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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범 님의 서재입니다.

국왕 폐하 만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지니범
작품등록일 :
2019.08.15 12:20
최근연재일 :
2020.01.06 06:00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48,017
추천수 :
569
글자수 :
386,170

작성
19.09.10 06:00
조회
633
추천
6
글자
9쪽

폭풍전야

DUMMY

1.


"신. 레이리아 대공은 퓨레스트 대군주께 충성을 맹세합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말이 퓨레스트의 군주궁에서 나오게 되었다. 레이리아 대공이 스스로 국가의 주권을 라이투스 1세에게 넘긴 것이다.


"좋다. 약조대로. 그대를 레이리아 주의 대영주로 봉하겠다. 레이리아 주를 총 5개의 영지로 나누고. 그 영주들은 대영주가 직접 봉하도록 하라."


"주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 대신. 레이리아 대공은 새로 편입된 레이리아 주의 대영주로서 여전히 그 위세와 권위와 권력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국가로서의 자주권은 잃었지만. 그 대신 전쟁이라는 끔찍하고도 거대한 참상을 피할 수 있었던 1000만명의 레이리아인들은 대공의 결정을 합당하게 여겼다.


특히나 1000만명의 레이리아인들이 별다른 말 없이 퓨레스트의 지배를 받아들인 것은. 그동안 없는 것 있는 것 다 퍼다주었는데도 콩 한쪽 나눠주지 않은 제국에게 큰 실망을 느낀 탓이었다.


더구나 퓨레스트와의 갈등은 대부분의 민초들에게 있어 먼 뜬 구름잡는 소리나 다름없었고. 대부분의 레이리아인들은 퓨레스트인들을 그저 이웃나라에 사는 이웃나라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군사 동맹이 와해되면서. 루시타니아 연방 또한 대륙력 590년. 라이투스 1세가 30세가 될 때 퓨레스트 대왕국에 자발적으로 병합을 요청해. 퓨레스트 대왕국은 동방의 모든 국가들을 흡수한 강대국으로 비상하게 되었다.


인구만 3500만에 육박하는 거대한 국가가 동방에 들어서자. 남부의 3국들은 위기감을 느끼고는 서로 굳걷한 동맹을 창설했으니. 그 이름이 바로 북부 방위 동맹. 오로지 퓨레스트와 맞서 싸우기 위한 군사 동맹이었다.


대륙력 590년 2월 4일. 대군주는 국명을 퓨레스트 연방(Furrest Commonwealth)로 개칭하고 스스로의 직위를 '연방 대총통'으로 바꾸고. 기존의 행정 체계를 대거 개편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국가행정조직을 전부 해체하고. 새로 전쟁부. 내무부. 외교부. 과학기술부. 농상공업부. 법무부. 교통부. 노동부. 재무부를 신설한 것이다.


공화국과 군주국의 체계가 기묘하게 짬뽕된 퓨레스트 연방의 발족은. 대륙에 있어 큰 파장을 불러오게 되었다.


2.


"그래서 군주정이라는 거냐 공화정이라는 거냐?"


"몰라. 둘 다 혼합되어 있다는데. 내가 퓨레스트어를 알아야지.."


" '대총통 폐하?' 참 나... 살다살다 공화정의 직위에다가 폐하 소리 붙이는 걸 듣네."


새로 발족된 퓨레스트 연방이 대륙의 국가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냐 하면. 대답은 '아니다'라고 할 수 있었다.


공화정 국가는 여전히 군주제가 강하게 남아있는 퓨레스트 연방에 대해서 냉소적으로 접근했고. 군주정 국가는 그럴거면 차라리 공화정으로 갈아타라며 조소를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퓨레스트도 이런 국외의 반응을 잘 알고 있었으나. 이미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대총통의 의사인 이상 뭐라 불만을 제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대총통이 직접 '이 체제는 군주제와 공화제가 혼합되어 있어 유사시에 국민의 의지와 군주의 뜻을 일치시킬 수 있는 훌륭한 체제'라고 말하니 얼핏 그것도 맞는 것 같기에. 내부에서 날뛰는 공화주의자들과 전제주의자들간의 갈등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이런 시국에 외국의 시선을 의식해 다시 군주정으로 회귀하네 공화정으로 갈아타네하는 소란이 벌어진다면. 가뜩이나 혼란이 가득한 연방은 완전히 갈갈이 찢어질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것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가 있소이다."


