고 있으니.."


"아직 저들이 살 집이 전부 지어지지 않았습니다만.. 어쩌시겠습니까?"


"100만명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토지의 문서화는 완료되었나?"


"예. 이미 완성되었습니다."


"그럼 됐네. 어차피 집은 천천히 지어질 테니. 저들에게는 일단 먹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네."


"알겠습니다. 환영식이 끝나면 가장들에게 토지 문서를 배부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하게."


2.


아무리 실바니아에는 빈 땅이 많았다. 고산 지대라 그런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땅에 비해 사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00만명이나 되는 노동력. 물론 그 중에서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노동력은 약 20만명 정도겠지만. 그것만 해도 노동력 부족에1 허덕이고 있는 실바니아 주에서는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기존 주민들도. 처음에는 사용하는 말도 다르고 풍습도 다른 제국의 이주민들을 받아들이는 것을 어려워했지만. 황량한 고원이 곡식을 재배하는 밭이 되고. 절벽 위에 마을이 들어서기 시작하자. 점점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게다가 퓨레스트인들은 어느정도 어눌하게나마 제국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사실상 언어적인 문제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험한 기후 덕에 여자들이 지속적으로 빠져나가 지독한 남초 사회였던 실바니아에서. 파릇파릇한(?) 여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온다는 것은 젊은 실바니아 청년들에게 있어 크나큰 행운과도 같았다.


이주민들도 기존 원주민들과 원만히 섞이는 것을 원해. 두 집단간의 통혼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되었고. 1달에만 5000쌍의 부부들이 생겨날 정도로 제국민 신붓감은 인기있는 여성상이었다.


제국에서 살아온 여성들 또한. 험한 노동으로 인해 다져진 다부진 체형을 가진 실바니아 청년들이 마음에 들기는 매한가지였던지라. 고작 2개월이 지났음에도 두 집단은 순식간이 한 점을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3.


"그래. 실바니아에서는 잘 되어가고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사옵니다. 실바니아의 청년들과 제국의 여인들이 서로 결혼을 해 부부가 되는 것이 유행이라 하니. 참으로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고로 결혼이란 두 집단을 하나로 묶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성부께서 말씀하셨듯.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지 않는가. 그 연이 끊어지지 않는 한 걱정할 필요는 없겠구나."


548년도 어느덧 5월에 접어들고 있을 무렵. 대군주를 포함한 대왕국의 수뇌부는 기쁜 표정으로 실바니아에서 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이주민들과 원주민들이 별 다른 갈등 없이 원만하게 섞이고 있다는 보고는 현재 퓨레스트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보고였기 때문이다.


아직도 국경에 300만이 넘는 이주민들이 묶여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첫 시험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제국의 바램과는 다르게. 제국 이주민들이 퓨레스트의 문화와 정서에 동화되고 있다는 것은 퓨레스트의 정당성을 끌어올리고. 대군주에 대한 충성심을 가지게 하는 가장 좋은 업적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4.


한편. 제국에서는 뜻 밖에도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었다. 500만명이나 되는 인력이 한 순간에 빠지면서. 귀족들이나 부유한 갑부들이 운영하는 광산이나 농지에서 일할 인력들이 소멸해버린 것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3억명이나 되는 제국의 사람들 중에서 일할 사람들은 여전히 차고 넘쳤으나. 기존과 같이 저임금으로 굴릴 수 있는 최하층민들이 모조리 빠져나가 노동자들이 보충되지 않고 있던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 툭하면 들어오는 인신공격성 발언. 그리고 쥐꼬리만한 일당을 받고 일하고 싶어하는 노동자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기존 하층민들은 도시에서 벗어날수도 없어 심리적으로 몰린 상태였기에 그렇게 극단적인 후려치기가 가능했으나. 그런 하층민들이 소멸한 현재. 기존의 방식으로는 수 많은 사업장들을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사업장들을 운영하던 주인들의 행보와 결말은 각각 달랐다. 자신이 했던 과오를 반성하고 인간적인 처우와 납득할 수 있는 임금을 제시해 예전보다는 못 하지만 여전히 상류층으로서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었던 자도 있는가 하면.


끝까지 일하지 않는 평민들이 나쁘다며 세상을 저주하면서 굶주림과 술독에 빠져 죽어간 자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자들은 금세 잊혀져. 흔하디 흔한 천년제국의 흑역사 중 하나가 되었다.


하지만. 제국 정부로서도 500만명의 부재는 생각보다 뼈아픈 것이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지만. 아무리 하층민이라도 500만명이라는 수에서 나오는 세수는 생각보다 컸다.


그 세수가 한 순간에 사라지자. 예산안은 더욱 빠듯해졌고. 제국의 기간 시설을 유지.보수하는 비용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몇몇 귀족들은 국방비를 삭감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냈지만. 애초에 제국이 천년이나 이어질 수 있던 이유가 막강한 군사력 덕이었음을 상기해볼 때. 그런 의견은 진지하게 검토되지도 않은 채 폐기되었다.


그리고 세수는 보충할 수 있지만. 제국의 경제의 가장 큰 기둥을 담당하는 도시들의 청소나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하층민들이 전부 떠나가자. 각 도시들은 때 아닌 세월의 풍파에 직면하게 되었다.


상인들은 물건을 살 사람들이 없어 줄줄이 폐업했고. 도시의 수도교에는 오물들이 떠다녀 시민들은 막혀버린 우물을 뚫느라 때 아닌 중노동을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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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증세 있는 복지 19.09.17 507 5 10쪽
39 조짐 19.09.16 532 5 9쪽
38 로렌그라드 공방전. +1 19.09.14 534 5 10쪽
37 전격전. 19.09.13 537 5 9쪽
36 전세 역전 19.09.13 555 4 9쪽
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3 5 10쪽
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5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8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8 7 9쪽
30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2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4 5 7쪽
»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70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9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89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2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8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2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4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1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4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12 1만 vs 5000 +2 19.08.19 838 10 7쪽
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1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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