"그게 무엇이오?"


"대총통 폐하의 신붓감...아직까지도 정하지 못했잖소."


"아아...."


3.


제국과의 국경에서는 매일같이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순식간에 번국을 눈 앞에서 빼앗긴 제국이 국경에 수십만의 군대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또한. 공화정의 확산을 극히 두려워하는 제국 기득권층의 우려와 겹쳐. 지금 퓨레스트의 국경에는 무려 40만이라는 대군이 빽빽하게 요새에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런 국경을 지나가려 하는 한 마차가 있었다. 낡고. 닳은 마차였지만. 어딘가 고풍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마차였다.


"정지."


국경지대의 장교가 어딘가 언짢아보이는 표정을 하며 마차를 세웠다.


"무슨 일이오?"


마부가 물었다. 평소라면 국경을 넘는 일에 군인이 관여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검문이오."


"검문? 무슨 연유로?"


"무슨 연유긴. 저 강 너머 있는 연방 놈들 때문이지.. 뭔 괴상한 칭호를 갖다붙였는지... 아무튼. 황제 폐하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소."


"폐하께서?"


"그렇소. 안에 누가 있소?"


"귀족 두 명입니다."


"귀족? 성이 뭐요?"


"폰 에리스."


"폰 에리스? 어디선가 들어본 성인데..?"


"...."


"뭐. 내가 이런 것까지 물을 필요는 없겠지. 문 좀 열어 보소. 직접 확인하리다."


"나리. 괜찮겠습니까?"


마부가 몸을 돌려 마차 안에 있는 귀족 중 남자에게 물었다.


"괜찮네."


중년과 노년의 경계에 있는 듯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장교는 문을 열어 귀족 두명의 얼굴을 확인했다.


한 명은 주름이 자글자글한 남성이었고. 한 명은 아직 스무 살도 되어보이지 않는 앳된 여성이었다.


"거기 당신. 몇 살이오?"


"...15세입니다."


"젊구만. 연방으로 넘어갈 거요?"


"예. 거기서 신랑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제결혼이라... 이 시국에?"


장교는 혀를 차며 허가증을 휘갈겨 써주었다. 마부는 허가증을 받아들고. 가볍게 목례한 후 강을 건너기 위해 다리로 마차를 몰았다.


"정말 괜찮겠니 얘야? 굳이 퓨레스트의 대총통에게 가지 않아도 괜찮은 남자들은..."


"아니요 숙부님. 다른 귀족들이라면 제 가문을 되살려주지는 못하겠지요. 하지만 한 국가의 원수라면 분명 가능할 겁니다."


"얘야.."


숙부라 불린 남성은 당찬 소리를 하는 소녀를 가엾은 눈길로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이름은 세리카 폰 에리스. 라인하르트 폰 발렌시아의 옛 정혼자였다.


현 황제의 폭정으로 인해 정혼자도. 가문도 모두 풍비박산난 그녀는 간신히 숙부에게 발견되어 귀족다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래도 네가 그때 어려서 다행이었다. 그때 네가 15살이었다면...."


"그만하세요 숙부님. 이젠 다 지나간 일입니다. 정혼자하고는 첫날밤도 치루지 못했으니. 신부로 하자는 없으니 다행이네요."


"난 그래도 마음이 걸린다. 라이투스 대총통은 여자보다 일을 더 좋아한단 소문이 자자하더구나."


"숙부님. 전 한 나라의 국모가 될 몸입니다. 남편이 국정을 열심히 돌본다 해서 서류뭉치에다 투기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래.. 네가 그러겠다면.."


몇 년전의 숙청으로 인해. 세리카의 심성은 완전히 변해 있었다. 앙칼진 목소리로 자신에게 다가와 안기던 어린 세리카의 모습이 생각난 숙부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애써 감추고서는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느샌가 다리를 건너 퓨레스트 연방의 땅으로 들어온 마차의 창 밖에는. 연방군의 군기가 휘날리고 있는 병영들만이 끝 없이 늘어져 있었다.


"그래도 나약한 나라는 아닌 것 같아 다행이구나."


"물론이지요. 제 남편 감으로 소국의 군주를 택할 생각은 없으니까요."


진정으로 소국의 왕들이 듣는다면 역정을 낼 소리였지만. 그녀의 눈은 깊고 깊은 강보다 더 차가웠다. 이미 부모와 정혼자를 잃은 그녀에게는 제국이란 거대한 감옥과도 같은 곳이었고. 유일한 피난처는 연방이었다.


과연 연방 대총통이 그녀를 정실로 받아들일지는 모를 일이었지만. 그녀도 귀족의 여식으로서 갈고닦은 실력이 있었다. 애초에 제국의 여식이란 그런 일을 어릴 때부터 배우지 않던가.


4.


"제국의 여식을 불러들였다고?"


"예. 라인하르트 폰 발렌시아의 옛 정혼자입니다. 혹 불편해하신다면..."


"아니네! 한 번 만나보도록 하지. 나도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되었으니."


라인하르트 폰 발렌시아라는 이름이 나오자 대총통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모셨던 주군이자 스승이었던 자의 정혼자를 아내로 맞는다니. 무언가 죄를 짓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저나.. 과연 여식이 날 좋아할지..."


대총통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남보다 몇 배는 고생하면서 살아온 대총통의 얼굴은 30세가 아니라 60세라고 해도 믿을 만큼 노쇠해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폐하께선 충분히 미남이십니다. 기생오라비같은 놈들이 아니라. 정말로 사내다우신 미남 말입니다."


부관이 테스토스테론 과다증을 아름다운 미사여구를 곁들여 말해주자. 굳었던 대총통의 얼굴이 약간이나마 풀렸다.


"그래서.. 그 여식이 언제 도착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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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증세 있는 복지 19.09.17 506 5 10쪽
39 조짐 19.09.16 531 5 9쪽
38 로렌그라드 공방전. +1 19.09.14 533 5 10쪽
37 전격전. 19.09.13 536 5 9쪽
36 전세 역전 19.09.13 555 4 9쪽
35 카사플랑가 회전 19.09.12 572 5 10쪽
34 죽음과 불명예 사이. 19.09.12 604 8 9쪽
33 결혼식. +1 19.09.12 647 5 9쪽
32 대총통의 고민. 19.09.11 610 6 10쪽
31 제국의 여인 +3 19.09.11 607 7 9쪽
» 폭풍전야 19.09.10 634 6 9쪽
29 다가오는 폭풍 19.09.09 651 6 10쪽
28 군사 동맹. 19.09.09 665 5 9쪽
27 1700만의 백성들. 19.09.05 673 5 7쪽
26 다른 사람들. 같은 사람들. 19.09.04 669 7 7쪽
25 국경 열어라 사람들 들어간다. 19.09.03 678 7 7쪽
24 몰려드는 사람들 19.09.02 689 8 7쪽
23 도로망 정비 19.08.30 711 8 7쪽
22 상승하는 실바니아 19.08.29 714 10 7쪽
21 상승 작업 +1 19.08.28 727 10 7쪽
20 재건 작업 19.08.27 730 8 7쪽
19 포위망 19.08.26 771 9 7쪽
18 농노 해방령 +1 19.08.23 787 10 8쪽
17 퓨레스트 대왕국. +3 19.08.22 790 8 7쪽
16 수도 공방전 +1 19.08.22 793 10 8쪽
15 기습 작전. 19.08.22 800 10 8쪽
14 제국의 참전 +1 19.08.21 803 12 7쪽
13 첫 승리 +2 19.08.20 820 11 7쪽
12 1만 vs 5000 +2 19.08.19 838 10 7쪽
11 명예로운 기사들(웃음) +1 19.08.19 840 8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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